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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아일랜드 (54/200)

럭키 아일랜드

킹스 리조트.

풀장에는 나의 마사지를 하러 온, 자스민과 은영 씨가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수영장을 힐끔거리며 럭키 아일랜드의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럭키 아일랜드, 별다른 의미는 없다. 내가 구입한 산 페르난도 일대의 무인도 중에 7번째로 황금 탐사를 하고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럭키 세븐, 내가 지금까지 구입한 섬들은 모두 25개로 늘어나 있었다. 물론, 외국인인 나는 에메럴드 오션 시티라는 법인을 설립해서 섬들을 사들이고 있었다. 대외적인 명분은 여러 개의 무인도들을 리조트로 개발한다는 이른바 에메럴드 오션 시티 리조트 사업을 위해서였다.

“쿠알라룸푸르에 가신 일은 잘되신 겁니까?”

다시, 야마시타 골드를 캐기 위해 필리핀으로 돌아온 나를 킹스 리조트의 김민성 사장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 쿠알라품푸르에 투자를 하고 오는 길입니다.”

“투자요?”

돈세탁, 아니 금 세탁을 하러 간 일이었지만, 어쨌든, 김민성에게는 사업차 간 거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덕분에 3조가 넘는 나의 현금들이 안전하게 쿠알라룸푸르의 은행 계좌들에 안착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늘어난 현금 때문인지, 별 이유도 없이 즉흥적으로 호텔 하나도 플렉스 해버리고 말이다.

“작은 호텔 하나를 구입했죠.”

“호텔을 말입니까?”

“객실이 200개쯤 되는 중형급 호텔이죠.”

“와, 200개요? 규모가 상당한데요.”

김민성도 리조트 사업을 하기 때문에, 대충 어느 규모에 어느 정도 매출인지, 계산이 되는 모양이었다. 쿠알라품푸르 시내에 센트럴 마켓 근처의 객실 207개짜리 4성급 호텔이라고 말해주자, 김민성 사장의 얼굴에서 감탄하는 표정이 서리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호텔을 하나 산 것이기는 하지만, 쿠알라룸푸르도 그렇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다른 첨단 산업은 낙후된 편이고 그에 비해 자연환경은 매우 아름다운 곳들이다. 기후도 따뜻한 남쪽 나라들로 휴양지로는 적격, 빈곤한 나라들이지만, 오히려 관광객들에게는 값싼 물가가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호텔이나 리조트 사업 같은 관광 테마의 사업은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쿠알라룸푸르가 요새 뜨는 핫한 도시 아닙니까? 부동산 경기도 전망이 좋고, 거기에 시내에 센트럴 마트라는 관광 명소 근처라,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길래 투자를 한 거죠.”

“말레이시아의 부동산에 중국인들이 투자를 많이 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렇죠. 홍콩 쪽이 많이 복잡해져서, 이제는 홍콩에 투자했던 중국인들이 화교들이 많은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쪽으로 투자처를 이동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도 말레이시아에 지인이 있는데, 요새 그쪽의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는 중국인들이 많답니다.”

“필리핀은 어떤가요? 이쪽도 중국인들 투자가 있나요?”

“필리핀은 중국하고 사이가 안 좋아서, 영토 분쟁도 있고요. 스카보러섬 문제로 갈등이 좀 있죠.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이기도 하고요.”

“그럼 필리핀은 미국 편인가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투자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죠.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교역이나 투자가 활발한 곳은 중국이니까요.”

중국과 필리핀은 사이에 현안이라면 스카보러섬 문제라는데, 그 섬의 해저에 막대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보..보물이라면? 금괴 그런 거 말입니까?”

“하하, 아닙니다. 천연가스를 말하는 거죠. 스카보러섬 해저에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중국이 스카보러섬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거죠. 아무튼 필리핀도 낙후된 경제를 살리려면 외부의 투자가 필요한데 중국과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죠.”

복잡한 것은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었다. 필리핀은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의 토지 소유에 대한 제약이 많은 편이라 나도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 무인도들을 구입하기 위해서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서 일종의 편법으로 에메럴드 오션 시티라는 투자 법인을 설립해서 무인도들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디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와야, 필리핀도 발전이 될 텐데요.”

“그렇기는 하지만 필리핀도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부를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야마시타 골드라도 찾기 전에는 필리핀도 발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입니다.”

“하하, 야마시타 골드요?”

야마시타 골드는 이미 찾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30조 원 정도 아닐까? 싶었다. 물론 개인의 재산으로는 어마무시한 돈이지만, 국가 단위로 생각하면 30조 원이면 큰 돈은 아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200조가 넘으니까 말이다.

필리핀은 20조쯤 되려나? 인구가 더 많으니까, 그보다는 더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1년 예산 정도? 그걸로는 이미 아시아의 빈국이 되어버린 필리핀을 살리기는 어렵지..

“소문으로는 야마시타 도모유키가 숨겨놓은 야마시타 골드가 1경이 넘을 거라고 하더군요.”

“1경요? 하하, 그 정도는 아니겠죠? 많아 봐야, 한 30조에서 50조 정도 아닐까요?”

사람들의 상상력은 대단한 것 같다. 기껏해야 30조 정도, 물론 더 많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헛소문에 등장하는 1경이라는 숫자는 너무 엄청난 과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금이 lkg에 7천만 원 정도니까, 1톤이면 700억, 100톤이라면 7조 정도인데, 1경? 계산하기 쉽게, 7천조만 해도 10만 톤이라는 이야기인데...

“하긴, 포브스에서 전세계 금의 가치는 11조 달러 정도라고 평가하더군요. 그게 한화로 1경이 조금 넘는 돈이니까, 약간 과장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시에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금들을 다 끌어모았다면 최소 수백조에서 천조까지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30조라면 너무 작은 액수로 들리네요.”

야마시타 골드의 가치가 얼마인지, 그 내막을 아는 이는 1946년에 이미 교수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버렸고, 알뜨르의 황금백합 문서에 표시된 좌표로 발굴하고 있는 황금은, 물론 다 캐내 봐야 알겠지만, 1경이나 수천조 수준은 절대로 아닐 것 같았다.

대략 30조가 넘는 수준?

아무튼, 김민성 사장의 이야기가 과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야마시타 골드라고 불리는 일본군의 황금이 30조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약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 당시에 일본에 점령당했던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금광에서 연간 생산된 금이 수백 톤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나도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간 170톤 정도의 황금이 생산된다.

태평양 전쟁 무렵에는 수마트라 금광이 유명했는데, 일본군이 금을 너무 많이 채굴해서 금맥이 고갈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야마시타 골드라는 것도 최소 수백 톤에서 수천 톤은 되는 것 아닐까? 백 톤이면 7조, 천 톤이면 70조, 거기에 번성한 무역항이었던 싱가포르와 동남아의 서구 열강의 식민지들에서 수탈한 금들까지 합치면, 아무리 적게 생각해도 수백조 이상의 황금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는 엄청난 대영제국의 황금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죠.”

“대영제국? 영국의 황금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싱가폴이 말레이시아와 전쟁까지 하면서 독립한 일은 아시죠?”

“그런가요? 둘이 같은 나라였어요?”

금시초문인데,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고, 말레이시아는 다른 나라 아니었어? 싱가포르는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다른 나라인데...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시절부터 동남아시아의 주요 무역항으로 번성을 한 곳이죠. 그러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로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갈 곳을 잃은 화교들, 돈 많은 중국인들이 이쪽으로 이동한 거고요.

아무튼, 말레이시아와 전쟁까지 하면서 싱가포르를 독립시킨 데는 영국이나 미국 같은 강대국들의 입김도 컷던 겁니다. 마치, 이스라엘이 건국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영국이 싱가포르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원을 해주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오퍼레이션 피쉬와 관련이 있다는 거죠.”

“뭐요? 피쉬요? 오퍼레이션? 생선 작전?”

“하하, 이름은 좀 그렇지만, 오퍼레이션 피쉬는 2차 세계대전 초기에 처칠이 주도한 일종의 황금백합 작전입니다.”

“예?”

김민성 사장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칠이 황금백합 작전을 주도해? 평소에도 야마시타 골드니, 음모론 같은 걸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외계인까지 나오겠는데...

“제가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작전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프랑스가 독일군에 완패한 이야기는 하시죠? 단 몇 주 만에 독일 기갑부대가 아르덴 숲을 돌파해 프랑스를 점령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전격작전인가? 그런 거 아닌가요?”

“예, 초반에 독일군의 기세가 엄청났죠. 폴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까지, 유럽대륙이 순식간에 독일에게 넘어가고 유럽에서 남은 건 영국 정도였던 거죠.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스페인은 이미 프랑코 같은 독재자들이 나치와 동맹을 맺은 상태고요.”

“오, 정말 그랬겠네요?”

“남은 건, 영국과 스칸디나비아반도 정도였는데, 노르웨이는 항복을 했고 그나마 핀란드는 나치 편에 섰고요.”

“핀란드가요? 그럴 나라로 안 보이는데...”

“핀란드는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죠. 겨울전쟁이라고 한번 제대로 붙은 적도 있고요. 아무튼, 소련과 적대관계라 나치와 히틀러에 우호적이었죠. 아무튼, 그런 변방들은 중요한게 아니고, 영국은 유럽에서 고립무원의 상태였다는 겁니다. 승산이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면서, 영국인들도 독일에게 브리튼섬이 점령당해서 프랑스처럼 될 걸 걱정해야 했죠.”

“미국은요?”

“미국은 초반에는 소극적이었어요. 지금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미국은 히틀러의 인기가 좋은 나라였죠.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전까지는 유명인들도 히틀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러브 크래프트 같은 작가들도 반유태주의자였죠. 그래서 히틀러를 지지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러브 크래프트요? 로맨스 소설 작가인가요? 필명이라면 아주 잘 지은 이름이네요.”

“하하, 아무튼, 일본군들이 전세가 불리하니까, 황금을 빼돌려서 미래 자금으로 쓰려던 것처럼 영국의 처칠도 독일에게 영국 본토가 점령당할 걸 대비해서, 대영제국이 소유한 막대한 황금을 국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오페레이션 피쉬를 단행하게 되는 겁니다.”

“오, 그런 작전이 진짜 있었나 보군요?”

“예, 그리고 그 해외로 금을 옮길 곳으로는 북미의 캐나다와 아시아의 싱가포르가 선택이 된 거죠.”

“싱가포르요?”

“예, 당시만 해도 일본군은 영국 입장에서는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죠. 주로 중국을 침략하는 아시아의 나라 정도의 인식이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1942년에 일본 남방군이 싱가포르를 점령한 건 거의 기적이었다는 평가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간적인 평가와는 달리, 야마시타 도모유키를 전략적으로는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아무튼 김민성 사장의 말로는 히틀러에 위협을 느낀, 처칠은 대영제국의 황금을 캐나다와 싱가포르 등의 해외 식민지로 옮기는 작전을 실행했고, 그로 인해 싱가포르에는 막대한 비밀 황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일본이 난공불락이라고 여겼던 싱가포르를 함락시키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본군의 싱가포르 점령으로 오퍼레이션 피쉬 작전으로 싱가포르 보관 중이던 막대한 황금이 일본군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요.”

“영국에서도 쉬쉬하는 이야기죠. 안전을 위해서 분산 투자, 아니 분산 배치를 한 거였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독일이 장악한 대서양은 굉장히 위험한 바다였습니다. 오퍼레이션 피쉬라는 작전도, 독일 해군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말 그대로 생선을 실은 상선으로 위장을 한다는 의미니까요. 그 당시 기준으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아시아로 가는 길이 더 안전하기도 해서 싱가포르가 선택이 된 건데, 어이없게 일본군에 싱가포르를 점령당한 거죠.”

“그러면, 그 대영제국의 황금은?”

“일본군이 차지했겠죠. 그리고 그 황금은 야마시타 골드가 된 겁니다. 그래서 전후에 영국군은 그 빼았긴 대영제국의 황금을 찾기 위해서 싱가포르 일대를 여기저기를 발굴했지만 황금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나중에라도 황금을 찾기 위해서 영국에 우호적인 싱가포르의 독립을 지원했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하하, 설마요?”

“아무튼, 야마시타 골드는 30조나 50조 정도는 분명 아닐 겁니다. 최소 수백조에서 수천조의 가치는 되는 거죠. 수마트라의 황금도 있고, 오페레이션 피쉬, 즉 싱가포르로 이동한 대영제국의 황금까지 포함하면 정말 어마무시한 양일 테니까요.”

김민성은 마치 진짜 황금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들뜬 표정으로 신나게 야마시타 골드에 관한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한동안 떠들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젠장,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야마시타 골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엄청난 규모의 황금일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최 사장님, 같이 수영해요.”

“어, 자스민, 조..좋죠.”

일단, 날도 덥고,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배형으로 풀장에 몸을 띄우자 파란 하늘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양쪽으로 자스민과 은영 씨의 체온이 느껴지고 있었다.

천국이 따로 없군, 그나저나 천국은 오늘까지이다. 내일은 또다시 7번째 지옥, 럭키 아일랜드로 황금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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