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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검사의 복수-3화 (3/180)

< 오러와 마나 (2) >

오러와 마나(2)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거의 기다시피 해서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보고 집사장 케인즈가 물었다.

"으으... 죽을 것 같아...."

"알버트 경과 함께 훈련을 하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힘든 훈련입니까? 알버트 경의 나이도 있으실텐데...."

"해 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뭔가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서 뒤에 있는 케인즈를 노려봤다.

'평범한 노인인줄 알았던 알버트가 일반적인 기사의 경지를 아득하게 초월한 사람이었어. 케인즈도 평범한 집사가 아닐지도 몰라....'

내가 모르는 사실이 얼마나 더 있는지, 그 사실들이 두 번째 삶을 얼마나 뒤흔들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제 얼굴에 무엇이 묻었습니까? 뚫어져라 보시니 무섭습니다."

"아냐, 아냐. 신경 쓰지마."

케인즈가 나를 지나쳐가다 멈춰섰다.

"내일 공작부인께서 돌아오시니 훈련을 하루 빼야한다고 알버트 경께 전해 놓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럼 캐슬린도?"

"물론입니다. 간만의 재회이니 공작부인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어머니와 캐슬린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여동생인 캐슬린은 몸이 약해 일 년의 몇 달을 외가인 로제 백작가의 별장에 어머니와 함께 머물곤 했다.

병약한 캐슬린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들어간 돈이 웬만한 자작령을 사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캐슬린은 스물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도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시게 된다.

아버지도 그 이후 눈에 띄게 약해지시더니 몇 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전생에서 캐서린이 앓았던 병이 아버지와 비슷한 병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지만 죽을 때까지 풀어낼 수 없던 문제였다.

그렇게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겨진 세월이 얼마였던가.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결코 혼자가 되지 않겠다.

##

"그래, 시안은 검을 배우고 있다고?"

"네.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엄마는 네가 대성할 거라고 생각해."

"자만은 수련의 독이요, 일라이자."

"어머, 이이 봐? 당신 10살 때 기억 안 나요? 수련은커녕 매일같이 나 보겠다고 로제가(家) 거주지 담 넘으려다 걸리고 그랬잖아요."

"나는 그런 적이 없소."

"어머, 어머? 어떻게 갈수록 이렇게 뻔뻔해지지? 진짜 기억 안 나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티격태격 사랑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캐슬린이 내 팔을 포크로 콕 찔렀다.

"오빠 칼 배워? 막 이케 이케 휘둘러?"

그 모습에 캐슬린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족 간의 단란한 식사.

몇십 년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꿈만 같았다.

"시안! 우니? 왜 울어?"

어머니가 놀라서 달려왔다.

손을 들어 뺨을 만져보니 흐르는 눈물이 느껴졌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 보다.

"아,아니에요. 음식이 매웠어요. 아니 음식이 기도로 넘어갔어요."

"오빠 울어? 오빠 울보야?"

"오늘 음식은 제 입맛에 조금 안 맞아서 더 못 먹겠어요. 죄송합니다. 먼저 올라갈게요."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대성통곡을 할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당황해 하는 가족들을 뒤에 남겨두고 홀을 벗어나는 순간, 홀의 입구에 몸을 말고 우리 가족을 보고 있던 똥개의 말이 머리를 울렸다.

[아비가 딸을 죽이겠네. 역시 남의 눈을 통해서 보는 것 보다 직접 봐야 해. 이렇게 생생한 걸. 킬킬킬]

뭐? 아비가 딸을 뭐 어쩌고 어째?

##

그 동안 이 똥개새끼가 지껄이는 말을 적당히 대꾸하면서 반 쯤 무시했는데 이건 참을 수가 없다.

쾅!

방문을 거칠게 닫고 목덜미가 붙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똥개를 방 한 쪽으로 내던졌다.

처박힌 채 낑낑대는 꼴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똥개는 우아하게 착지했다.

그 꼴에 더 분노가 솟았다.

"너 아까 뭐라고 했어."

[아까? 아~ 아비가 딸을 죽인다는 거?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였어? 음식이 더럽게 맛이 없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하는 똥개새끼.

너무나 평안한 어투라 내가 잘못 들었나 싶다.

"그딴 개소리 한 번만 더 해 봐. 가만 안 둘 거야."

[가만 안 두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예속되어 있을 뿐, 간섭 할 수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뜻이지.]

똥개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몬트라우의 이름이 헛된 것은 아닌지 그 동안의 특훈으로 이제 몸에 오러가 생성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평범한 개라면 머리통이 박살 날 정도의 위력은 된다.

[소용 없다니까.]

분명 피범벅이 되었어야 할 똥개가 검은 연기가 되어 내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연기가 옆에 뭉치더니 똥개의 형상으로 변했다.

"헉...헉...."

전력을 다해 똥개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게 수십 차례,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머리가 좀 좋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봐? 학습 능력이 이렇게 모자랄 줄은 몰랐네]

"입 닥쳐, 개새끼야."

[야, 거래를 하나 하자]

"지랄 마. 누가 너 따위랑 거래를...."

[네 아버지와 동생, 한 번에 낫게 할 수 있는데도?]

"...... 개소리도 적당히 해. 나라고 안 찾아 봤을 것 같아?"

[좋아. 더 이상 지랄하지 않겠어. 이제 네게 남은 건 지난번의 삶처럼 가족들을 정체불명의 병으로 잃고 후회하는 일이야.]

##

30분 뒤, 나는 방에서 똥개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좋아, 일단 일방적으로 널 패려고 했던 건 사과하겠어. 너도 말을 심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

[심하다고?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 한 거야.]

'이 개새끼가 진짜.....'

내가 다시 주먹에 오러를 모으자 똥개가 한 발 물러섰다.

[알았어, 알았어. 듣는 주체에 따라서는 안 좋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 못했어. 미안해. 이 정도면 만족하지?]

관계 개선을 위해서 내가 한 번 더 참기로 했다.

"앞으로 말 조심해. 널 상대해 줄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어."

[뭐, 그렇긴 하지]

"일단 우리들의 관계를 재설정 하자고. 봐서 알겠지만 난 시안 몬트라우. 넌 누구지?"

똥개가 고개를 내 뒤를 보라는 듯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몬트라우 가문의 문장(紋章). 거대한 검은 늑대의 옆모습이 그려진 깃발이 있었다.

"제대로 말 안 해?....."

나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똥개의 말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류의 재앙! 몰아치는 검은 폭풍! 늑대들의 왕이다!'

[분명히 말했는데 이제야 좀 믿음이 가?]

"네가 투브야? 개척왕의 손에 죽은 검은 늑대 투브?"

[놀고 있네. 네 선조들이 내가 죽었다고 알려주디? 인간 놈들 허세는 알아 줘야 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먼 옛날 제뉴인 지방은 몬스터와 야만인이 가득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방이었다고 한다.

메조 몬트라우라는 한 남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그곳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곳의 지배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황소를 세 마리 합친 것보다 컸다고 전해지는 검은 늑대 '투브'

메조 몬트라우는 제뉴인의 지배자 투브와 며칠 밤낮을 지새우며 싸웠고 결국 투브를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니 사람들이 그를 개척왕이라 불렀다.

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 메조 몬트라우가 만든 왕국은 제국에 흡수되어 공작 작위를 받게 되니 그것이 제뉴인 공작가의 시작이었다.

[나 그때 안 죽었어. 서로 죽게 생겼길래 메조인지 뭔지 걔랑 합의를 본 거지.]

"합의?"

[나를 죽이지 않는 대신 너네 가문의 후손을 한 번 구해줄 것.]

"그 후손이 나였다?"

[그렇지. 나를 찾아온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믿을 수가 없네."

[믿기 싫음 말아. 나는 당연히 약속을 지켰으니 해방될 줄 알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벗어날 수도 없고 이렇게 조그마하게 변해버렸어. 답답한 건 나야.]

서로 의심만 하고 있는 것은 생산성 있는 대화가 아니다.

일단 핵심을 묻기로 했다.

"좋아, 서로 궁금한 게 많겠지만 잠시 덮어둘 건 덮어두자고."

[말이 좀 통하는 녀석이었군?]

"아버지와 캐슬린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거, 무슨 소리야."

[네 아버지만 봤을 때는 확실하지 않았는데 네 동생을 보고 확실해졌어. 저건 마나결석이야.]

"마나 결석?"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병이었다.

[일단, 네 아버지의 욕심 때문이라는 걸 미리 말하겠어. 아니, 어쩌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

"알아듣게 설명해!"

[후... 이래서 인간들이란.... 마나와 오러의 근본적인 차이는 알고 있겠지?]

오러는 신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라 누구라도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으면 작은 경지에라도 도달 할 수 있지만 마나는 그렇지 않다.

마나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신비한 힘.

이것을 다룰 수 있는 것은 훈련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마나를 다룰 수 있었고 이것을 마나의 축복이 깃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렇지. 근데 너네 핏줄은 어떻게 된 건지 오러를 키우기에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데도 드물게 마나의 축복을 받는 아이들도 태어나더란 말이지?]

"요점만 말해. 요점만"

[이해가 느리네. 네 아버지는 오러를 다룰 수 있으면서 마나의 축복도 깃든 사람이야.]

"!!"

[아마 본인도 나중에야 알았을 거야. 아마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이후라고 생각해.]

똥개, 아니 투브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오러는 무한히 증폭되는 것이 아니야.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고. 네가 그렇다고 생각해봐. 죽어라고 노력하는데 아무 증진이 없어.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겠지."

[이제야 얘기가 좀 되네. 그 때부터 마나를 만지기 시작했겠지. 그런데 몸 안에서 도는 오러와 몸 밖에서 끌어오는 마나를 동시에 쓸 수는 없어. 그건 섭리에 어긋나거든.]

"그게 병이 된 거다?"

[그래. 오러와 충돌한 마나가 몸 안에서 결정 형태로 뭉치는 병. 마나결석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내가 봤던 어떤 책에도 그런 병은 없었어. 네 말을 다 신뢰할 수는 없어."

[마나와 오러를 둘 다 다루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둘 중 하나라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야 결석이 만들어져. 이건 희귀한 정도가 아니야.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병이야.]

"그럼 너는 그걸 어떻게 알지?"

[보여.]

또 그 소리였다.

보인다는 소리.

너무나 막연했다.

[너는 미래를 알고 있지? 나는 미래를 알지는 못해. 하지만 현재를 볼 수 있지. 네 아버지의 가슴에 가득 들어찬 마나 결석이 보여.]

'순순히 믿기는 힘들지만 이 녀석은 저비스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봤어. 흘려 넘기기에는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 때, 방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여러 사람이 다급히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가득했다.

문을 여니 사용인들이 다급하게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하녀 하나를 잡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하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깨를 붙잡고 눈을 바로 보며 말했다.

"말 해! 무슨 일이야!"

"도...도련님... 공작 각하께서 쓰러지셨답니다..."

'아버지의 발작이 시작된 게 이맘 때 쯤이었나! 병신! 이 중요한 걸!'

훈련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위에 신경 쓰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빠르게 사용인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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