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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못 본 사이에 운전면허부터 아니 우선 말도 안되는 건, 우리 형편에 고급 외제차라니, 우리집 자금 상황은 뻔히 알고 있다. 한 달 식비도 200만원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우리 집, 아버지 검도장, 어머니 교사의 박봉 집안이다. 그리고 누나는 대학생,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떠올릴 수 있는 건 구린 구석 밖에 남지 않는다.
스포츠카는 약간 불안전하게 골목길을 빠져 나간다. 이윽고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우연화는 긴장한 듯 핸들을 꽉 잡고 있었다.
차 안은 침묵만이 감돈다. 그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우량아가 칼을 뽑아 들었다. 고유의 기분 나쁜 눈초리로 운전하고 있는 우연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을까? 이 스포츠카 도대체 어디서 난 거임? 설마 훔친 건가!"
우연화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본다.
"뭐라고?"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해도 도둑질은 안되는 거야. 누나가 깜방 가는 건 보고 싶지가... 아아아아아"
우연하는 우량아의 볼을 꼬집으며 노려본다.
"아아아아아!! 앞 앞을 봐!!"
휭!
순간 스포츠카가 휘청인다. 간발의 차이로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 아슬아슬하게 비켜지나간다.
"죽을 뻔 했지 않습니까. 운전 똑바로 안 합니까!!"
"너...너가 운전하는데 신경쓰이게 하니까. 그렇지..."
"마사카! 초보운전입니까!"
우량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다리를 쭉 늘어뜨리며 실신하는 척 한다.
"초보 운전이다! 불만 있냐!"
휭!
순간 차체가 휘청인다.
"우와!! 뭐하는 겁니까! 진짜 죽을 작정입니까. 내려줘 내려돌라고!!"
우량아는 재빨리 안전 손잡이를 잡으며 공포에 떤다.
"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어때 재밌지!"
반 쯤 혼이 나간 듯 웃고 있는 우연화 부들부들 떨며 핸들을 잡고 있다.
"일...일부러 그랬어! 당신 목숨이 두 개 입니까! 미친 거 아니지!"
"일부러 라니! 고속도로는 처음이라고... 그래... 처음엔 다 그런 거야..."
그때 우연화의 스포츠카로 갑자기 끼어드는 다른 차량
순간 우연화는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그러자 차량은 속력을 이기지 못해 휘청인다.
"꺄!!!"
"미친! 앞을 보소 앞을!!"
"소리 지르지마 집중 안되니까!"
우량아는 입을 막았다.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그래야만 했다. 우연화는 빠르게 집중력을 되찾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한적한 국도로 나와 마을로 들어섰다.
"흐흐흐흐... 나 오줌 쌀 뻔..."
"나도..."
우연화와 우량아는 탈진한 듯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차 선물 받은 거거든. 훔친 거 아니까. 켕기는 거 없거든."
"누가 스포츠카를 선물로 준 단말인가!"
그때 차가 정차 했다. 그리고 우량아는 깨달았다. 도착한 이곳이 어딘지. 누가 누님에게 선물을 줬는지 말이다.
"여기는..."
"잠깐 들렸다 갈 테니까. 내려..."
우량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내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 건, 잘 지어진 거대한 한옥이 홀로 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잘 가꿔진 연못, 정자가 보인다.
"누님... 잠깐만... 여긴..."
"그래 할아버지 댁이야."
설마 했지만 스포츠카도 할아버지가 선물한 것인가... 아니 그보다...
우량아는 우연화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여기 왜 온 거야... 엄마, 아빠가 알면 큰일 나잖아."
"알면 큰일 나겠지.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지. 그러니까 우리는 한 배를 탄 동지. 스포츠카도 마찬가지. 엄마 아빠한테 불면 너의 만행도 꼬발라 버릴테니까. 함구 알겠지?"
우연화는 웃으며 협박했다. 젠장... 할아버지 댁이라니...
그렇게 말한 누님은 씩씩하게 대문으로 걸어간다. 우량아는 한숨을 쉬며 그 뒤를 따른다. 낡은 대문에 들어섰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우연화 아가씨 오셨습니까."
한옥과 어울리게 개량 한복을 입은 가녀린 소녀가 우리를 맞았다.
"오랜만이네. [수연아]"
"네 오래간만입니다. 우연화 아가씨. 우량아 도련님. 날이 쌀쌀합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우아한 몸짓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소녀. 분명 어렸을 때 본 기억이 있는 듯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
우량아와 우연화는 그 소녀를 따라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넓은 마당, 정갈한 기화 지붕이 눈에 띤다. 마치 그곳은 왕이 사는 대궐과 같이 넓었다. 마당이라고 짐작되는 곳에 대여섯명의 젊은 여성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들은 미소 지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모습을 보니 분명 이 집의 사용인 듯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우량아는 멋적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보니 할아버지 돈이 많았지...'
우량아는 잊고 있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북부의 대부호, 마이더스의 유성주라고도 불리는 유명인.
그가 손 된 주식은 폭등하고 그가 밟은 땅은 황금의 땅으로 바뀌어버린다.
마치 마법사 같은 사람이고 남들은 얘기한다. 항공, 조선, 군수산업를 비롯해 각종 산업을 막론하고 손대고 있는 대기업, 광고, CF에서 자주 나오는 대기업 대한그룹의 대주주이며 뒷 세계의 실질적인 권력자라는 말까지 나돌아다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시다. 그리고 누님이 말했듯 나의 할아버지다. 실제 피로 이어진 혈육은 아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둬 키워주신 분이고 어렸을 때 그렇게 접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가족과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틀어져 버렸다. 그 이유는 자세히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물어도 전혀 가르쳐주지 않고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도 극도로 꺼려하신다. 어머니의 경우, 평소와 다르게 화까지 내는 경우도 덜어 있어. 할아버지의 존재는 우리 집에서 금기시되는 단어가 되었다.
나와는 다르게 누님께는 상냥하신 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우연화는 할아버지를 몰래 만나며 많이 따르고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쪽으로"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수연아는 창호지로 된 이중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말했다.
"어르신, 우연화 아가씨 오셨습니다."
그렇게 외치자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그렇게 말하자, 창호지 문이 열렸다. 마치 도미노처럼 닫겨 있던 문이 한층한층 열려 거대한 대합실을 보였다. 그 중앙 중년의 남자는 앉아있었다. 전혀 일흔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젊은 남자. 50대 후반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시지요."
그렇게 수연아는 머리를 숙였다.
우연화는 빠른 걸음으로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간다.
"할아버지!"
"오... 오래간만이구나. 연화야 잘지냈는냐?"
할아버지는 상냥하게 웃으며 우연화를 맞이했다.
"네... 할아버지는 건강하셨어요?"
"그래. 우량아 너도 이쪽으로 오거라."
"아... 네..."
멍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우량아는 황급히 걸음을 옮긴다.
"생일 선물 마음에 들더냐?"
"네.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차인데... 아직 운전을 못해서 말이죠."
"그래. 운전이야 하면 느는 것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
"우량아. 넌 여전해 보이는 구나..."
할아버지는 날 훓어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아... 네..."
할아버지의 말은 그것이 끝이었다. 마치 그 눈에는 나에 대해선 흥미가 없어 보인다. 내가 여길 오기 싫었던 이유, 어렸을 때부터 변함없는 그 시선이 싫기 때문이다.
그때 간단한 다과를 들고 오는 사용인. 우리는 둘러 앉았다. 둘은 얘기를 나눈다.
소외된 인간.
그래...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다.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그랬다. 이렇게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문인가. 나는 튀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했다. 그런 탓인지 초등학교 떄부터 혼자 소리를 지르고 미친 짓을 하며 어글을 끌었는지도 모른다.
소외 되었을 때 외로움을 난 아주 잘 안다.
익숙하지 않은 차가움을 말이다.
"야! 너 뭐해 졸고 있는 거냐?"
그때 우연화는 내게 말을 걸었다.
"어?"
"아까 전부터 멍해 가지고 정신 안 차릴래?"
"어..."
"개인적으로 할아버지하고 얘기할께 있으니까. 잠깐 나가봐."
"뭐야... 사랑 얘기라도 하는 거야? 내가 들으면 안돼?"
"안돼! 사랑 얘기 비슷한 거니까. 잠깐 나가줘."
"칫..."
우량아는 일어섰고 대합실의 여닫이 문이 일제히 열린다.
"할아버지 잠시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무감각한 목소리가 들리고 소외된 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라졌다.
.
.
.
.
"크소 이럴꺼면 데려오지를 말던가!"
마당의 돌을 차며 우량아는 걸어갔다. 그늘진 나무에 몸을 기대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늘은 푸르고 햇빛은 따스하다. 할일 없이 방황하고 있는 우량아. 그때 마당을 쓸고 있는 5~6의 여성 무리를 발견한다. 분명 통일된 개량 한복 사용인이다.
"역시 남는 게 돈밖에 없으니, 사용인도 많구나..."
남자는 찾아볼 수 없고 다 젊은 여자들 뿐이다. 정말 돈이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구만.
"부러워요~! 할아버지 저도 한자리 껴주시면 안될까요~!"
만세 하듯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하지만 의미 없는 행동. 그 여 사용인들은 뭐가 그리 심각한지, 쪼그려 앉은 채 자기들끼리 숙덕이고 있다. 우량아는 포기하지 않는다. 스멀스멀 움직이며 바퀴벌래와 같이 빠르게 이동하여 그들의 뒤에 섰다.
"그러니까. 이 이번에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 네크로맨서하고 관계가 있다던데!"
"정말... 무섭다. 우리 영주님이 지켜주시겠지?"
"우린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으응?"
그때 한 사용인이 갑자기 유난히 큰 그늘이 지자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코 앞에서 눈을 크게 뜬 채 변태처럼 쳐다보고 있는 우량아와 눈이 맞는다.
"하이~"
"아....으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여자애들, 반사적으로 2m 이상 백 점프를 하였다.
"미친... 잘못 본 거 아니지... 너희들 체조 선수냐..."
"누...누구냐 넌..."
그렇게 말하는 맨 앞에 긴 머리카락의 소녀가 말했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 날 노려보고 있는 6명의 소녀들. 그리고 보니, 나에 대해 모르는 듯 했다.
"나. 우량아인데..."
"우량아? 돼지. 너의 이름인가?"
"돼지? 초면에 너무하군. 실례인 거 아님?"
"아... 혹시 오늘 오시기로 한 손님 아니십니까?"
그들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아 맞다. 우연화 아가씨께서 방문하신다고 하셨지... 근데 저 돼지는 처음 보는데."
"크윽... 돼지라니...난 돼지가 아니라고 우량아라고!!"
우량아는 하소연 하듯 소리 질렀다.
그때 등 나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본 적 있는 소녀.
"무슨 소란이냐?"
수연아
그 소녀는 사용인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