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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거짓(3)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존재했다는 감각만이 있다. 떠올릴 수 있는 건 500년 후의 나 자신의 모습, 내가 이룬 업적 그리고
나의 최후
아벤트는 조소한다. 그 기억마저도 전부 오리지널이 아니다.
만들어진 이상(理想)
랜아티우니스에 의해 원본에서 베껴온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라는 걸
랜아티우니스
룬어로 미래를 먹고사는 벌래. 이 벌래에게 가능성(미래)을 먹혀버린 숙주에게 남아있는 건 죽음이라는 가능성 뿐. 랜아티우니스가 먹지 않는 죽음에 의해 숙주는 자연계에게 폐기권고를 받게 된다. 사고사, 병, 도플링거의 의한 살해. 한우울처럼 어이없는 죽음을 맡게 된다. 랜아티우니스는 또다른 먹이감을 찾기위해 도플링거, 운반자에 의해 다른 대상을 찾는다. 그런 사이클이 계속되는 벌래, 아니 기생충이다.
"거짓의 끝에 남는 건 공허 뿐인가..."
벌래에 의해 만들어 진 자신. 무의식적으로 접촉한 다른 대상에게 랜아티우니스를 옮겼을 것이다. 이미 케리어로써 자신의 본분을 다한 도플링거. 그 거짓된 허상의 최후 또한 정해져 있다.
죽음이 다가오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거짓으로 쌓아올린 허영의 탑이 무너진다... 어떤 결과로도 말이야...하지만 운명이라는건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다... 아벤트 넌 그걸 알고 있을 거다!"
아벤트는 어깨에 힘을 준다. 이미 소멸해버린 하반신에서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된다.
이미 결과는 나와있다. 단지 아벤트는 부정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추한 자신이지만 그는 포기 할 수 없다.
이곳에 존재하는 자신과 자신의 의지는 단 하나 아벤트가 가진 오리지널이었으니까.
남은 생명마저 아벤트는 포기할 수 없다.
거짓 속에서 태어난 값진 생명. 아직 유한하다. 유한하다는 말은 동적인 정지가 아닌 다른 가능성을 낳는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크아아! 힘들어 죽겠네..."
그렇기에 아벤트는 욕지꺼리를 하며 암석지대를 긴다. 그 미친 언데드가 곧, 따라잡을 것이다. 몸을 숨길 장소를 찾아야한다. 아벤트는 암석지대 넘어, 낭떠러지 끝에 조그만 공간을 발견했다. 저곳에 숨어있으면 분명 모를 것이다.
아벤트는 이를 악물며 벼랑 끝을 향한다. 그때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뭘 그렇게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 겁니까. 이미 당신에게 가망은 없을 터"
그리고 그 뒤에 죽음의 장의사가 서 있었다. 아벤트는 웃으면서 말했다.
"흐흐흐 아직 나의 생명은 유한하다. 그 끝이 죽음에 가깝더라도 나는 한줌의 가능성을 포기 하지 않아. 그게 아벤트라는 마법사의 인생, 거짓된 존재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이니까."
"그럼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소멸됩니다. 이미 당신에게 생존이라는 가능성은 나의 어머니의 유품을 부순 시점부터 존재하지 않죠."
"그건 해봐야 아는거다... 멍청한 언데드야!"
아벤트는 벼랑 끝으로 열심히 기어간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오는 무덤지기에게 따라잡힌다.
드르륵
죽음의 장의사는 삽을 지면에 꽂으며 아벤트를 가로막았다.
"자! 이제 어떻할거죠. 마법사 양반 아니, 마법사였던 양반..."
"그래. 내게 바라는게 뭐지?"
"바라는 것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무덤지기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아벤트를 바라본다.
"아... 모르겠는 걸. 너같은 하급언데드의 비위를 맞춰 줄 정도로 이 아벤트님은 한가하지 않아."
"그렇습니까..."
무덤지기의 삽이 공중에 뜬다. 그리고 빠른속도로 아벤트의 손가락을 향해 추락했다.
"크아아아악"
순간 손가락 3개가 단번에 잘렸다. 피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아벤트에게 확실히 전해졌다.
"저 혹시 일반 언데드와 저와 같은 이성을 가진 언데드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요?"
고통스러워하는 아벤트를 보며 무덤지기는 질문한다. 아벤트는 죽일 듯 무덤지기를 노려본다. 하지만 무덤지기는 태연히 말한다.
"정답은 이루고 싶은 욕망이 클수록, 높은 지능과 이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흐흐흐 그래서 무슨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 욕망이라는 건 아주 단순한 것에서 부터 시작하죠. 뭐 예를 들면 돈에 대한 욕심, 사랑, 제 같은 경우에는 후회죠."
무덤지기의 안광이 흔들린다.
"100년 전, 어떤 희귀 아이종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몸값은 부르는게 값이라 아인종 사냥꾼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그 가족은 아인종 사냥꾼의 눈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아인종 무리 중, 멍청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항상 불만이었죠. 왜 이런 깊은 산속에서 숨어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불만을... 그 멍청한 아이는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 도시로 놀러 갔습니다. 그리고 아인종 사냥꾼들의 눈에 띠었죠. 하지만 아인종사냥꾼들은 그 아이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 멍청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덮쳤습니다. 무참히 가족들을 살해했습니다. 그 멍청한 아이 때문에... 나의 가족은 목숨을 잃은 겁니다. 그 후회가 그 깊은 죄가 이 무한한 속죄의 고리 속에 절 던져넣었죠. 그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들의 무덤을 만들고 영원히 잠들지 않고 그 무덤을 지키는 일이었죠. 그건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죄마저 지킬 수 없었다. 홍수로 인해 산의 지반이 붕괴되며 가족의 무덤이 쓸려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내게 남은 건 어머니의 유품 뿐이었죠. 그 유품을 당신이 부셔버렸죠."
무덤지기의 안광이 더욱 강렬하게 타오른다. 아벤트는 비웃는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뭔가 감상평을 해줘야겠지? 내게 드는 생각은 미련, 후회 고작 그런 미련한 감정으로 생을 살고 있다니, 정말 바보 같은 인생이다. 이미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듯 너의 행동에는 아무 의미도 얻을 수 없지. 그건 단순히 자기만족. 아니 자해행위라고 해야 정확할까... 뭐 그건 너의 인생이니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 포커스를 맞춰 볼까? 너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 건 어머니의 유품 부셔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지 본 목적은 그러기 위해 존재했지, 아마도 아인종 사냥꾼에게서부터 아이들을 피신시키기 위한 도주용 공간도약 아티펙트.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두번째 생을 살고 있는 널, 어머니가 구했다. 그 반지는 이제서야 목적을 완수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의미없이 품고 있는 것보다. 더욱 값지게 쓰였지."
아벤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차 말했다.
"한가지 더 착각하고 있는 건, 너의 분노의 대상이 잘못되어있다는 거다. 소멸마법을 쓴 건 한우울이다. 애초에 그녀석이 저지른 짓. 우리는 불가항력에 말려들었지. 결국 개죽음 당하기 전에 너의 소중한 어머니의 유품이 우리를 살렸다. 쓰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죽었을거야. 복수의 대상은 바로 한우울 알겠냐?"
무덤지기의 안광이 수그러든다. 그 모습에 아벤트의 긴장감도 같이 수그러든다. 그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자신의 하고 있는 짓이 외줄타기라는 것을 안다. 무덤지기를 설득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 외줄타기는 성공적인 듯 보였다.
"역시 마법사들은 말을 잘해. 정말 당해낼 수 없다니까. 하지만 너가 부셨다는 잘못은 없어지지 않아."
무덤지기는 삽을 높게 쳐들었다. 검은 색의 낡은 삽이 반짝인다.
[영혼을 잠재우는 안식]
일반 생명체에겐 물리적인 삽으로 내려치는 타격 뿐이지만 영체에게는 200% 영체타격능력을 가진 아티펙트. 아벤트에겐 영체상태의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다.
"잠깐!"
아벤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흐흐흐 편히 잠드소서! 아멘!!"
무덤지기의 광기의 눈동자는 이미 어둠이 지고 있는 숲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공기를 가르는 검은 섬광은 연이어 둔탁한 음을 만든다.
퍽 퍽 퍽
"크아아악"
단말마 같은 비명과 함께 죽음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