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85화 (18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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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5)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그 소녀의 시선이 닿는다. 마치 붉은 보름달 같은 눈동자, 나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으윽..."

두근 두근

시선이 흐려진다. 세상이 회전한다. 마치 꿈 속에 있는 듯 나른하다. 몸은 마치 마취된 것 처럼 힘없이 계단에 무릎을 꿇었다.

"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자산의 앞에 서있는 붉은 눈동자의 소녀를 응시할 뿐. 아니 눈을 돌리는 것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리고 다가 온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귓가에 살포시 속삭였다.

"오빠는 다른 인간들과는 틀린 모양이네. 이 떨리는 신체가... 분명 이해하고 있어. 전신에 기어오르는 본능적인 두려움, 위협을 말이야. 그렇지?"

"으으으으"

대답할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다. 마치 몸은 돌이 된 듯 무릎을 꿇은 체 미동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난 인간의 천적. 그 공포는 옮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게 뭔지 알아?"

그 소녀는 입고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섬뜩한 송곳이가 빛난다.

"과연 돼지의 피는 무슨 맛일까?"

"!!!!!"

그 소녀는 입이 목덜미를 향한다. 위험하다. 그 신호는 본능적인 경고, 저 송곳이가 닿는 순간, 더 이상 도리킬 수 없다. 그 무언가를 직감했다.

"그 이상을 행동한다면 난 널 정지 시킬 수 밖에 없다."

그건 감정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 그 칼날의 끝엔 감정 따윈 없었다. 단지 소녀의 가녀린 목을 겨누고 있을 뿐. 안경을 벗은 정연수라는 남자는 얼빠진 착한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정연수 오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의 목덜미에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처음 날 죽였다고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통제하려 드는 거라면 착각하지마.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돼지들..."

강력한 살기가 소녀에게 뿜어져 나온다. 우량아는 직감했다. 이 살기에서 나오는 공포는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게서 느끼는 공포감과 비슷하다. 아무리 인간이 저항해도 저 소녀에겐 이길 수 없다. 단지 저 소녀의 존재에게 먹히는 가축과도 유사한 관계. 그녀의 말대로 '저 소녀는 인류의 천적이다.' 초식동물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도망치는 것 밖에 없다.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말이다.

"진짜 할 생각이라면 나도 목숨을 걸어야겠지. 하지만 난 널 알고 있다. 넌 단지 장난치고 싶은 것 뿐. 날 자극시키고 싶을 뿐이라는 걸. 이만하면 어느정도 성과를 올린 듯 한데, 더이상 선을 넘는다면 본말 전도. 손해"

정연수라는 남자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짝 짝 짝

소녀는 정연수라는 남자에게 갈채를 보낸다.

마치 정답을 말하는 듯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쿠쿠쿠 하하하하하! 오빠라는 인간은 정말 재밌는 인간이야! 브라보. 오빠 날 정말 잘 알고 있어. 그래 게임이 성립하기 위해선 룰을 지켜야 해. 난 게임판을 부수는 건 야만적인 짓은 레이디가 할 짓이 아닌 걸. 난 이 게임을 좀 더 즐기고 싶어. 인간이라는 생명체에게 시간이란 정말 정말 짧은 걸. 그렇지 않아 우량아 오빠 쿠쿠쿠"

소녀의 시선과 눈이 맞는다. 그 순간 우량아는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윽 크허허헉"

돌이 되었던 몸이 풀리며 가까스로 계단을 집으며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지했다. 그 모습을 본 정연수는 호신용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안경을 쓰자, 평범한 어리버리 소년으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저희 일에 말려들게 해서... 할 말이 없습..."

정연수가 우량아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크아아아아악"

우량아는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계단 아래로 달린다.

"하... 정말... 쫓겨나는 거 아닐까..."

정연수는 한숨을 쉬며 세미라스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 소녀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을 뿐...

.

.

.

.

""크아아아악"

도대체 저 녀석들 정체가 뭐야! 우량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맨션을 뛰쳐나왔다. 누님이 부르는 외침이 들렸지만 망가진 이성의 브레이크는 우량아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

'도대체 그녀석들 뭐하는 인간이야.'

본능적인 공포감. 그건 그때와 유사했다.

살인사건이 있던 그날밤.

느껴진 본능적인 공포, 그건 죽음의 냄새와도 같았다. 그 녀석들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세어 나오는 냄새. 남들은 속여도 우량아를 속일 순 없다. 그건 인간에게 퇴화 되어버린 죽음을 감지하는 능력. 우량아는 그걸 육감이라고 불렀다. 자신은 남들보다 죽음의 냄새를 잘 맡는다. 자신에게 경고음을 알리는 소리, 어느 과학자들은 뇌의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생명체의 오감이 파악한 정보를 배열하여 예측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생명체는 천적이나 천재지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무의식적 능력을 진화시켜왔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계의 강력한 상위 개체로 올라가며 그 진화는 멈췄다 자신과 견줄 천적,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의 위협이 줄어들자. 이러한 능력이 서서히 퇴화되고 있다는 어느 학자의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멍하게 자신의 중2병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해는 저물었다. 이미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텅 비어버린 공터에 멍하게 서있는 자신을 인식했다. 식어버린 땀은 빠르게 체온을 빼앗아 간다. 하지만 우량아에게 추위 따위는 전혀 인식 할 수 없었다. 돌아온 이성이 쫓아오던 공포를 되돌아보고 있다.

'녀석들은 정말 위험하다. 한순간이었지만 정연수에게서 뿜어져 나온 진한 죽음의 냄새. 그 소녀도 마찬가지다. 녀석들은 살인을 한 경험이 있다. 분명 이번 사건에도 연관이 있을 거야...'

우량아는 확신했다. 자신의 직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아직 누님이 그 살인자들이 있는 맨션에 있다.

"하...하...하... 누님은... 누님에게 연락을..."

그제서야 우연화가 생각난 우량아는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누나에게도 녀석들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차후에 일이다. 일단 생존을 먼저 확인 해야 한다.

우량아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열었다. 하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크소! 전원이 나갔나..."

우량아는 주위를 둘러본다. 모르는 거리, 모르는 공터.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우량아가 헤매는 동안 이미 날은 저물었다.

가로등이 없는 골목. 어둠만이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가까이 있는 편의점에 가서 빨리 충전을...'

우량아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빛을 찾는다.

좁은 골목길에서 헤매는 동안, 겨우 큰 대로 이어진 길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오에!!!"

우량아는 환호하며 빛을 쫓아 뛰어갔다.

그때.

우량아는 한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건 미세하지만 아주 익숙한 소리가 들리고 있던 것이다.

드르르 드르르

마치 쇠사슬을 끄는 소리. 자신이 처음 죽음의 냄새를 마주했던 그 장소에서 나던 유사한 소리다.

"윽!"

좁은 골목길의 사거리, 그 교차점에서 나타난 거대한 물체, 붉은 안광을 뿜으며 쇠사슬을 끌고 있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그 이형은 배회하고 있다. 우량아는 직감했다. 그건 명백한 죽음. 우량아는

빠르게 대형 쓰래기통에 몸을 숨겼다.

그 순간 쓰래기통이 흔들리며 빈깡통이 떨어졌다.

땅 땅 따르르르

깡통이 요란하게 지면을 울린다. 그 이형의 형체도 소리에 반응하며 고개를 돌렸다.

드르르 드르르

그 이형의 생명체는 쇠사슬을 끌며 느리게 쓰래기 통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죽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다가온다. 본능은 빠르게 경고한다. 이곳에 있으면 죽는다. 하지만 뛰어도 죽는다. 자신의 미래는 이미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어?"

그때. 의아한 여성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이 죽음의 골목길로 들어온 것이다.

드르르 끌고 있던 쇠사슬의 움직임도 정지한다.

우량아는 알 수 있었다. 볼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말이다. 그리고 안도하는 추악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그렇다. 살인자의 희생양은 이미 정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

.

.

.

오늘은 7시에 칼퇴할 수 있었다. 참 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아... 짜증나는 팀장이 먼저 일어나야 퇴근할 수 있다니... 정말 못해 먹겠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편의점에서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으쓱한 골목, 적은 페이, 직장 주위에 싼 곳이라고는 이런 으쓱한 골목길의 주변에 있는 단독 주택 2층이 자신의 집. 여기서 생활한지 1년 차, 5분 더 빠르게 집으로 향할 수 있는 루트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밤의 어둠고 칙칙한 좁은 사거리 골목에 평소와 같이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밀린 드라마를 멀 볼지, 빨리 맥주를 마시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간절하다. 그것이 그녀만의 평소와 같은 일과 하지만 골목에 들어선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거대한 몸체, 가면을 쓴 남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괴상한 것은 그 남자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쇠사슬, 괴상한 갈고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본능적 두려움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친다. 상대와는 거리는 대략 10m 이상,  아무리 저 괴상한 남자가 달리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바로 몇걸음이면 큰 도로에 도착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그렇게 여자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뒷걸음질 하며 골목길을 빠져 나오려고 했다.

드르륵 드르륵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남자는 천천히 날 향해 걸어오고 있다.

그 발걸음에 맞춰 나의 뒷걸음도 빨라진다.

드르르르르르르륵

남자가 전력질주 한다.

"꺄아아아악 도와주세요!! "

소리를 치며 미친 듯이 도로를 향해 달렸다.

휘이이잉

과직

"어..."

빛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붉은 물감이 자신의 어깨를 적시고 있다. 아니 그보다 뾰족하게 튀어 나온 물체, 그건 자신의 어깨를 관통하고 단단히 걸려있다.

"살려줘..."

퍽 주르르르르

순간 쇠사슬이 빠르게 회수된다. 여성은 마치 도축 되는 돼지처럼 질질 끌려 남자에게 왔다.

"크아아악 엄마... 사 살려주세요... 으엑..."

괴수는 말없이 여자를  낡은 난관 위에 매달았다. 그 모습은 마치 가축을 도축 하는 '도살자'처럼 능숙해 있다. 피를 토하며 울며 애원하고 있는 여성. 남자는 거대한 칼을 뽑아 들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 말이 여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과직

투둑

두툼한 중식 칼이 단번에 여자의 하반신을 분리 시켰다. 내장이 쏟아진다. 대량의 피가 흘러넘친다. 괴수는 마치 손질을 하듯 그 잔해를 뒤적거린다. 그리고 무언가를 끄집어내 자신의 갈고리에 수집했다. 그건 여성의 '자궁'이었다.

"움..."

우량아는 헛구역질을 참으며 고개를 쓰래기 통 깊숙이 숙였다.

미동 없는 연쇄살인범. 소리가 멈춘다. 무언가 찾는 듯,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멈췄다. 하지만 이내, 관심이 없었는지 다시 쇠사슬을 끌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흑...흑...흑..."

우량아는 흐느껴 울었다.

진한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

혼자서 살아있다는 추악한 기쁨의 눈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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