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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법칙 (29/200)

투자의 법칙

테헤란로 세광빌딩. 엔피 소프트 본사.

“게임회사 사장하고는 어떤 사이야?”

“그냥 아는 오빠예요. 그 오빠도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거든요.”

뭐? 람보르기니?

“스티브 킴이라고 합니다.”

“최진수입니다.”

민소희가 소개시켜 준 사람은 스티브 킴이라는 하버드 출신의 사업가였다. 생긴 건 한국인인데, 이중국적자라는 것 같았다.

“미국 교포신가요?”

“교포까지는 아니고 미국에서 유학을 했죠. 하버드에서 말입니다.”

태어난 곳은 서울 강남이라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가서 하버드를 졸업했다는데, 하버드에서 MBA까지 따고 귀국해서 게임 회사를 창업했다는 것 같았다.

“자금이 부족하시다는 거죠?”

“예, 저희 엔피 소프트에서 야심차게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이 거의 완성 중인데 막판에 운영 자금이 달려서 게임 출시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요?”

스티브 킴, 본명은 스티브 유성 킴. 그러니까 강남 출신의 김유성 씨라는 말인데, 아무튼, 미국 물 좀 먹은 녀석인 것 같았다. 소희와도 친한 것 같고 말이다.

“2백억정도 투자를 하시면 지분 30%를 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모바일 게임 출시가 되면 천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겁니다.”

“처..천 억요?”

듣기에는 괜찮은 투자 같았다. 모바일 게임 같은 건 최근에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분야니까, 말이다. 컴퓨터로 게임하는 시대도 저물어 가고 있다는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었다.

점점 스마트폰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나는 약간 구식이라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메시지 정도나 사용하는 정도지만 다른 사람들은 게임 같은 것들도 많이 하고 말이다.

소위 말하는 엔젤 투자자가 되어 달라는 말, 스티브 킴은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럴듯한 것 같았다.

테헤란로의 사무실도 그럴듯해 보이고 말이다. 거기에 하버드 대학이라면 한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대학인데 그런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도 믿음직해 보이고, 거기에 민소희의 추천도 있고 해서 2백억 정도 투자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음, 며칠만 생각을 할 시간을 주십쇼.”

스티브 킴이 원하는 투자 액수는 2백억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엔피 소프트의 지분 30%를 넘기는 조건으로 말이다.

***

신사동, 영진 빌딩. 진수의 펜트하우스

은근 고민이네, 2백억을 투자해서 이게 정말, 천억이 되는 건가? 사실, 태어나서 주식을 사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식을 살 정도로 여유가 없기도 했고, 워렌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 남의 일들, 딴 세상의 일들이라고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따로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해볼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계좌에 9백억이 넘는 돈이 있기는 했지만, 2백억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작은 돈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거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있는 이 펜트하우스가 있는 강남의 7층짜리 빌딩을 120억에 매입한 거니까 말이다.

물론, 급매로 헐값에 구입한 거라, 실제로는 2백억에 가까운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 빌딩 하나를 투자하는 셈이잖아?

민소희 말로는 실력 있는 벤처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민소희도 나보다도 어린 여자 아이돌일 뿐이다. 스티브 킴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지?

민영민에게 한 번 물어볼까? 일단 민영민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여보세요. 최진수 선배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저에게 전화를 다 하시고, 혹시 새로 산 람보르기니로 드라이브라도 같이 가자고 전화하신 건가요?”

드라이브? 내가? 민영민하고...음, 그건 좀 아닌데, 슈퍼카는 혼자 타든 지, 아니면 옆자리에 여자를 태우는 차지, 남자랑 같이 타는 건 좀 별로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너 스티브 킴이라고 알아?”

“아, 유성이 형님요. 알죠.”

어라? 민영민도 알고 있네.

민영민 말로는 스티브 킴은 강남의 금수저 출신으로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와서 하버드로 유학을 간 케이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도 자연스럽게 면제를 받았고 아무튼, 역시 강남에서 살던 민소희의 어머니와 스티브 킴의 어머니가 친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희와도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고 말이다. 그래서 민영민과도 친분이 있다고 했다.

“유성이 형님도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시죠. 소희가 람보르기니를 좋아하는 것도 유성이 형님 영향이 크거든요.”

“스티브 킴의 영향?”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성이 형이 좀 멋있게 생겼잖아요? 거기에 하버드 출신이라 학벌도 좋고, 어렸을 때부터 알던 형인데, 어느 날 벤처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더라고요. 그걸 보고 소희도 람보르기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뭐? 민소희가 스티브 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냥 아는 오빠 정도가 아니었던 건가?

“그럼 민소희랑 사귀거나 그러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니죠. 둘이 나이 차가 많잖아요. 그냥, 뭐, 친한 오빠 정도죠. 하하, 그나저나, 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는 언제 한 번 제대로 구경시켜 주실 거죠?”

“어, 뭐, 그래..나중에..시간 있을 때..그나저나 김유성이라는 사람 실력은 있는 거야?”

“실력요?”

“어, 소희가 소개를 시켜줘서 한 번 만났는데, 나더러 게임 회사에 투자를 해보라고 하더라고.”

“아, 맞아요. 무슨 그 형님이 하는 회사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고는 하던데, 솔직히 잘은 모르죠. 소희도 그 형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을 거예요. 아무튼, 하버드 출신이니까,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죠. 하버드 대학은 유명하잖아요?”

“그래, 하버드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니까, 거기 출신이라면 어느 정도 실력은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민영민 녀석도 특별히 스티브 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이것저것 들어보니, 강남 금수저 출신에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온 하버드 졸업생이라면, 스펙은 상당한 편이었다. 뭐, 그 정도 스펙이면 능력도 상당할 테고, 그 스티브 킴이 하고 있다는 스타트업도 지금은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내가 투자를 하면 아마 조만간 크게 성공하겠지?

하지만 2백억을? 투자했다가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아무래도 액수가 크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은근히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갑자기 신경을 썼더니, 어깨도 뻐근하고 뒷목도 뻣뻣해지는 것 같고 말이다. 아, 이럴 때는 아무래도 마사지를 한 번 받아볼까?

***

영진빌딩, 3층, 프라이빗 아로마 테라피

“어머, 최진수 사장님이 웬일이세요?”

3층의 마사지샵은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원래 스웨디시 마사지를 위주로 하던 곳인데, 최근에는 아로마 테라피까지 서비스가 추가되었다는 것 같았다.

“서 원장님 오랜만이네요. 다른 게 아니라, 요새 스트레스가 좀 많아서 말이죠. 어깨랑 목도 아프고 아무튼 좀 피곤하네요.”

“음, 그러세요? 저런..아무튼 잘 오셨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여기가 딱이죠. 선아 씨. 이쪽으로 좀 와봐요.”

서지영 원장이 부르자, 새로 온 테라피스트라던 윤선아가 나왔다. 저번에도 한 번 본적이 있었는데 키도 꽤 크고 늘씬한 체형의 서글서글한 미녀였다.

“여기, 최진수 사장님, 알지? 건물주 사장님 말이야.”

“알죠. 안녕하세요. 마사지 받으러 오신 거예요?”

“예, 좀 피곤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목도 좀 아픈 것 같고.”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윤선아는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듣고 있으면 절로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말이다. 마사지 관리사를 하기에는 좋은 목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윤선아를 따라서 룸으로 들어가자, 의자에 앉은 채로 어깨 마사지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머, 정말 승모근이 단단해요. 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셨나 봐요?”

“예, 뭐, 투자 문제로 신경을 썼더니, 그런 것 같아요.”

“저런, 돈 많은 분들은 또 그런 스트레스가 있네요.”

그러게 말이다. 돈이 없을 때는 돈만 있으면 다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돈이 생기니까, 그 돈은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예전 같으면 2백억을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걱정은 절대로 할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재산이 늘어난 만큼 그에 따른 관리와 책임도 늘어난 셈이었다. 의자에서 어깨와 목 마사지를 받자 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마사지 베드로 가서 본격적으로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윤선아는 마사지를 하기 전에 코끝에 향긋한 오일을 발라주었다. 일종의 아로마 테라피라고 하는데 왠지 몸이 편안해지는 깊고 진한 향기였다. 오일을 바르고 하는 스웨디시 마사지 서비스도 있다고 하는데, 옷을 벗고 해야 해서 그냥 옷을 입은 채로 건식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와서 스웨디시도 받아보기로 하고,

아무튼, 건식으로 엎드려서 목과 등, 허리 척추까지 골고루 부드러운 손길로 마사지를 받자, 몸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주위에는 다채로운 아로마 향들이 퍼져 있어서, 눈을 감고 마사지를 받고 있으니 파라다이스에 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최진수 사장님, 일어나셔야죠.”

“아, 제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네요. 오늘은 아주 마사지를 잘 받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스웨디시를 한 번 받아봐야겠네요.”

“후후, 그러세요. 원래 제 특기는 스웨디시 마사지거든요.”

“그래요? 하하, 다음번에 오면 기대를 해봐야겠군요.”

강남 건물주도 할만하네. 펜트하우스에서 바로 몇 층만 내려가면, 이렇게 마사지샵도 있고 말이야. 앞으로 종종 와봐야겠는걸..

아무튼, 향기로운 아로마 테라피를 받고 났더니,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머리도 좀 맑아지는 기분이고 말이다.

그래, 어차피 내가 벤처 투자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혼자서 고민해봐야 답이 없지. 어차피 답이 없는 문제라면 운빨 아니겠어?

진수는 행운의 과자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씹었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 퍼지는 느낌과 동시에 입안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역시, 이번에도 전화번호인가?

0226778432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영등포의 문래동에 위치한 성원 소프트라는 회사였다.

이건 뭐야? 부동산 중개소도 아니고? 소프트라면? 여기도 무슨 벤처 회사인가?

일단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성원 소프트인가요?”

“예,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거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

다짜고짜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일로 그러시죠? 저희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혹시 투자나 그런 문제로 상담을 원하시는 건가요?”

“투자요?”

뭐지? 요새 모바일 게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런데 문래동이면 무슨 공장 그런 곳들이 있는 곳 아니었나?

왠지, 게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예, 사실, 신생 스타트업 기업이라 자금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투자자를 구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혹시 투자 문제로 전화하신 것 아닌가 해서요?”

여기도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고 역시 돈이 부족해서 투자자를 찾는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여기에 투자를 하라는 건가? 아직까지 행운의 과자가 진수를 배신한 적은 없었다. 행운의 과자에 나온 전화번호 등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그럼 제가 거기에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죠. 문래동 쪽인데 언제 오실 겁니까?”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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