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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이후의 소설 속-48화 (48/164)

◈ 48화 Chapter 12: 총력전 (4)

「대다수의 독자가 드디어 드러난 쪽지의 내용에 대해서 유쾌함을 표합니다!」

「일부 독자가 [주인공]을 놀리는 당신의 언행에 불쾌함을 표합니다!」

「또 다른 일부 독자가 [주인공]을 마음껏 능욕하는 당신의 골 때리는 언행에 박장대소합니다!」

용사 디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죽인다.”

그것참, 듣던 중 안 반가운 소리인데.

물론, 그럴 수 있겠다면 말이겠지만.

“정말 그럴 수 있겠어?”

“뭐?”

“정말로 나를 죽일 수 있겠냐고.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용사인 네가, 나를.”

“그야 당연히…….”

그렇게 말하던 용사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선과 악을 판단한다는 그 잘난 눈깔로 뭘 봤을지야 뻔했으니까.

“네가 어떻게…….”

“[악]이 아니냐고?”

“…….”

그리고 찾아온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했다.

왜, 무언의 긍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신의 행보를 지켜봐 온 한 독자가 [선]한 당신의 신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역시 착하게 산 보람이 있다니까.

물론, 저 막 나가는 놈이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쓰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상관없어.”

거봐라.

“정말로 상관없어?”

“상관없다.”

“내가 불우한 이웃들을 돕고 사는 아주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고맙게도 말이지.

「대다수의 독자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저버린 [주인공]의 언행에 큰 실망감을 표합니다!」

베리 스위처가 말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고.

그래, 마치 지금껏 [주인공]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저를 물고서 살아왔던 너처럼.

“그거 알아?”

특혜라는 건 말이야.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르지만, 있다가 뺏기면 굉장히 괴롭거든.

「다수의 독자가 더 이상 [주인공]을 지지하지 않음을 선언합니다!」

「등장인물, ‘용사 디오’의 [비중]이 크게 감소합니다!」

「현재 비중: 29.9%」

바로 지금처럼.

* * *

“조심해!”

다급하게 들려온 베른의 외침과 함께 마치 빛처럼 쇄도한 용사의 검이 순식간에 내 목덜미를 향했다.

평범한 인간인 ‘반’으로서는 목이 잘리고 나서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속도.

때문에 내가 그 기습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도 어느새 내 앞을 가로막은 아자토스 덕분이었다.

[끼잇!]

“……귀찮은 걸 데리고 있군.”

디오의 말처럼, 고대 정령의 힘을 무려 반이나 먹어 치운 덕분인지 아자토스는 무려 용사 녀석의 일격을 막아내고도 끄떡없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일격을 막아냈다기보다는 휘둘러진 철검을 갈대로 바꿔 버렸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손에 들린 갈대를 바라보던 용사가 말했다.

“현실 조작이라…… 일개 호문쿨루스가 가지고 있을 만한 힘이 아닌데.”

“귀엽게 생겼지?”

“퍽이나 그렇군.”

[끼잇!]

그리고 기쁘다는 듯이 교성을 내지르는 아자토스.

그러나 그에 대한 용사의 화답은 답신을 바라지 않는 일방적인 기습이었다.

[기리잇!]

은색 빛과 녹색 빛이 교차하는 공방.

용사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즐비할 정도로 많았던 제국군의 철검들이 그의 손에 잡히는 족족 갈대로 변해서 바닥으로 힘없이 쏟아져 내렸다.

과연, 그 이름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능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방은 절대적으로 아자토스에게 불리했다.

용사의 목표는 철저하게 나를 향해 있었고, 지킬 것이 존재하는 아자토스로서는 점차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끼이잇!]

마침내 현실 조작이 한계에 달했는지, 결국 쏟아져 오는 용사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한 아자토스가 비명을 지른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도 끼워주지.”

타오를 것처럼 강렬한 성검의 빛과 함께 그사이를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베른이었다.

디오가 베른의 손에 들린 성검을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당신이 가져간 것이었군요. 사이먼이 아니라.”

베른이 능글맞게 말했다.

“누가 들으면 내가 좀도둑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원래는 내 것이었는데도 말이야.”

“당신은 더 이상 성검의 주인이 아닙니다.”

“정말로 그랬다면 성검이 거부했겠지.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 내 손에 이렇게 들려 있네?”

조롱 섞인 베른의 말에 디오가 보급용 철검을 다잡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그 손에 들려 있을지는 두고 보시죠.”

“자신 있으면 해 봐.”

그와 함께 일어난 두 명의 격돌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앙이었다.

“……그때와는 상당히 다르시군요.”

“너도 마찬가지야. 마냥 애송이인 줄 알았더니 이제 제법인데?”

그렇게 베른이 디오의 앞을 막아서는 동안, 동료를 잃고서 망연자실해 있던 펠릭스 멘델이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자네들은 누구지?”

“여러분을 도우라는 황태자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황태자님께서?”

“예.”

“혹시…… 본영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미의 기사는 실베스터 공작 측 인물이었다.

그런 이에게 내가 굳이 진실을 말해 줄 리가 만무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어쨌거나 도우러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정석 중의 정석적인 내 대답에 살짝 감동했는지, 펠릭스가 상처투성이의 몸을 일으켰다.

“우리도 어서 돕지. 용사는…… 정말로 괴물 같은 힘을 지니고 있어. 결코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닐세.”

“그렇죠. ‘용사’는 응당 그런 존재니까.”

“그렇다면 어서…….”

펠릭스가 그렇게 재촉하려던 그 순간.

콰아앙-!

울려 퍼진 굉음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용사와 베른의 격돌지였다.

“이런!”

자신이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펠릭스가 재빨리 검을 잡고서 뛰쳐나가려고 하자 내가 재빨리 그를 말렸다.

“기다려요.”

“이대로 두면 그가 죽을 수도 있네!”

“걱정하지 마시죠. 호락호락하게 당할 인간이었다면, 처음부터 함께하지도 않았을 테니.”

“……뭐?”

마침내 전장 한복판에 일어난 자욱한 연기가 걷힌 후.

모습을 드러낸 두 명의 인영 중에서 먼저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용사, 디오였다.

“크윽…….”

“왜인지 모르게 힘이 넘치는걸. 그래, 마치…… 전성기 때 같군.”

그 광경을 바라보던 펠릭스가 경악했다.

“저게 도대체 어떻게…….”

“말했잖아요? 용사란 응당 그런 존재라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긴.

「다수의 독자가 ‘전대 용사 베른’의 활약을 응원합니다!」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비중]이 크게 증가합니다!」

「현재 비중: 19.4%」

“이제, 진정한 용사가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용사라고? 설마!”

그리고 바뀐 펠릭스 멘델의 눈동자에는 어떤 경외감마저 담겨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 세계의 주민인 그에게 있어서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의 무용담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서 일종의 신앙이나 다름없었을 테니까.

“어찌 됐건, 이제 우리도 도우러 가시죠.”

“저자…… 아니, 저분이 정말로 그분이 맞는다면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까지야……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돕자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금세 바뀌는 태도라니.

아무튼, 우상화가 이래서 문제라니까.

알고 보면 똑같이 밥 먹고 똥 싸는 인간인데 무슨 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취급한다.

적을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수적 우위. 즉, 다구리다.

그런데 그런 쉬운 방법을 내버려 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갈 필요성이 있겠는가?

“방해될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하시죠. [정의]를 행하는 데 있어서 그런 것이 대수겠습니까?”

“오오! 그렇군!”

「일부 독자가 당신의 [정의]로운 신념을 지지합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단순하기는.

어쨌거나 펠릭스의 설득도 끝났겠다, 이제 남은 것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저 다 잡은 고기나 다름없는 [주인공] 녀석을 건져 올리는 것뿐이었다.

“가시죠.”

[끼잇!]

베른과 디오의 전투는 아직도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베른에게는 성검과 노련함이, 그리고 디오에게는 용사로서의 압도적인 힘이 존재한 덕에 어느 한쪽이 우위를 쉽게 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주인공]으로서 이미 몇 배나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는 디오였기에 이런 구도에 대해서 의구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파워 밸런스를 중시하는 한 독자가 갑작스럽게 강해진 ‘전대 용사 베른’의 강함에 의구심을 표합니다!」

「탐정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전대 용사 베른’이 ‘용사 디오’로부터 ‘용사의 힘’을 다시 빼앗고 있음을 추측합니다!」

「뛰어난 활약을 보였습니다!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비중]이 증가합니다!」

「현재 비중: 19.9%」

“흐읍!”

그리고 용사의 철검과 베른의 성검이 격돌하는 순간, 용사의 손에 들려 있던 철검이 순식간에 힘없는 갈대로 변해서 쓰러졌다.

어느새 다시 싸움에 끼어든 아자토스의 능력이었다.

“흡!”

하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곧 고개를 숙여서 베른의 공격을 피해 낸 디오가 짧게 투정했다.

“……치사하군.”

“치사가 밥 먹여 주냐?”

그렇게 말한 내 옆에는 어느새 아자토스를 비롯해서 펠릭스와 테무르가 자신들의 무기를 든 채로 서 있었다.

마치 9회 말 구원투수 같은 등장.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름대로 꽤 임팩트 있는 등장인 셈이었다.

「소수의 독자가 당신의 임팩트 있는 등장에 환호합니다!」

「등장인물, ‘아인즈 반’의 [비중]이 증가합니다!」

분명히, 여기까지는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하지만 누군가 그러던가.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는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당신의 행보를 지켜봐 온 한 독자가 당신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원리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당신의 유쾌함에 끌려온 일부 독자가 당신의 행보를 지켜봐 온 한 독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독자]들이 내 행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그저 소설 속의 한 등장인물일 뿐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이는지였고, 상세한 내막 따위에는 별 관심도 없을 테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었다.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등장인물, ‘아인즈 반’의 [비중] 상승이 제한됩니다.」

「현재 비중: 12.5%」

……설마.

당황스러움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어느새 베른의 손에 용사 디오가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용사라고 한들, 성검을 가지고 있는 베른과 제국 최후의 전력이라는 펠릭스와 테무르, 그리고 아자토스의 합공에 견딜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 디오는 무려 [주인공]이었다.

세상의 모든 기연을 독식하고, 마법의 폭격을 당해도 생채기 하나 없으며, 세상 모든 일의 중심이 되는 존재.

그런 주인공이 쓰러졌다는 것이 말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끝이다.”

「대다수의 독자가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비중]이 증가합니다!」

「현재 비중: 22.5%」

「현재 [비중]이 20%를 초과하여,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등급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상승합니다!」

「등장인물, ‘전대 용사 베른’의 속성이 [악당이 된 영웅]에서 [진주인공]으로 변경됩니다!」

나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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