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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거짓(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자신은 천천히 칼 끝으로 다가간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그순간 자신의 인생이 짧은 단막극처럼 펼쳐진다. 행복한 기억. 선명한 최근의 기억이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애완견 유아연이 웃고 있다. 마법사친구? 아님 비지니스 파트너? 정의 내리기 힘든 서예린의 얼굴과 멍청한 식탐가 우량아, 전기선, 딱히 추억다운 추억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미건조한 삶에서 조금 시끌벅적해졌다는 건 확실하다.
"내겐 그 기억이 전부니까."
선명해지는 칼끝, 그 기억마저도 날카로운 선단에 잘려나가든 멀어진다.
툭
쿵
"윽!"
순간 옆에서 덮쳐온 중량에 한우울은 옆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자신을 덮친 누군가를 바라본다.
"송민정..."
"이게... 뭐하는 짓이야!!"
자신의 위에 올라탄 채 울고 있는 한 소녀를 보았다. 금발을 천사는 확실히 날 보고 있다.
"어떻게... 내가 보이는 거야?"
나의 가슴을 잡고 울고 있는 천사. 난 그녀에게 닿을 수 있다. 그 기쁨도 악령화 침식은 이미 목까지 타고 올라왔다.
"민정아... 안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널 해칠지도 몰라... 그 검으로 날 죽여! 민정아..."
얼굴까지 검은 핏줄이 점령한다.
"안돼... 악령화가..."
송민정은 한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한우울이 잡고 있던 마지막 이성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본성을 들어냈다.
"크아아아아악"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한우울은 짐승의 소리를 내며 송민정의 몸 강하게 끌어앉는다. 그리고 자산을 구겨 넣듯 송민정의 안으로 침투한다.
"으아아아악"
송민정인 비명을 지른다.
검은 핏줄이 송민정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산자의 몸을 탐하는 악령, 산자의 몸을 빼앗아 다시 생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그건 영체의 원초적인 본능과도 같다. 마치 살을 베어내고 뼈를 자르는 고통 속에서 송민정은 한우울에게 말했다.
"아악...우울아... 널 죽일 수 없어..."
검은 기류와 함께 점점 송민정은 침식당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우울을 놓지 않는다.
"넌 내게 은인이라는 걸...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처음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깨닫게 해줬어... 지금까지 나는 작은 새였다고 생각해... 단지 교회라는 작은 새장 속에 갖혀 그들이 원하는 것만 노래했고 항상 말잘 듣는 작은 새로 남아 있어야 했어. 하지만 그 새는 밖을 원했어, 그래 자유를 말이야. 넌 나에게 그곳이 좁은 새장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줬어.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법을 가르쳐줬지. 그뿐만 아니야.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즐거웠어. 교회 묶인 천사라는 족쇄를 잊게 해줬어. 행복했어... 네가 흑마법사라해도 많은 죄가 있다 하더라도, 난 널 좋아해."
물방울이 한우울에게 떨어진다.
"크흐흐흐흐흐"
짐승의 울음소리 한우울은 더 이상 아무것도 그에게 들리지 않는 듯 보인다. 송민정은 결심한 듯 한우울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널 도울 차례야. 너의 고통 내가 덜어줄께."
송민정은 방어구를 제외한다.
툭
철재 경갑옷이 떨어졌다. 그 순간 악령은 빠르게 송민정의 육신을 향해 파고 들었다.
"아아아아악"
송민정은 알고 있었다. 신성방벽을 가진 방어구는 영적 침식을 느리게 만든다. 마치 자신의 몸을 내어줄 듯 송민정은 영적방어기능을 모두 해제했다. 순간 악령화된 한우울은 송민정의 전신을 타고 그녀의 몸을 휘졌는다.
쿨럭
지면에 붉은 선혈이 흐른다. 송민정은 피를 토하며 지면에 주저 앉았다. 그녀의 의식은 흐릿해져간다.
"아직 의식을 잃으면 안돼..."
송민정은 신성력을 개방한다. 그녀의 순백의 날개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고농도의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그녀의 전신을 정화하기 시작한다.
고운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천사의 노래
그건 노랫말 없는 단순한 음율, 고운 음율이 메아리치며 폐쇄된 지하를 가득 메운다.
마치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음율.
[신성찬트]
고대 천사들이 신에게 바치기 위한 찬양의 음율 그 음을 재해석한 [빛의 화환] 모든 영체, 생체, 상태이상 해주시켜며 회복시킨다. 상태이상이 해주 불가능일 경우, 일시적으로 진행을 멈추게 한다.
그 음은 모든 부정한 것을 몰아내는 신의 가호, 그건 손상된 영체마저 수복하는 절대적인 권능. 한우울은 괴로운 듯 소리친다. 송민정의 몸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도망칠 수 없다. 송민정의 몸은 마치 감옥처럼 악령을 강하게 붙잡고 있다.
"크아아아... 이...건..."
한우울은 신성력의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송민정의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부서진 얼굴 그속에서 한우울의 영혼이 보인다. 한우울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천정을 보고 있다. 부서진 암반은 서로 교차하며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살아 있는 건가..."
털썩
순간 한우울의 옆으로 쓰러지듯 누은 송민정, 그녀는 갸쁜 숨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응..."
"어떻게..."
"나의 사랑의 힘이 컸기 때문일까?"
"흥...뭐라고 하는거야? 지금 이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한우울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은 침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온전히 정신만 돌려놓은 것. 신성력의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악령화는 진행될 것이다.
"농담 아닌 걸. 간절히 원했으니까. 하느님이 도와주신 거겠지."
"하느님... 그런 게 있기나 한 것일까..."
그때 한우울에게 꿀밤을 날리는 송민정
탁
"아... 뭐하는 짓이야..."
"함부로 누군가를 위해 죽는다는 말은 하지마."
"...."
"이세상에 순고한 희생은 없는 걸.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내겐 감당하기 힘들어."
"미안. 하지만 이미 난 죽어버렸어. 더이상 이세상에 존재할 수 없어. 악령이 되거나 서서히 소멸하겠지."
한우울은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 투명한 손은 더 이상 이세상의 간섭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송민정은 한우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손을 잡는다. 느낄 수 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가능한지 이해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보다 그녀의 따뜻한 손을 잠시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근거 없는 얘기지만 웬지 모르게 믿어버릴 것 같아."
한우울은 송민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날 바라본다. 한우울이 바라본 송민정은 더 이상 새장 안의 새가 아니었다.
"널 되돌릴 거야. 그러니까. 내게 말해주지 않을래?"
"진실에 다가간다는 건, 그 만큼 위험해져. 괜히 나 때문에 그러지마. 교회와 싸울 수도 있다고..."
"네 걱정하지마. 난 한우울 편인 걸. 더 이상 망설이거나 흔들리지 않을 거야."
송민정은 한우울의 손을 꼭 잡았다.
"어째서야... 우린 고작 몇 개월 본 사이라고..."
"그런말하지 않기! 난 네 여자친구라고!"
송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풋...흐흐흐"
한우울은 씁쓸하게 웃는다.
"왜 웃는거야."
"그런게 이유가 될 수 있는 거야? 난 흑마법사고, 날 도와주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물론 알고 있어. 하지만 널 내버려 둘 수 없는 걸."
그렇게 말하는 송민정에게 한우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알겠어. 송민정. 진짜 너가 그렇다면 말리지 않을 게 이 사건을 전말을 듣는게 먼저겠지?"
한우울은 결심한 듯 송민정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