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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쾅
"헉...헉...헉..."
우량아는 현관문을 닫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건... 이건..."
우량아는 이마에 손을 댔다. 그 서늘하고 기분좋은 감촉이 아직 이마에 남아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내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다. 석양이 빛과 함께 그녀의 손이 이마에 닿은 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심장을 빼앗겨 버렸다.
두근 두근
미친 듯 뛰고 있는 심장도, 그 차가운 촉감도, 순수하게 빛나고 있는 그녀의 얼굴도, 한 순간의 꿈처럼 아련히 머릿속을 떠돌고 있다.
두근 두근
"그래... 이건 사랑이야..."
우량아는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움켜진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기분 좋은 여운을 되새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하냐 현관에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이상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고 있겠지. 우량아의 예측은 실로 정확한 것이었다.. 움직이기 좋은 청바지, 간편한 티셔츠를 입고 검은 케이스를 지고 있는 여성.
"하악 하악 말 걸지. 말아줄래. 지금 딱 좋거든..."
"너 얼굴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역겨운거 아냐? 변태새끼 딸이라도 칠거면 방에서 해! 현관 앞에서 길막하...말고!"
퍽
순간 엄청난 위력의 발차기가 날아왔다.
퍽
"쿠액"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지면을 구르는 우량아. 우연화는 뒹굴고 있는 우량아를 피해 현관문을 열었다.
"아악... 미친 명치 찼어... "
우량아는 우연화를 노려본다.
"오늘밤도 얌전히 방 안에 박혀서 딸이나 치고 있으렴. 알겠지?"
우연화는 그렇게 천사의 미소를 짓는 우연화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빌어먹을 마녀!!! 할망구!!"
들리지 않는 외침.
휭
순간 현관문이 열리고 재차 날아오는 발차기
퍽
"쿠액!"
"나 아직 20대거든"
재차 등장한 우연화는 응징을하고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귀가 좋은 우연화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은 아니었나보다...
.
.
.
.
"아... 아직도 아프네..."
우량아는 샤워를 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무슨 일인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검도장 때문이라고 쳐도 어머니는 이시간에는 꼭 집에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다. 요즘 따라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할까.
"어머니도 참. 마실가더라도 아들 밥은 차려주고 가야지."
우량아는 아빠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한다. 대부분 술과 안주꺼리가 전부.
"럭키 여기 남은 치킨이 있군."
[우량아는 3점의 치킨을 획득하였습니다.]
"히이이~ 오징어와 마른 안주가 전부인가..."
우량아는 망설이지 않고 냉장고를 닫았다. 득템한 건 3점의 치킨이지만 아직 실망하기 이르다. 우리집 냉장고는 총 3대 있으니까!
우선 첫번째로 아까 뒤졌던 아빠 냉장고, 대부분 마른 안주꺼리와 맥주, 소주로 항상 가득차있다. 어차피 이 냉장고는 버리는 카드였다.
"보물 창고라고 한다면! 엄마 냉장고지!!!"
우량아는 크게 웃으며 옆 냉장고에 시선이 향했다. 거의 아빠 냉장고의 2배 수준의 거형냉장고, 이거 왠만한 업소형 대형 냉장고 아닌가...
냉장고 문을 열자, 미친 듯한 엄청난 양의 식재료들로 가득 차있다. 우유, 치즈, 잼을 비롯한 유제품, 중앙엔 어른 돼지 두마리.... 두마리? 저게 들어가긴 하는 건가? 아래칸엔 채소류가 있고 그 제일 위 칸엔 먹고 남은 음식이 랩으로 감겨있다.
"럭키! 볶음밥 득템!"
어제 야참 김치볶음밥을 발견한 우량아, 랩으로 쌓여진 김치볶음밥을 높게 치켜든다.
[우량아는 남은 김치볶음밥을 습득했습니다.]
"으음... 하지만 뭔가 부족해, 부족하단 말이야..."
분명 음식재료는 넘치고 넘친다. 하지만 요리를 하지 못하는 우량아로서는 먹지 못하는 식량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군. 금지의 영역에 손을 대볼까?"
바로 옆 냉장고를 향한다. 그곳엔 A4용지로 대문짝 만하게 적혀있는 섬뜩한 글자가 눈에 보인다.
[관계자 외엔 접근금지]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수량체크 되어 있음. 특히 우량아 죽는다.
"허허허... 협박이 귀엽군. 우연화씨..."
우량아는 경고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냉장고 손잡이를 잡았다.
"아악!"
순간 무언가 우량아 손에 박혔다.
"지독한 구두새! 냉장고 문 손잡이에 압정을 심어놓다니..."
우량아는 손에 박힌 압정을 제거하며 누님의 지독한 성격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하지만 이런걸로는 날 막지 못한다고!!"
우량아는 단번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 펼쳐진 건 음식의 파라다이스.
푸딩, 케이크를 비롯한 이온음료, 젤리, 초콜렛, 닭가슴살 샐러드 등.
온통 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음식들로 가득했다.
"흐흐흠 우리 누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먹어볼까나..."
우량아는 흥얼흥얼 거리며 일단 케이크와 초콜렛, 음료를 챙겼다.
[케이크, 초콜렛, 이온음료 획득]
"하하하! 자 이제 합리적인 식생활을 개시해볼까!"
우량아는 흡족한 표정으로 개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깨끗하게 음식은 흔적도 없이 소멸됐다.
잘 먹었습니다.
합장을 하며 그렇게 우량아의 합리적인 저녁식사는 끝났다.
.
.
.
.
"꺄앗!"
"음냐 음냐... 커억..."
우량아는 이상한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방문 틈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 누군가 돌아온 모양이다. 우량아는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고 어머니, 아버지, 누나는 방금 들어온 옷차림이다.
"오셨어요."
"어 갔다왔다."
아버지는 조금 지친 표정을 말했다.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많이 배고프죠. 빨리 저녁 준비 할게요."
"뭐야 밥도 안 먹었어?"
"워낙 바빠서 말이지."
아버지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꺄앗!"
그때 재차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버지와 나는 주방 쪽에 시선이 향한다.
"우리딸 왜 그러는 거야. 아까전부터."
우연화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좀비처럼 주방에서 걸어나온다.
"뭐야? 생리라도 하냐 음하하하하!"
우량아는 우연화의 그모습을 비웃는다.
"너지..."
"엥?"
"너가 내 냉장고에서 초콜렛을..."
이미 찌그러진 초콜렛 껍데기를 소중하게 쥐고 있는 우연화, 우량아는 귀를 후비며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시끄럽게 꺄꺄 거린거냐. 그거 얼마 한다고, 되게 그러네. 나중에 사줄께."
"이게... 이게... 먼지 알아..."
우연화는 부들부들거리며 말을 잇는다.
"초콜렛!"
우량아는 눈을 두번 깜빡이며 말했다.
"하루에 한개씩 아껴먹고 있는 벨기에 산 고급초콜렛 세트 69만원 토 해놔!"
우연화는 울쌍을 지으며 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쿠악... 그만 죽는...다."
"죽어. 죽어 돼지새끼야!!"
"캬!! 이맛이야. 고로치 좀 더 싸워라! 헤드락도 쫌 걸고!"
아버지는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가져온 맥주를 한 목음 마시며 싸움을 부추긴다. 우량아는 어머니를 향해 손을 뻗으며 도움을 요청한다.
"어머...니.. 저 죽습니다... 말려 주..."
하지만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뛰면서 말했다.
"역시 남매는 싸우면서 크는 법이겠죠. 그래도 다치지 않게 놀아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보통 형제도 이렇게 놀진 않는다고!! 아무래도 이사람들 우연화의 근력 수준을 전혀 알고 있지 않다. 녀석의 악력과 근력은 성인남자를 넘어서 잘 단련된 전문 격투선수의 근육이라고!
우량아는 그대로 연속기로 헤드락을 당한다. 이미 목뼈는 엄청난 힘에 삐걱 삐걱 거린다. 세상이 노랗게 변한다. 미친 듯 손을 휘저으며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이사람들 지금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아...아...아..."
우량아의 눈은 이미 반쯤 돌아간 상태. 그리고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