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eel So Good (27/200)

Feel So Good

예전에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었지, 뿔 달린 수소, 황소를 손을 때려잡으셨던 분이 말이야, 너 황소냐? 나, 최영의야...뭐, 이런 영화 대사도 있었고 말이다. 최배달로도 알려진, 최영의는 극진가라데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힘이 장사여서, 황소와의 대결도 펼치고 맨손으로 황소를 쓰러뜨렸다는 일화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황소라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진 거대한 존재이기는 하다. 황소를 때려잡는다는 말은 불가능한 것을 빗대어 말하는 의미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원래 람보르기니는 농업용 트랙터를 만들던 회사였다. 회사 사장의 성이 람보르기니였고, 트랙터를 만들어서 꽤 돈을 벌었던 람보르기니는 당시, 같은 이탈리아 회사로 스포츠카의 대명사가 된 페라리, 역시, 사장의 성도 페라리, 그러니까,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에게서 페라리를 산 것이다.

아무튼, 페라리의 스포츠카를 사게 된 람보르기니가 성능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어서, 나름 자신도 엔지니어라 이렇게 고쳐보라고 건의를 했는데, 남의 회사에 간섭한다고 생각했는지, 콧방귀를 뀌며 들은 척도 안 하던 페라리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해, 소위 말하는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 잘 만들겠다면서 만든 차가 람보르기니인 것이다.

“그럼요, 그래서 지금도 람보르기니에서는 트랙터를 만들죠. 트랙터 가격이 3억 정도 해요. 우리나라에도 3대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람보르기니 트랙터가요?”

***

강남, 수입차 매장. 제이에스 인터네셔널...

대망의 노란 황소 람보르기니를 사기 위해 찾은 곳은 전에 포르쉐를 샀던 제이에스 인터네셔널이었다.

여전히, 상큼한 단발머리에, 오늘따라 짧아 보이는 화이트 미니스커트 차림의 최선화 대리가 진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 그러면 최 사장님은 이번에는 비트코인으로 재미를 보셨다는 거죠?”

지난번에는 유산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돈의 출처를 비트코인이라고 둘러대었다.

“그러면, 유산으로 받은 돈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하신 거예요? 지난번에 받았다는 그 유산요?”

“아뇨, 전에, 그러니까, 한 10년 전쯤에 사두었던 비트코인이 있었는데...”

“10년 전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20대 초반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거짓말로 둘러대다 보니까, 이렇게 이야기가 꼬이게 된다. 뭐라고 하지?

“제가 산 게 아니라, 아버지가 사 두셨던 비트코인이죠. 그걸 받은 거니까,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하...”

“음, 그래서 이번에는 람보르기니를 사러 오셨다는 거군요. 어쨌든, 운이 좋으신 분 같아요. 10년 전에 사 둔 비트코인이면 제법 큰 돈일 것 같은데...”

“예, 운이 좀 따르는 것 같네요. 어디, 제가 인수할 만한 멋진 람보르기니가 없을까요?”

람보르기니를 찾는다는 말에, 최선화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수를 매장 한쪽으로 안내를 했다.

“이건 어떠세요? 람보르기니는 처음 타시는 거라면, 아무래도 가격도 좀 저렴하고 승차감도 부드러운 우라칸 퍼포먼테가 좋을 것 같은데요.”

“오, 우라칸이군요. 우라칸이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람보르기니라면서요?”

“그렇죠. 사실상, 람보르기니를 먹여 살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엔트리 모델이라고 할 수 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요. 그러면서도 람보르기니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모델이죠. 포퍼먼테는 그중에서도 최신 버전이라고 할 수 있고요.”

람보르기니는 최고급 슈퍼카의 대명사 같은 남성적인 스포츠카이지만, 워낙 고가의 차량이다보니 명성과 인기와는 별개로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아서 경영 위기에 빠진 적도 많았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페라리 같은 소위 말하는 명품 차들을 만드는 회사들의 공통점으로 최고가의 차들을 만들지만 결국 판매량이 많지 않아서, 이제는 명품차들을 만드는 회사들은 일반적인 상용차들을 만드는 대기업들에 흡수 합병된 경우가 많기도 하고 말이다.

람보르기니도 고가의 아벤타도르가 유명하지만, 실제로 많이 팔리는 차는 우라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나 그게 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격은 배 이상 차이가 나고, 물론 아벤타도르의 성능이 더 좋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성능 머신으로서의 퍼포먼스, 최고속도가 더 빠르고 고속주행 능력이 좋다는 정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공도에서 그런 성능을 즐길 상황은 많지가 않다.

실제로 람보르기니가 많이 보이는 곳은 자칭 도산파파라치인 민영민의 말처럼 도산대로다. 강남의 한복판 말이다.

대부분,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극한의 속도감과 주행 퍼포먼스를 느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하차감, 차에서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우월감 같은 걸 원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람보르기니 우라칸이면 충분한 것이다. 대부분 우라칸과 아벤타도르를 구별하지도 못 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하지만 민소희는 좀 다르다는 말이지? 람보르기니를 꽤 좋아하는 모양인데, 거기다 민영민의 사촌 동생이라 왠지 람보르기니나 슈퍼카들에 대해서 잘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꼭 민소희가 아니더라도, 돈 걱정 없는 나인데, 기왕 사는 거 좋은 걸로 사지 뭐. 더 비싼 고성능 모델인 아벤타도르로 말이다.

“저기, 우라칸도 좋은데, 그래도 역시 람보르기니의 기함은 아벤타도르 아닌가요? 플래그쉽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죠. 고성능 모델은 아벤타도르고, 람보르기니의 기술력의 총아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격대가 좀 비싸기는 하죠.”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노란 황소, 람보르기니를 잡기 위해 내가 준비한 것은, 자본주의 최강의 아이템, 최배달의 주먹보다도 더 강한, 007 제임스 본드의 비밀 무기, 아멕스 블랙카드였다.

“어머, 이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입니다. 이거면 되겠죠?”

어차피, 통장에 천억이 들어와 있겠다. 인생 뭐 있어? 플랙스지..무대뽀 정신 말이야..너 람보르기니야? 나, 최진수야..행운의 싸나이...최진수 말이야. 블랙카드로 퍽퍽...

“정말, 비트코인으로 재미를 보셨나 봐요? 아멕스 블랙카드까지, 이건 정말 VVVIP 카드인데..”

“하하, 전 VVVIP니까요. 아무튼, 기왕이면 노란색 아벤타도르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잠시만요. 최진수 사장님, 이쪽으로 잠시 오시겠어요.”

최선화는 습관인지, 진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듣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진짜 회사라도 하나 차려볼까?

상상이 되었다. 멋진 사무실의 커다란 책상에는 사장 최진수라는 명패가 놓여 있다, 그리고 결제 서류를 들고 미모의 여비서가 들어온다...

나는 뭔지도 모르면서 아는 척, 서류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김 비서, 오늘 입고 온 그 미니스커트 참 예쁘군..맘에 들어.”

“어머, 사장님, 결제 서류에 집중해 주세요. 서류는 이번에 인수하실 야구팀 인수 계약서입니다. 인수대금이 1200억이거든요. 이번 결제 서류에 서명을 하시면 1200억을 지불하셔야 해요.”

뭐, 천 이백억? 그건 한도 초과인데...

“최진수 사장님, 이쪽입니다. 이번에 막, 수입통관을 마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입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노란색의 멋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였다.

“와, 이게 아벤타도르죠? 우라칸과 비슷하기는 하네요.”

“예, 아무래도, 람보르기니의 전통과 철학이라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곳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는 보통 아벤타도르와도 다른 한정판 모델입니다.”

“한정판요? 람보르기니도 한정판이 나오나요?”

“그럼요. 그래서 사실, 최진수 사장님은 아주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지알로 호루스 무광 컬러의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는 전 세계에 단 800대 한정으로 나온 한정판 모델 중의 하나니까요.”

“지랄로 호구요?”

“흠, 이 노란색 컬러를 이태리어로 지알로 호루스라고 합니다. 람보르기니만의 애드퍼서넘 컬러죠.”

뭐, 그렇다고 치고, 최선화 대리가 나를 데려간 매장 옆의 차량 보관소에는 내가 찾던 노란색의 황소 같은 람보르기니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물론, 나를 위해서 대기 중이라기보다는 거액을 지불하고 자신을 데려갈 주인을 찾고 있는 중이었겠지만 말이다.

자본주의의 시대에 돈을 가진 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성난 황소를 연상시키는 이 노란색의 한정판 람보르기니도 말이다.

“한정판 모델이라, 사실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차입니다. 물론, 가격도 일반적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보다도 훨씬 높죠.”

“그래서 얼만인데요?”

“이 차의 판매 가격은 현재 옵션 포함해서 9억 3천으로 책정된 상태입니다.”

“구..구억요?”

“엄청난 가격이죠? 사실, 아무나 사실 수 있는 차는 아니에요. 10억에 약간 모자라는 금액이니까요.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 가격이죠. 물론, 강남의 아파트는 아니겠지만요.”

아파트 한 채가 아니라, 지방에서는 몇 채를 살 가격이었다. 사실, 진수의 고향 같은 시골이라면 궁궐 한 채를 지을 수도 있는 돈이다.

람보르기니가 비싸고, 그중에서 아벤타도르는 더 비싸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건 한정판이라 그런지, 더더욱 비싼 최고가의 람보르기니 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애드퍼서넘 컬러의 이름처럼, 돈 지랄로 호구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적인 의심이 드는 차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를 할 수 있는 차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성능이나 가성비를 따지면 벤츠 이상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도 있다. 자동차 기술에서 벤츠 이상의 회사는 없으니까,

보통 벤츠까지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보고, 그 이상은 럭셔리 브랜드 내지는 슈퍼카 브랜드로 분류되는 이유도,

벤츠를 넘어서는 차들은 일반적인 자동차라기보다는 명품의 개념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성능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슈퍼카들도 특유의 고성능과 감성적인 부분을 추구하기 위해 막대한 생산비가 들어가는 제품들이고 이미 가격의 합리성보다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값비싼 최고급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자동차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남들 앞에서 소위 말하는 기분 좋은 하차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차였다. 타고 다니면 더러는 눈살을 찌푸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러는 감탄을 하면서 선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그런 차 말이다.

어쩌면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혼자 망상으로라도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차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9억이 넘는 람보르기니의 매력이 아닐까?

“최진수 사장님을 위해서 이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의 성능과 기능을 설명해 드리자면...”

“아뇨. 됐습니다. 성능과 기능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딱 보니까 맘에 드네요. 계약하도록 하죠.”

“어머, 정말요?”

“아멕스 블랙이면 이 황소 녀석을 가져갈 수 있는 거죠?”

“물론이죠. 당장 결제해 드릴까요?”

한 번에 9억 3천을 일시불 결제가 가능한 건가? 사실 나도 궁금했다. 그게 가능한 것인지.

“흠, 그래요. 뭐, 한 번 해보죠. 일시불로 해주세요.”

결제기에 카드가 들어가고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930,000,000 원이었다.

이게 얼마야? 공이 너무 많으니까, 잘 계산도 안 되네..

“최진수 사장님, 9억 3천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아멕스 블랙카드의 결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노란색의 지알로 호루스 무광 컬러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 한정판이라는 이름도 너무 거창한 노란 황소 한 마리를 끌고 강남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디오를 틀자. 빠..바밤..하는 익숙한 트럼펫 소리가 퍼져 나왔다.

탁 트인 도산대로를 달리는 나의 기분은 Feel So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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