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62화 (16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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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거짓(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겨우 성인 4~5명 들어가면 가득 차는 공간, 육중한 언데드 전사와 한우울은 마주한다.

"정말 상황이 안 좋은데..."

한우울은 드라곤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크란드 슈바르트 드라곤.

신화 시대에서 존재하던 거대한 드래곤. 전주인(지하 대공동묘지) 비싸게 드래곤 본을 모아 만든 최강의 소환마. 약간 지능이 딸린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피할 곳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 적을 치는 건 뇌 없는 구울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스르르르

휘어지는 뼈 대검은 흉찍하게 칼날을 내밀고 있다. 언데드 전사는 검을 높게 치켜드며 공격자세를 취한다.

"자... 어때. 전세역전인가? 그런 얼굴 꽤나 마음에 들어."

아벤트는 미소를 지었다.

"김치국 마시지마. 아벤트. 싸움은 해봐야 아는거니까! 헬레나!"

순간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며 튀어나온 인형.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허리를 숙인 채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본드래곤을 쓰러트려라!"

명령에 의해 저주인형의 안광이 붉게 빛난다.

"이히히히히히"

주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마 속에서 전기톱을 꺼낸 광기의 인형, 드라곤에게 돌격했다.

드라곤은 그 움직임에 맞춰 대검을 휘두른다.

휭!

피할 수 없는 참격이 천정을 긁으며 떨어진다. 저주인형은 전기톱을 휘두르며 흉기가 교차한다.

치이이이이이이

스파크가 튀며 두 사역마는 대치한다. 하지만 엄청난 체격차이에서 오는 힘은 조그만한 인형을 날려버렸다.

콰직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그대로 쳐박힌 인형은 반파되었다. 뒤에서 관전하는 아벤트는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알겠지? 이미 공략법이 파해된 저주 따윈 아무런 위협이되지 않는다."

"크윽..."

한우울은 식은 땀을 흘렸다.

상대가 쓰는 이형의 힘을 동력원으로 쓰는 저주인형은 마법과 주창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물리공격의 전투는 최악의 상성이다.

인형은 삐걱되며 전의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 전투력은 고작 인간보다 조금 강한 수준.

휭!

콰직

산산히 부서지는 인형. 행동불능이된다.

드라곤에게 흑마법을 사용하게 하지 않고 오로지 물리공격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녀석은 완벽히 저주의 파해법을 알고 있다.

지직 지직

완전히 부서진 인형에서 스파크가 튀며 회복된다. 그건 복원과 가깝게 완벽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헬레나 화났어!!"

다시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전기톱을 들고 돌격한다.

지이이이이잉

휭!

쾅!

지지지직

히지만 힘의 격차로 상체가 박살난다. 대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상반신이 박살난 인형은 다시 벽면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박혔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오는 거대한 대검. 그대로 인형의 복부를 관통했다. 저주인형을 다시 완벽히 재생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벽에 매달린 채. 몸부림치는 것이 다였다.

"소꼽놀이는 여기까지다. 패배를 인정해라. 한우울"

드라곤의 압도적인 거체가 의자 앞에 섰다.

"포기하기 전까지 아직 진게 아니라고!"

한우울은 거대한 언데드 전사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외쳤다.

"나는 네녀석을 아주 잘 안다. 네녀석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아. 그렇게 추하게 지푸라기라도 잡으며 이곳까지 왔었지. 이제 기억할 수 있어."

아벤트는 낡은 벽에 손을 짚으면 옛기억을 되세기듯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듯 의자에 앉은 한우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기적은 이미 끝났다. 이곳에는 널 도와줄 인간도, 사역마도 없다. 기적이라는  건 몇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존재할 때, 바라는 것이지. 잘가라. 나여"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이야!! 아벤트!"

한우울은 발악하듯 의자를 밀쳐내고 아벤트를 향해 달려든다.

순간 거체에서 뻗어나온 주먹이 한우울을 가격했다.

"크악!"

한우울은 직선으로 앉아있던 낡은 의자를 부수고 벽면에 박혔다. 그 순간 대검에 관통당해 있던 저주인형은 작은 마력파동을 내뿜으며 그대로 소멸했다. 언데드 전사는 거대한 대검을 뽑아내며 무력하게 널부러져있는 한우울을 응시한다.

"나의 뼈로 만든 죽음의 대검은. 죽은 자를 먹고 성장하지."

드라곤은 담담히 말했다.

"흐흐흐흐 정신차려 병신 같은 사역마. 내가 진짜 주인이라고!"

언데드 전사는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었다. 영혼마저 베어내는 죽음의 대검은 한우울을 형체도 없이 잘라낼 것이다.

육중한 대검이 내려꽂힌다.

"멍청한 놈!"

한우울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게 한우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행동이었다.

[죽은 자를 위한 장송식(Creat; toe;oate)]

순간 앞에서 솟아난 관이 그 대검을 막았다.

"응?"

드라곤은 붉은 안광이 구석진 모서리 쪽, 낡은 책상 아래를 향한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안광을 발견한다.

"무덤지기."

드라곤의 묵직한 음성과 함께 무덤지기는 책상 밑에서 바퀴벌래처럼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난 다들었닷! 누가 진짜 주인님인지 말이야! 빅스컬 정신차려라. 너의 뒤에 있는 놈이 가짜란 말이야."

무덤지기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중앙 공동에서 도망친 후, 연구실 비상구를 알고 있던 무덤지기는 지하통로를 통해 누구보다 중앙연구실로 빨리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을 찾았지만 없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중, 문이 열린 이상한 방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발을 옮긴다.

"주인님 어디 계십니까? 지금 큰일 났습니다."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거리던 중, 그 방 중앙에 있던 의자를 발견하고 털썩 주저 앉았다.

과직

"잉?"

그 순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면으로 툭 떨어지는 낡은 팔거치대.

"오....!!!!"

부서진 팔거치대를 보며 놀라서 손을 떨며 주워든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확인하고 부서진 홈에 맞춰 끼워보지만, 이미 반쯤 썩어버린 거치대가 붙을리 없었다.

그때

끼이이익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무덤지기는 허겁지겁 연구실로 들어오는 주인을 발견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이유는 자신의 손에 덩그러니 들려 있는 부서진 팔거치대 때문이다.

"분명 혼날꺼얏..."

전에도 연구실에 함부러 들어와서 낡은 무언가를 깨부신적이 있다. 그때 주인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뼈를 분질러 바다에 뿌려버릴 듯 노려봤지만, 넓은 아량의 선처로 연구실 출입금지가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연구실 출입금지였었지..."

무덤지기는 부서진 의자파편을 보며 멍하게 몇 초간 서 있었다. 그때 주인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아아와왕!!"

무덤지기는 허둥지둥거리다. 구석진 안쓰는 책상 아래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위에 아무렇게 놓여 있는 의자 가져다가 위장했다.

"분명 저주인형의 컨트롤 하고 있는 아티펙트는 이 의자다."

나의 주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부서진 팔거치대를 보면서 머리를 갸웃둥거리더니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끼이익

주인은 인기척을 느낀 듯 다급하게 캐비넷 쪽으로 향했다.그리고 그 안으로 숨었다. 연이어 들어온 또 다른 주인. 무덤지기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또 다른 주인은 의자를 들고는 낄낄낄 웃었다. 그것도 잠시 문이 닫히고 또 다른 주인님이 튀어 나오며 이야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 무덤지기는 내용을 훔쳐 들으며 이해하기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한 단어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랜아티우니스 환상종과 만들어진 또한 한명의 거짓된 주인을...

보통 지능 낮은 언데드라면 알아 듯지 못할 얘기였지만 무덤지기는 알 수 있었다. 그건 언데드를 관리하는 클래스인 [장의사]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아인종과 환상수의 뼈들을 발굴과 봉인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인종과 환상종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도플링거로 만들어진 복제품과 자신의 주인이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거짓이 진실을 삼키려 할때, 겁쟁이 장의사는 용기를 내어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를 어찌하지 못한 채 바퀴벌래처럼 기어나온 것이다.

"너는 지금 조종당하고 있는거라고 정신차려 드라곤!"

"나의 주인님은 한분 뿐이다. 강한 사념을 가진 이 분이야 말로 나의 주인님이다."

아벤트는 마치 벌래처럼 기어나온 괴상한 사역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괴상한 사역마는 뭐냐. 드라곤."

"네 주인님. 이곳 지하 대공동묘지의 무덤을 관리하고 있는 [장의사] 입니다."

"그건 됐고 왜 녀석은 나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는 거지."

[사령지휘]

언데드를 통솔하는 능력은 한우울보다 아벤트가 압도적이다. 그건 아벤트가 한우울과 한 단계이상 마법적 실력의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사역마는 나의 사령지휘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흐흐흐... 당연하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흐릿흐릿한 모양이군."

한우울은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런 잡것이 있었는 것 같은데, 뭐 좋아. 하지만 승기는 변함없다. 저 바퀴벌래 같은 녀석을 쓸어버려. 드라곤."

"명령 받잡겠습니다."

본 드래곤은 타겟을 바꿔 무덤지기를 향해 걸어간다.

"너한테 한가지 배운것도 있고 나도 은혜 갚는 겸,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지."

한우울은 일어서며 아벤트와 마주한다. 겨우 아벤트와 거리는 5m 남짓.

"장의사의 관짝은 이렇게 쓰는 거다!"

한우울은 옆에 있던 관의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폭발하듯 세워진 관짝 안에서 수 많은 손들이 뻗어나온다. 그 손은 순식간에 아벤트를 속박했다.

"뭐냐 이건!!"

엄청난 악력으로 끌어당기는 망자의 손. 아벤트는 관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드라곤!"

드라곤은 날렵하게 대검을 작게 축소 시키더니, 그 팔들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하지만 망자의 사념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시 솟아나는 손들이 집요하게 아벤트를 공격한다.

"이때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 타 아벤트를 밀쳐내고 정면 돌파했다.

"한우울!!"

아벤트는 한우울을 잡으려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잡지 못한다. 관 속에서 뻗어나온 망자의 팔이 집요하게 아벤트를 노린 결과다.

"으합"

드라곤은 망자의 팔을 잘라내고 본체인 관까지 대검 휘둘렀다.

과직!

단번에 관은 부서지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틈을 타 무덤지기는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주인님 같이가욧!!"

체면 따윈 개나 줘버린지 오래, 무덤지기는 네발로 빠르게 기며 도착했을 때, 드라곤이 무덤지기의 발을 잡았다.

"앵?"

그대로 들어올려진 무덤지기 허름한 로브가 거꾸로 뒤집혀졌다.

"망할 바퀴벌래! 드라곤 빨리 없애버리고 따라와. 가짜를 쫓는다."

아벤트 다급히 일어서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강력한 마력파장을 느낀다. 그리고 몇 미터 앞에 있는 한우울과 눈이 마주친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었다. 그리고 그 지팡이는 아벤트를 겨누고 있다.

"젠장 업드려!"

[어둠의 폭열 지옥의 모든 진리를 현세에 되세긴다.]

[크라이벤 크로쉐(어둠의 흉수)]

룬어로 영창된 거대한 흑마력이 낡은 지팡이에서 응축된다. 그리고 발사되었다.

0.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검은 구체가 아벤트에게 도달했다. 거대한 검은 구체는 빠르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스파크를 내며 주위에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쾅!!

쿠르르르르 쾅 쾅.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연구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멸됐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수 많은 분진과 2차 붕괴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커억... 콜록 콜록 젠장 아껴뒀던 신화급 아티펙트까지 써야 겠냐고..."

한우울이 방을 나와서 먼저 찾은 건, 낡은 보물상자, 먹다남은 과자봉지를 집어던지며 재빨리 부서지기 직전의 이상한 지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가 녀석에게 한방 먹였다. 그 후로 기억은 몇초간 끊겼다. 눈을 떴을 때, 연구실 밖에 있는 중앙 영맥 근처에 튕겨진 상태. 아마 기억나지 않지만 파괴마법의 반작용으로 연구실 창문을 부수고 몇 미터 날아가 떨어졌을 것이다. 한우울은 자신의 오른 손에 쥐어져 있는 재가 되어 타오르는 지팡이를 바라본다. 신화급 아티펙트 [죽음의 지팡이]는 내구력이 다 됐는지 재가 되어 소멸되어가는 광경이다.

자신이 사용한 마법

방금 전 그마법은 고대 전술급 파괴마법으로 분류되는 [어둠의 흉수]라는 흑마법이다. 일정범위 안의 모든걸 소멸시키는 극강의 마법. 범위자체는 작지만 연구실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쓰면 피할 수 없다. 무조건 맞는다. 뭔가 의문이 든다고? 어떻게 마법을 사용했냐는 얘기라면 물론 영체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마력을 담고 있는 육체가 없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한가지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건 자체 저장된 마력이 저장된 [스크롤형태]의 아티펙트라면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영지 한채 값이 날아갔구만..."

한우울은 비틀되며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진 한 소녀를 보았다.

"민정아..."

한우울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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