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84화 (184/185)

────────────────────────────────────

────────────────────────────────────

외전(1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님아 님아 이거!"

"으응..."

식은 돼지 토스트와 이혜선 누님이 준비해 준 차로 끼니를 때운, 우량아는 이 남장소녀의 손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다. 그래 이곳은 이 여 중학생 방. 하지만 이곳엔 도저히 여자애의 방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지저분한 방이었다. 만화책부터 시작해, 널려있는 옷가지. 그리고 가장 먼저 눈이 띠는 건 바로 수 많은 피규어들이 진열장을 가득하게 채우고 있다. 그것도 한 종류로, 바로 마쿠마쿠 버스터즈의 피규어로 말이다.

한심이는 피규어 하나를 건냈다.

"이건...!"

우량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피규어는 마라모센세에 초한정판 작품. 우주 멸망의 마쿠 버스터즈 시리즈 중, 멸망소녀!

우량아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손은 받는 순간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구한 것이냐. 부르는 게 값인 이 고컬 피규어를!"

우량아는 흥분한 듯 한심이를 향해 소리쳤다.

"꽤나 힘들었지 정말 음 음"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한심이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젠장 갖고 싶다. 이 미친 퀄리티!"

우량아는 사랑스럽게 피규어를 이리저리 관찰한다. 마법소녀 복에 진 주름까지도 거의 완벽한 원작 재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량아는 피규어를 거꾸로 잡았다.

"허....헉!"

들쳐진 치마 사이로 엄청난 퀄리티의 파란 줄무늬 팬티가 보인다.

"말도 안돼! 팬티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하다니!"

"님아 님아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셈?"

한심이는 피규어 거치대를 가져오더니, 멸망소녀를 고정시켰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우량아는 무릎을 꿇었다. 아니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하게 원작을 포즈를 잡아 보이는 피규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줄무늬 팬티가 아슬아슬하게 살짝 보이는 상태가 우량아를 경악하게 만든 것이다.

"오오오 판치라가 가능하다니! 이런 신 세카이가!"

"흠흠 300만원 짜리 피규어 임. 님이 상상하는 그 이상임"

"오오오오오오~ 찬양합니다. 한심사마"

우량아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으으으으!"

그때 폴짝 폴짝 뛰고 있는 한심이. 우량아의 시선이 간다.

"동지여 뭘 하는 건가?"

"손이 안다으삼~"

우량아는 한심이에게 다가갔다. 한심이의 닿지 않는 손 끝 넘어, 우량아의 손이 가볍게  진열장 위에 있는 피규어를 조심스럽게 집었다.

"님 키 커서 좋겠삼 그리고..."

"우억!"

우량아는 놀랐다.

한심이의 작은 손이 자신의 배를 껴안고 있다.

"배가 쿠션 같으삼~ 물렁물렁 하삼"

한심이는 작은 손으로 배를 주물럭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만!"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우량아는 뒷걸음질 친다.

"물풍선 같으삼~~"

"그만 이...이건 성희롱이라고! 동지여! 우오오오오!"

순간 바닥에 널 부러진 책 더미를 밟았다. 우량아는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우아아아아아"

한심이는 재밌는지 소리를 지르며 우량아의 배를 잡고 같이 넘어진다.

쿵!

"아아아아악... 아프다. 죽을 것 같다!"

진열장에 요란하게 머리를 부딪친 우량아.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 튀어나온 배에 튕겨 한심이는 일어서 있었다. 마치 체조선수의 폼으로 T자로 마무리 자세를 취하는 한심이

"10점 만점에 10점이 삼!우와~ 근데 정말 신기하삼. 과학시간에 배운 작용반작용임? 재밌으삼 한번 더 해주삼~"

"이쪽은 아파 죽겠으삼!"

우량아는 한심이를 노려본다. 그때 진열장이 휘청이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이 진열장 벽에 붙어 있는게 아니다.

"설마... 설마!"

진열장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기분 탓인가... 넘어지는 진열장의 앞에 한심이는 까르르 웃고 있다.

"그...그럴리가 없겠지!"

우량아는 마치 전신 스핀을 하듯 민첩하게 기울어지는 진열장을 발로 기댔다.

"우와!! 님 굉장하삼! 돼지도 민첩할 때가 있으삼!"

"흠흠흠! 이래뵈도 나르는 돈까스였다고 나를 얕보면 안되지.... 아니...돼지라니! 난 조금 통통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요동치는 건 진열장 뿐만이 아니었다. 수 많은 그녀들은 스핀을 하며 우량아를 향해 떨어진다.

"우아아아아! 안돼삼! 300만원 짜리 피규어들이!!!"

한심이도 놀란 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우량아의 사고가 정지한다. 필시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수십 개의 한정판 피규어들은 분해 될 것이다. 섬세한 만큼 내구도는 장담할 수 없음. 절대 떨어뜨리지 마셈. 이라고 사용서에도 간간히 적혀있다. 우량아는 결심했다. 궁극의 오의를 쓰기로

"필살! 우량아 비전 1식 전부 잡아버리기~!"

이 궁극의 비기는 우연화의 우타쿠 극혐주의자의 횡포에서부터 자신의 아이들(피규어)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5가지 비기 중 한 가지.

"홋"

순간 우량아의 손이 사라진다. 지면과 격돌하기 전 그녀들은 사라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다시 공중에 뜨고 있다. 그리고 마치 자석이라도 붙은 듯 선반 그 자리에 정확히 착지

"젠장! 안돼!"

우량아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슬라이딩한다. 손끝과 그녀와의 거리는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 듯한 그 정도의 거리, 하지만 우량아의 뱃살 마찰력에 의해 더 이상 미끄러지지 못한다.

"이런!"

우량아는 그 참상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이제 끝났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 때문에 그녀가 죽은 것이다. 또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 없다. 우량아에게는 마지막 책무가 있었다. 구하지 못한 그녀에게 속죄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반성하는 것. 우량아는 눈물을 훔치며 눈을 떴다.

"우왓...."

그리고 1cm도 되지 않은 거리, 바로 코 앞에 미소녀가 날 응시하고 있었다. 큰 눈을 치켜 뜨며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뭐야... 피규어가 인간이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 세이브삼"

우량아는 넋 놓고 보고 있을 때, 그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소녀가 높게 들고 있는 손, 거기엔 자신이 잡지 못한 마쿠가 웃고 있었다.

"하... 다행이다. 또 그녀를 죽일 뻔했잖아."

우연화에게 죽은 마쿠랑 똑같은 디자인의 마쿠 피규어. 두 번 죽는 모습을 봤다면 상당한 쇼크로 남아있었을 거다.

"으으으으으... 근데 내 메롱메롱 안경이..."

그대로 주저 앉아 훌쩍이는 소녀, 부서진 회오리 안경을 잡고 울쌍이다.

"설마 너! 한심이인가!"

우량아는 경악을 하며 그 소녀를 가리켰다. 분명 모자와 이상하고 큰 회오리 안경을 쓰고 있어서, 남자로 착각했었다. 지금까지도 긴가 민가 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모습 정말 충격적이었다. 녀석이 필사적으로 슬라이딩하면서 모자도 날아가고 올려 묶은 머리카락도 풀리고 안경도 벗은 상태. 그 모습은 완전 여자... 아니 완전 초 미소녀 아닌가!

"방금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무슨 일이야!"

방문을 열며 들어오는 우연화와 이혜선 그리고 한심이와 마주한다. 흐트러진 옷무새, 묶어 있던 머리카락은 반쯤 풀려 있고  부서진 안경을 들고 눈물을 글성이고 있다.

"너...너 뭔 짓 한 거야!"

우연화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음색으로 물었다.

"아니... 이건 피치 못할 사고가"

"한심아 무슨 일이 있었어?"

이혜선은 한심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으으으 배를... 잡아서(우량아 배를 잡아서)... 밀쳐서(내가 밀어서)... 억지로 잡아서(억지로 피규어를 잡아서 안경이 부서짐) 으아아아아아"

갑자기 서늘한 눈빛이 우량아를 향해 쏟아진다.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임! 절대 그런 거 아님! 단지 피규어가...!"

"아무리 바보라도 착한 녀석이라고 믿었건만..."

우연화가 고개를 숙인 채 일어선다.

"절대 그게 아니라고! 내 말을 들어보셈!"

"이 변질자! 변태 새끼야!"

순간 날아온 주먹, 그건 인간이 날린 한계의 풀 스윙, 우량아의 얼굴에 스트레이트로 완벽하게 꽂혔고 의식은 단번에 날아갔다.

.

.

.

.

"미안하다니까? 화풀어라. 남자가 쪼잔하게!"

"아니 내가 말했지 않소 내 얘기를 들어봐라고!"

우량아는 계란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상황적으로... 완벽히 넌 유죄였다고... 누가 봐도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아... 그러십니까. 동생 의식 날아갈 정도로 때려 눕혀 놓고 잘하셨네요."

"으음..."

우연화는 조금 껄끄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던 이혜선 누님과도 눈이 맞았다.

"전 우량아씨를 믿었으니까요!"

두 손을 꽉쥐고는 애써 거짓말을 하고 있는 누님

'그렇게 쏘아봤으면서...'

"자. 화풀고 이만 창고 정리 하러 가야지 소년!"

우연화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뭐? 이 사람이? 나 못해! 이제 너님이 하삼 난 할만큼 했으니까!"

"연약한 누나 혼자 어떻게 해! 이렇게 늠늠한 남동생이 있는데, 물건 좀 옮겨 줘야지."

"뭔솔? 운동 선수보다 님이 힘 더쌤. 어쨌든 안 해! 안 해! 안 해! 나 집에 갈 거야!"

우량아는 현관문을 향해 달리기 했다. 하지만 전혀 현관문과는 가까워 지지 않는다. 우연화는 우량아의 뒷덜미를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손이 필요하다면 나도 도울까?"

"아니 우리 둘이 해도 충분해. 차 잘마셨어. 내일 봐!"

우연화는 이혜선가 손을 흔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강제로 뒷덜미를 잡혀 끌려가는 우량아, 마지막으로 우량아를 불러세우는 누군가가 있었다.

"님아!"

문을 나서기 전, 나를 향해 뛰어와 나의 배 안기는 소녀, 우량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하는 짓임! 내 배가 그리 좋으삼?"

"응! 물풍선 쿠션 좋으삼. 언제 다시 올 거임?"

나의 배에 얼굴을 파 묻으며 말하는 한심이. 우량아는 진지하게 말했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해. 난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기로 했거든."

"안돼! 님아 난 당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받쳤는데! 돌아오삼!"

"뭐라고! 나는 받은 적 없는디... 배송 잘못 됐는 거 아님?"

"음... 반송됐다면 다음 기회에 받는 걸로 하셈."

"나닛!"

그렇게 한심이는 떨어졌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상한 꽁트 그만하고 빨리 일하러 가자!"

우량아는 질질 끌려 간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우량아는 흥분한 듯 말했다.

"그럼... 절대 돌아올 것이다! 그땐 나에게 바칠 몸과 마음을 준비해 놓도록!"

"응! 잘 가 님아!"

한심이의 크게 흔드는 손을 마지막으로 201호의 문을 닫혔다.

"으아아아악 절대 다시 오고 말겠어. 누님 언제 불러 줄 거임? 내일 올게"

"너 절대 안부를 거니까. 어서 내려가. 로리콘 변태 돼지"

우연화는 한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때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남자와 마주친다.

"아... 관리인씨. 안녕하세요."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인사했다.

"205호 맞죠?"

우연화는 그렇게 말했다.

"아... 네"

"마침 잘됐네요. 그쪽이 전화를 안 받아서 문자로 남겨뒀는데 보셨나요?"

"아... 네. 월세는 이번 주 중으로 꼭 입금하겠습니다."

"부디 그래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 소리 하는 거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주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우연화는 차갑게 말하고 먼저 내려간다. 분명 저 남자, 정연수라고 했나? 그 불길한 외국 꼬맹이와 같이 사는 사람. 우량아는 단번에 기억할 수 있었다. 처지는 딱하지만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빠 또 보네."

두근 두근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 우량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때 그 소녀가 있었다. 푸른눈에 금발의 소녀, 초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너는..."

"세미라스 너가 아니라 세미라스야. 후훗"

"세미 갑자기 나오면 어떡해."

정연수는 당황한 듯 그 소녀에게 말했다.

"오빠가 쩔쩔 메고 있으니까. 안타까워서 내가 해결 해주려고."

"아니... 괜찮으니까. 아무짓도 하지마. 제발 부탁이니까."

"짓이라니 부정적이게 들리는 이유는 멀까? 내가 민폐라고 끼치고 있다는 뜻일까?"

"그게 아니라..."

"됐어. 오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없는 듯 보이네."

요상한 미소를 짓는 소녀

"그럼 잠깐의 여흥으로"

섬뜩한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마치 그 표정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순수한 감정 악의 없는 장난기, 그렇기 때문에 당하는 쪽의 잔혹함은 배가 된다. 그런 아이들에겐 '정도'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자신이 질릴 때까지 상대를 유린한다.

"분명 아까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도대체 정체가 뭐야."

우량아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나 말하는 걸까? 오빠. 후훗"

그 소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온다.

"세미 그만해!"

정연수가 소리치지만 세미라스는 멈추지 않는다.

"난 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