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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이후의 소설 속-109화 (109/164)

◈ 109화 Chapter 25: 하차 이후의 게임 속 (2)

“오즈 제국이요? 그 야만인들의 땅에 꼭 가셔야겠습니까?”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부의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버밀리온 제국과 오즈 제국 간의 사이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상관없어.”

“정 그러시다면…… 으랴!”

오즈 제국으로 향하는 길은 이전 상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버밀리온 제국으로 향하는 상행은 엄연히 난이도와 보상이 존재하는 [퀘스트]였고, 지금의 여행길은 퀘스트도 뭣도 아닌 그저 여행에 불과했으니까.

“이곳이 오즈 제국입니다.”

「튜드 대륙에 르네상스 시대를 연 문화의 부흥지, 오즈 제국에 방문하셨습니다! [명성]이 증가합니다.」

오즈 제국은 버밀리온 제국과 생각보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지 다른 국가들과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이 역시도 상당한 거리임은 틀림없었다.

“흐음…….”

오즈 제국의 풍경을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치 동양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이름이 오즈 제국이라고 해서 왜인지 모르게 양철 인형 같은 게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베른이 넉살 좋게 말했다.

“야만족의 땅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대도시잖아? 그것도 과할 정도로 화려한.”

“그러게요.”

대체 뭘 기대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마부가 했던 이야기들과는 정반대인 오즈 제국의 모습을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운 것은 사실이었다.

“역시 황궁부터 쳐들어갈 건가?”

무려 제국의 황궁에 쳐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눈썹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걸 보니, 베른도 이제 어느덧 도덕성이나 상식 같은 건 고이 접어둔 듯했다.

「[진주인공]을 지지하는 일부 독자가 어느덧 당신의 사고방식을 닮아가는 ‘베른’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에 떱니다!」

“이번에는 조금 방식을 바꿔 볼까 합니다.”

“호오…… 또 어떤 수작질을 부릴지 기대되는데.”

「일부 독자가 ‘베른’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욱 기대되는군. 어디 한번 말해 봐.”

“사건을 만들어야겠죠.”

“사건?”

내가 당장 이곳에 온 목적은 버밀리온 제국에 이어서 오즈 제국을 내 지배하에 두기 위해서였지만, 최종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곳에 있는 토착민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성장해 나갈 플레이어들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해도 상관없었으나, 문제는 그 방식에 있는 치명적인 장애물의 존재였다.

바로, 명분이 없다는 것.

비록 지금 토착민들이 플레이어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탐탁지 않은 수준일 뿐 실제로 서로를 죽고 죽일 정도의 원한은 없었다.

그 이야기는 즉, 힘의 논리를 이용해서 토착민들을 내몰아 플레이어들을 압박하더라도 결국은 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오히려 저들에게 구심점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뜻.

바로 그 때문에 토착민과 플레이어 사이를 이간질할 만한 상징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마침 적당한 게 있네요.”

내가 턱짓으로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평화롭게 도시를 거닐고 있는 어느 평범한 플레이어였다.

“이봐요.”

“저요?”

가까이서 보니,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는 장비로 보아 아무래도 상당한 고레벨인 모양이었다.

제물로 삼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말.

“잠깐 이리 좀 와 봐요.”

“왜요?”

“줄 게 있어서 그래요.”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대가 없는 행운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뿐.

「다수의 독자가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당신의 선의에 의심을 표합니다!」

그렇게 풀풀 수상함을 풍기는 내 제의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딱히 주실 필요 없어요.”

오호…….

‘합격이군.’

만약 여기서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거나, 내가 준다는 걸 순순히 받는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내 쪽에서 사양이었다. 그런 자였다면 아마 평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인망도 별로 좋지 않았을 테고, 그런 자가 어떤 사건을 일으켜 봤자 개인의 일탈로 끝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사양하지 말고요.”

“……어?”

그와 함께 플레이어의 눈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 물들어 있는 검은 기운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선물이에요.”

“당신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내가 그에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내 힘의 일부가 아주 조금 담긴 힘의 파편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아무리 손톱만큼도 안 되는 미약한 힘이라지만 그 힘은 애초에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통제되지 않는 힘은 위험하다.

그 당연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내 플레이어의 손에 머물던 힘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콰콰카카카-!

“뭐, 뭐야?!”

“지진이라고? 무슨 이벤트인가?”

안전불감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는 플레이어들의 반응.

그러나 사건의 당사자인 플레이어에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가 폭주하는 힘을 애써 억누르며 외쳤다.

“다, 다들 도망가세요!”

“뭐?”

“도망가라는데?”

“왜?”

“모르지, 나야.”

“그러면 조금 더 지켜보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설정]을 중시하는 한 독자가 위기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개연성] 오류를 지적합니다!」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을 자처하는 한 독자가 이 암 걸리는 모습이야말로 현실의 모습이라며, 위의 [개연성] 오류 지적에 반박합니다!」

그 순간, 더 이상 내 힘을 견디지 못한 플레이어의 전신에서 힘이 폭발했다.

“끄아아……!”

그와 함께 그의 손에서 터져나가기 시작한 재앙은 이내 삽시간에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이게 무슨!”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끄악!”

“이 범위에 이런 공격력이라고? 버그 아니야 이거?”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시작된 대학살.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정말로 고통스러워하며 죽어 가는 이들과 죽어 가는 와중에도 흥미롭다는 듯이 이 현상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

그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사, 살려 줘…… 딸이 집에서 기다리…….”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 꺼억!”

“직격타를 피했는데도, 도트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야. 가지고 있던 물약도 거의 다 써 버렸고. 아무래도 여기서 살아서 나가긴 그른 것 같은데?”

“나도 마찬가지야. 레벨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최대한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알아내자고.”

“좋아. 살아나면 귓속말해.”

같은 재앙을 겪고 있음에도 명백하게 느껴지는 그 이질감은 마치 그들이 서로 간에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늘 하던 일들과 비슷했다.

모든 일이 으레 그렇듯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이. 그리고 믿고 싶지 않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거짓을 더 믿고 싶은 법이었으니까.

내가 죽어 가는 이들을 슬쩍 바라보며 외쳤다.

“여행자다! 여행자가 토착민들을 학살하고 있다!”

* * *

「“아.”」

「언제나처럼 거침없이 던전을 돌파하는 디오와 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던 에드윈이 바쁘던 발걸음을 멈추자, 이상함을 느낀 강한성기삽니다가 물었다.」

「“왜 그래?”」

「그의 물음에 에드윈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한 번 짓고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선배는 평소에 길드 채팅창을 꺼두시는 편이었죠. 아무래도 ‘저쪽’에서 무슨 일이 난 모양이에요.”」

「“무슨 일?”」

「“아무래도…… 오즈 제국에서 일어난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국의 수도가 쑥대밭이 됐다는 것 같아요.”」

「그와 함께, 에드윈과 강한성기삽니다 사이에 불쑥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그 불청객이 누구인지는 굳이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제국의 수도가? 그게 말이 돼? 나는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든 체다의 목소리에 에드윈의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까방베르 길드는 오즈 제국과 활동 영역이 아예 반대니까요. 그나저나 조금 떨어져 주실래요? 죄송하지만 조금 꼴 보기 싫어서요.”」

「“누가 들으면 진심인 줄 알겠어요.”」

「“진심 맞는데요.”」

「“하하, 역시 예쁜 외모만큼이나 유머 감각이 무척이나 뛰어나시군요.”」

「이 정도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수준. 에드윈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체다를 상대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다시금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녀가 기겁했다.」

「“히익!”」

「그녀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새 거침없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서 있는 용사 디오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그 얘기, 자세히 듣고 싶군.”」

「“어…… 그게 그러니까…… 잠시만요.”」

「디오가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에드윈은 간신히 당황했던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길드 채팅창을 다시금 읽어 내려갔다.」

「“세상에…….”」

「“무슨 일이지?”」

「“그게 그러니까…… 룬 길드 소속의 레인이라는 랭커가 있는데, 그 사람이 오즈 제국의 수도를 거의 초토화시켰다고 해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한성기삽니다가 놀란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잠깐, 레인이라고?”」

「“아시는 분이에요?”」

「“몇 번인가 함께 던전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어. 실력도 뛰어나고, 사람 됨됨이도 아주 뛰어나서 아이템 배분도 공정함을 중시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문제가 더 있다는 뜻이야?”」

「“아무래도 토착민들은 그 사건을 일종의 자신들에 대한 억압과 도전으로 받아들인 듯해요. 그래서 지금 튜드 대륙 전체에서 버밀리온 제국과 오즈 제국을 중심으로, 반 여행자 사상이 퍼지며 여행자들을 발견하는 족족 감옥에 잡아넣는다고 하더라고요.”」

「“죽이는 것도 아니고, 감옥에 잡아넣는다고?”」

「강한성기삽니다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플레이어인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분명히 가벼이 여길 만한 문제는 아니었으나, 감옥에 들어가는 일과 비교하면 약과였다. 플레이어가 죽으면 비록 레벨을 잃기는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잃어버린 레벨이야 다시 사냥으로 채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옥으로 들어가는 일은 아예 수준이 달랐다. 아주 악질적인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감옥 시스템은, 캐릭터가 감옥에 있는 기간 동안은 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 로그아웃은 가능하지만, 로그아웃한 시간 동안은 시간이 카운트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시간을 다 채워야만 했다.」

「“마치 죽지 않는 우리를 위해서 준비라도 해 둔 것 같은 대처인데?”」

「체다가 그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때, 디오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당했군.”」

「“당했다뇨?”」

「디오의 눈동자가 조금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

「“아인즈 반, 그 녀석이 움직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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