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19)

게시글: 라히섭 성전 레전드 스샷영상有(스압주의!!)

작성자: 키난자루

서버: 라히브라 / 신마제국

내용: 아이고, 메인을 다 올려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린 건데 메인까지 탈 줄이야ㅎㅎ 성전 메인글 중에 제 글이 가장 핫하네요ㅎ 댓글이 무려ㅋㅋ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왕 메인탄거 길드 한 번 외치고 시작해야겠죠?^^

이번에 개발린다고 고생한 우리 ‘범효후’ 길드!!!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ㅎㅎ 다음 성전 때는 우리가 강림 합시다ㅋㅋ

이번 성전에 참여하신 신성/신마제국 분들도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서는 부디 싸우지 맙시다!

아래는 원본 게시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라히브라 섭 ‘범효후’ 길드의 ‘키난자루’입니다.

다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이번 성전 때 찍은 스샷과 영상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ㅎ 대단한 건 아니고... 뭐 일단 가시죠!

(스샷_달리기팀.jpg)

처음은 달리기 팀입니다ㅋ 다들 텀블링하며 몸을 풀고 있는데, 스샷 끝에 보면 저희 옆쪽으로 타협이 회랑 앞에 대기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예, 그렇게 보기 힘들다던 이현님도 계십니다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이현님.

(스샷_역시나 타협.jpg)

솔직히 이번에 타협 쪽에 신캐랑 다이 빠져서 판도가 바뀌나 했는데 판도는 무슨ㅋㅋㅋㅋ 타협이 또 1등으로 강림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저번 성전때보다 시간이 조금 늦은 걸 보니 신캐의 빈자리가 크긴한가 봅니... 흠흠.

(스샷_강림준비_루스.jpg)

저흰 언제 강림 해보나요?ㅋㅋㅋㅋ 루스 혼자 다 해 먹는 거 보면 대단하면서도 은근 배 아픕니다ㅋㅋㅋ 아니, 루스 이넘은 이미 공적템 다 맞춰놓고도 뭔 공적이 더 필요한 건지ㅋㅋ 근데 문제는 누가 강림해도 루스만큼 못할 것 같다는 거... 하, 걍 입다물고 있읍시다...

(스샷_진격의 신성족.jpg)

달리기 팀이 다 들어오고 슬슬 성전 준비에 들어갈 때입니다. 각 길드 출격조에서 요새 문이 뚫렸다는 보고가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 유저분들이 열심히 외치기를 해줍니다ㅋㅋ 죄다 열심히 버프와 도핑을 두르고 있는데, 그때 적들이 벌떼처럼 쳐들어옵니다!

(스샷_떼쟁 성전.jpg)

옆에 지도 새빨갛게 물든 것 좀 보십쇼ㅋㅋ 이때부터 죽자 살자 다들 떼거지로 덤벼들기 시작합니다. 화려한 스킬의 향연이 경이로울 지경입니다ㅋㅋㅋㅋ

(스샷_비연 저격외침.jpg)

이 와중에 전쟁터 한복판에 난데없이 외침이 쏟아집니다. 웬 미친놈인가 해서 봤더니ㅋㅋㅋㅋ 아놔ㅋㅋㅋㅋ 얼마 전에 섭이전 와서 타협이랑 길드쟁 벌이고 개발렸던 블랙블 길드랑 비연입니다ㅋㅋㅋ 아니, 여기서 왜 외침으로 이현님을 찾는데ㅋㅋㅋㅋ

(스샷_돌격의 블랙블.jpg)

다들 블랙블이 루디카나 섭 길드순위 1위였다는 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평소에도 접는다 접는다 노래를 부르더니 왜 다 여기 와있나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 비연 저 놈은 진짜ㅋㅋㅋㅋ

(스샷_분노의 역습.jpg)

(스샷_극딜_이현.jpg)

이현님이 쌓인 게 많았나 봅니다. 다짜고짜 광역 필살기를 날리십니다! 그래도 비연이 얌전히 맞아주네요ㅋㅋㅋㅋ 비연, 저게 진짜 회피로는 루스도 능가해서 저놈 잡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죠? 때려보시면 압니다ㅋㅋㅋ 전 한 대도 못 때렸습니다.

(스샷_후광의 힐도성.jpg)

자, 위에 뜬 스샷 보고 느낀점은?ㅎㅎ 속으로 다들 ‘막장이네’라고 했으리라 믿습니다ㅋㅋㅋㅋ 흑백 보이시죠?ㅋㅋㅋ 여명출현입니다!! 금색 망토를 펄럭이며 나타난 여명이 저희종족을 쓸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저도 개발려서 한 번 죽었습니다... 하, 이놈의 여명...

(스샷_이현 총공격.jpg)

(스샷_막장 시전중인 비연.jpg)

제가 여기서 잠시 웃느라고 부활을 못했습니다ㅋㅋㅋㅋ 흑백이 이현님 스승이긴 했나 봅니다?ㅋㅋㅋ 참스승답게 여명 죄다 불러다가 이현님을 공격하네요ㅋㅋㅋ 이 와중에 비연이 이현님 죽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ㅋㅋㅋㅋ 블랙블 길드원들 포기했는지, 아예 팔짱끼고 구경중입니다ㅋㅋㅋㅋㅋ 아, 지금 봐도 재밌네요ㅋㅋㅋㅋㅋ

(스샷_까마귀들.jpg)

(스샷_희대의 길쟁으로.jpg)

저게 뭐나고요? 뭐겠습니까? 여명 잡는 타협입죠ㅋㅋㅋ 아주 신나게들 썰고 있네요. 타협 나머지 놈들 출격조로 빠진 걸로 아는데... 왜 죄다 여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 우리쪽은 난리가 났는데, 저때 신성족 강림방은 휑했다고 합니다ㅋㅋㅋㅋ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이 죄다 여깄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ㅋㅋㅋㅋ

(스샷_3대 길드전.jpg)

무려 3대 길드전입니다ㅋㅋㅋㅋ [타협/블랙블/여명] 이거 어쩔 겁니까ㅋㅋㅋㅋ 와, 근데 타협놈들 진짜 안 죽습니다... 아니, 어떻게 2대1로 붙는데 저게 가능합니까ㅋㅋㅋㅋ 구석 보면 이현님께서 깨알신공 발휘하고 계십니다ㅋㅋㅋㅋ 힐힐힐힐!! 귀엽네요ㅎ

(스샷_스킬 리셋.jpg)

아니, 누가 대체 악세 리셋효과 쓰레기라고 했나요ㅋㅋㅋㅋㅋ 저기서 성역스킬 리셋이 터질 줄이야ㅋㅋ 무려 ‘고결한 성운’입니다ㅋㅋㅋㅋ 축캐드립치는 사람들 이해 못했었는데, 이제야 공감됩니다ㅋㅋㅋㅋ

(스샷_공중포박 실화냐.jpg)

(스샷_개바르는 타협.jpg)

이거 보고 저는 그야말로 입틀막을 한 채 울었습죠. 전체 공중포박... 실화입니까... 아니, 다들 이현님 잡는다고 아주... 정줄을 놨어요... 꼬마랑 잘살자가 덫=지뢰는 참 기차게 설치합니다.

(스샷_강림자_루스.jpg)

대망의 마지막 스크린샷입니다. 마지막은 비연을 무참히 족치고 있는 루스의 강림모습입니다ㅋㅋㅋㅋ 맺힌 게 많아 보이는데, 저만 그렇게 보이나요?ㅋㅋㅋ 검을 몇 번이나 내리꽂는지, 나중에는 타협놈들이 그만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ㅋㅋㅋㅋㅋ 아 재밌네요ㅋㅋㅋㅋ

다음 성전도 3대 길드전 함 가시죠! 아, 여명이 또 나와줄지 모르겠네요... 혹시 모르니, 우리 이현씨를 다 함께 꾑시다요ㅋㅋㅋㅋ 블랙블이야 뭐... 알아서 잘 나오지 않겠습니까?ㅋㅋㅋ

잡담은 이만하고... 흠흠, 이 다음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 불가한 루스의 강림영상입니다. 상대편은 ‘악신’ 길드의 길마 일격백입니다. 영상으로 감상하시죠!

마지막으로 이번 라히브라 섭 성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분들의 무한떼쟁을 기원하겠습니다.

(동영상)

댓글수[29334]

베스트 댓글

-옹알옹/신성제국: 내가 저번부터 느낀건데, 딴 놈들은 놈이고 왜 이현이는 이현님이냐?

-개같이살자/신성제국: 이현아, 이겼으니 이제 오골계들한테 전원 캐삭 좀 외쳐라

-와인쿵/신마제국: 블랙블은 대체 섭이전을 왜 한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

-링가리/신성제국: 흑백이 이현이 봐줬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일반 댓글

-달크루/신마제국: 나만 지금 루스 강림영상 무한반복중이냐?

└ 일격백이 이번에 루스 잡는다고 한달 내내 강림 시뮬했다던데... 왜 이리 불쌍하냐...

└ 하, 저 정도면 걍 타고나야 된다

└ 이젠 겜도 타고나야 되는 거냐?ㅋㅋㅋㅋㅋㅋ

-인절미/신성제국: 와나... 나도 이현이좀 보자... 나만 못봐...

└ 뭐 대단한 거 있다고 다들 ㅈㄹ들인지 모르겠네

└ 대단한 거 없다... 걍 템보면 눈물콧물 다 나올 뿐이다

└ 난 아직도 입틀막중이다 ㅅㅂ

-개복치치/신성제국: 와, 저 메기새1끼들이 이번에도 지들이 다 해처먹네

└ 니가 이해해라... 돼지들 난투극에 끼면 답없다

└ 지들이 못하니 별소리 다나오네ㅋㅋㅋㅋㅋ

└ 어휴, 집에가 잠이나 디비 쳐자라

-비보배/신성제국: 공중속박 실화냐? 허참, 저기서 저걸 다 걸리고 자빠졌냐;;

└ 다들 그냥 이현이한테 눈이 돌아가지고ㅉㅉ

└ 넌 뭐 잘 피했을 거 같냐?ㅋㅋㅋㅋㅋ

└ 와, 이님이 아직도 내 신적인 회피력을 모르시네

└ ㅋㅋㅋㅋㅋ 그래서 젤 먼저 처맞고 뻗어있었슈? 개어잌ㅋㅋㅋ

-살신정신/신성제국: 솔까 저기서 여명이 이현이처럼 고결한 성운 썼으면 타협들 개바를 수 있었다ㅡㅡ 백퍼 봐준거다 ㅅㅂ

└ 이게 먼 개소리야

└ ㅋㅋㅋㅋㅋ 뭘 알지나 못하면 가만히라도 있던가ㅋㅋㅋㅋㅋ 여명이 고결한 썼으면 타협 저만큼까지 몰아세우지도 못했다ㅋㅋㅋㅋ 고결한 썼으면 20초까진 버텼겠지ㅋㅋㅋ 근데 그 다음엔? 타협넘들이 좋다고 개발랐겠지

└ 여명이 고결한 대신 공격스킬 써서 타협이 궁지까지 몰린거다, 개발넘아. 뭘 알고나 말해라 새1끼야. 힐만하면 사는 줄 아냐? ㅅㅂ 상대를 죽여야 살거 아녀ㅡㅡ

-해해야디야/신마제국: 비연 저 시끼는 왜 저기서 외치기를 하고 난리라냐?

└ 이현이 살리고 싶다더니 잡아가라고 아주 광고를 하시네

└ 이현이 뒤에 있는 루스 죽이라는 빅피쳐 아님?ㅋㅋㅋㅋㅋ

└ 루스한테 가긴 해 봤냐? ㅅㅂ 저 와중에 루스한테 가니까 타협들 죄다 점사 날리더라. 하...

└ 타협 협동심 오지네ㅋ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다들 이현이 살린다고 달려온거냐?

└ 어미닭들 납셨네

└ 어미닭ㅋㅋㅋㅋ 찰진 표현보소ㅋㅋㅋㅋ

-주황핑크/신성제국: 왘ㅋㅋㅋㅋㅋ 다 어디 가있나 했더니, 루스네 가있었고만ㅋㅋㅋ 그래서 우리쪽이 그렇게 휑했던 거였어ㅋㅋㅋㅋ

└ 성전 이래 신성족 강림방이 이렇게 휑했던 건 첨ㅋㅋㅋㅋ

└ 다들 멀뚱멀뚱ㅋㅋㅋㅋㅋㅋ 미쳨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왜 안오지? 출격조가 그렇게 잘 할 리가 없는데... 이1지랄들ㅋㅋ

└ 난 진짜 이번에 우리가 이길 줄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죄다 이현이보러 가고 자빠졌곸ㅋㅋㅋ

└ 이현이 복 터졌넼ㅋㅋㅋㅋ

-마블링/신마제국: 닭둘기 얘들은 어째 졌는데도 이렇게 해맑냐;;

└ 진즉 질거 알았다

└ 흑백이 이현이 4각관계 스승인거 안 순간부터 질거라고 예상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 루스나 어케 하고 좀 말해봐라. 강림자 루스 뜬 순간 걍 디비 누웠다...

└ 캬, 성전에서 이기니 세상이 맑아 보이는군ㅋㅋㅋㅋ

└ 귀싸대기 처맞고 싶냐?

└ ㅋㅋㅋㅋㅋㅋ 전번 좀 불러봐라. 형이랑 오늘 밤새 통화좀 해보자

└ ㅋㅋㅋㅋ 비연 명대사 한 번 날려주랴? 두지고 싶냐?

[댓글 더보기]

***

[루스: 다들 수고했어요]

[마초: 캬ㅋㅋㅋㅋㅋ 역대 최고점수야ㅋㅋㅋ]

[꼬마천재: 상위길드 둘을 쓸었는데 그럼ㅋㅋ]

[베리베리: 상위길드 그까이거ㅋㅋㅋㅋㅋ]

[잘살아보세: 크으... 간만에 할맛나는 성전이었다]

[다이뜨자: 루스 빡친 게 대박이었짘ㅋㅋㅋㅋㅋ]

[코코볼: 비연놈 안오는 거 보니 멘탈 나갔고만ㅋㅋㅋㅋ]

[신이내린캐: 비연 그 새1끼 그거 지금 메인글에다 찬양글 남기느라 정신없다...]

[잘살아보세: 왘ㅋㅋㅋㅋ 누구 찬양글이냐?ㅋㅋㅋㅋ 우리 삐약이냐?ㅋㅋㅋㅋ]

[백전승: 루스가 가서 또 **야 겠넼ㅋㅋㅋ]

[다이뜨자: 공중포박 좀 걸어주고 말이지ㅋㅋㅋ]

[꼬마천재: 힐러님 스킬 리셋되고 죄다 공중포박 된 건 개쩔었지ㅋㅋㅋㅋㅋ]

[마초: 그때 죽은 새끼들 좋은 말할 때 지금 다 불어라!]

[코코볼: 지만 살겠다고 은신써서 숨은 새1끼 어딨냐? 일루 나와봐라 ㅅㅂ]

[마초: 어휴, 디진 넘들이 하여간 입만 살았지]

잘 나가다가 왜 또 지들끼리 싸우는지 모르겠다. 이현은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으르렁거리는 길드원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루라도 안 싸우면 입안에 가시가 돋나.

[꼬마천재: 근데 힐러님은 도중부터 힐해서 공적 별로 못 얻었겠네]

[코코볼: 죽었던 넘들 머리부터 박아라]

[백전승: 옙]

[다이뜨자: 옙]

[신이내린캐: ㅉㅉ 그니까 그만 좀 쳐1자고 무빙 실력이나 늘리고 와라, 새1끼들아]

[베리베리: 지는]

[신이내린캐: ㅋㅋㅋㅋㅋㅋㅋ 디지고 싶냐?]

확실히, 이현이 얻은 공적치는 길드원 중 가장 적었다. 시열이 강림을 하고 이겨준 덕분에 보상으로 공적치가 들어오긴 했지만, 다른 이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공적치인건 변함이 없었다. 신성족을 죽여서 공적을 취득하는 대신 아무런 보상도 없는 힐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웅다웅 떠들어대는 길드원을 보는 이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씩 올라간 입꼬리가 시원한 웃음을 만들었다.

[이현: 괜찮아요ㅋㅋ]

[베리베리: 다음 성전때는 내가 앞에다 닭둘기들 몰아줄게여!]

[꼬마천재: 지들이나 죽지 말고 공적타령을 하던가]

[마초: 다음 성전 때 기대하시라ㅋㅋㅋㅋ 내가 앞에다 몰아주겠음ㅋㅋ]

사실 처음 해본 성전은 정신없고 산만해서 당시에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다 재밌고 뿌듯하더라. 이현이 성전을 하면서 느낀 건 무수해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안에는 흑백이 말했던 딜레마에 대한 선택의 갈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저히 파티원들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적을 공격하다가도 다 죽어가는 파티원을 보면 저도 모르게 힐을 누르고 있었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어서야 이현은 힐러들이 갖는 고충이 무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흑백님도 이랬을까. 문득 이현의 머릿속으로 예전에 흑백이 해줬던 말이 바람처럼 스쳐지나갔다.

[신성제국/흑백: 힐러들이 그렇게 죽어라 희생하고 살려내도 대부분의 딜러들은 그냥 자기가 잘해서 산 줄 압니다. 그런데도 힐러들은 또 그런 상황이 닥치면 자기 생존기 다 포기하고 희생을 해요. 그러다 점사 당해서 죽고]

그런데도 왜 계속 힐러를 하냐고 물었던 이현의 대답에 흑백은 마치 어깨를 들썩이며 웃듯이 유쾌하게 대답했다.

“…가장 재밌고 매력적이라서.”

그 말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아니, 이해했다. 재밌다. 다른 직업을 해본 게 아니라 순위를 매길 순 없었지만, 이현은 힐러라는 직업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큰 매력을 느꼈다. 사로잡혔다고 하는 게 더 옳았다. 비록 딜러들이 힐러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감해줄 수 있는 동지와 아군이 있는 게 어디인가. 그거면 충분했다.

[베리베리: 우리 삐약님이 얼마나 파닥파닥 힐을 하셨냐 하면!!]

나름 소소한 감성에 젖어있던 이현의 눈에 ‘삐약이’가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이를 보자마자 이현의 두 눈이 뾰족해졌다.

“잘나가다 거기서 왜 삐약이가 나와!”

저걸 진짜 어떻게 없애지? 이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머리를 쥐어 싸맸다. 병아리 타이틀도 없어졌는데, 길드원들은 아직도 이현이를 병아리나 삐약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게 있다면, 자유 게시판에서 ‘탭현’이라는 이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 정도랄까.

“다행은 무슨….”

이러다 진짜 김성훈 말대로 뺙현이라고 불리는 건 아닌지, 오만걱정이 다 들었다. 이현이 오만가지 생각에 가득 차 있을 때, 채팅창 위로는 ‘현모’ 얘기가 시끌시끌 떠오르고 있었다.

[잘살아보세: 현모 가즈아!!]

[신이내린캐: 다들 죽을 각오해랔ㅋㅋㅋ]

[백전승: 개발린다고 수고한 흑백도 불러랔ㅋㅋㅋㅋㅋ]

[베리베리: 오예! 현모!!]

[마초: 캬, 현모 좋지!!]

[루스: 이현씨 뭐 먹고 싶어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캐릭들을 보던 이현은 뒤늦게야 한숨을 폭 내쉬며 느릿하게 타자를 쳤다. 다들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했다.

[이현: 저 닭꼬치요...]

[베리베리: 또 거기 가야겄네ㅋㅋㅋㅋㅋ]

[마초: 이얔ㅋㅋ 길마님 또 ㅎㄷㄷ 하시겠는뎈ㅋㅋㅋ]

[꼬마천재: 와씨! 제대로 땡겨주마!!]

“…아니, 그 천원짜리 닭꼬치 있는데….”

다들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선술집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현은 정정할까 하다가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 같아, 그냥 두었다. 먹은 건 각자 내자고 은밀하게 거래라도 해야겠다.

[루스: 예약 잡아놓을 테니까, 다들 시간 맞춰서 오도록 하고]

[루스: 장소는 지난번 했던 곳이니까 잘 찾아오세요]

루스의 말에 길드원들이 일제히 텀블링을 하며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이현도 도중부턴 길드원들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안 가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ㅋㅋㅋㅋ’를 보고 루스의 옆구리로 달려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두 번째 현모. 별수 없던 첫 현모 때와 다른 마음과 상황이었다. 간질간질 올라오는 기대감이 설렘처럼 다가왔다. 이러나저러나 모두와 함께하며 많이 친해졌다. 긴 듯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받은 도움과 친절을 이현은 잊지 못했다. 고마웠던 시간을 되짚을수록 종족을 옮기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타협은 없다’라는 길드를 알게 되고, 루스와 만나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타협은 없다’라는 길드에 스며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굴과 이름을 몰라도 이렇게나 즐겁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길드에 들고서야 알게 되었다. 고마움이 벅찬 감정과 함께 잔잔한 파도처럼 이현의 마음을 휩쓸었다.

이현은 가만히 눈을 감고 음미하듯 깊은숨을 내쉬었다. 입가에 미소가 배시시 감돌았다. 공연한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

딸랑—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명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현은 카운터 앞에 늘어진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주말 번화가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몇 개 사야 되지? 눈을 도륵 굴리며 이현이 고민했다. 고민은 짧았다. 이왕 사는 거,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많이 사기로 했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린 것도 그때였다.

홀딩을 풀고 보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발신자는 김성훈이었다.

[어디야]

“얘는 왜 벌써부터 이래.”

이현은 불퉁한 표정으로 곧장 ‘카페’라고 답장했다. 아직 현모 시간까지는 30분이나 남아있었다. 물론 한눈판 전적이 있어 의심받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나올 때 메시지까지 보냈는데도 이러는 걸 보니 여간 못 미더운 게 아닌 듯했다.

줄이 줄어들 때까지 가만히 서 있기도 심심해서, 이현은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김성훈의 대화 아래에는 시열과 주고받았던 대화목록이 떠 있었다. 클릭해 들어가자 요새 들어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말해줄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말을 보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애간장이 타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시열이 같이 살자고 말한 후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그 사이 이현은 많은 고민과 설렘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답을 미룬 건, 오늘을 위해서였다.

“이따 가서 말해줘야지.”

“뭘 말해.”

이현의 뒤로 난데없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놀라 뒤를 돌아본 이현의 표정이 상대방을 확인한 순간 일그러졌다. 김성훈이었다. 아니, 이건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찾아와서 닦달이야.

“표정 봐라. 안 풀지.”

“아, 한눈 안 판다고.”

“왜, 찔리냐? 나도 커피 마시고 싶어서 온 거다, 이 여우새끼야.”

이건 뭐 매일 여우새끼래. 눈을 뾰족하게 뜨고 노려보고 있던 이현은 턱짓으로 앞을 가리키는 김성훈의 시선에 줄어든 줄을 보고 앞사람 뒤로 냉큼 붙었다.

“마침 잘됐다. 커피 사 갈 건데 같이 들어주라.”

“적당히 사. 술 마신다고 난리라 어차피 다들 커피는 안 마실 거다.”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이현은 그냥 시열과 삼인방의 것만 사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들 이미 도착했다는데.”

“진짜?! 왜 벌…읍!”

이현의 격양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나갔다. 김성훈이 재빨리 이현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시선은 잔뜩 몰린 후였다. 김성훈의 손을 확 깨물까 하다가 이현은 살벌한 시선에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해라, 조용히.”

아니, 내가 뭐 일부러 그랬나…. 이현은 김성훈의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김성훈이 한숨과 함께 손을 떼어냈다. 앞줄이 비고 카운터가 드러난 것도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수줍은 듯 생긋 웃으며 인사하는 여직원은 이현이 올 때마다 봤던 사람이었다. 늘 좋은 이벤트나 할인이 있으면 알려주고, 사근사근 주문을 받아주는지라 이현의 머릿속에서도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아메리카노 6잔하고… 어, 카페라떼 하나 주세요.”

“네, 오늘은 케익 안 드시나요?”

“…네.”

이현의 시선이 아주 잠시 쇼케이스로 향했지만, 그뿐이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으로 보아, 먹는다고 했으면 아주 난리가 났을 게 분명했다. 이현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 내가 낼게.”

“나도 돈 있거든? 됐어, 내가 낼게.”

“알겠으니까 좀 놔봐, 새끼야.”

뒤에서 카드를 내미는 김성훈의 손을 잡아챈 이현이 잽싸게 자기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옥신각신하는 이현과 김성훈의 모습이 제법 웃겼던 걸까, 뒤고 앞이고 숨죽여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료는 옆에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카드와 영수증을 받아든 이현이 김성훈의 팔을 잡아끌고 옆으로 재빠르게 빠졌다. 불만 많은 김성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현은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김성훈과 나란히 커피를 나눠들고 카페를 나왔다.

“그래서, 마음은 정했냐?”

“마음이야 뭐….”

진작 정했지. 이현은 뺨을 긁적이며 오물거리듯 말했다. 가볍게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사실 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다는 걸 김성훈은 알고 있었다.

“너무 성급한 거 같은데.”

그럴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고작해야 몇 개월이었다. 단지 마음이 같다는 하나만으로 함께 사는 건, 성급하고 섣부른 행동일지 몰랐다. 그런데도 이현은 자신의 선택을 물릴 생각이 없었다.

시열을 향한 커져가는 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시열을 볼 때마다 설레어 뛰는 제 심장이 그를 좋아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아직 그에게 고백다운 고백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현은 제 감정이 결코 가볍거나 작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와 같이 살기로 마음을 먹은 건,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계기랄까, 제 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시열과 함께 한강을 갔던 날이었다. 야경이 펼쳐진 한강 다리를 바라보며 이현은 시열과 함께 돌계단 위에 앉아 있었다.

그저 말없이 경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손안에 온기가 번지는가 싶더니 금세 시열에게 손이 잡히고 말았다. 이현이 고개를 돌려 시열을 바라봤지만, 시열은 야경만 내도록 바라보았다.

‘이현씨만큼 예쁘네요.’

무심코 흘러나온 말처럼 느껴졌다. 별거 아닌 그 말이 그땐 왜 그렇게 설레게 느껴졌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떠올릴 때마다 설렜다. 스치듯이 지나간 그런 말이었다. 시열에게 예쁘다는 정의가 혹, 제 모습인가 싶어서 귀 끝이 홧홧해지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듣고부터는 손끝이 내내 간질거렸다. 맞잡은 손에서부터 뜨거움이 번져 올라왔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뛰어대는 심장이 낯설어 이현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려야 했다. 시열이 손을 얽고 깍지를 낀 것도 그때였다.

엄지로 손등을 살살 문지르는 손길이 간지럽기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모든 행동이 낯간지럽게만 느껴졌다. 그런데도, 이현은 시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이 어쩌지 못할 정도로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이 어떤 건지. 손끝이 떨릴 만큼 저를 집어삼키는 시열의 마음이 얼마나 진중한지.

확신은 생각보다 사소한 데에서 생겨났다. 그러니까, 괜찮다.

“…잘 할 수 있겠어?”

생각에 잠겨 있던 이현을 흔들어 깨우고, 김성훈은 많은 뜻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이현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손길이 이현의 머리를 잔뜩 헝클고 지나쳤다.

“그럼 됐다.”

“걱정 마. 시열씨네 들어가도 자주 놀러 나올게.”

“퍽이나.”

“진짜거든?!”

“내가 봤을 때, 넌 눈치 때문에 글렀다.”

지는 뭐 눈치 백단인 줄 아나.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는 이현을 보며 김성훈이 픽, 하고 웃었다. 어딘지 편안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어차피 내년이면 복학한다고 게임도 별로 못할 텐데, 그때까지 열심히나 해라.”

“복학이랑 에르덴이랑 무슨 상관인데.”

“…미쳤냐?”

복학하고도 에르덴을 계속 하겠다고? 황당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김성훈에게 이현은 오히려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공부하면서 에르덴 할 수 있거든요.”

“채이현, 이거 또 쓸데없는 집념 부린다.”

“두고 봐라. 내가 전과목 올 A+받아올 테니까.”

“꿈도 대단하시네.”

“아, 진짜라고.”

뭐든 하면 된다. 다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에르덴을 아주 조금만 덜 하면 된다. 성적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없는 이현의 모습에 김성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열심히 해서 꼭 성적표나 갖다 줘라.”

이현의 머리를 손으로 꾹 누르며 김성훈이 기대도 안 한다는 듯이 말했다. 이현이 몸통박치기를 하며 순식간에 떼어놓았지만, 거머리처럼 따라붙는 손은 이현의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며 걸었더니, 어느새 처음 현모를 했던 단골 선술집에 도착했다. 다른 날과 달리 주차장에 차가 잔뜩 들어선 게, 김성훈의 말대로 이미 다 도착해 있는 듯했다.

“아, 오늘 일부러 일찍 나온 건데.”

“30분 일찍 나와 놓고 아침부터 나와 기다린 것처럼 얘기하네.”

얘는 어째 한 마디도 안 지냐. 생각 같아선 발을 확 밟아주고 싶은데, 착하게 살기로 다짐한 후라 그럴 수가 없었다. 세상 살기 참 힘들다며, 이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선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사내를 보고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어, 왔냐?”

“형이다! 형, 잘 지냈어요?”

“말도 마라. 니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내가 그럴 줄 알고, 형 주려고 커피를 딱!”

“이야, 역시 이현이밖에 없다니까.”

호탕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사장 형을 보는 이현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뒤에서는 김성훈이 얼싸안고 떠드는 둘을 보며 이마를 슬쩍 짚고 있었다.

“저번에 왔던 일행들 맞지? 단체손님 딱 한 팀 있으니 가 봐라.”

“많이 왔어요?”

“서른 명 예약 잡혔는데, 주문 받을 때 보니까 대부분 온 것 같더라.”

“아, 그래요?”

“형이 이현이 봐서 서비스 많이 넣어주마.”

“와, 역시 형이 최고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좋아하는 이현에게 흐뭇한 시선이 쏟아졌다. 사내의 시야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가보겠다며 손을 붕붕 흔드는 이현의 손가락 사이를 유심히 보던 사내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쏟아졌다.

“이야, 이현이가 형보다 능력이 좋네. 여자친구도 생기고 말이야.”

이현의 시선이 제 왼쪽 손가락 사이로 옮겨졌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반지를 보고 그러는 것이었다. 눈동자를 도륵 굴리던 이현은 뒤늦게야 멋쩍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여친 아니고….”

한 걸음, 두 걸음 이현이 계단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계단 앞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발그레한 이현의 얼굴이 두 사람 앞에 드러났다. 말간 뺨이 복사꽃 색으로 물들어, 생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씩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은 사람이요.”

이현은 그 말을 끝으로 급히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멍하게 서 있는 사장 형의 어깨를 한 번 툭 두드린 김성훈도 낄낄 웃으며 따라 올라갔다.

헐레벌떡 계단을 달려 올라가 왁자지껄한 룸을 찾은 이현은 수많은 신발이 놓인 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신발을 벗고 룸 단상 위로 올라갔다. 여전히 룸 안을 시끌벅적 정신이 없었다. 개중엔 익숙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심호흡을 한 번 한 이현은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처음과 다른 만남이었다. 뭣 모르고 어색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저 빨리 모두를 보고 싶었다. 아니, 얼굴을 마주하고 실컷 웃고 떠들고 싶었다.

에르덴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다. 좋은 시간이 금방 지나갈 때면 아쉽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에르덴에 있을 때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그 순간만은 영원해서, 이현은 매 순간을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모두와 웃고 떠들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몇 시간일 뿐인데도, 이현은 까마득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늘 이렇게 함께 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현에게 길드원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안 들어가냐?”

옆에서 김성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새 따라온 김성훈이 턱짓으로 방문을 가리키며 재촉을 하고 있었다. 이현은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한 번 쓰다듬고 미닫이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시간이 멈춘 듯 왁자지껄한 소리가 뚝 끊겼다. 그 고요한 틈을 파고든 이현이 성큼 발을 뻗었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저를 향한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 안에서 이현은 제일 안쪽 자리에 앉아 턱을 괸 채 웃고 있는 시열의 모습을 발견했다.

시선을 마주하자, 시열의 미소가 진해졌다. 가슴이 절로 두근거리는 설레는 미소였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현은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삼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씩씩한 모습으로 허리를 꾸벅 숙였다.

고마웠던 모두에게 보이는 두 번째의 만남, 그리고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에르덴에서 힐러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입니다.”

<힐러의 생존기> 본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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