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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검사의 복수-25화 (25/180)

< 기사단 모의 전투 (2) >

카몰 후작이 앞에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비전 마법을 보며 은근스레 웃음지었다.

검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송곳니 기사단이 푸른 동그라미로 표시된 강철바위 기사단에게 돌파를 시도한 것은 좋았으나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파란색이 검은색을 점점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한 무리의 검은색이 크게 이동하고 있었으나 이미 스테판에게 호되게 당해 제 전력을 내지 못할 것이니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 번 공개된 이상 계속해서 이런 전술을 쓰지는 못할 테지만, 상대가 송곳니 기사단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방어와 반격에 치중하는 강철바위 기사단이었기에 자신들이 돋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기사들은 입단을 꺼려했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공작, 후작가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기사들이 강철바위 기사단의 주류였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역량 차이를 메우기 위해 전략 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다시 개인 기량이 뛰어난 기사들은 강철바위를 피하는 상황의 악순환이었다.

'기사단'의 힘은 무시할 수 없지만 '기사'의 힘은 크지 않은 곳이 강철바위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비록 마법사의 힘이 크긴 했지만 송곳니 기사단을 이겼다는 사실이 퍼져나가면 기사들의 입단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다.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던 카몰 후작이 좌측 편에 앉아있던 제뉴인 공작가 사람들이 웅성이는 것을 알아챘다.

공작가 사람들의 시선은 송곳니 기사단의 참모진이 있는 곳에 있었다.

참모진에서 검은 동그라미 하나가 분리되어 나와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관람석으로 전해져 들어오는 관측 마법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뚝뚝 끊어져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연속적으로 전이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뭔가! 저건! 말의 속도가 저렇게 빠를 수는 없어! 고장인지 확인해!"

카몰 후작이 시야 마법을 조정 중인 마법사에게 호통쳤다.

모의 전투장은 곳곳에 설치된 기계장치들과 배치된 마법사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관람석으로 보내고, 그 정보들을 관리하는 마법사가 시야 마법으로 나타내는 형태였다.

카몰 후작은 기계장치 중의 하나가 고장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제뉴인 공작을 쳐다봤다.

'숨겨 놓은 것이 있었나?'

제뉴인 공작의 표정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다만 눈에는 이채가 빛나고 있었다.

"어머, 저건 너무 빠르지 않나요?"

공작부인, 일라이자 로제가 혼자 동떨어진 검은 동그라미를 보고 말했다.

"점검 결과 이상 없습니다."

마법사의 말이었다.

"말도 안 돼!"

카몰 후작이 관람석을 박차고 나가 난간에 다가섰다.

멀리서 검은 물체가 전장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

허벅지에 힘을 단단히 주고 투브의 등에 최대한 가까이 몸을 밀착했다.

바람이 귓전을 때렸다.

투브의 도약 한 번에 주위의 풍경이 단숨에 뒤로 밀려났다.

굉장한 속도와 힘이었다.

[좋구나!]

간만에 본체의 힘을 쏟아내니 만족스러운지 투브가 외쳤다.

'자부심 가질만 하네. 앞으로도 태워 줄 거야?'

[웃기고 있네. 약속 잊었어? 나는 네 복수를 돕는 거야. 오늘이 그 복수의 시작이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 거라고. 감히 내 위에 타다니. 영광인 줄 알아라.]

'영광입니다 그려. 그런데 너무 날뛰지는 마라. 이미 충분히 주목 받고 있을 것 같으니까.'

[그거야 네 사정이지?]

말을 하며 투브가 작은 구릉 위에 올라섰다.

푸른 갑옷의 강철바위 기사단 안에 검은 갑옷의 송곳니 기사단이 보였다.

강철바위의 중갑 기사들이 송곳니 기사단의 퇴로를 막기 위해 꾸물거리면서 진형을 조이고 있었다.

주위에 널부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기사들도 보였다.

대부분이 푸른 갑옷을 입고 있었다.

난데없는 마법사의 출현에 고전하고는 있지만 역시 송곳니의 이름이 허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강철바위 우측에 검은 갑옷들이 등장했다.

스테판에게 피해를 입은 후방타격대였다.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인원은 서른이 채 안되어 보였다.

강철바위 기사단의 내부에 있는 송곳니 기사단이 우측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으니 밖에서도 충격을 주어 활로를 열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그렇지. 이 상황에서 본대에게 집중되어 있는 시선을 분산 시키겠다고 또 후방을 때리면 각개 격파 당할 가능성이 있지.'

이미 강철바위의 진형은 좌측에서 날뛰는 송곳니를 막기 위해 우측의 병력이 좌측으로 많이 이동한 상태였으니 좋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는 중에도 계속 번쩍거리는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스테판이 계속해서 번개를 쏘아대며 송곳니 기사단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그런 스테판 주위를 강철바위 기사단들이 몇 겹으로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었다.

머리 좀 썼네.

전쟁이었다면 절대로 쓰지 못할 전술이다.

상대편 마법사나 궁수에게 바로 저격 당할 테니까.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사단은 극히 드물고, 송곳니 기사단에는 궁수 편제가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저렇게 날뛰고 있는 것이다.

깜짝 전술에는 깜짝 전술로 대응해 줘야 했다.

"가자!"

투브가 구릉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강철바위의 우측을 때리기 위해 타격대가 돌격하는 것이 보였다.

스테판, 너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가 나빴을 뿐.

##

"단장님! 우측에 타격대가 보입니다."

"라반이 다시 왔나 보군."

한스가 거대한 창으로 아래쪽에서 자신을 향해 무기를 들이미는 강철바위의 기사 하나를 찍어 누르며 말했다.

창의 무게와 한스의 힘을 그대로 받은 저 기사는 아마 며칠은 팔을 제대로 못 쓸 것이다.

파직

재빠르게 고개를 숙인 한스는 자신이 피한 것이 한 줄기의 번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멀리서 스테판이 환희에 찬 얼굴로 마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젠장, 마법사가 등장한 것도 짜증나는데 지치지도 않나보군."

스테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아직 성년도 안 된 마법사가 저렇게 마구잡이로 마법을 쓰고 있으니 곧 마나 변환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다르게 스테판의 마법은 처음과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기사단들끼리의 전투이기 때문에 약물 검사와 특수 오브젝트 검사가 모두 오러에 관련되어 있다는 허점을 파고들어 스테판이 몇 시간 동안 마나 변환 능력이 증가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걸 먹으면 일주일은 누워있어야 한다지만, 송곳니를 이기는데 그 정도 희생은 해야지!'

기사 하나를 낙마 시키면서 스테판이 생각했다.

카몰 후작은 스테판에게 실전에서는 효율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스테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걸로 전장의 판도가 달라질 겁니다. 아버지. 그 선두에 강철바위가 있겠지요.'

그 때, 한스와 스테판에게 동시에 정보가 알려졌다.

"우측에서 송곳니 기사단의 남은 병력이 돌파를 시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송곳니 기사단의 참모진에서 기사 한 명이 이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한 명이 시안일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했다.

그 소년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송곳니를 이끌고 당당하게 귀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중력을 놓아서는 안 되는 전투의 한복판,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한스는 알 수 없었다.

"송곳니! 우측으로 활로를 연다! 집결하라!"

쿠웅-

한스의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대한 무언가가 강철바위 기사단의 포위를 뛰어넘어 송곳니 기사단의 앞에 착지 했다.

제 3 모의 전투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일순 정지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늑대와 그 위에서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는 시안 몬트라우였다.

##

아우우우우-

투브가 고개를 쳐들고 울었다.

그 소리에 대기가 진동했다.

손에서 무기를 놓고 주저 앉는 기사들도 보였다.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로 긴장된 전장의 공기가 나를 맞았다.

진짜 전장은 아니지만 기사들의 고함이 난무하고 검격이 교차하는 이곳에 오니 예전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흐으읍- 하....

심호흡을 깊게 하고 검을 뽑았다.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장군이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위기에 빠진 기사단과 가문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적이었다.

나는 격전지에 자원했다.

원래라면 공작을 전투에 파견하는 것 자체가 안 될 말이지만 분리 운동 당시의 제국은 그 정도로 급박했다.

병사들과 똑같은 식사를 하고 기사들과 농짓거리를 하며 전장에서 살았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적병의 목을 벤 횟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있었다.

나는 전장의 지배자다.

"한스! 보고!"

내지르는 외침에 한스가 정신이 들었는지 외쳤다.

"선봉 육십 중 전투 불가 열 둘, 좌익 마흔 다섯 중 전투 불가 일곱, 후방 현 상황 파악 되지 않습니다. 마흔 다섯 중 열 명 이상 전투 불가로 추정됩니다."

"후방의 인원들은 우측으로 돌아 이쪽으로 돌파 예정입니다. 좌익 인원들을 그쪽으로 이동 시켜 맞이할 수 있도록 하세요."

한스의 눈이 커졌다.

"나가지 않고 데리고 옵니까? 오흐 쪽에서는 일단 포위망을 벗어난 뒤 재정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통신입니다."

안정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오흐는 내 전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고 있었다.

마나는 사용하지 않겠지만 나는 오러만으로도 웬만한 기사 정도의 역할은 해낼 자신이 있었다.

스테판을 흘낏 봤다.

녀석은 거대한 투브의 위용에 질렸는지 얼굴이 허옇게 변해있었다.

"안에서 뚫고 나갑니다. 송곳니의 무서움을 보여주죠."

한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와하하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상대가 혼란에 빠진 지금이 기회입니다. 직접 가서 데리고 오세요."

"명 받들겠습니다!"

한스가 좌익을 이끌고 우측에서 들어오고 있는 인원들을 맞이하러 떠났다.

강철바위를 더 흔들어야 했다.

'더 날뛰어도 돼!'

[환영이다!]

투브가 스테판 앞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강철바위의 중갑진으로 뛰어들었다.

"으아아!"

"살려 줘!"

늑대의 발길질에 중갑을 입은 기사들이 저 멀리로 나자빠졌다.

그들 역시 오러를 운용하고 있었으나 영수인 투브에게는 안 되는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쓰러져가고 있었다.

두두두두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기마대가 나와 투브를 향해 창을 들이밀고 달려오고 있었다.

"공자님을 지켜라! 강철바위를 부숴라!"

한스가 남겨두고 간 선봉의 인원들이 바로 내 곁으로 달려와 강철바위의 기마대로부터 나를 보호했다.

기사들끼리의 치열한 마상전투가 벌어졌다.

[본래의 몸으로 이렇게 뛰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를 거다! 이렇게 기분 좋은 건 오랜만이야!]

투브는 미친 듯이 전장을 휘저으며 계속해서 중갑기사들을 내던지고 있었다.

"공자님!"

누군가 내 뒤로 와서 날붙이를 막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로하나스였다.

원래 견습기사들은 모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지만 로하나스는 이미 송곳니 기사단원 자리를 약속 받은 몸이니 참여를 허락 받은 것 같았다.

나를 향하던 강철바위 기사의 창이 로하나스의 방패에 걸려 멈춰 있었다.

투브의 등에 붙어 있는 것에 집중하느라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나 보다.

로하나스가 몸을 아래로 기울여 기사의 가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엉 하는 소리를 내며 로하나스의 검이 부숴졌다.

로하나스가 당황하지 않고 바로 등에 메고 있던 단창을 꺼내들었다.

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단창에도 흐릿한 오러가 보였다.

웨폰 마스터인 아버지께 다양한 무기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단창으로 내게 창을 휘두른 기사의 어깨를 찔러 쓰러지게 만든 로하나스가 내 곁으로 돌아왔다.

"착실하게 배우고 있나 봐?"

"공자님 덕분입니다."

"여유가 넘치는군."

멀지 않은 곳에서 말 여러 마리가 땅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한스의 모습이 보였다.

남은 인원들과 합류에 성공해서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연이은 돌파와 투브의 활약으로 강철바위 기사단은 흔들리고 있었다.

포위망 곳곳에 빈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침착해라! 저들은 이 곳에서 나갈 길이 없다!"

강철바위 기사단의 단장으로 보이는 자가 연신 소리쳤지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강철바위 기사단은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었다.

"송곳니를 박아 넣어라! 우리는 무적이다!"

한스의 외침과 동시에 송곳니 기사단 전원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스가 향하는 한 곳으로 전원 전력돌파를 시도했다.

좁은 공간이라 속력을 낼 거리가 부족해서 완전한 힘을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청난 기세였다.

콰앙!

다시 한 번, 송곳니와 강철바위가 충돌했다.

기병을 이 정도까지 막다니 강철바위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충격파가 진영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 충격파에 스테판이 버티지 못하고 강철바위의 기마대와 멀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투브는 바로 몸을 날려 스테판과 기마대의 중간 지점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투브의 등장에 놀란 스테판의 말이 몸을 비틀었고 낙마한 스테판이 바닥에 뒹굴었다.

당황한 강철바위 기마대가 무기에 오러를 실어 투브를 향해 휘둘렀지만 투브는 가뿐히 무기들을 입에 물고 오히려 기사들을 끌어내렸다.

투브가 완벽하게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나와 스테판을 차단했다.

"항복하겠습니다! 항복입니다!"

겁에 질린 스테판이 소리를 질렀다.

이미 투브에게서 내려온 순간 아무 소리도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막을 쳐뒀다.

"모의 전투 간에 발생한 사고는 묻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알고 있겠지. 그 사고가 사망이어도 마찬가지다."

"하..항복입니다 공자님!"

"기사단은 주인 될 자를 위해 목숨을 거는데, 항복이라니 꼴사납군 스테판."

"오지마!"

내 눈빛과 검이 두려웠는지 스테판은 소리를 질러대며 번개, 불을 마구 쏘아 댔다.

변환인자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위력이 약해진 마법을 칼로 쳐내며 나아갔다.

녀석의 주특기인 시간역행도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지 내가 입고 있는 경갑옷에 흙이 묻었다 털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마침내 몸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스테판에게 도달했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있는 스테판에게 말했다.

"고대하던 순간이구나."

그 때, 내 눈에 스테판의 눈이 파랗게 충혈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마법사들이 일시적인 능력 강화를 위해서 투여하는 약물의 증상이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멍청한 녀석 덕분에 죽여도 의심 받지 않을 것이다.

"멍청한 녀석, 그리도 마나가 좋더냐."

"왜!.. 왜! 마법이 통하지 않는 거야! 왜!"

계속해서 마나를 마법으로 변환하고 있던 스테판이지만 내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그것마저 되지 않았다.

"마나들이 너보다는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지."

"당신은 기사이지 않습니까...."

내 손에 모여드는 마나를 본 스테판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것은 네가 궁금해 할 것이 아니다."

뭉친 마나 덩어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으아! 으아악!"

스테판이 얼굴을 감싸 쥐고 쓰러졌다.

이 녀석은 지금 마나의 흐름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 상태인데 거기다가 과도한 마나를 밀어 넣었으니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마나가 몸 주위에서 폭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이런 짓을 하고도... 대체 왜...."

"말 하지 않았느냐. 네가 궁금해 할 것이 아니라고."

"절대로.. 아버지께서... 그르르륵..."

스테판이 피를 쏟으며 축 늘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스테판을 어깨에 들쳐 메고 다시 투브의 등 위로 올라탔다.

오러를 실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전투를 중지하라! 카몰 후작가의 후계에게 사고가 발생했다!"

전장을 울리는 내 목소리에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멈췄다.

관람석 쪽에서 나온 마법사 몇 명이 이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때? 복수를 하니 허무해? 공허해? 가슴이 아픈가?]

잠시 생각하고 답을 했다.

'제법 달콤하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이 들킬까 고개를 숙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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