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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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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늘 아침은 족발이구나!.... 아니 바베큐?"
의미 모르는 통돼지가 식탁에 올라와있다. 뭔가 다른집과는 스케일이 틀리다. 돼지 한마리가 통째로 쌈펴 자신의 뱃살을 자랑하듯 누워있다. 그것보다 놀라운 건 밥공기었다. 마치 세숫대야 크기의 밥공기, 밥이 쌓이다 못해 위로 치솟고 있다. 그러한 밥공기가 3개, 나머지 하나는 일반적인 식기의 밥공기가 있다.
그렇다.
우리 집안은 상당한 대식가.
식비만 한달에 200만원 넘게 나온다.
하지만 전혀 식비에는 절약이라는 단어는 없다.
"오... 아침부터 기름지게 시작하는군... 역시 우리 아내야!"
안방에서 튀어 나오는 중년의 남성, 입에는 이미 봉사탕을 입에 물고 있다. 바로 저사람이 이 집의 가장, 우직한님. 다부진 체격, 들어올려진 T셔츠 사이로 탄탄한 복근이 보인다.
"엄마 아침부터 족발이라니... 살찐다고요!"
우연화는 인상을 찌뿌린다.
"우리 연화 살이 어딨다고? 후훗 자 어서 앉자구나."
우리 4식구는 자리에 착석했다. 다들 거대한 세숫대야 밥그릇 하나씩 붙잡고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밥공기의 주인은 뜻 밖에 우량아였다.
우연화는 일반 밥공기를 보고 비웃었다.
"넌 그렇게 적게 먹는데, 살이 미친듯이 찌냐. 어디 아픈거 아니야? ㅋㅋㅋ"
"윽... 내가 비정상이 아니라 당신이 이상한 거라고!"
어릴 때부터 우리집은 조금 이상했다. 대식가도 대식가 나름이지, 전기 밥솥이 사람수만큼 있다니... 1인 1 밥솥, 도대체 위가 어떻게 생겨먹은 거냐고?
아버지는 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종종 생각하지. 사람의 미덕은 잘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 잘먹는 것으로부터 복이 들어와. 고로 많이 맛있게 먹도록! 좀 더 노력해봐 인마. 노력한다면 우리들의 대열에 끼일 수 있다고."
"그게 무슨 논리인지..."
나는 합리적인 식생활을 연구하는 학도로서, 이런 비논리적인 식생활을 인정할 수 없다. 매일 저렇게 먹는다면 죽는다고? 생물인 이상 적당하게 효율적이게 먹어야 한다.
"안돼 아빠. 우리처럼 먹으면 저 녀석 진짜 돼지가 되버려."
"어머... 좀 더 돼지스러우면 귀여울 것아~ ♡ 좀 더 볼살이 있으면 물렁물렁하고 좋겠지? 후훗"
어머니는 우량아의 뺨을 늘어뜨리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가끔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이 진심인지 아님 디스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배고파...다들 잡담 그만하고 식기 전에 먹자고"
아버지는 저분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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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뼈다귀로 바뀌기까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가족끼리의 식사는 매일 아침 보는 광경이지만 전혀 적응되지 않는다. 저렇게 수북하게 쌓여있던 반찬도 밥도 한순간 사라지는 광경은 마법이라고 해도 무관했다. 밥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우량아는 멍하게 그광경을 지켜보았다. 정말 우리가족은 사람이 맞는 것인가? 설마 사람 모습을 한 돼지는 아닐까? 그보다 왜 저렇게 먹는데 살이 찌지 않는 거냐!
"뭘 뻔히 보고 있어. 밥 안먹어?"
"어..."
누나는 말했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어 그래? 다먹었지 그럼. 동생의 다이어트를 위해 내가 먹어주지!"
어느새 탑을 쌓은 밥은 없어지고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자신의 밥까지 강탈한다.
"어머... 량아. 어디 안좋은 거니? 밥먹는 모습이 왜그래?"
"아니 뭔가 식욕을 없네..."
우량아는 수저를 내려놨다.
"설마 진짜 다이어트 하는 거냐? 이자식 남자는 그정도 뱃살은 있어야 돼!"
우량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우량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저녀석 왜 저래?"
우직한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들의 뒤를 바라봤다.
"아버지. 그냥 놔둬. 이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자각했나보지. 요즘 시대 외모는 엄청 중요한 걸, 여친이라도 사귀려면 살 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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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아는 외출을 했다. 물론 산책하러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다. 한가한 공휴일 오후, 우량아에게 산책이란 은어다. 즉 효율적인 식생활을 편집하기 위한 데이터 취득, 그 모든 것이 합리적인 식생활을 위해서다. 일명 맛집 탐방 도로를 발 닿는 곳을 걸어다니며 새로 생긴 맛집을 찾는다. 그리고 가격과 맛을 비교, 데이터를 기록한다.이 효율적인 식생활 3권에 말이다.
"요번엔 여기로 할까?"
[불난 떡볶이]
새로생긴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이다.
우량아는 모자를 꾹 눌러쓴 채,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과 가장 가까운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간간히 있었지만 아는 사람은 없다.
"다행이군."
우량아는 시선을 돌리며 메뉴판에 집중한다. 일단 메뉴판에 사진부터 찍는다.
"음...떡볶이 한그릇에 4000원이라... 너무 비싼거 아니야?"
합리적인 식생활에서 높은 가격은 제외 대상이다. 하지만 꼭 높은 가격이라고 제외대는 건 아니다. 말그대로 그 가격에 합당한 맛을 증명한다면 합리적인 식생활 노트에 기재되기 합당하다.
"어서오세요. 뭘로 드릴까요?"
상당히 예쁜 알바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량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세트 1번으로 주세요."
""만두, 오뎅, 쿨피스, 순떡. 네 알겠습니다."
그 종업원은 메뉴를 확인하고 떠나갔다.
우량아는 한숨을 쉬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여자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분명 모태솔로의 중증 증상이다.
딸랑 딸랑.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소년, 주방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퀵 부르셨죠?"
"그래. 요새 자주 보네."
"요즘 이 동내 퀵배달이 많거든요."
"퀵인가..."
우량아는 흥미를 잃어버렸다. 남자에게 흥미없으니까. 우량아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노트 편집작업을 계속한다.
"자 이거 배달해주면 돼."
"그럼 안녕히 계세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그떄 우연히 우량아와 소년은 눈이 맞았다.
"오! 이게 누구세요. 집주인 형!"
그 소년은 우량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소년은 우량아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어... 너는 확실히...!"
우량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량아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그렇다 그 소년은...
"누구냐 넌...! 전혀 기억 안나는데... 나 알아?"
우량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형. 저번에 월세 수금하러 다닐때, 실라 빌라 아파트 204호에[전기선]이라고 합니다. 몇칠 전에도 한번 뵙었는데 기억 못하시네요."
소년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아... 확실히... 그런 이상한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우량아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형 혼자세요?"
전기선은 의문의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친구가..."
"역시 친구하고 같이 오셨는가요. 재밌는 시간 보내세요."
"으...응..."
그 미소년은 미소짓고 몸을 돌렸다. 그순간 갑자기 멈춰섰다.
"중요한 거 잊어버릴 뻔했다."
전기선은 머리를 탁치며 다시 몸을 돌렸다.
"저... 죄송한데... 요번 집세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다음주까지 꼭 넣을께요."
"어...어..."
"정말 감사합니다. 꼭 다음주에 넣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전기선은 싱글벙글거리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모습을 지켜보면서 한동한 우량아는 멍하게 있었다.
"여기 세트 1번 나왔어요."
종업원은 그렇게 말하며 떡볶이를 가져왔다. 좋은 향기가 풍겨온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다. 젓가락을 들었을 때, 멈칫했다.
"친구인가..."
친구라면 나와 비슷한 동류, 처음으로 학식에서 본 그녀석을 생각난다. 녀석도 어엿한 합리적인 식생활의 부원, 한가한 지금 부활동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진정 합리적인 식생활에 대해서 구체적인 코치를 해주려면 주말이 아니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뭐...혼자 먹기보다 누군가 있는 편이 좋겠지?"
우량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저장된 한우울 부원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외롭게 어디선가 혼자 밥먹고 있겠지. 불쌍하니까. 내가 불러주겠어! 가랏 송신!"
휴대폰을 높게 치켜든 우량아는 통화버튼 꾹 눌렀다.
또르르 또르르
탁
"오 나의 친구 한우울인가!!"
"젠장 잘못눌렀네"
탁 삐 삐 삐 삐
설마... 종료버튼을 누르려다가 통화로 잘못 줄렀다는 뜻은 아니겠지...
"나의 친구가 그럴리가! 이상한 의심암귀는 가지면 안되는 법! 다시 가랏!"
우량아는 통화를 눌렀다.
삐 삐 삐 삐 삐
몇초 후, 아리따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지금 통화를 할 수 없으니...."
통화
뚜르르르 뚜르르르
삐 삐 삐 삐 삐
통화
뚜르르르 뚜르르르
삐 삐 삐 삐 삐
통화
툭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너 뭐냐!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한우울은 화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아... 친구여! 휴일 잘지내고 있는가?"
"너 때문에 나의 소중한 휴일이 4초 빼앗기고 있어. 끊자."
"자... 자... 잠깐 성질도 급한 사람! 내 얘기를 들어봐!"
"합리적인 식생활이니 뭐라느니, 또 헛소리 지꺼릴려고? 너 이거 정신적 테러행위야. 그만 해라. 끊는다."
"자... 잠깐...그런게 아니라니까. 자 들어봐. 새로운 부원을 소개시켜줄려고 그러는거야."
"새로운 부원?"
"그래 합리적인 식생활의 꽃, 붉은 색 옷을 좋아하는 여성부원이야."
"뭐... 여...여자라고..."
한우울은 조금 관심이 생겼는지 우량아의 말에 경청한다.
"그래. 내가 소개시켜주지. 그말은 즉 너도 여자사람 친구가 생기는 거야."
"으...음... 조금 흥미롭군... 착각하지마라 내가 여자 떄문에 가는게 아니야. 단지 인간관찰의 일환으로 가는 거니까."
한우울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알겠어. 여기 xx동의 떡볶이 집이다. 당장 튀어와."
툭
우량아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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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소개하지. 여자부원을 소개하지. 여기 이분의 이름은 떡볶이님이야!"
우량아는 자랑스러운 듯 그 여부원을 소개했다. 한우울은 접시에 담겨진 여부원을 응시했다. 우량아가 말한 여부원은 붉은 빛을 내비치며 탐스럽게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여부원이다. 한우울은 몇 초간 멍한 상태로 떡볶이를 응시했다.
"이 개자식!"
한우울은 반대편에 있는 우량아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오...오... 진정해 한우울군... 숨을 숨을 못쉬겠어..."
"날 속여. 개자식 죽어! 죽어!"
"켁 켁...소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그녀는 훌륭해 이... 이... 합리적인 식생활 노트에 기록되기 충분한 맛을 보장하고 있지... 그런 그녀를... 소개한 거라고?"
"그래... 그래서 떡볶이를 의인화 시켰냐? 병신아!!"
"내 말은... 그개 아니라... 너도 그녀와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자 한 입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데!"
우량아는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 떡볶이를 권했다. 한우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의욕을 잃었는지 그대로 의자에 털석 앉았다.
"내가... 고작 너 따위에게 농락당하다니..."
"농락이라니 가당치도 않아. 자... 자 빨리 식기 전에 먹어봐!"
한우울에게 떡볶이를 권하는 우량아. 하지만 한우울은 뭔가 눈치 챘는지. 우량아를 향해 썩소를 지었다.
"흐흐흐 알겠어. 너! 혼자서 떡볶이 먹는 게 이상해 보일까봐! 날 부른거지..."
"크악...."
심장이 아프다. 설마 진실을 찔러 올 줄이야. 한우울 부원 방심할 수 없는 인간이다.
"어떻게 그걸..."
"너의 그 멍청한 두뇌 내가 다 꿰고 있지."
튀김을 집어먹으며 한우울은 말했다.
"야 난 바쁜 몸이라고 너와 놀아줄 시간없다."
그렇게 손을 털면서 한우울은 일어섰다.
"흐흐흐 나도 알고 있지. 너와 나는 동류. 너가 나의 생각을 알고 있듯 나도 널 알 수 있어. 어차피 할일 따윈 없잖아!!"
우량아는 진지한 눈빛으로 한우울을 바라봤다. 한우울은 조금 당황했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뭔... 할일이 없어...내가 얼마나 바쁜데... 애완견 산책도 시켜야 되고 빨래도 해야 되고..."
"흐흐흐 내가 이겼군..."
"윽... 이 한우울이... 저 따위 돼지에게..."
자괴감에 빠진 한우울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한우울도 알고 있었다. 이미 저런 내용을 주절주절 외는 순간부터 이게임은 진게임이나 다름 없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