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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9)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침묵이 흐른다.
노을이 지는 교정, 둘 밖에 없는 공간 안에 적막한 침묵은 우량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때 하연서는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음... 우리 도대체 1시간 동안 한 게 뭐지? 이상한 격투 게임 이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은가? 도대체 이 상담은 뭘 위해 존재하는 건가!"
우량아는 테이블에 손을 짚으며 하연서를 강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한 게 없다니 조금 섭섭하군요. 우선 최대의 성과는 우량아. 당신의 글러 먹은 마음을 고쳐먹게 만든 만큼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데요."
"글러 먹다니. 마음에도 없는 말 적당히 하시지!"
"아...죄송합니다. 무심코 진심이..."
"설마 진심이었단 말인가!!! 크윽"
우량아는 심장을 잡으며 소파 뒤로 넘어졌다. 하연서는 우량아의 어색함을 지우기 위한 오버액션 콩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량아 당신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점심시간에 본 당신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거든요."
"아... 그랬나..."
우량아는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연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우량아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의 지킴이 역입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자살 충동이나, 이상한 짓을 하고 싶을 때는 부디 절 찾아주세요. 누군가 얘기 하는 것 만으로도 그런 충동, 이상한 기분은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연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그녀는 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뭐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전혀 자살충동이나 그런 거 없거든..."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상한 변태 행위가 하고 싶거나, 성추행하고 싶을 때도 관계 없습니다. 전 우량아 당신을 절대로 성범죄자로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충동이 있을 경우, 부디 절 찾아주시면 됩니다."
하연서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에게 한줌의 거짓도 없다.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돕고 싶은 거다. 마음은 기쁘지만 왜 이렇게 슬픈 것일까...
"뭔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어 당신! 난 그런 정신이상자도 변태가 아니라고!"
"네. 알고 있습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그거 아님...?"
"아닙니다. 서류 상으로는 당신은 2급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정신이상자이 있는 1급은 아닙니다.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2급?"
"앗...아무것도 아닙니다 말 실수를..."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냐! 바른 말로 고하지 못할까!"
우량아가 격노하며 노려본다. 하연서의 말 실수 상당히 눈동자가 흔들린다. 하연서는 하는 수 없이 털어놓았다.
"사실... 선도부는 체계적으로 문제아를 관리하기 위한 문제아 리스트가 존재합니다."
"문제아 리스트?"
"네. 서류 관리를 위해 급수를 매겨 관리하고 있습니다만... 전혀 의미 없는 급수 입니다. 단지 서류관리를 위해 표기해 놓은 것 뿐이니까요."
"그럼... 내가 2급이란 말이야?"
"급수로는 그렇습니다만 전혀 상관 없는 등급입니다. 다 서류관리를 위해..."
우량아는 화난 표정으로 하연서를 노려본다.
"그 리스트 내놔!"
"외부로 반출 할 수 없는 서류라..."
"하연서! 넌 거짓말을 했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단지 날 돕고 싶었던 게 아니라 선도부의 업무로 날 감시하던 거 아니야? 떳떳하다면 그걸 증명해봐! 아님 우리관계는 여기서 끝이니까."
하연서는 조금 망설이더니 일어섰다. 그리고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실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비록 계기는 선도부 업무로 시작했지만 순수 돕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비겁하게 피했습니다. 진정한 지킴이 역이라는 건, 친구 이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 이 서류 따위로 저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숨길 수도 망설일 수도 없습니다. 당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도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당신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연서는 책장으로 향하더니, 검은 색 서류철 하나를 꺼내왔다. 그리고 우량아에게 그 서류철을 건냈다.
"이건!"
우량아는 빠르게 서류를 넘겼다. 확실히 불량한 녀석들만 적혀있는 리스트다.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신상정보와 함께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우량아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문제아 등급 2
우량아
특이사항.
매사에 적극적이긴 하나, 사회 통념과는 조금 어긋나있음.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던가 혼자 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음,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중2병으로 판단. 최근 그 증세가 심각하여 자살행동까지 보이고 있음. 조속히 조치가 필요.
"이 리스트는 학생주임 선생님의 명령으로 선도위원장께서 작성하신 겁니다. 현재 서류상으로 선도부에서 판단하고 있는 당신입니다."
우량아는 책상을 쌔게 내리쳤다.
"말도 안돼. 이건 내가 아니라고!"
"충격이 심하신 건 알겠지만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어? 여기! 여기! 오타쿠라고 안 적혀있다고!"
"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망할 선도부 녀석들! 이상한 허언증 자식들! 진짜 중요한 펙트를 적지 않다니! 이건 심각한 일이라고!"
우량아는 머리를 잡은 채 짜증을 낸다. 하연서는 전혀 우량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날 정의하는 단어 [오타쿠] 그 세글자가 적혀져 있지 않다니... 좀 더 오타쿠 짓을 할 걸 그랬나... 그리고 합리적인 식생활에 대해선 한 글자도 없다고. 합리적인 식생활이야 말로 나의 존재자체, 내가 나인 이유다!"
우량아는 흥분한 듯 말했다. 하지만 하연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전혀 이해 할 수 없습니다만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 겁니까?"
"고작이라니!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데! 이 리스트는 소위 비유하자면 원피스에 나오는 수배리스트 같은 것! 이 특이사항에 적혀 있는 건 이상한 잡소리 뿐이고 핵심적인 '무슨 악마의 열매 능력'인지 적히지 않는 거라고! 이제 심각성을 알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전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우량아는 턱을 만지며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뭐...이해 못하는가... 상관없어. 그렇다면 나의 스테이터스가 갱신할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밖에... 한번 더 창가에서... 나의 존재를!"
"절대 하지 마십시오!"
하연서 무서운 표정으로 우량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
"그렇군 .대강 알겠군. 즉 친구 지킴이 상담역이라는 건... 이 리스트에 적혀 있는 문제아들의 욕구를 해소 시켜 조루로 만들기 위한 육변X역. 아니 아니... 감시역이였다는 거군!"
우량아는 다시 한번 샷건을 두드렸다.
"뭔가 의미는 모르는 꺼림직한 단어를 들었던 것 같지만 넘어가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그렇습니다. 문제아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상담역. 바로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 친구지킴이 운영의 실체 입니다. 실상 문제아들을 관리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의 이해하고 문제점을 고쳐간다면 감시가 아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연서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 녀석은 눈부시게 바른 녀석이다. 그런 그녀에게 반할 만큼 우량아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량아씨. 절 믿어 줄 수 있겠습니까?"
"으응~ 아니! 아직 몇 가지 확인하기 전까지 믿을 수 없어."
위험한 순간이었다. 무심결에 상냥한 말을 받아드릴 뻔했다.
"네. 제가 아는 건 전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럼 하연서. 넌 몇 명과 관계를 맺었지?"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러니까. 육변X... 아니... 그러니까. 이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녀석은 나 이외에도 많잖아? 도저히 선도부 인원이 한명씩 맡는다 해도 남는다 말이지. 나 이외에도 담당하고 있을 것 같은데?"
"분명 복수를 맡고 계시는 선도위원장님,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선배님들과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도 복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이외에도 당신 맞는 것도 쉽지... 않은 건 아니라... 제 실력이 미천한 탓도 있습니다."
"휴... 다행이다... 변기가 아니라서..."
"아까 전부터 육변X라고 하시는데 그 뜻이 뭡니까?"
"그... 그건 오타쿠만의 고유명사 일반인들이 알 필요는 없다!"
우량아는 식은 땀을 흐리며 말했다.
"역시 오타쿠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어쨌든. 육변X가 아니라서... 아니 너의 사실을 고하지 않은 죄는 크지만 너의 진실 담긴 말에는 거짓이 없는 듯 보인다. 이제야 너에 대한 의혹이 전부 사라지는군. 그래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탕탕탕
우량아는 판사와 같이 선고한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하연서는 기쁜 표정으로 우량아에게 다가간다. 마치 우량아를 덮칠 것 같은 뇌쇄적인 자세로 테이블을 타 넘어, 나의 오른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음... 그래... 열심히 잃어버린 회복해야지..."
그때 하연서는 빠르게 반응한다. 우량아의 왼손은 빠르게 잡아 뒤로 꺾어버린 것.
"아아아악! 이게,,, 이게 무슨 짓이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데!"
하연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잃어버린 신뢰 회복과 가슴에 손을 대는 건은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약간의...성의가 필요한 법"
"그럼 그 성의 많이 드리도록 하죠!"
우두둑
"아아아악! 이쿠이쿠욧!"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버린 우량아의 왼손, 그렇게 서로의 신뢰감만 잃은 채, 2번째 친구지킴이 상담은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