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마검사의 복수-24화 (24/180)

< 기사단 모의 전투 (1) >

왼쪽에 있는 원본을 90도로 돌려봐도, 180도로 돌려봐도 내용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쓰여 있는 글자들이 옛날 문자라서가 아니였다.

그림과 글자들이 가득했지만 네 살 짜리 어린 아이가 마구 휘갈겨 놓은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책이라 불러도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낙서장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었다.

문장들이 서로를 침범해서 나열되어 있는 것은 예사고, 여백에도 낙서인지 글자인지 모를 흔적들이 빽빽했다.

글자들은 내가 잘 모르는 것 일 수도 있으니 그림을 쳐다보면 머리가 아파왔다.

환각 마법이라도 걸어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의 끔찍한 솜씨였다.

믿을 수가 없어서 오른쪽의 해석본으로 고개를 돌리니 알버트가 말했다.

"보셨겠지만 원본의 문장들이 자유분방하게 쓰여 있어 제 해석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마검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 손에 들어갈까 해서 일부러 이렇게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거지?"

알버트가 굉장히 민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타르님은 정리정돈에는 소질이 없으셨습니다....."

[원숭이한테 책을 쓰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공자님!"

기사단원들의 연무장에 들어서자 한스가 뛰어나와 나를 맞았다.

"모레 있을 모의 전투에 저도 참모로 참여하지 않습니까.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봐 두어야지요."

"공자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강철바위 기사단의 방어 전술을 파훼할 훈련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한 번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송곳니 기사단이 압도적인 돌파력을 자랑한다면 카몰 후작가, 유제프 가문의 강철바위 기사단은 오로지 방어와 반격에만 집중한 기사단이었다.

같은 기사라도 기사단의 색깔에 따라 병과가 달랐다.

송곳니 기사단은 전원 말을 타고서 빠르고 강력한 타격을 주력으로 하는 반면, 강철바위 기사단은 절반 이상이 중갑과 대방패를 착용하고 상대의 공격을 막다가 안에서 때를 노리던 기동대가 적이 지친 틈을 타서 출격하는 전술을 주로 사용했다.

절반 이상이 말을 타지 않는 기사단을 기사단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불만이 제기된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카몰 후작, 스타리옷 유제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모의 전투를 신청해서 강철바위를 이기거든 그렇게 말하시구려!"

그런 강철바위 기사단이 송곳니 기사단에게 모의전투를 신청해왔다.

창과 방패의 대결로 온 수도가 열광했다.

기사단 모의전투는 원래 양측 가문의 관계자들만 관람할 수 있으나 그 뜨거운 열기에 황실 측에서도 사람을 파견할 정도였다.

두두두두

열 마리의 말이 검은 갑옷을 입을 기사를 태운 채로 질주하고 있었다.

창을 옆에 끼운 채로 흔들림 없이 말 위에 앉아 있는 기사를 필두로 해서 점점 속력을 내고 있었다.

돌진하는 기사들 앞에는 검은 갑옷 위에 푸른 천을 입고 있는 인원들이 단단히 뭉쳐 방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방진 안에는 50명 정도 되어 보이는 기사들이 오러를 발산하며 다가오는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콰앙!

방진의 선두와 돌진 대열의 선두가 충돌했다.

부서진 창과 대방패가 공중으로 비산 했다.

방진의 기사가 방패를 놓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검은 갑옷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진을 휘젓기 시작했다.

푸른 방진이 꿈틀거리며 내부로 들어오려는 검은 갑옷들을 포위해 막으려 했지만 밀려 들어오는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뚫리면 진열의 한쪽 면이 완전히 붕괴될 상황, 방진 안 쪽에서 한 무리의 기마대가 튀어 나와 돌진해온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돌진해온 기사들은 뒤와 옆의 중갑 보병들과 앞의 기병들을 동시에 상대할 위기에 처했다.

검은 갑옷들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하나로 뭉쳐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기마대를 흘려보내고 방진의 왼쪽을 공략해 뚫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진을 파괴하는데 성공한 열 명의 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방어 측 역할을 하고 있던 기사들이 아쉬운 눈빛을 했지만 동료들의 성공을 축하하는 박수를 쳤다.

한스가 소리쳤다.

"30분 휴식하고 다음 조 준비한다!"

150명인 후작가의 기사단원 수에 맞춰 우리도 150명만 출전할 수 있으니 200명의 송곳니 기사단 중 남은 50명이 강철바위 역할을 하고 남은 기사들이 조를 짜서 순환하면서 방어를 뚫는 방식인 것 같았다.

"내일 모레가 모의 전투인데 너무 과격하게 훈련하는 것이 아닌가요?"

"허울 좋은 놀음으로 끝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한스와 내가 기사들을 바라봤다.

분명 힘에 겨울 텐데도 눈빛과 투지만은 살아있었다.

"방심하지는 마세요. 강철바위 기사단은 훨씬 더 강력한 방어를 선보일 거예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강철바위 놈들을 모두 3개월 이상 병상에 넣어 주겠습니다."

기사들을 바라보던 한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어디 가서 쓰레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사단장, 자부심이 엄청 강하네.]

담아 두고 있었나 보다.

##

"간만이네, 카몰 후작."

"그간 격조하셨습니까, 각하."

작은 구릉과 평야가 섞여 있는 이곳은 수도 주위에 있는 제 3 모의 전투장.

한 쪽에 마련된 관람석에서 마주친 아버지와 카몰 후작은 서로 웃으며 안부를 묻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긴장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귀족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대리전이라고 해도 좋은 것이 모의 전투다.

송곳니 기사단 정도 되면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 중의 망신이라 밀려 들어오는 모의 전투 신청에도 불구하고 잘 수락을 하지 않았지만 강철바위 정도 되는 후작가의 기사단의 신청을 거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철바위 정도 되는 기사단을 밟아 놓으면 한 동안 편할 것도 같구나.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시안 공자님께서도 참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송곳니의 다음 주인 아닌가. 참모로 참여해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네."

[송곳니의 다음 주인이라는데? 이미 빼도 박도 못하는 거 아니야? 킥킥킥]

'조용히 해. 아버지 생각대로는 안 끌려 갈 거야.'

아라크네에게서 탈출 한 후, 내 이야기와 투브 이야기도 많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내 옆에 투브가 붙어 있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기사가 아니라 참모로 참여하십니까? 정식 기사단원을 여럿 눕혔다는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려는 참이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내가 난리를 쳐 놓은 것에 대해 아버지가 함구령을 내렸지만 소문이라는 것이 어디 막아지겠는가.

아버지가 화제를 돌렸다.

"스테판이 보이지 않는군?"

"말씀을 못 들으셨나 봅니다, 각하. 스테판도 이번 모의 전투에 참여합니다."

"스테판이? 스테판은 마법사이지 않은가."

"마법사인데도 기사단에 관심이 많기에 제가 참여를 허락했습니다."

전생에서도 스테판은 기사와 마법사를 활용한 전법에 관심이 많았다.

기사와는 달리 마법사는 굉장히 한정된 자원이기에 그가 제안한 전법은 대개 승인 받지는 못했지만 장군이었던 내가 봤을 때, 나름대로 괜찮은 부분이 있었다.

그것을 여기서 실행해 볼 셈인 것 같았다.

부분 역행 마법으로 상처를 재생시켜 몇 번이고 칼을 꼽을 정도로 잔인한 성격의 놈이다.

무슨 짓을 계획하고 있을지 몰랐다.

"조심하라고 이르게. 우리 기사단은 너무 강력해서 강철바위의 참모진이 있는 곳까지 돌파해버릴지도 모르거든."

아버지의 말에 카몰 후작이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팽팽한 기싸움이었다.

군 소속 마법사가 들어와 시야 마법을 시전 했다.

아버지와 카몰 후작 앞에 전투장을 위에서 내려다 본 것 같은 화면이 펼쳐졌다.

전투를 준비해야 했다.

##

"오셨습니까."

참모진이 있는 막사에 들어서니 갑옷을 입어 한 층 더 커 보이는 한스가 나를 맞았다.

"직접 참여하시는가 보죠? 지휘를 맡으실 줄 알았는데?"

"허허허, 제 심장에 불을 잔뜩 지펴 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제가 선봉으로 돌파하겠습니다. 무武를 추구하는 자의 긍지입니다."

한스가 돌아서더니 두 사람을 불렀다.

한 명은 송곳니 기사단의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마법사의 복식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송곳니 기사단 소속 참모장, 오흐 이케안입니다. 작전의 총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27 마법부대 소속 통신 마법사, 스칸디르 에이덤입니다. 앞으로 쭉 송곳니 기사단에 파견될 예정입니다."

주지수 평원 전투에서 남겨두고 나와야 했던 27마법 부대장 스칸디르였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어린 얼굴의 스칸디르가 인사하고 있었다.

이 시기의 스칸디르가 송곳니 기사단에 파견 나와 있었다니,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오흐가 내게 작전 개요를 설명했다.

"강철바위 측은 예전부터 아흔 의 중갑 기사, 쉰 다섯의 기마대, 다섯의 참모진으로 나뉘어진 병력 운용을 선호했습니다. 오랜 전통에 힘입어 중갑진과 기마진이 유기적으로 공세와 수세를 전환하는 것이 능숙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저희의 돌파를 막아내고 방진 안으로 끌어들인 뒤 섬멸을 시도하는 작전을 짜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우리 측 대응은?"

오흐가 모의 전투장이 그려진 지도를 폈다.

"저희 역시 150의 인원만 참여할 수 있기에 참모진 다섯을 제외한 145명을 65, 40, 40의 세 부대로 나눴습니다. 단장님이 계신 65명의 선봉이 강철바위 본진을 묶어두는 동안 나머지 두 부대가 각각 전력으로 달려 강철바위의 왼쪽과 후방을 덮친다는 작전입니다."

"망치와 모루?."

"그렇습니다. 선봉대는 강행돌파보다는 적을 묶어두는 모루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돌파가 강점인 기병을 모루 역할로?"

"선봉은 강행 돌파가 아니라 속도를 살려 강철바위 기사단 주위를 돌며 그들의 기마대를 유인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선봉과 맞서주면 망치역할을 하는 부대들이 난입했을 때 훨씬 방해를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모루와 망치간의 속도 조절과 공격하는 시점이 승패를 가르겠네."

오흐가 비장하게 답했다.

"바위도 부수는 송곳니가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방심하지 마. 저쪽도 무언가 생각해둔 수가 있으니 우리에게 모의 전투를 신청했겠지."

"물론입니다."

[모의 전투라고 해서 설렁설렁 할 줄 알았는데, 제법 분위기가 난다?]

'자존심 싸움이야. 스테판 그 새끼도 저기 어디 있을 건데 질 것 같아? 당장 죽여 놓지는 못해도 박살을 내주겠어.'

굳게 마음먹고 왔지만 생각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어 딱히 내가 도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한 번 씩 뒤집어 줘야 군기가 잡히지.

전생의 경험에서 비롯된 교훈이었다.

'맞아. 너 약 먹어.'

품에서 저비스가 만들어준 약을 투브에게 건넸다.

이타르의 반지가 폭주하지 않게 제어해 주는 약이었다.

약을 삼킨 투브가 고개를 흔들며 인상을 썼다.

[이거 좀 맛있게는 못 만든대? 먹는다는 행위를 엄청 오랜만에 하는데 이딴 맛이라니...]

투브의 불평이 이어지고 있는 사이 스칸디르의 주위에 푸른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스의 선봉대에 있는 다른 마법사의 통신이 전해져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스칸디르가 쉬지 않고 전장의 정보를 참모진에 전달했다.

"좌측, 후방 타격대 전속력으로 목적지로 이동 중."

"선봉, 속력 조정."

"타격대, 시야에서 이탈."

"선봉, 약 1분 후, 적 본대와 조우 예정."

스칸디르의 말에 따라 참모진들이 쉬지 않고 지도에 올려져 있는 말들을 조정했다.

전시에 통신 마법사가 기사단에 배정되는 이유였다.

이들의 존재 유무에 따라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달랐다.

"선봉, 강철바위 본진 관측. 타격대로부터 아직 신호 없음. 접근 중."

"선봉, 강철바위 본진과 접촉, 양측 다 피해 없음."

"강철바위 기마대 출격. 교전? 회피? 지휘부 응답 바람."

생각보다 강철바위 기마대가 일찍 나왔다.

우리를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오흐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회피 명령을 내렸다.

"양호. 선봉, 회피 기동 중. 좌측 타격대, 목표 지점 점령. 후방 타격대 관측 안 됨."

"강철바위 기마대에서 마력흐름 감지. 마법사가 있는 듯."

그 말에 오흐가 스칸디르를 쳐다봤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파견 되어 온 통신 마법사도 물론 다른 마법을 쓸 수 있지만 모의 전투에서는 오로지 통신 마법과 자기 보호 마법만 허용된다.

기사단의 전력을 시험하는 자리에서 다른 힘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스테판인가 보네."

오흐가 날 쳐다봤다.

"모든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군 소속이라 사병인 기사단에 가입할 수 없지만 예외가 있지. 귀족 가문의 정식 후계가 되면 군 소속이 아니게 돼. 스테판은 아직 열 여섯이지만 카몰 후작가의 후계로 황제 폐하의 인가를 받았으니 민간인 신분이야."

"그리고 자신의 가문 기사단에 들어갔다는 말씀이십니까? 마법사가 기사단에 가입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스테판 공자는 오러를 만드는 훈련도 받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꼭 오러를 만들어야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나? 기사단원이 되는 건 그 기사단의 주인 마음이야."

모의라고는 해도 기사들의 전투다.

심심치 않게 사상자가 발생하곤 했다.

그런 전장에 직접 뛰어들다니 스테판도 보통 미친놈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우리 둘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순간에도 스칸디르는 끊임없이 전해져 들어오는 정보를 읊고 있었다.

"마력탄에 여섯 피격, 트람 낙마, 벤진카 왼팔 부상. 그 외 이상 없음."

"마법사 모습 사라짐. 환영 마법으로 추정."

"후방 타격대 관측! 돌진 하겠음!"

망치가 내리쳐지고 있었다.

모루가 그 충격을 버텨야한다.

"마법사, 후방으로 이동한 듯, 후방 타격대에게 마법사 존재 알릴 방법 없음."

"선봉, 강철바위 본진과 충돌."

"좌측, 강철바위 본진과 충돌."

"선봉, 강철바위 기마대와 전투 중."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 것 같았다.

오츠의 얼굴에 긴장감이 내렸다.

"좌측, 강철바위 본진으로 돌파 성공."

참모진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선봉, 격전 중. 강철바위 기마대 떨쳐낸 후 좌측 타격대와 합류 시도하겠음."

뭔가 이상했다.

가장 중요한 후방타격대의 정보가 하나도 전달되고 있지 않았다.

통신 마법사가 선봉에 하나만 있기에 관측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이렇게 전달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바로 스칸디르의 입이 열렸다.

"후방타격대, 마법사와의 교전으로 3명 낙마, 7명 부상. 재정비 중."

"강철바위측 마법사, 좌측타격대와 선봉의 합류 방해 중."

40명의 후방타격대 중 10명이 전투 불능이라는 소리였다.

마법사는 쓰임에 따라 한 명이 한 개 분대 이상의 전력을 낼 수 있는 존재다.

후방타격대는 아무 정보 없이 스테판과 마주쳤으니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스테판이 설치고 있는 꼴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혔다.

"강철바위 기마대, 절반 이상 전투 불능."

그 와중에 강철바위의 기마대를 절반 이상으로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으니 말 그대로 분투하고 있는 셈이었다.

마법사라니. 변환인자를 가지고 있는 나는 마법사의 천적이다.

먹잇감이 주제 모르고 날뛰는데 그것을 내버려둘 천적은 없다.

혹시나 해서 옆에 차고 왔던 검을 만졌다.

"오흐, 참모진이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

"없습니다만 참모진까지 전선이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군."

투브에게 다가갔다.

'나 좀 도와주라.'

[할 마음이 좀 생겼나 보네? 어디 약빨 잘 듣나 한 번 보자.]

투브가 3단계인 늑대의 모습으로 변했다.

[오! 괜찮은데?]

여전히 나를 통한 마나 이동은 이뤄지고 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양이었다.

움직이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크게 변해버린 투브를 보고 막사 안의 모든 인원이 얼어버렸다.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지만 좀 이른 감이 있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까부는 원수를 보고 가만히 있기에는 후회할 것 같았다.

"스칸디르,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

투브의 위로 몸을 날렸다.

[꽉 잡아라. 떨어져도 책임 못 진다.]

몸을 낮추고 녀석의 털을 꽉 움켜쥐었다.

파앙-

파공음과 함께 순식간에 주위의 풍경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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