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차 이후의 소설 속-41화 (41/164)

◈ 41화 Chapter 11: 주연의 전쟁 (1)

「다수의 독자가 당신의 작명 센스에 주목합니다!」

이름이 운명을 만든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굳이 그렇게 믿고 싶다면야 내가 지어 줄 이름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네 이름은 아자토스, 아자토스다.”

「다수의 독자가 당신의 작명에 의아함을 표하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마이너 서브컬쳐에 큰 관심이 있는 일부 독자가 당신의 발언에 주목합니다!」

「[르뤼에의 군주 신화]에 큰 관심이 있는 한 독자가 당신의 오만방자한 작명에 기겁합니다!」

고작 이름 하나 가지고 오만방자는 무슨.

그리고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사실 그 오만방자함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였다.

베른이 직접 언급할 정도였으니, 아마 이 뻔한 세계에서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만약 저 이름이 정말로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였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 거냐.

그 순간.

갑작스럽게 호문쿨루스가 배를 까뒤집고 고통에 몸서리치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끼에에…….]

그 비명소리는 처음 나를 괴롭혔었던 그 강렬했던 비명소리와는 달리, 그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죽어 가는 신음에 가까웠다.

‘……이것 봐라?’

그뿐만이 아니었다.

호문쿨루스의 몸이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형태마저도 흐릿해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소멸해 버릴 것처럼.

당장 일어난 이 일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분명했다.

「탐정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제 분수에 넘치는 이름을 받은 ‘아자토스’의 비참한 말로에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점은 존재했다.

제아무리 어마어마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들, 이 세계는 [르뤼에의 군주 신화] 속 세상이 아니다.

즉, 그곳에서는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존재한 적도 없고 언급된 적도 없는 ‘아자토스’의 이름이 사용된 정도로 무언가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설정충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새롭게 등장한 [세계관]의 확장에 주목합니다!」

……거참, 설정 한번 편하게 짜네. 이 쓰레기 같은 작가 놈이.

물론,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로서도 다 방법이 있었다.

내가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슬쩍 베른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지어 준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걸까요?”

“글쎄? 아자토스라…… 나쁘지 않은 이름 같은데?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설정충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설명충] 속성을 지닌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조차도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설정]의 등장에 당혹감을 표합니다!」

「일부 독자가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뜬금없이 등장한 [르뤼에의 군주 신화]에 대한 [개연성] 오류를 지적합니다!」

「[개연성]이 요동칩니다!」

그와 함께, 당장이라도 죽어 버릴 것처럼 흐느끼던 ‘아자토스’의 호흡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며 투명하게 변했던 피부도 다시 검은빛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물론, 이대로 계속해서 더 몰아붙인다면 아직 언급도, 등장도 되지 않은 [르뤼에의 군주 신화]가 얽힌 [설정] 자체를 이 세계에서 완전히 쫓아내 버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내가 굳이 호문쿨루스의 이름을 ‘아자토스’로 지은 보람이 없지 않겠는가?

소기의 목적을 이룬 내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진 모양이네요.”

“호문쿨루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마치 홍역 같군.”

홍역이라…… 말처럼 정말 이런 일은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비록 결과적으로 내가 얻어낸 것이 상당했다지만, 자칫 한 걸음이라도 잘못 내디뎠다가는 이 세계가 막장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심각한 사태였다.

물론, 막장 그 자체는 내가 원하는 바긴 하였으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통제를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덩어리를 내가 굳이 이 판에 끼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굳이 끼워 줄 거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걸 끼워 줘야지.

[끼릿!]

그래, 너처럼.

「애완용 뱀을 기르는 한 독자가 ‘아자토스’가 지닌 의외의 귀염성에 심쿵사를 선언합니다!」

「수의사를 자처하는 한 독자가 ‘아자토스’가 지닌 비트감에 어깨를 들썩입니다!」

……취향 참.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쓸데없는 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던 일부 독자가 갑작스럽게 산으로 가는 기묘한 전개에 우려를 표합니다!」

「등산을 즐기는 한 독자가 히말라야 산맥이 코앞에 보이는 전개에 등산을 선언합니다!」

「여름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한 독자가 카누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현재 전개에 휴가 복귀를 선언합니다!」

확실히, 본의 아니게 고작 ‘이름 짓기’ 한 번에 이야기 스케일이 상당히 화끈해질 뻔해지긴 했다.

어쨌거나 그런 불만을 제쳐두고서라도 이제 대강의 마무리도 됐겠다,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을 듯 했다.

그렇게 떠날 채비를 마치자, 베른이 내 허리춤에 달린 단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안 살펴봐?”

“별거 없어요. 그냥 찔린 사람에게 죽음의 저주를 내리는 저주의 단검이라나 뭐라나.”

호문쿨루스가 담겨 있던 플라스크와 더불어서 마그누스가 남기고 간 또 다른 물건인 저주의 단검.

뭐, 솔직히 말해서 내가 보기에는 그 용도나 성능에 있어서 그냥 맹독을 바른 단검과 그다지 큰 차이도 없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설정충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당신에게서 [설명충]의 속성을 발견합니다!」

「여름 바캉스를 즐기던 한 독자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나긴 휴가에 바다를 넘어서 에베레스트 등반을 계획합니다!」

……간다. 가.

물론, 조금 있다 가지만.

“먼저 가 있으세요.”

“너는?”

“잠깐 볼일이 있어서요.”

“뭐, 너야 항상 그런 식이었으니…… 알았다.”

수긍이 아닌 체념의 말투.

「중년에 접어든 한 독자가 현실과 타협한 ‘전대 용사 베른’의 모습에 씁쓸함을 표합니다!」

“아, 그리고”

“뭐지?”

“그거…… 잘 보관하세요.”

내가 슬쩍 베른의 허리춤에 매달린 성검 다이베른을 가리키자, 베른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는 내 거였어.”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전대 용사 베른’의 성검 소유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현직 경찰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현행 법률에 의거하여 ‘성검 다이베른’이 장물임을 주장합니다!」

「독도는 우리 땅임을 주장하는 한 독자가 정통성과 정당성에 의해 ‘전대 용사 베른’에게도 ‘성검 다이베른’의 정당한 소유권이 있음을 주장합니다!」

“그것참, 믿음직스럽네요.”

내가 살며시 웃으며 말하자, 베른이 가볍게 말했다.

“또 찾으러 오게 하지 말라고.”

“걱정 말아요. 금방 돌아갈 테니.”

그렇게 베른이 떠나간 후, 홀로 남은 뒷골목은 더 이상 그 어떤 어둠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굳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아직까지 남은 이유는 아직 봐야 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외의 소득이 많았어.’

성검을 훔친 것도, 호문쿨루스를 얻어낸 것도.

모두 다 예상외의 성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가볍게 넘길 만한 성과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대세를 바꿀 수도 있는 성과.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팩트가 아닌 그저 찌라시에 불과하다.

때문에 당장 그 진위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었다.

마침 나에게는 그걸 염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말이다.

‘어디 한 번 볼까.’

「[미리보기 결제]를 사용하였습니다!」

「필요로 하는 [미리보기 결제] 등급이 부족하여, [400G]가 추가로 소요됩니다!」

「[500G]가 소요됩니다.」

「추가적인 금액 소모로 [미리보기 결제]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미리보기 결제] 등급: [0단계] → [1단계]」

「현재 적립된 후원금: 10,810G」

* * *

「황량하다 못해 황폐화된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먹이를 찾아 헤매는 굶주린 까마귀의 불길한 울음소리뿐이었다.」

「“이게 어찌된…….”」

「실베스터 공작은 참혹하다 못해 시체조차 남지 않은 도시의 흔적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제국 귀족들 사이에서 피가 푸른색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의 냉혈한으로 알려진 그였으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은 그런 그조차도 감히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공작님! 마을을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그 어떤 생존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달려온 부관의 보고를 들은 실베스터 공작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태에 침음을 흘렸다.」

「“……그래, 누구의 짓이지?”」

「“포렌식 수사로 범인의 특징과 특성을 도출해 낸 결과, 범인의 정체를 용사 디오 본인으로 좁힐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용사가 이런 짓을 벌였다고…….”」

「물론, 예상했던 사항 중에서 이런 결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지금의 결과가 최악이었다.」

「“현재 범행 후에 남기고 간 흔적을 토대로 용사 디오의 행방에 대해서 추적 중입니다.”」

「“……아인즈 반.”」

「실베스터 공작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 어째서 지금 그 소년이 떠올랐을까. 실베스터 공작은 그 소년을 믿지 않았다. 때문에 그 소년이 했던 말들도 전부 다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단에 맞춰 준 것은 어쩌면 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도저히 믿기 어려웠던 소년의 말들은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고, 이제는 자신의 턱밑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조롱하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펠릭스 경에게 연락을 취하게.”」

「“예?”」

「부관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기사 펠릭스 멘델. 제국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실베스터 공작이 그를 부른다는 이야기는, 곧 자신의 숨겨진 힘을 대부분 드러낸다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실베스터 공작을 보필해 왔던 부관 역시도 그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베스터 공작의 판단은 그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고작 도시 하나를 잃은 것뿐입니다.”」

「“고작 도시?”」

「머저리 같은 놈. 실베스터 공작은 지금 눈앞에서 이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 게 과연 자신을 오랫동안 보필해 왔던 부관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었다. 이 머저리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두고 실베스터 공작이 물었다.」

「“진심인가?”」

「지금 눈앞에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 버린 이들은 제국의 백성이자, 자신의 백성이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멍청한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힘이 권력이나 자본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지만, 그 말은 틀렸다. 백성이야말로 그들의 힘을 이루는 근간이며, 그들을 지탱하는 뿌리와 기둥이다. 때문에 그런 백성에 대한 공격은 곧 제국과 자신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그야…….”」

「부관이 무어라 대답하려던 순간, 실베스터 공작의 검이 부관의 목을 날렸다. 저 머저리 같은 입에서 뱉어지는 말을 들으면 귀가 썩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실베스터 공작이 이제 자신의 새로운 부관이 될 병사에게 말했다.」

「“부디 자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다행히도, 이제 막 부관이 된 병사는 고향 마을에서도 영특하다고 소문이 났던 이였다. 비록 작은 시골 마을 내에서의 평가였다지만, 실베스터 공작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실베스터 공작이 폐허 사이에서 이미 까맣게 불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인형 하나를 주우며 다짐했다.」

「“용사 디오.”」

「그 역시도 자신이 무엇인가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분노가 그의 이성적인 판단을 가로막았다.」

「“너를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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