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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저택(2)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우와~ 도대체 얼마나 큰거야!"
장세진은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택을 나왔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이 산 전체를 저택화 시켰는지 끝도 보이지 않는 가로수와 잘 정비된 벽돌길이었다.
"흠... 그 학생 상당한 부자였군. 우리 아가씨 만큼 말이야."
어제는 주위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갑자기 끌려왔고 죽을 뻔했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피곤했었다. 그대로 씻지도 않고 배정받은 방에 쓰러진지 7시간만에 눈을 떴다. 그래도 몸에 새겨진 시계는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듯 하는 모양이다.
장세진은 손목시계를 본다.
6시가 좀 넘은 시간, 여름의 태양의 기상시간은 빠르다.
"몸 좀 풀고 올까?"
장세진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뜀박질하기 시작한다.
매일 아침 하는 일과 같은 것
아침 운동을 안하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장세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로수를 가로지른다. 끝없이 펼쳐진 가로수, 과연 끝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끝이 없었다.
"응?"
몇 분 뛰었을까. 가로수가 없는 구간 그리고 마치 비밀 정원과도 같은 미로 같은 공간이 나왔다. 덩굴이 얼기설기 담장을 빽빽하게 채우고 그 많은 벽들은 미로 같이 얽기설기 배치되어있다.
"역시 집이 큰 만큼 엄청난 게 있구나..."
장세진은 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 거대한 벽에 손을 댔을 때, 찌릿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크악!"
장세진은 놀라 바로 손을 땠다.
"손님. 여긴 개방금지 구역이냥!"
그때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여성의 목소리
장세진은 뒤돌아 본다.
팔짱을 끼고 약간 거만하게 날 보고 있는 메이드, 톡특한 건 인간이 아니라는 것
쫑긋 세운 머리 위에 동물의 두 귀와 요염하게 치마 끝자락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꼬리가 그 사실을 반증해준다.
"수인종인가?"
"뭘 이상한 눈으로 보는 냥! 수인종 처음 보는 냥!"
"음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작은 몸으로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이를 갈고 있는 수인종, 숏컷에 상당히 발육이 좋다.
특히 가슴 부근이 말이다.
"으응~ 어딜 보고 있느냥~"
"어딜 보다니, 그냥~ 여기 파리가 있나"
장세진은 손바닥을 치며 눈치를 본다.
"수상하다냥~! 요즘 들어 이상한 손님들이 많이 온다냥~ 이번엔 인간이다냥~~!"
그 냐트라샤는 크게 한숨을 쉬며 힘 빠진 몸짓을 한다.
분명 저 여성은 수인종 중에서도 [냐트라샤] 종이라고 추측한다.
고양이 눈과 귀만 봐도 한눈에 보기에도 알 수 있는 특징이 있기에 구별하기 쉽다.
유연하고 민첩한 몸, 물을 싫어하고 육감이 뛰어나다.
"어이~ 그건 아니잖아. 초면인 사람에게 대뜸 그런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 상당한 실례라고 "
"실례냥! 실례는 인간이냥~! 존재 자체가 실례냥~!"
"우왓!!"
그 소녀의 왼손에 쥐고 있던 양손 가위를 나를 향해 겨눴다.
"진정하라고!"
"아가씨의 손님이 아니었다면 물어 뜯어버렸다냥!"
캬아아 소리를 내며 꼬리와 손톱을 치켜세우며 노려본다.
"알겠다냥 알겠다냥~ 그러니까. 진정해냥!"
"우우우우우우~ 정말 열받는 냥~ 왜 따라하는 거냥~"
"아니 이렇게 하면 좀 진정할까 싶어서!"
"인간 죽여버리겠다냥~"
그소녀는 당장이라도 양손가위를 휘두를 듯 높게 치켜들었다.
"샤로트 지금 뭐하고 있는 겁니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샤로트는 정지했다.
"시종장님...."
빠르고 민첩하게 몸을 고쳐잡고 공손하게 몸을 숙였다.
"샤로트 당신이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알다시피 이분은 손님이십니다. 그런 무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죄...죄송합니다냥 무심결에 냥...."
"그 말투 아직 못 고친 겁니까."
"아... 죄송합니다."
"저희 사용인이 무례를 범한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직 미숙한 아이인지라 제가 단단히 교육할테니, 용서해 주십시오."
저 샤롯트라는 수인종 보다 몇십센치는 작은 체구에서 풍겨나오는 위험은 대단했다.
분명 시종장인 라르케피스라고 했나?
"아닙니다. 오히려 멋대로 돌아다녀서 죄송합니다. 제 주의가 부족했네요."
"제가 불찰입니다.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이곳은 칼스님의 개인 정원입니다. 아직 외부손님에게 한번도 개방되지 않은 구역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이곳 외에도 여러곳 있습니다. 민감한 부분이기에 이동범위는 저택 부근까지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예 주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막 아침 식사가 준비가 끝날 무렵이니, 같이 돌아가시죠."
라르케피스는 그렇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냉기를 품고 있다는 건 장세진이 모를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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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돌아다니는 있는 거야! 장세진!"
그리고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홀에서 마주친 인물, 나의 호위대상이자 미친 망아지. 앨리스였다.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현대적이고 세련된 원피스, 화장도 찐하게 하고 있다. 추녀였다면 상당히 가광인 장면이지만 그래도 망아지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예쁘장한 외모' 탓에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였다.
그런 평가는 내가 하는게 아니다. 갑이 을에게 하는 것이지 단적으로 내 앞에 여 마법사는 아까 만난 수인종 보다 더 무섭게 날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가씨 절 찾으셨습니까?"
장세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굽신거렸다.
"멍청한 사용인 같으니라고 정작 주인이 찾을 때 없는 사용인이 사용인 자격이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전 사용인이 아니라 당신의 보디가드라고요. 당신의 메이드 아니라고요..."
점점 말이 기어들어가고 있는 장세진
"뭐라고?"
"아닙니다. 물론 당신의 충실한 사용인입니다."
"머리에 잘 새겨둬 사. 용. 인.!
첫째 주인에게 손짓하면 즉각 올 것!
둘째 말대꾸하지 말것!
셋째 날 거슬리게 할지 말 것!
알아 들었어? 사용인?"
"예. 알겠습니다."
장세진은 할 수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전형적인 주종관계가 성립되고 말았다. 장세진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로베르트 백작님에게 받은 은혜는 이보다도 더 크니까.
"이번이 마지막 경고야. 다시 멋대로 내게 손댔다간 정말 죽여버릴테니까. 아니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릴테니까. 알겠어?"
앨리스는 거만하게 팔짱을 낀 체 소리쳤다.
"예 알겠습니다. 아가씨."
"뭔가 상당히 시원하지 않은 대답인데? 불만이야?"
"아닙니다. 가당치도 않씀죠! 하하하하 영광입니다. 영광..."
"그래. 영광이지 나 같은 주인을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주었으니까 말이야. 후훗"
그렇게 입고리를 올리는 엘리스, 이내 흥미를 잃은 듯 뒤를 돌아 걸어간다.
"아이고 내팔자야..."
"장세진 안따라오고 뭐하냐...."
"예 갑니다 가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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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 아가씨 이런 옷 정말 입어야 됩니까."
엘리스가 끌고 간 곳은 바로 이 저택의 사용인이 쓰는 방, 거기서 이상한 턱시도 하나를 받았다. 알고 보니, 남성용 사용인이 쓰는 업무복이란다.
"이런 불편한 옷을 입고 호위를 할 수 없습니다. 아가씨."
"아... 짜증나게 다시말하게 하지마라. 넌 보디가드가 아니야. 애초에 내게 호위 따윈 필요 없어. 너 같이 약한 녀석을 보디가드로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니야. 아님 말그대로 고기 방패라도 될 심상인가? 멍청한 소리하지 말고 그저 내 시중나 들어?"
파직
나의 프라이드에 금이 간다.
목까지 올라온 무언가를 억누르며 주먹을 지면 쪽으로 내려놓는다.
"주제를 알아, 인간! 마법사는 인간처럼 약하지 않아."
그렇게 비웃음 지으면서 엘리스는 걸어간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이중문으로 된 거대한 방, 그리고 길게 늘어진 테이블과 식기와 의자 한눈에 보기에도 여기가 식당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칼스!"
엘리스가 다정하게 부른 상대는 바로 그 테이블 중앙에서 여유롭게 책과 차를 즐기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학구적이고 지적인 생김새, 아니 칼스라는 마법사는 좀 병적인 느낌이 강했다. 분명 결벽증이나 예민하고 광적인... 지적인 연쇄살인범 느낌이라 할까.
대뜸 남에 대한 인상을 평가하고 있는 이상한 자신을 자각한 장세진은 머리를 털어내며 자신의 본분에 돌아가기로 했다.
엘리스는 서진형의 옆에 멈춰섰다. 하지만 서진형은 책에서 눈을 때지 않는다.
"칼스!"
"...."
"칼스..."
그렇게 몇분 동안 아무말도 없이 엘리스는 서있었다. 뭔가 이상한 상황이다. 항상 미친 망아지처럼 당당하던 엘리스, 이순간은 왠지 모르게 작아보였다.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칼스라는 인간이 입을 열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야."
"목적?"
서진형은 책을 덮으며 엘리스를 바라본다.
"그래. 목적이다. 뭔가 목적이 있기에 여기 왔겠지."
"응... 당연히 있어. 칼스가 여기 있으니까... 나도 여기..."
"너 어디 모자르냐?"
"어...?"
"하... 이때까지 나의 목적을 위해 그냥 방치했는데, 더 이상은 인내심의 한계야."
서진형은 일어섰다. 그리고 엘리스를 바라봤다.
"너가 이렇게 까지 못 알아 들을지 몰랐어. 뭐... 당연한가. 남에게 인정받지 못한 헤르폰트가의 결함품. 너무 쉽게 생각한 나의 불찰인가."
칼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칼스..."
"못 알아듣는다면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밖에 로열스쿨(고등마법양성기관)에서 널 구해준 건 호의가 아니야. 너에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내게 있었고 너 또한 날 필요로 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거지. 마법계의 4대 명문가 중 하나 헤르폰트가의 마법을 쓰지 못하는 불량품, 사교계에도 끼지 못했던 너에게 너만의 마법을 찾아주었지. 그건 우리 가문의 서고에 잠자고 있던 신화마법의 전승이 기록된 마도서. 그리고 넌, [메두사 전승]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 물론 나의 목적도 이룰 수 있었다. '타인의 마도서 이식 기술'을 말이야."
서진형은 엘리스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 외에도 헤르폰트가의 연구기관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룬 소립자 연구, 선천적으로 부족한 마력패스를 극복할 현대화 마법까지 창조해냈다. 의외의 성과였어. 마법 학술지 '스코프'에도 선정된 현대화 마법의 선구자로서 말이야."
"칼스..."
"하지만 그런 이해 관계도 여기까지다. 나의 연구성과를 빼앗어간 무능한 카롤프교수도 나의 마법을 멋대로 자신의 군단에 무장시킨 로베르트 백작도 말이야. 뭐 너의 아버지를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야. 서로를 이용 있으니까. 이렇게 날 놓아준 것도 더 이상 로베르트 백작에게는 이용가치가 없던 것일테고 애초에 마법사의 피를 옅게 품고 태어난 불량품과 헤르폰트 가의 불량품. 같은 불량품이 약혼해봤자, 헤르폰트 가는 비웃음 밖에 더 사겠어?"
"같은 불량품이라니! 아니야. 넌 항상 최고 인 걸! 스코프라고? 그 학술지 마법 분야의 최고의 마법사만 나오는 곳이잖아. 전혀 꿀릴 것 없어. 마법패스 따위 마력방출량 따윈 구시대의 전유물 같은 거라고? 대체할 마력 보조 아티펙트 따윈 수 없이 많아! 나와 결혼 하면 헤르폰트의 모든 것이 네 것이야. 난 누가 비웃던 상관없어 그냥 너의 곁에 있으면 돼!"
엘리스는 그렇게 애원하듯 소리쳤다.
"로베르트 백작님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으시지만 말이야. 애초에 파혼 얘기를 한 장본인이니까. 그건 어째됐건 상관없어. 미안하지만 난 더 이상 너가 필요하지 않아."
"어...?"
"더 설명이 필요할까? 내가 얻을 건 다 얻었다. 아니 그 이상을 얻었지. 너 또한 마법사답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끝이다. 인간 같이 사랑이라니, 좋아한다느니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길 여기서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난 단 한순간도 너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말에도 동의한다. 불량품을 합쳐봤자 나오는 건 불량품 밖에 더 나오겠어? '마법사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자, 닫혀진 미래 따윈 보지 않아.'"
"아니야... 아니지... 장난이지. 제발 그러지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엘리스, 그녀의 두눈에 차가운 물방물이 떨어진다.
"더 구차해지기 전에 떠나. 하루 주겠어."
서진형의 마지막 통보를 했다. 말이 끝날 때까지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이익적 관계,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듯이 그렇게 홀을 떠났다. 홀에는 여마법사와 인간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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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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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최악인데..."
그 후 계속 방안에 틀어박힌 엘리스,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건내주고 싶었지만 말을 건낼 수 없다. 그 표정을 보고 말았으니까. 더 이상 겉치장스러운 위로의 말은 엘리스에게 닫지 않는다. 그렇게 영혼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엘리스, 그 후로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문에 귀를 대고 움크리고 있은지 1시간 째, 조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30분동안 정적이 감돌고 있다.
"바보 같은 짓 하는 거 아니겠지?"
쿵쿵쿵!
장세진은 거칠게 노크한다.
"어이 살아있는 거지?"
"...."
"들어간다!"
장세진은 손잡이를 돌렸다. 커탠이 쳐져 있는 어두운 방, 햇살이 조금 스며들어온다.
그리고 24평 쯤 대보이는 엄청 넓은 호화 객실, 그리고 침실에 움크리고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살아있잖아... 말 좀 해주면 안되겠습니까?"
장세진은 엘리스에게로 다가간다. 엘리스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움크려 있었다. 마치 무당벌래 같이 말이다.
"꺼져..."
희미하게 들려오는 욕설, 하지만 힘이 없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사용인으로서 주인님의 생사확인하는 것도 일종에 책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장세진은 열중 셔 자세를 취하며 엘리스에게 씩씩하게 대답했다.
"생사? 멍청한 놈, 내가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목숨이라도..."
엘리스의 살벌한 목소리가 고막을 통과하기 전에 사라졌다. 엘리스는 뭔가 깨달은 듯 중얼거린다.
"그래... 내가 자살시도라도 한다면 칼스가 다시 날 봐주지 않을까?"
그 기분 나쁜 중얼거림을 확실하게 장세진의 귓가에 들렸다.
"잠...잠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엘리스는 흐느적 되며 일어섰다.
멍한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다. 장세진은 본 적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더 이상 몸부림치기를 거분한 생명채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는다. 그건 마음의 병이다.
좌절, 절망이란 병
그 병에 걸린 생명체는 서서히 죽어간다.
앨리스의 흔들거리는 연약한 몸은 이윽고 작은 탁자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건 반짝이는 날붙이를 발견한다
페이퍼 나이프
생명을 죽이기엔 날카로움이 부족하지만 마법사의 손에 들어가면 별개다. 엘리스는 망설임 없이 나이프를 잡았다. 마력으로 강화된 페이퍼 나이프는 이미 살상력은 충분했다.
"칼스를 불러줘... 죽고 싶지는 안거든"
"잠깐!"
엘리스는 그렇게 자조하며 페이퍼 나이프를 역수로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복부를 찔렀다.
파직
검은 액체가 시트를 적신다.
"이거 놔! 놔라고!"
엘리스는 왼손으로 장세진을 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장세진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페이퍼 나이프의 칼날은 엘리스에게 도달할 수 없었다. 장세진은 잡고 있는 페이퍼 나이프는 살을 깊게 파고든다. 장세진의 피가 시트를 더럽힌다. 하지만 절대 나이프를 놓지 않는다. 오히려 강제로 나이프를 탈취한다.
"이게!!"
엘리스는 바둥거린다. 그런 엘리스를 장세진은 단숨에 쓰러뜨린다. 누군가가 이장면을 마치 장세진이 엘리스를 덮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두팔을 장세진에게 봉쇄 당한 체 무방비하게 눕혀진 엘리스, 그렇게 흐느끼고 있는 엘리스를 향해 장세진은 소리쳤다.
"정말 바보 아니야!! 자해해도 그 칼스라는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그건 너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수많은 마법사와 인간, 아인종을 만나왔다. 그리고 칼스라는 녀석의 삶의 가치관, 유형은 지극히 잘 알고 있다. 전형적인 마법사적 가치관, 아니 그보다 좀 다르다. 내가 가장 상대하기 두려워하는 유형이다.
흘러가는대로 사는 나에게 어쩌면 극과 극의 삶,
그 두 눈동자에 희미하게 보이는 광기는 더 두렵게 만든다.
로라바리엘 포른 메르크 칼스바르스 마법사가 말이다.
그 마법사가 엘리스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광기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녀석은 큰 그릇을 가지고 있다.
그건 다른 말로 도달할 목표가 있고 그 과정에 어떤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망설이지 않는다. 오직 한길만을 보고 달린 마법사라는 걸 장세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이상 투명인간 취급받기는 싫어! 날 다시 의식해주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 이거 놔!"
그렇게 흥분해서 몸부림치는 엘리스,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
"일단 진정하고 내 눈을 봐! 엘리스"
작은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 되어있다.
정말 생물이란 약하다.
장세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호전되는 듯 보이던 엘리스는 다시 흐느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0
"그럼 나 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더 이상 칼스를 잡을 만한 '가치'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것 밖에 없는 걸! 이거 놔!"
"아니 있으니까. 그만 진정해!!!"
장세진은 방이 떠날 듯 소리질렀다.
엘리스도 그 샤우팅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다.
"흑... 그게 무슨 소리야..."
엘리스는 붉게 충열된 두눈이 내게 고정된다.
"그래 다시 그 녀석을 잡을 방법이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만 뚝"
"흑...흑..."
엘리스는 아주 순종적이게 내말을 들었다. 좀 진정되자 엘리스의 위에서 내려온 장세진, 엘리스는 옷무새를 다듬는다.
"몸은 다 나은 거야?"
"마법사는 인간들처럼 부서지기 유리 몸이 아니거든..."
"역시 너의 석화엔 치료효과도 있는 건가?"
엘리스의 상처 부위가 돌처럼 굳어 있었다. 터널에서 석화 되었을 때도, 석화효과가 풀렸을 때, 몸은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메두사의 전승]이라고 했나? 석화해제엔 회복효과가 마법적으로 부여되어 있는 모양이다.
엘리스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홍조한 얼굴로 재차 물었다.
"그 딴거 보다 칼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라는 게 뭐야?"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 돌리지 말고 그 방법을 말해."
엘리스는 당장 잡아 먹을 듯 으르렁된다.
"성질 급하기는 요컨데, 칼스 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넌 내게 가치가 없다. 그러니 필요없다' 이말이잖아?"
"역시 난 필요없는 거야..."
다시 절망하기 시작하는 엘리스
"그녀석은 단언했지만 철회하게 할 수 있는 방법. 남부의 영주 로라바리엘 포른 메르크 칼스바르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뭔지 알겠어?"
"네크로맨서 퇴치?"
"정답! 그렇다면 우리가 그 네크로맨서의 핵심정보를 손에 넣고 있다면?"
"핵심정보?"
엘리스는 눈을 흐리면서 대답했다.
"아 답답하네. 신의 잔이 있잖아? 아직 그 정보는 손에 넣지 못했을 거야."
"우리도 조사하고 있는 중 이잖아 아직 알고 있는 것도 전무하고..."
"이런 이런... 우리 주인님께서는 포커도 안쳐보셨나? 없는 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내게 맡겨!"
장세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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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TV에선 3번째 테러 사건에 대해 이슈가 되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살육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자신의 주위의 친구들을 지키는 게 고작이었다.
자신은 한없이 무력하다.
현재 기여움과 성현아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이다.
어제 병문안을 갔을 때, 기여움은 여전히 건강한 얼굴로 날 맞아줬고 성현아 또한 그런 기여움을 매도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정수빈... 빛의 수호자 '라미엘과 요한 카르테'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그녀와 파트너인 테레사는 오늘도 역시 소파에 앉아 홈쇼핑을 보고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녀가 초조해 하고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재 교회에 조사단에서 라미엘과 요한을 수색하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
사실 그들보다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정말 자신이 얼마나 간사한 인간인지 자신을 혐오한다. 진마한과 정수빈의 걱정이 아닌 나의 머릿속은 온통 채우고 있는 건 한우울 생각 뿐이니까. 송민정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맡긴다. 침대 시트의 차가운 감촉을 느낀다. 몸을 움크린다. 춥지 않을 텐데 추위를 느낀다.
"우울이가..."
송민정은 진마한이 한말을 떠올린다.
"넌 한우울에게 속고 있었던 거야. 악의 무리의 연극 속에 꼭두각시 인형처럼 말이다."
진마한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돌고 있다. 그건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한우울이 내게 숨기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만나고 싶어."
진실이 두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한발을 내딛기 위해 그 진실은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한우울
그는 내게 '자유' 가르쳐줬다. 구속하고 있는 수 많은 족쇄들을 푸는 방법을 내게 알려줬다.
그만이 유일한 나의 출구
사실 진실 따윈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그가 흑마법사 건, 마법사이 건
나에게 중요치 않았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그를 송민정은 좋아하고 있었다.
만일 그가 죄가 있더라도,
하느님의 구원 받을 수 없더라도,
단 한사람에게 구원 받을 자격이 있다.
그가 나의 족쇄를 열어준 것 처럼, 내가 그를 구원할 것이다.
"단 하나의 반쪽짜리 진실. 너도 그 반쪽의 진실을 갖고 있다면 난 상관없어."
송민정은 휴대폰을 꼭 쥐었다.
어느 덧 뻐꾸기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거실에서 울리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가로 향했다. 희마한 달빛은 송민정을 비추었다. 창문을 열었다.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달빛을 받은 소녀는 창문에 올라섰다. 일반 아파트 3층 높이,
뛰어내린다면 다칠 것이다.
하지만 내겐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게 송민정은 뛰어내렸다.
마치 투신을 하듯 느리게 떨어져 간다. 오직 달빛만이 송민정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덧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절대, 누구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
나의 족쇄의 모습
천사의 날개를 높게 펼쳐들고 달빛의 창공 아래 황금빛 궤적을 남기며 날아올랐다
금발의 천사는 마치 춤이라도 추듯 크게 회전했다.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아버지가 아시면 엄청 혼날 테지만 더 이상 자신을 숨길 수 없다.
이미 한번 맛본 해방감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별빛 속으로 날아가는 플로리아는 잠시 멈짓했다.
"우울이 어디에 사는지 몰라..."
그가 이사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왠지 느낄 수 있어. 그가 어딨는지. 알 것 같아."
그렇게 멈짓하던 몸짓은 빠르게 달빛을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