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유아 마이 엔젤 (28/200)

유아 마이 엔젤

성수동, 트리피오, 지하 주차장.

“와, 이거 오빠 차예요?”

“어, 소희구나, 새로 산 람보르기니야 마음에 들어?”

“진짜 멋있다. 이거, 한정판이죠?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 이거 전 세계에 800대만 있는 한정판 모델이라는데.”

민영민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트리피오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민소희는 나의 람보르기니가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보았다.

“람보르기니 좋아해?”

“그럼요? 디자인도 멋지고 최고의 슈퍼카잖아요. 전 페라리보다는 람보르기니가 더 멋있는 것 같더라고요.”

민소희는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서 좀 시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진수의 람보르기니의 사진도 찍고 안쪽도 힘끔 거리며 들여다 보고 있었다.

흰색의 핫팬츠에 푸른색 티셔츠 차림인데, 확실히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몸매가 균형 잡힌 느낌이었다.

“이거 되게 비싸지 않아요? 한정판이라니까, 일반 아벤타도르보다도 더 비쌀 것 같은데.”

그래, 좋은 질문이야. 나도 사실 그걸 말해주고 싶었거든.

“뭐, 조금 비싸기는 하더라고. 그래봐야. 10억도 안 하기는 하지만.”

“10억요?”

“어, 나는 9억 3천에 샀지. 뭐, 그냥 카드로 긁었어. 일시불로..”

“와, 일시불요? 그게 결제가 되요?”

물론, 나도 결제가 되는 건지 궁금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문제없이 결제가 되잖아. 나의 아멕스 블랙카드로 말이야.

“되지, 내 카드로는 가능하더라고.”

“오빠 카드가 어떤 건데요?”

“그냥, 난 체크카드하고 아멕스 블랙 이 두 가지만 가지고 다녀. 뭐, 소액은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이런 가격이 나가는 건, 아멕스 블랙으로 긁으면 편하니까. 하하..”

아멕스 블래카드라는 말에 민소희의 표정에 잠시 작은 파문이 일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진수 오빠, 보기보다 능력자시다. 그 나이에 강남에 건물도 있고, 태성 그룹 회장님과도 친분이 있는 것 같고 도대체 오빠는 정체가 뭐예요?”

“하하, 네 정체가 뭐냐고?”

나의 정체라? 그거야, 운이 좋아서 큰 돈을 벌게 된, 전직 편돌이 복학생이라고나 할까?

“소희야, 내 정체가 궁금해?”

“예, 궁금해요?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영민 오빠 말처럼 재벌 3세나 그런 건가요? 실례가 안 된다면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이지 물어봐도 돼요?”

느그 아버지가 뭐 하시냐고? 우리 아버지라면 성실하게 살아오신 농부, 아니 농업인이라고 할 수 있지. 정직하게 땅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에 걸맞는 결실을 수확하는 농업인말이다.

“하하, 하하하..”

“왜 웃으세요?”

“우리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는 소희가 귀여워서 말이야. 아무튼, 우리 아버님은 뭐랄까? 씨를 뿌리는 분이라고나 할까?”

“씨를 뿌리는 분요?”

그래, 농사짓는다고 하면 민소희가 좀 실망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할 건 없고 말이다. 적당히 문학적인 표현으로 얼버무리기로 했다.

“그래, 맞아. 인류를 위해서 씨를 뿌리고 뭔가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음, 투자를 하시는 분이군요. 워렌 버핏 같은 투자자 말이죠?”

“하하, 뭐, 투자를 하는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래를 보고 씨를 뿌리고 그 결실을 수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하하..하하하...”

“와, 그러면 진수 오빠도 전문 투자자인 거예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엔젤 투자자 그런 거 말이에요.”

“하하, 엔젤 투자자?”

엔젤 투자자가 뭐야? 엔젤이라면 천사라는 의미 아닌가? 유 아 마이 엔젤...그런 거 말이야. 좋은 의미겠지?

“뭐, 그래, 엔젤 투자자라고도 할 수 있지.”

“멋지다, 아직 대학생인데 투자자로도 꽤 성공한 것 같고요. 아버지가 돈이 많은 건가요? 소문에는 재벌이라는 말도 있던데.”

물론, 내가 무슨 재벌은? 절대 아니지. 하지만 재벌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말이다.

“재벌 3세든 재벌 4세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 최진수는 그냥 최진수일 뿐이야. 사람들이 내가 가진 돈으로 나를 평가하는 건 좀 별로거든.”

“음, 하긴, 원래 재벌가 사람들은 재벌이라고 티를 안 내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난 뭐, 내가 누구다. 이렇게 광고하는 건 좀 촌스럽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이 누가 봐도 재벌 3세가 타고 다닐 것 같은 람보르기니는 왜 산 거냐?

“소희야, 그나저나, 이거 한 번 타고 드라이브 해볼래?”

“정말요?”

“그래, 옆에 타. 오빠랑 같이 드라이브 한 번 가자.”

그래, 바로 이거야. 민소희는 최신형 람보르기니를 구경하는 재미에 별 고민없이 람보르기니에 올라탔다.

람보르기니는 자체가 굉장히 낮다, 공기역학적으로 낮은 포지션이 고속 주행 시에 안정성이 더 높은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차고가 낮다, 시트 포지션도 낮고 말이다. 그렇게 낮은 조수석 시트에 민소희가 타고 있었다. 그것도 짧은 핫팬츠를 입고 말이다. 아무튼, 나는 신나게 강남 여기 저기를 달리기 시작했다.

성난 황소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요란한 배기음을 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팝콘 튀기는 소리도 내고 말이다.

하지만 시내에서 빨리 달려봐야 시속 50킬로 정도...하지만 배기음만큼은 시속 2백킬로를 넘어서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

문화 대학교 교정

“와, 저거 최진수 선배 아냐?”

“진짜네, 그리고 옆에 저 미녀는 누구야, 민소희?”

“민소희 맞아. 민영민하고 사촌이라던데, 와, 그나저나, 연예인이라 뭔가 다르기는 다르구나.”

“그러게, 핫팬츠에 티셔츠 하나 입었을 뿐인데, 엄청 섹시한 거 아냐. 그리고 최진수 선배가 타고 온 차? 저거 람보르기니지?”

“람보르기니 중에서도 아벤타도르인 거 같은데,”

“와, 차가 진짜, 폼 난다. 이름도 아벤타또르르르..라는 거지?”

“멋있으면 뭐하냐 저거 다 그림의 떡이지, 람보르기니라면 가격이 한 5억은 넘을 걸.”

“5억? 그렇게 비싸?”

“비싼 차들은 더 비싼 것도 많아. 아무튼, 나도 로또 맞으면 저런 거 하나 사고 싶기는 하다.”

“꿈 깨라. 로또 1등이 되도 저런 차 살 수 있겠냐? 세금 떼고 나면 한 10억 정도일 텐데,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그런 돈 있으면 집부터 사야지. 안 그래?”

“맞아. 그러니까, 저런 건 진짜 금수저들이나 타는 차라고 할 수 있지. 최진수 선배야 재벌이라니까, 저 정도는 무리없이 탈 수 있겠지만.”

“연예인도 옆에 태우고 다니고 말이야..”

“원래, 재벌 3세와 미모의 여자 연예인은 잘 어울리는 궁합이잖아.”

그렇게 민소희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그 둘과 함께 교정에 머물렀던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야? 이러다가 민소희랑 스캔들 기사라도 나는 거 아니야?

잠시 눈을 감자. 상상이 되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민소희가 뜨고, 재벌 3세로 추정되는 최진수 씨와 람보르기니 데이트 포착, 이런 기사도 나오고 말이다.

“와, 최진수 선배님, 소희야..”

헉, 이 목소리는 눈을 감고 들어도 민영민, 눈을 뜨고 들어도 민영민이잖아?

“와, 대박, 이거 이번에 한정판으로 나온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잖아요? 이거 최소한 8억에서 9억 정도는 한다는 것 같던데, 이거 최진수 선배 차예요?”

“어, 뭐, 그래. 예전부터 남자라면 람보르기니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거든. 마침, 좋은 차가 들어왔다고 해서 내가 플랙스 해버렸지 뭐야..”

“가격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영민이 오빠 그거 몰라? 진수 오빠, 아멕스 블랙도 가지고 있어.”

“아멕스 블랙?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 말이야?”

“그래, 그걸로 일시불로 결제했다던데, 9억 3천이라고 했죠? 진수 오빠.”

“어..맞아, 9억 3천...하하..카드로 한 번 긁으니까, 살 수 있더라고.”

“역시, 최진수 선배님은 대단하십니다. 나에게는 평생의 꿈 같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그저 결제 한 번으로 플랙스 하실 수 있다니 말입니다. 대체 그 화수분 같은 최진수 선배의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오빠 몰랐어? 최진수 선배 아버님이 어마어마한 투자자라는 것 같던데.”

“투자자?”

“그래, 외국으로 치면 워렌 버핏 정도의 엔젤 투자자라고 하시더라고.”

“워..워렌 버핏..과 같은 어마어마한 투자 재벌이라는 거군요?”

***

다행히도 민소희와의 스캔들 기사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진수의 재벌설이 더 확대 재생산되며, 진수가 워렌 버핏의 먼 친척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최진수 선배가 워렌 버핏의 먼 친척이라며?”

“야, 그게 말이 돼? 워렌 버핏은 백인인데..어떻게 친척이 돼?”

“그게, 워렌 버핏의 직계 혈족은 아니고, 그 집안하고 최진수 선배 이모가 결혼을 해서 사돈의 팔촌쯤 된다나 봐. 그래서 최진수 선배도 워렌 버핏에게서 투자를 배웠다는 그런 말이 있더라고.”

“설마? 그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는 거 아냐?”

“아무튼, 최진수 선배 아버지도 투자로 큰 돈을 벌어서 재벌 수준의 자산가라고 하더라고. 최진수 선배도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그렇게 번 돈으로 아파트도 사고, 빌딩도 사고 저번에 타고 온 람보르기니도 샀다는 거지.”

“오, 그래? 그러면 재벌 3세라는 말도 맞지만, 자기가 투자도 해서 돈을 번 자수성가형 재벌 3세가 되는 건가?”

“뭐,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자수성가형 재벌 3세라고 말이야.”

***

트리피오 진수의 아파트.

람보로기니를 사고 시골에 집도 새로 짓고 있지만, 아직 통장에는 980억이 넘는 돈이 남아 있었다. 이 돈으로 대체 뭘 해야 할까?

그냥, 놀러다니면서 재벌 3세 코스프레를 하며 유유자적 인생을 즐겨볼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이번에는 람보르기를 샀으니까, 다음 번에는 페라리를 사고, 그 다음에는 롤스로이스, 집도 더 큰 집을 사고 그렇게 흥청거리면서 연예인들도 좀 만나고 말이다.

남자들이 흔히 꿈꿀 수 있는 그런 로망을 실현하면서 말이다.

그래, 내가 980억을 가지고 있어도 무슨 사업을 하기도 어렵고 말이야. 돈도 있고 원한다면 행운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자금만 있다고 커다란 회사의 사장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이 돈으로 차나 사고 놀러 다니면서 즐겁게 살자고..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렸다.

민소희의 전화였다.

어, 무슨 일이지? 오늘도 람보르기니로 드라이브를 가자는 건가? 그러면 나야 좋지만.

“여보세요. 소희야, 무슨 일이야?”

“진수 오빠 뭐 해요? 시간 있어요?”

“시간? 뭐, 시간이야 많지.”

민소희가 아무래도 나한테 개인적인 호감을 느끼는 건가? 시간이 있냐는 건, 만나고 싶다는 거잖아? 역시 재벌 3세 코스프레에, 람보르기니가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민소희 같은 귀엽고 섹시한 여자 아이돌이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오다니 말이다.

“저, 오빠한테 소개시켜 주고 사람이 있는데요.”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

뭐지? 여자 연예인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건가? 난 다른 연예인은 아직 필요없는데.

“누굴 소개시켜 주겠다는 거야? 설마 여자?”

“여자는 아니고요. 스타트업 사업을 하는 오빠가 있는데, 요새 회사가 많이 어려운가 보더라고요. 그래서 엔젤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해서 마침, 진수 오빠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

“스타트업을 하는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거야?”

“예. 그 오빠가 하버드 출신이라 능력은 확실해요. 지금 자금이 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한데, 진수 오빠가 만나보고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투자라? 하버드 출신의 사업가가 하는 스타트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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