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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이 너무해 (64/200)

금발이 너무해

플라잉 폭스는 확실이 급이 다른 초호화 요트였다. 옆에 정박한 다른 배들도 선체 길이가 50미터 넘는 슈퍼요트였지만, 메가요트인 플라잉 폭스 옆에서는 작고 귀엽게 느껴질 정도.

모든 것은 이렇게 상대적인 모양이었다.

“어떻습니까? 사이즈도 엄청난 배지만, 실내 인테리어도 최고 수준이죠.”

“그러게요. 침실도 호텔 수준이고 체육관에 영화관까지 없는 게 없군요.”

“말 그대로 모든 걸 갖춘 배죠.”

“이곳은 뭐 하는 곳입니까?”

체육관 옆에는 뭔가 아로마 향기가 물씬 풍기는 넓은 방들이 있었다.

“여기는 마사지룸입니다. 플라잉 폭스에는 전속 마사지사들도 있어서 마사지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오,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필리핀의 무인도에 허리를 삐끗한 건지, 약간 피곤하면 허리쪽이 아파왔다. 지금도 살짝 허리가 뻐근하고 말이다.

4층 구조로 4개의 갑판이 있는 배라 건물로 치면 4층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공간들도 베네티 요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배였다.

그리고 제라드 칸은 나를 퍼스트 데크, 1층 갑판의 선미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12미터짜리 미니풀이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늘씬한 금발 미녀들이 풀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누구죠? 수영하는 여자들은?”

“스웨덴에서 온 플라잉 폭스의 마사지사들입니다. 정통 스웨디시 마사지사들이라고 할 수 있죠.”

제라드 칸은 두 명의 여자들과 인사를 시켜주었다.

“이쪽은 에니카, 이쪽은 한나. 이분은 한국에서 플라잉 폭스를 인수하러 오신 최진수 사장님이야. 인사드려.”

“굉장히 젊고 미남이시네요.”

“그리고 엄청난 부자이시겠죠?”

스웨덴 여자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개방적인 느낌적인 느낌의 여자들이었다. 둘 다 모델처럼 키도 크고 늘씬한 체형에 각각 핑크와 에메럴드의 비비드한 컬러의 비키니를 입고 유유자적 미니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웨디시 마사지를 하시는 분들이라면서요?”

“언제든 마사지실로 찾아오세요. 저랑 한나가 최고의 서비스를 해드릴 테니까요.”

“하하, 그렇군요.”

“미니풀은 이렇고, 다른 층에도 이것보다는 작지만 자쿠지가 2개가 더 있습니다.”

제라드는 4층으로 올라가서 조타실을 비롯해서 배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4층으로 올라가서 보니, 헬기 착륙장도 있었다.

“퍼스트 데크의 앞쪽에도 헬기 착륙장이 하나 더 있죠. 보이시나요?”

“아, 예, 맨 앞쪽이군요.”

헬기 착륙장이 2개나 있는 배였다. 동시에 두 대의 헬기가 이착륙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파티룸과 메인 살롱 같은 공간들도 훌륭해서 날씨만 좋다면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낙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마치 성서에 나오는 에덴의 동산에 온 기분이네요.”

“하하, 에덴 동산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마치 언덕처럼 높은 배니까요. 그리고 신의 은총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누릴수 있는 배이고요.”

에덴의 동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에덴 동산은 강의 하구에 있던 작은 섬이라는 학설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의 권력자 내지는 부자들은 언덕 위의 높은 지대에 집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가 왔을 때, 수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고 그 외에 적들이 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에덴 동산은 높은 언덕 지대의 부유한 부자들의 마을이라는 학설도 존재하는 것이다.

“배는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워낙 엄청난 가격이라 조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하, 뭐, 제가 제시한 한화로 7천억을 다 받겠다는 건 아닙니다. 감가상각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협상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예, 어느 정도는요.”

제라드 칸은 아무래도 배를 팔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정도 규모의 배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협상이든 뭐든 해본 경험도 없었다. 단지 이런 멋진 초호와 요트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좀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워낙 큰 거래라 혼자 결정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저도 좀 자문을 구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라드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은 며칠 플라잉 폭스에서 푹 쉬시도록 하시죠. 한 번 플라잉 폭스의 진가를 느껴보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제라드 칸은 다시 임페리얼 요트 본사로 돌아가버리고, 나는 플라잉 폭스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플라잉 폭스에는 선장을 비롯해서 모두 11명의 승무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항구에 정박할 때는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 말이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내가 플라잉 폭스를 인수할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나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깍듯한 태도였다.

이미, 내가 배의 주인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배에서 식사도 하고 와인도 마시면서 호화로운 배를 구경하고 있었다.

“최 사장님, 혼자서 뭐 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두 명의 금발 미녀들이었다. 스웨덴 출신이라는 에니카와 한나, 두 명의 마사지사들..

“배를 구경하고 있었죠. 정말 멋지고 근사한 요트네요.”

“예, 하지만 너무 호화로운 게 문제라면 문제죠.”

아까는 원색적인 비키니를 입고 미니풀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깔끔한 승무원복을 입고 있었다. 흰색의 셔츠와 진한 베이직색의 미니스커트로 깔끔하면서 세련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둘 다 서구적인 체형이라 그런지 그런 평범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어도 어딘지 요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웨덴 출신이라 그런지 어딘지 영어 발음도 좀 독특하고 말이다.

“스웨덴 억양인가요? 좀 특이하네요.”

“사실은 스웨덴이 아니라, 크로아티아 억양이죠.”

“크로아티아요? 스웨덴이 아니고요?”

“칸 사장님이 둘 다 금발이라 스웨덴 출신이라고 하면 더 인기가 있을 거라고 해서 그런 척 하는 것뿐이에요. 저랑 한나도 그렇고 이 배의 승무원들은 다 크로아티아인들이거든요.”

“그래요?”

제라드 칸에게 크로아티아에서 건조된 배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알고 보니 승무원들도 다 크로아티아인들인 모양이었다.

“스웨덴 미녀는 아니지만, 우리들도 스웨디시 마사지라면 잘하거든요. 한 번 마사지를 해드릴까요?”

“지금요?”

“예. 따라 오세요.”

저녁 식사도 마치고, 원 15 요트 클럽 마리나에도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에니카와 한나, 아마도 가명이겠지만, 아무튼 두 명의 스웨덴, 아니 크로아티아, 어쨌든 금발의 두 미녀 마사지사들을 따라 마사지실로 향했다.

마사지실은 향긋한 아로마 오일향이 입구에서부터 퍼지고 있었다.

“자 누우세요.”

베드에 잠시 누워 있자,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에니카와 한나가 하늘거리는 롱스커트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웨디시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두 명이 같이 하는 건가요?”

“예, 그게 더 좋지 않아요? 원하시면 한 명만 해도 괜찮고요.”

“아뇨, 두 명이 동시에 하는 게 더 좋겠네요.”

허리와 어깨에 동시에 미끌거리는 손길이 닿는 기분은 정말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곳 플라잉 폭스는 자본주의 시대의 낙원, 에덴 동산, 파라다이스, 샹그릴라 그런 곳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낙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만약에 내가 이 플라잉 폭스를 인수하면 에니카와 한나는 어떻게 되는 거죠?”

“저희들요?”

“그거야, 사장님이 결정하기 나름이죠. 우리 둘 다 크로아티아보다는 플라잉 폭스가 더 좋거든요.”

“그래요? 여기서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

진수의 말에 위쪽에 있던 에니카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힘들 게 뭐가 있어요? 사실 보수도 괜찮은 편이고, 크로아티아에서는 하루종일 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여기는 VIP 고객만 상대하면 되고 그리고 배에 고객들이 있는 기간도 많지 않거든요.”

“맞아요. 대부분은 이렇게 마리나에서 대기 하는 중이죠.”

아래쪽에서 한나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두 명의 금발 미녀에게 스웨디시 마사지를 받으며 들어보니, 플라잉 폭스는 워낙 임대료가 비싸서 생각보다 고객들의 수요가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출항하는 일수도 적고, 여기서 일하는 에니카와 한나도 대부분은 플라잉 폭스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정박해 있는 항구를 여행하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쇼핑도 하고 싱가포르에서 클럽도 다니고 그러는데, 오늘은 중요한 VIP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대기 중이었어요.”

“그래요?”

“예, 제라드 칸 사장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라고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까 미니 수영장에서 화려한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하던 모습은 제라드 칸의 연출이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초호화 요트에는 비키니를 입은 금발의 미녀들이 잘 어울리기는 했다. 아무튼, 배를 인수하면 두 명의 미녀 마사지사들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도 여기서 일하게 된다는 것 같았다. 내가 원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황제 마사지를 받고 나니, 온몸이 부드럽게 녹는 기분이었다. 마사지실을 나와서 침실로 들어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고급스러운 플라잉 폭스의 메인 침실이었고, 어제 마사지를 받아서인지 몸도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시원하고 청명한 하늘과 바다, 거기에 부족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초호화 요트,

플라잉 폭스를 타고 아마존이든 어디든 여행이든 탐험이든 떠나고 싶은 그런 기분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배를 인수하는 문제는 역시 혼자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 잘 모르겠으면 행운의 과자지, 행운의 과자가 답을 줄 거야.

플라잉 폭스를 인수하고 싶은 것은 당연했지만, 가격 협상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행운의 과자의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과자 하나를 씹으며 배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선미의 미니 풀에서는 에니카와 한나가 아침부터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제라드 칸이 또 시킨 건가? 아무튼, 아침이라는 건 내가 막 깨어나서 하는 소리고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싱가포르 원 15 요트 클럽 마리나는 상쾌한 바닷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오는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과자의 고소한 맛이 사라지고 입 안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것은...

뭐지? 어디서 많이 본 전화번호인데. 이건 김영석의 번호잖아?

하긴,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김영석이라면 금융이나 그런 쪽의 지식도 있는 편이고, 나보다는 이 배의 인수 문제에는 더 적합한 사람이기는 했다. 그리고 나의 돈 세탁을 해주면서 나의 자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말이다.

김영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최진수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한국에 계신 거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지금 싱가포르에 와 있어요.”

“싱가포르요? 거기는 왜?”

“요트를 인수하려고 하는데요.”

“요트요? 요트라면 이미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베네티 수프림 클래식 132 요트 말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그거 말고 이제 진짜 대형 요트를 사고 싶어서요.”

“베네티 요트 말고, 진짜 대형 요트요?”

“최 사장님...여기에요..”

미니 풀에서 수영을 하던 에니카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같이 수영해요 사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에니카 좀 기다려요. 전화만 하고 갈게요.”

“누구랑 같이 계신가요?”

“예, 여기서 만난,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김영석 사장님이 이쪽으로 좀 오셔야겠습니다.”

“대형 요트 인수 문제로 말이죠?”

“예, 전 이런 큰 거래는 처음이라 김영석 사장님의 도움이 좀 필요해요.”

“거기가 싱가포르 어디인가요?”

“원 15 요트 클럽입니다. 저는 플라잉 폭스라는 요트에 묵고 있어요.”

“플라잉 폭스요? 요트 이름인가요?”

“예, 와 보면 알 거예요. 여기서 가장 큰 배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는 그리 멀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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