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장]진실(7)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휭
팅
좁은 통로에서 날아오는 공격, 전과 같이 위력적인 공격은 아니였지만 영체의 특성상 벽투과가 가능하다는 점과 변칙적인 공격은 아벤트를 짜증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드라곤의 큰 갑주를 의지하며 어떻게든 막아낸다. 하지만 저주 인형은 만만치 않았다.
슁
"크악!"
팔을 긁고 지나가는 흉기, 생체기가 하나 둘 날때마다 아벤트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젠장... 얼마나 남은 거냐. 드라곤"
"조금만 힘내십시오. 조금 더 가면 연구실로 도착합니다."
"분명 열쇠는 연구실에 있다."
아벤트는 생각했다. 과연 저 인형을 만든 네크로맨서가 해제 키(열쇠)를 숨기기 최적화 된 장소가 어딘가 하는 거다. 그곳을 찾아 내기 위해선 이 인형이 만들어진 목적을 생각지 않으면 안된다. 녀석은 왜 만들어졌는가? 그건 원래 이 던전에 주인인 선조녀석에 있다. 분명 특정 공간의 침입자를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녀석은 결계 안에서 밖에 활동을 못한다. 그런 알고리즘의 저주다. 보통 이런 저주계열은 강력한 대신에 폭주할 가능성이 높고 시전자가 컨트롤 하기도 어려워서 만일의 사태에 해제키를 가까이 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넓은 미로 안에 열쇠를 숨겨놓을 확율은 낮다. 시전자와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장소. 네크로맨서가 가장 안전하게 미로를 관제할 수 있는 장소. 그건 저주인형을 처음 발견한 중앙 연구실 밖에 없다.
"주인님 이쪽 입니다."
드라곤은 손으로 계단을 가리켰다. 아벤트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간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의 연구실, 중앙 홀이 모습을 들어냈다. 중앙에 설치된 검은 크리스탈이 희미하게 반짝인다. 이 대 공동묘지을 관리하는 영맥 관제장치다. 그리고 그 아래 검은 호수가 기포를 머금는다. 1.오염된 영맥. 흑마력의 원천, 2.가지영맥에 해당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던전에 공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영맥이라도 한정된 영맥 자원은 뒷세계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비록 몰래 쓰고 있는 거지만 말이다."
아벤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연구실 쪽으로 향했다. 돌계단을 올라 익숙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질러진 책들과 검은 흑마법의 잔향이 남아있다.
"키아아아아"
저주인형은 소리친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날아온다. 그 공격을 아벤트는 두꺼운 사전으로 막아낸다. 그 사전은 반쯤 칼날이 꼽혔지만 막아낸 수 있었다. 저주인형은 공격을 다했는지 희미하게 사라졌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뒤늦게 따라온 드라곤이 소리쳤다.
"어 괜찮다. '수인대백과' 누가 꺼내놨는지 모르겠지만 이것 때문에 살았군."
아벤트는 반쯤 잘린 책을 던져버리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여기에 있는 흑마력의 냄새가 나는 아티펙트 전부 뒤져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드라곤은 천사를 내려놓고 연구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벤트는 빠른 걸음으로 인형이 봉인되었던 방으로 향했다. 낡은 빈방, 흑마력 냄새가 나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굴러다니는 쓰래기와 낡은 철재캐비넷과 인형이 앉아 있던 낡은 의자가 있을 뿐.
"키이이이이이"
"또 시작인가?"
아벤트는 저주인형의 섬뜩한 목소리에 긴장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 의자를 기준으로 주위를 경계한다.
휭!
한순간 날아오는 차가운 흉기 아벤트는 낡은 의자를 들어 방어한다. 그때 인형의 공격이 멈췄다.
"키아아아아"
희미한 영체의 흉기는 낡은 의자에 닿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있었다.
"뭐지?"
아벤트는 그 괴상한 현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주인형은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설마 이 의자가..."
인형과 세트로 같이 있던 의자. 녀석은 이 의자를 공격하지 못한다. 그건 진실이다. 고로 이 의자가 열쇠라는 말이다.
"흐흐흐 멍청하게... 이걸 생각을 못하다니..."
아벤트는 낄낄 웃으며 의자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 순간 달그락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벤트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방향을 응시한다. 낡은 의류 케비넷 안에 누군가 있다.
"드라곤!"
아벤트는 망설임 없이 사역마를 부른다. 그때 케비넷 속에서 뛰쳐나온 희미한 형체가 이 방에 문을 닫아버린다.
쿵
"주인님!"
드라곤은 뒤늦게 달려와 문을 두드려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드라곤은 열심히 문을 부수려하고 있지만 둔탁한 소리만 날 뿐 문은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잡은 따윈 어찌되던 상관 없었다. 자신을 가둔 그 누군가, 아벤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녀석이 었기 때문이다.
"한우울"
희미한 형체의 한우울이 아벤트와 마주하고 있다.
.
.
.
.
"어떻게 네가 살아있지?"
아벤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죽어야 될 마법사가 살아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가짜."
한우울은 차가운 눈이 아벤트와 교차한다.
"뭐... 그리 놀랄일은 아니지. 워낙 네크로맨서라는 인종은 바퀴벌래 같은 생명력이여서 말이지. 백골화 되어, 분진이 되어 날아가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말이야. 확실히 불로 태웠어야 했는데."
"뭐 죽인다는 의미에선 확실히 임무를 완수했어. 보다시피 말이야."
한우울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벤트는 자세히 한우울의 상태를 살핀다. 확실히 희미한 형상, 유령과 같은 모습이었다.
"흐흐흐흐 하하하하... 그모습 악령이라도 되려는 거냐? 그냥 곱게 가라."
일반적으로 죽은 생명체의 영혼은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하지만 생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생명체, 때때로 영체 상태로 유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외부로 부터 보호할 수 없는 표피, 육체가 없는 영혼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적 손상을 입는다. 이손상은 수복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 24시간 이내 의지를 잃어버리고 본능만 남은 추악한 영적 짐승이되어버린다. 그걸 전문용어로 영적 악령화라고 한다. 오로지 부정적인 감정만 남아버린 영적 짐승. 생을 갈구하고 생을 가진 생명체를 해한다.
이미 죽어버린 이상, 녀석은 끝이다. 빙의라고 하지 않는 한 악령화를 막을 수 없다. 악령화 되는 순간, 나의 수많은 악령군단의 악령 중 하나가 되겠지. 아벤트의 입고리가 올라간다.
"뭘 그리 좋아하고 있는거지?"
"뭐 조금 상상해 봤다. 진짜가 가짜의 콜랙션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만큼 비참한 최후도 없을 테지."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분명 시한부 인생이긴 하지만 너도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응?"
한우울은 창백한 손으로 아벤트를 가리켰다. 아벤트는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봤다. 투명한 흰손으로 지면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벤트는 자신의 몸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우울을 밀쳐내고 캐비넷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그건 이미 육체 없는 한 불쌍한 영혼이있다.
"설마 지금까지 자신의 상태를 몰랐다는 거냐? 정말 대단하군."
한우울은 비꼬듯 말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아벤트는 소리친다. 그리고 떠올린다. 한우울과 아벤트 둘이 분리되었다. 육체는 하나, 아메바처럼 단시간에 육체가 둘로 불리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분리 된 건 뭐란 말인가.
"흐흐흐흐... 그런가 영체만 분리된 건가..."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도, 점점 걷기 힘들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벤트는 허탈한 듯 자신을 재차 바라본다. 거울 속의 망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어이 그런 식으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지. 억울한 건 이쪽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한우울은 천천히 낡은 의자 쪽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자 그럼 우리 얘기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육체를 돌릴 수 있을지. 도플갱어 네놈의 대안을 들어볼까?"
"흐흐흐 무슨 멍청한 소리냐? 소멸된 육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가짜여.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너의 정체 난 알고 있어. 기생충 사역마. 아니면 정식명칭으로 도플링거라고 불러줘야 하나."
"...."
"묵시록 선서, 그 정체가 랜아티우니스 그 벌래새끼였다니, 분명 나의 몸 속에 잘못된 정보를 심어준 녀석의 면상이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그게 급한게 아니야. 랜아티우니스라는 환상종은 혼자 자살할 멍청한 생명체가 아니다. 네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 증명하고 있지. 고로 숙주를 발견했다는 얘긴데. 흑마력을 먹은 녀석이다. 왠만한 육체는 녀석의 흑마력을 견디지 못하지. 그녀석이 살 정도의 환경이라면 나도 살 수 있다라는 견해다."
"흐흐흐 하하하하하... 결국 여기까지 온 건가? 거짓된 환상 따윈 진실의 제물일 뿐이다. 그래. 기생충은 살아있다. 난 녀석의 꼭두각시일 뿐이지. 무의식적으로 녀석의 명령을 따르고 있겠지. 널 살해해야 한다는 의식도 거부할 수 없는 꼭두각시의 본능. 그래도 여기까지 알아낸 것에 대해 예의를 표하는게 맞겠지. 너와 나가 분열한 시기. 이미 녀석은 네놈의 육체엔 없었다. 그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아벤트!"
"때때로 인간들은 진실을 강요하지. 그 진실이 잔혹하더라도 그 진실에 매료되어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든다. 나의 존재 자체의 의문을 품는 순간, 거짓된 세계는, 환상은 깨져버리지. 그래 내가 나 자신을 의심을 하지 않았더라도 너와 난 하나로 있을 수 있는 선택지도 있었을 거다. 그 세계를 깨뜨려버린 건 바로 나다. 인과응보라는 걸까."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군. 아벤트 500년 후의 나는 철학가라도 하고 있냐?."
"철학가 그보다 질나쁘지. 철학이라기보단 자학에 가깝다. IF의 세계의 끝, 완성된 존재와 미완성 품이 현세대에 동시에 존재하는 거다. 너의 미래는 곧 나라는 말이지."
"정말 토하겠군. 그런 미래라면 단언코 거부할께. 너처럼 개 한마리와 칙칙한 다크포스를 두르고 사는 건 사양이거든."
"흐흐흐 나는 힘을 갈구했다. 그리고 흑마법사의 강령계 정점에 올랐지 하지만 그 끝은 허무했다. 허무는 더큰 허무를 만들고 더 큰 힘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나에게 남은 건 그것 뿐이었으니까. 500년 후 남은 욕망이라고는 그것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비참한 말로군. 그걸로 만족하는 거냐."
"만족? 그런 건 이미 내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욕망이 나의 전부였다. 그것이 나의 마법의 길이었으니까."
아벤트는 한우울을 바라본다.
"네녀석이 나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분명 나 이상의 강한 마법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욕망에 모든 걸 바친 나의 인생 그 끝은... 교수대 위에 그 최후의 순간 맞이했지. 그순간 마저도 나는 간절하게 원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 두번째 생이라면 그 욕망의 끝을 실현할 수도 있을 지 모른다고 말이야."
"미친놈"
한우울은 순수한 광기에 전율을 느꼈다. 녀석의 말에는 거짓이 없다. 아벤트는 한우울에게 다가간다. 코 앞까지 다가간 아벤트, 아벤트의 눈동자는 한우울을 응시한다. 그곳에 끓어 흘러나오는 순수하고 강한 욕망을 진심을 보았다.
"그렇기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 비록 비천한 벌래에게 힘을 빌렸지만 나의 욕망이 계속되는 한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건 나다. 두번째 기회 난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니까."
아벤트는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아벤트에게 한우울은 말했다.
"정말 미래의 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뻔뻔한 녀석이다. 이시대의 한우울이라는 마법사는 한명이다. 뻔뻔한 미래의 방랑객은 너의 시간으로 돌아가줘야겠어."
한우울은 준비된 트랩을 발동시킨다. 마력 반응과 함께 육망성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