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Chapter 23: 장르 변경 (3)
「“저곳이 미지의 대륙인가.”」
「최고의 명문 길드 중 하나인 블랙로즈의 신입 길드원 에드윈은 마침내 지평선 너머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미지의 대륙을 바라보며 환희에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미지의 대륙은 지금껏 결코 플레이어가 가서는 안 될 금지구역으로 여겨지며 수많은 추측과 소문을 낳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소문이 사실일까요?”」
「“무슨 소문?”」
「“그 왜…… 미지의 대륙에서는 일반 해적들의 레벨이 무려 레이드 보스 몬스터에 육박한다는 소문이요.”」
「“아마 사실일걸?”」
「“예?”」
「에드윈은 길드 내에서 자신의 직속 선배나 다름없는 강한성기삽니다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저 단순한 소문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이,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적 신뢰를 자랑하는 선배에 의해서 확신으로 변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원정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말이 안 돼. 첫 번째 원정은 그렇다고 치고, 2차, 3차, 4차 원정까지 내륙에 제대로 상륙조차 해 보지 못하고 박살이 났어. 비록 당시에 원정을 나섰던 길드들이 공식적으로는 다 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 입이라는 게 막는다고 막아지는 건 아니니까.”」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군요.”」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미지의 대륙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지금껏 이렇게 방치할 리가 없다는 거지. 만약 월드 퀘스트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평균 레벨이 지금의 2배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갈 생각조차 안 했을걸? 퀘스트 보상만 아니라면, 이런 무식한 원정은 절대적으로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으니까.”」
「평균 레벨이 지금의 2배라니…… 안 그래도 길드 내에서 레벨이 낮은 편에 속하는 에드윈이었기에, 강한성기삽니다의 말은 더욱 암울하게 다가왔다.」
「“우리……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울상을 짓자, 강한성기삽니다가 호쾌하게 웃으며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아마 죽겠지. 하지만 뭐 어때? 그러면 그때 다시 오면 그만이야. 길드에서도 이미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니까 말이야.”」
「강한성기삽니다가 호쾌하게 말했으나, 에드윈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을 바닷길로 횡단하는 원정에는 으레 그렇듯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심지어 아직 항로가 개척되지도 않은 미지의 대륙이라면 더욱더. 그런데 그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고서 미지의 대륙에 도착해도, 지정할 부활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죽어 버리면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에드윈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이 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지원을 해서 얻는다는 그 퀘스트 보상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저는 봐도 감이 잘…….”」
「“이번에 발생한 퀘스트가 보통 퀘스트가 아닌 건 알고 있지?”」
「“그럼요! 무려 오픈 이래 두 번밖에 시행되지 않은 월드 퀘스트인걸요.”」
「월드 퀘스트. 그 거창한 이름처럼 일반 퀘스트와는 출현 조건부터 다른 이 퀘스트는 대상자부터 무려 게임 내의 모든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다. 즉, 개개인의 사소한 분쟁이나 조금 더 나아가서 어떤 이익 단체나 국가와도 관련이 없는, 말 그대로 어떤 특별한 의지로부터 내려오는 숙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월드 퀘스트 내용과 보상이 뭔지는 알지?”」
「“그게…… 용사 디오를 도와서 도탄에 빠진 미지의 대륙을 구원하는 거였나?”」
「“맞아. 정확히는 용사 디오를 도와서 마족 왕자 아인즈 반과 그의 수하인 마왕 키리엘과 타락 용사 베른을 사냥하는 거지.”」
「“일종의 들러리 같은 거네요?”」
「“글쎄…… 마냥 그렇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서.”」
「강한성기삽니다의 말을 들은 에드윈이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나저나 예전에 잠깐 했던 생각인데, 마족 왕자의 수하가 마왕? 무언가 이상하네요.”」
「“그 점은 나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어쨌거나 이 월드 퀘스트의 보상이 뭔지는 읽어 봤어?”」
「“무슨 패권이었었나…… 죄송해요. 귀찮아서 자세히 읽어 보지는 않았어요. 헤헤.”」
「그렇게 말하며 배실 웃는 에드윈의 모습에 강한성기삽니다는 ‘네가 그러면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지의 대륙 전체에 대한 지배권. 말하자면 이 월드 퀘스트를 클리어 한 자가 바로 미지의 대륙의 지배자가 된다는 뜻이야.”」
「“한 대륙의 지배자가 된다는 게 굉장하기는 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와 경쟁률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한테는 너무 구름 위의 이야기 같거든요.”」
「“그렇겠지. 솔직히 나한테도 대륙의 지배권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하지만 이건 어떻게 보면 이건 생존을 위한 사투에 가까워.”」
「“갑자기 생존이라뇨?”」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에드윈의 눈이 말 그대로 동그랗게 변했다. 만약 다른 이가 보았다면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강한성기삽니다는 여자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타입이었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미지의 대륙의 전체적인 수준은 현재 우리들이 있는 튜드 대륙보다도 압도적으로 더 높아. 미지의 대륙에서 활동하는 해적 졸개들조차도 상대하기 버거울 만큼. 이게 무슨 뜻이겠어?”」
「“하하…… 글쎄요? 무슨 뜻일까요?”」
「그러면서 다리를 배배 꼬는 에드윈의 모습에 그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
「“생각해 봐. 이 월드 퀘스트는 분명히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깰 퀘스트야. 말하자면, 아직 주인만 정해지지 않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이 언젠가는 깰 퀘스트를 위해서 길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준비해야겠죠.”」
「“바로 그거야. 월드 퀘스트니 뭐니 해도, 본질은 레이드를 통한 토벌 작전. 당연히 먼저 미지의 대륙에 정착해서 레벨을 올리고 세력을 확장한 이들이 유리하겠지.”」
「“하지만 아직 납득이 안 돼요. 아까 생존이라고 하셨던 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너무나도 천연스러운 에드윈의 말에 강한성기삽니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얼굴. 그렇기에 그녀가 지금껏 별다른 노력이나 특별한 고민 같은 생각 없이도 인생을 만사 편하게 살아왔으리라.」
「“만약 그 지배권이 어떤 큰 야망을 가진 이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어?”」
「“어…… 아!”」
「드디어 무언가를 깨달은 에드윈의 모습에 강한성기삽니다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부터는 미지의 대륙으로부터의 역 침공이 일어나겠지. 물론, 그때가 된다면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 수준도 지금보다는 높을 테지만, 전체적인 수준 차이를 생각하면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 말하자면 이번 월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자가 바로 이 세계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야.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절대적인 군주가 탄생하는 거지.”」
「현재 튜드 대륙의 상황은 외적으로는 2개의 제국과 7개의 왕국과 그 외, 크고 작은 군소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막상 그 실체를 까 보면 7대 길드라 불리는 명문 길드가 각 국가의 수도를 비롯한 군사 요충지들의 성과 도시를 장악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7대 길드들이 2개의 제국과 7개의 왕국의 뒤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미지의 대륙의 지배자가 탄생하는 순간, 그 균형은 산산이 조각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피의 돌풍이 불어오게 된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에 불과해. 월드 퀘스트를 클리어 한 이가 아무런 욕심 없이 미지의 대륙에만 만족하고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성장을 도울 가능성 역시도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마냥 그렇게 순수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니까.”」
「“말 그대로, 최악을 대비한다는 거군요.”」
「“그래, 적어도 우리 길드의 이념은 그래.”」
「그와 함께 에드윈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멋있네요. 우리 길드.”」
「“나도 그렇게 생각해.”」
「덤덤한 강한성기삽니다의 말에 에드윈이 그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그나저나, 대단해요, 선배!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계신 거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만 얻어도 누구나 으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야. 그리고 좀 떨어져. 바닷바람 때문에 끈적이니까.”」
「“히잉…….”」
「얼핏 보면 울상 같은 얼굴이었으나, 사실 그녀의 얼굴은 웃는 것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드윈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이렇게 막 대하는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같이 가요! 선배!”」
* * *
「[미리보기]가 종료됩니다.」
그렇게 미리보기가 끝난 후, 그것을 지켜본 내 감상은 간단했다.
‘지랄들을 해라. 아주.’
분명히 상황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건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어째 게임 판타지를 가장한 청춘물이라도 보고 온 기분.
뭐, 그래도 얻은 정보가 영 쓸모없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주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플레이어]와 현재 이 세계와의 수준 차이가 훨씬 더 심했다. 만약 이 정도의 차이라면, 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몇 년 정도는 우습게 보일 정도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어디에나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인 수준이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즉, 저 중에도 특별함을 자처하는 이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말.
‘예를 들면 그놈의 히든 클래스라던가.’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서 누가 쓰나 싶은 소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리게 나오는 단골 소재.
그런 변수까지 감안한다면 비교적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귀찮게 됐군.’
아이러니하게도, 그 와중에도 내가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존재했다.
바로, 디오를 죽이는 것.
디오를 죽이게 되면 월드 퀘스트의 전제 조건인 ‘용사 디오와 함께 마족 왕자를 토벌한다.’가 깨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간단한 실행의 대가가 바로 이 소설의 [완결]이었으니까. 내가 죽든지, 디오가 죽든지, 그 어느 결과에도 상관없이 결국 이 소설은 [완결]이 난다.
이번에는 정말로 끝을 보고자 하는 작가 놈의 의지가 느껴지는 수준이었지만,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해 줄 리가 없었다.
“어디 가?”
“바다.”
“바다? 바다는 갑자기 왜?”
내가 마왕의 질문에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악천후에 함부로 선박을 운행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