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Chapter 14: 사랑과 전쟁 (2)
‘이것 봐라…….’
「다수의 독자가 변해 버린 ‘하이디’의 모습에 큰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일부 독자가 어울리지 않게 ‘하이디’에게 휘둘리는 당신에게 고구마를 느낍니다!」
다소 극단적이기까지 한 반응.
확실히 그 말대로 하이디가 저렇게 반응한다면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내가 더 이상 하이디에게 매달릴 이유는 없어 보였다.
내가 지금처럼 단순히 [조연]에서 만족할 것이었다면 말이다.
「극소수의 독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끝까지 신의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주인공.
그 어떤 난관이나 시련이 찾아와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존재.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서사]가 존재하고, 그것을 이어 나간다.
나는 이미 [서사]가 가지는 힘을 목격했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개성 있는 [조연]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는 닿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나의 [서사]는 하이디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당장 [독자]들의 반응이 극단적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당장 하이디를 놓아 버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하이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어울리지도 않는 이벤트나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뻔하고 질척거리는 전개는 곤란했다.
지금, 나를 지켜보는 이들은 바로 그런 전개를 혐오하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대다수의 독자가 당신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며 [고구마] 전개를 예상합니다!」
「연애학개론 교수를 자처하는 한 독자가 질척거리는 남자가 매력이 없는 50가지 이유에 대해서 설파합니다!」
‘점점 심상치 않아지는군.’
아마 여기서 조금만 더 삐끗했다가는, 자칫 모든 독자의 지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
독자들이 암에 걸리지 않고, 고구마를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이디를 데리고서 이곳을 빠져나간다는 [서사]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선생님. 정말로 그래도 괜찮겠어요?”
“뭘 말이죠?”
“슬프네요.”
“뭐가 슬프다는 거죠?”
뭐긴.
“선생님 뱃속에 있는…… 이렇게 외면하는 건가요?”
“……네?”
제아무리 포커페이스라도, 이 상황에서까지 그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지, 지금 그게 무슨 말…….”
“그걸 꼭 제 입으로 해야겠어요?”
순식간에 당황으로 굳어 버린 하이디의 입술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고 어버버할 뿐이었다.
「야설 빌런이 갑작스럽게 나간 당신들의 진도에 경악하며 눈을 크게 뜹니다!」
「야설 빌런의 추종자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검열된 미성년자 관람 불가 행위에 대해서 개봉을 요구합니다!」
「[개연성]이 요동칩니다!」
「탐정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당신의 말이 [거짓]임을 간파합니다!」
「[개연성]이 안정화됩니다!」
어차피 [독자]들을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쯤은 파악하리라고 예상했다. 아니, 속아 넘어갔다면 오히려 이쪽이 곤란했을 것이다.
내가 속이려고 한 것은 명백히 다른 쪽이었으니 말이다.
“세상에…….”
“설마 학생과 선생 사이에 그런…….”
“쉿! 조용히 해!”
순식간에 술렁이는 교실 안.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이디가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도망치듯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야 그럴 수밖에.
만약 이 일이 퍼지게 되면 하이디는 불지옥 사이언스 고등학교의 교사로서 서 있을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노리고 있는 바이기도 했다.
왜, 가질 수 없으면 부숴 버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침 드라마를 애청하는 한 독자가 왜인지 모르게 익숙한 [막장] 전개에 눈을 크게 뜹니다!」
「야설 빌런과 그의 추종자들이 현재의 전개에 큰 흥미를 표하며 당신의 행보에 주목합니다!」
「등장인물, ‘불지옥 반도의 왕자 아인즈 반’의 [얀데레] 성향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원하는 대로, 이제부터 치정극의 끝을 보여주지.
* * *
쉬는 시간이 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복도를 달려가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
마치 학교에 오는 목적이 저렇게 무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본능에 충직한 모습이었다.
“그거 들었어?”
“뭐를?”
“우리 학교에 왕자님이 입학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그런데 A반 담임과 글쎄…….”
“꺅!”
늘 그렇듯이 입은 발보다 빠르고, 소문은 빛보다 빠른 법이다.
이제 상황은 완전히 나에게로 넘어왔고, 지금 내 눈앞에 하이디가 굳다 못해 화난 표정으로 서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잠깐 저 좀 보시죠.”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화가 아주 단단히 난 듯 했다.
뭐, 그러라고 한 거였지만.
“그러지.”
“따라오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거침없이 뒤돌아선 하이디의 뒷모습.
그녀가 내가 알고 있던 하이디가 맞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는 기묘한 사실이 어딘가 씁쓸하게 다가왔다.
“저기 봐.”
“A반 담임 아니야?”
“세상에! 저렇게 대놓고…… 미친 거 아니야?”
쏟아지는 주위의 시선들을 무시한 채로 도착한 곳은 별관에 있는 어느 빈 미술실이었다.
「야설 빌런이 갑작스럽게 당신을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는 ‘하이디’의 대담함에 눈을 크게 뜹니다!」
……으슥한이 아니라 음침한 곳 같은데?
과연 마계는 마계인지, 미술 작품이랍시고 걸려 있는 물건들이 어째 하나같이 다 지옥같이 생긴 터라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광경에 조금 놀랄 정도였다.
“무슨 볼일이지?”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거죠?”
“무슨 짓이라니?”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요?”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곧이곧대로 대답해 주는 것도 성격에 맞지 않았다.
“모르겠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신 건가요!”
“무슨 말?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일부 독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시치미를 떼는 당신의 모습에서 [쓰레기] 성향을 발견합니다!」
제아무리 [개연성]에 의해서 여러 가지 [설정]이 덧씌워져 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디는 결국 하이디였다.
결코 나나 베른처럼 낯짝 두꺼운 인간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하이디였기에, 내가 했던 그 말을 마냥 쉽게 입에 담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 그건…….”
“아, 기억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밀어붙이기만 하면 결국 도망가 버리는 법.
이쯤에서 당근을 던져 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했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해 줬으면 좋겠어?”
갑작스럽게 화색이 돋은 얼굴.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
“그, 그래요!”
“그래? 그러지 뭐.”
예상치 못하게 내가 너무나도 쉽게 승낙해서일까, 하이디가 벙찐 표정을 지은 채로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정말로.”
하지만 옛날처럼 마냥 순진무구하지는 않은지, 하이디의 표정이 점차 의심으로 물들었다.
“……또 뭘 숨기고 있군요.”
“맞아.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거든.”
「일부 독자가 당신의 속내를 읽은 등장인물, ‘하이디’의 명석한 두뇌에 감탄합니다!」
“조건?”
“나랑 잠시 어디를 좀 가 주었으면 해.”
「소수의 독자가 사랑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당신의 비열함을 맹렬히 비난합니다!」
「야설 빌런과 그의 추종자들이 훌륭한 개수작질의 교본을 보이는 당신의 행동을 응원합니다!」
“……어디를요?”
어디긴.
우리가 돌아갈 곳이 또 있겠는가.
“인간계.”
* * *
그러나, 박 실장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전용기가 없다고?”
“그게…… 전용기는 있지만, 인간계로 통하는 항공편은 오직 헬게이트 항공사를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겪을수록 느끼지만, 이 세계에 있어서 왕자의 권한과 권위는 참으로 애매한 수준이었다.
어떻게 보면 다른 마족들의 목을 마음대로 쳐도 뒤탈 하나 안 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외에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게 느껴졌다.
아마, 이것 역시도 불지옥 반도라는 장소와 마족의 생태계가 융합되어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환경일 터였다.
“왜지?”
“그게…… 오래전에 인간계와의 연결 통로에 결계를 쳐 놓은 마법사 하인즈와 헬게이트 항공사가 독점 계약을 맺는 바람에…….”
어째 뜬금없이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왔지만,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그 사실 역시도 내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할 이유가 추가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됐고. 고작 그딴 계약을 나보고 일일이 신경 쓰라고?”
“물론, 단순히 그것뿐이었다면 좋겠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인간계까지 운행이 가능한 파일럿은 전부 다 헬게이트 항공사에 소속되어 있는 터라…….”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직접 다른 마족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살 부대끼는 그 항공편을 이용해라, 그 말인가?”
“퍼스트클래스로 예약해 놓겠습니다!”
항공기라…….
내가 굳이 전용기를 이용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여객기라는 장소가 가지는 그 특이성 때문이었다.
납치, 테러, 실종, 추락.
그 외에도 기타 등등 각종 빌어먹을 클리셰가 썩어날 만큼 가득한 곳이 바로 여객기라는 장소였다.
‘괜히 찜찜한데…….’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뻔한 세계에서의 찜찜한 기분의 적중률은 백 퍼센트에 수렴하곤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오늘 출발하는 편으로 예약해.”
“알겠습니다!”
* * *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내가 인간계 행을 급격하게 추진하자, 하이디 역시도 그 누명을 쓴 채로 교직 생활을 이어 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듯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순순히 내 뒤를 따랐다.
물론, 나름대로 경고도 담아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일치기로 돌아올 생각이니 허튼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알았어.”
“그리고 약속은 꼭 지켜 주셔야 해요. 우리가 돌아오는 즉시, 학교에 그때 했던 말이 실수였음을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
“알았다니까.”
물론, 정말로 돌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내가 하이디와 함께 인간계로 무사히 도착하고 나면 나는 그 즉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불지옥 반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낼 생각이었다.
처음 이곳은 그저 하이디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장소였지만, 이제는 내 존재마저도 걸린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 말은 만약 점점 더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불지옥 반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개연성] 오류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결국 하이디는 물론이고 내 존재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나에게 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하이디에게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던가?’
그것도 내 존재를 걸 만큼?
단순히 [서사]를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존재했다.
그렇다면 약속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마치…….’
내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순간이었다.
[인간계행 A18편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지금부터 탑승해 주십시오.]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온 안내 방송.
그제야 잡념에서 깨어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이디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지.”
“……알았어요.”
어딘가 망설이면서도 결국 내 손을 붙잡은 하이디의 모습.
「썸만 7년째 타고 있는 한 독자가 다시금 줄어들기 시작한 당신과 ‘하이디’의 미묘한 간극에 코를 간질입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너무 순탄해.’
분명히, 이제 남은 일은 하이디와 함께 이 비행기에 몸을 맡긴 채로 인간계로 돌아가는 것뿐이었고, 실제로도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찜찜한 기분은 가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해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길 빌 뿐이다.
[출발하겠습니다.]
* * *
그렇게 비행이 시작된 지 어느덧 12시간이 흐르고, 인간계까지 도착하는 것도 이제 몇 시간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더 이상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을 껴안고 거니는 것도 끝이라는 말이었다.
그때, 옆에서 담요를 덮고 있는 하이디가 슬쩍 말했다.
“도착하려면 아직도 꽤 많이 남았는데…… 안 주무세요?”
「야설 빌런이 다시금 당신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하이디’의 모습에서 친숙함을 발견합니다!」
“먼저 자. 나는 별로 안 졸려.”
정확히는, 도저히 잠들 수 없다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너무 무난해.’
지금까지 이 빌어먹을 세계를 겪어 오면서 깨달은 단 한 가지 진리는 결코 이 세계에 공짜란 없다는 것이었다.
‘테러도 아니고, 납치도 아니다.’
이미 박 실장을 통해서 인간계행 여객기 안에 있는 모든 마족의 신상을 조사했고, 그중에서 특별히 테러리스트나 극단주의자 같은 성향을 보이는 이가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인 불지옥 반도의 상류층이 상당수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추락인가?’
하지만 그 역시도 이미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일기 예보 상에서 그 어떤 이상 징후도 나타나지 않는 상태였다.
일부러 앉은 창가 쪽 바깥 풍경 역시도 고요한 것은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렇다면 뭐지? 정말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가?’
하지만 마냥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역시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더 지나갔다.
“으음…….”
너무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있었던 탓일까.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제야 머리에서 두통이 느껴지며 참았던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면 안 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자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뇔수록 찾아온 졸음이라는 마수는 어느새 내 전신을 집어삼켰다.
꾸벅-.
꾸벅-.
그렇게 나도 모르게 꾸벅 졸기 시작한 순간, 갑작스럽게 어떤 기묘한 느낌이 내 본능을 강하게 때렸다.
「클리셰가 요동칩니다!」
……무언가 일어나려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이미 반강제적인 숙면의 세계에 잠긴 상태였다.
깨어 있는 것도, 잠든 것도 아닌 기묘한 상태.
그리고 그 순간, 내 귓가에 어느 불쾌하기 짝이 없는 고성방가가 울려 퍼졌다.
“매뉴얼에 호두를 이렇게 담아 오게 되어 있나?!”
「[불지옥 반도] 클리셰가 요동칩니다!」
“당장 비행기 돌려!”
……망할.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내가 모를 리가 만무했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서 저 말 같지도 않은 횡포를 막아서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내 옆에서 어떤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금 반쯤 감긴 시야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고성방가.
“넌 뭐야?!”
“교사입니다. 인성과 교양 과목을 담당하고 있죠.”
“교사? 어딜 감히 교사 나부랭이가 끼어들기는 감히 끼어들어!”
“아니요. 제가 끼어들 자리가 딱 맞아요.”
잠깐, 저 목소리는…….
「대다수의 독자가 [갑]의 횡포에 맞서는 ‘하이디’의 정의로운 모습을 응원합니다!」
……하이디? 하이디가 왜?
그리고 그 순간, 간신히 잠을 떨쳐낸 내 앞에 보인 것은 온화라는 이름의 흉흉함을 머금은 하이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개연성]이 어째서 그녀를 인성과 교양 교사로 만들었는지.
내가 도대체 왜, 그녀를 놓을 수 없었는지.
“지금부터, 인성과 교양 수업을 시작할게요. 자 그러면 문제. 너 같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뭐라고 부를까요? 하나둘 셋. 이런! 아쉽게도 정답을 말씀하시지 못하셨네요. 정답은 썅년입니다.”
“뭐, 뭣?”
“하지만 경험상 이 표현이 너무 저렴하니까 애정을 담아서 다시 한번 말씀해드릴게요. 사랑하는 우리 썅년님. 이제 그만 나대 주시고 자리에 좀 앉아 주시겠어요? 뒈지기 싫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