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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들 (65/200)

조력자들

원 15 요트 클럽 마리나, 요트 플라잉 폭스

“어때요? 굉장한 배 아닙니까?”

“이걸 진짜로 인수하시려는 겁니까?”

김영석은 플라잉 폭스를 둘러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돈이라면 충분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초호화 요트를 뭘 하시려고요?”

뭘 하기는, 이걸 타고 야마시타 골드를 찾으러 가야지. 브라질로 말이야. 하지만 김영석에게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김영석도 내가 가져온 금괴와 보석들을 처분하는 일을 돕고는 있었지만, 그 정확한 출처는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김영석도 내가 어마어마한 재력가 아버지를 둔 재벌3세고 아버지의 사업과 관련된 금괴들을 처분해서 돈세탁을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인생을 즐기는 거죠. 로만 아브라모비치 같은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아브라모비치요? 러시아의 석유 재벌 말이군요. 하지만 그 사람은 자산이 30조는 된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영석은 나의 야마시타 골드를 처분해서 3조 정도의 현금을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김영석 입장에서는 나의 자산이 3조가 조금 넘는 정도인데, 이런 배를 사는 건 과도하다는 반응이었다.

“제 재산도 그 정도는 됩니다.”

“최진수 사장님의 자산이 30조쯤 된다고요? 역시, 아버님이 굉장한 분이신 건가요?”

“하하, 아버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아무튼, 지난 번에 처분한 황금들은 제가 가진 재산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죠. 위로 올라온 것보다 아래쪽에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저 아래에 말입니다.”

땅속에는 아직 엄청난 야마시타 골드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필리핀의 섬들에도 막대한 금괴들이 있을 테고, 브라질의 7개의 장소에도 상상하기 힘든 야마시타 골드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다 합치며 얼마나 되는 걸까? 필리핀의 황금을 대충 30조 정도라고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브라질에 있을 보물들은 그보다 더 많은 걸까? 아니면 적은 걸까? 어쩌면 브라질의 야마시타 골드는 누가 이미 찾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어다. 김덕수 소장 말대로 브라질에 50년대와 60년에 엄청난 경제 성장의 비밀은 늑대의 눈물과 야마시타 골드 같은 전쟁 중의 약탈 황금이었을 가능성도 높으니까 말이다.

브라질로 황금을 옮긴 일본군들이 그 황금으로 브라질에서 기반을 잡고 사업가나 농장주로 변신했을 수도 있다. 브라질은 일본인들의 이주가 많은 나라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리우데자네이루에 일식집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야마시타 골드가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초대형 메가요트인 플라잉 폭스가 제격이었다. 브라질까지 항해를 할 정도로 대형 선박이기도 하고, 이런 큰 배가 어슬렁거리며 브라질의 섬과 해안지대를 돌아다녀도 딱 보기에도 돈 많은 부호의 요트라 의심을 받지 않을 그런 배였다.

“아무튼, 돈 문제는 김영석 사장님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냥, 이 배를 인수하는 가격이 적정한지 확인 좀 해주시고 적당한 가격으로 협상해서 인수하는 작업을 맡아 주세요.”

“뭐,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일단, 싱가포르에서 플라잉 폭스의 인수 작업은 김영석이 나를 대리해서 처리하는 걸로 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한국으로 가신다고요?”

“예, 배를 실물로 봤으니까, 이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배를 인수하게 되면 배의 승무원들도 다 제가 고용을 하는 걸로 하죠. 마사지사들도 포함해서요.”

“예, 그것도 고려하겠습니다. 그런데 가격 협상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건가요? 그 제라드 칸이라는 사람은 7천억을 요구한다면서요?”

“사실, 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김영석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지금 제가 가진 계좌의 현금만 3조 이상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처분할 황금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 황금들은 출처가?”

“하하, 호기심이 많으시군요. 너무 많이 알아서 건 좋을 게 없죠. 김영석 사장님은 제가 가져온 황금을 처분해서 수수료만 챙기셔도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 않나요?”

“그거야 그렇죠.”

김영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걸로 만족하세요. 쓸데없는 일에 호기심을 갖지 말고요.”

다소 무례하게도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이렇게 쐐기를 박아두지 않으면, 시시콜콜 야마시타 골드에 대해서 물어 올 것이고, 그러다보면, 나도 말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황금을 비밀을 말하게 되는 그런 실수 말이다.

그래서 단호하게 황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더는 묻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이었다.

다행히, 김영석은 은행원 시절부터 돈 많은 VVIP 들을 많이 상대해봐서 그런지, 나의 이런 태도에도 별로 기분 나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는 것을 물어봐서 죄송하다는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군요.”

“알면 됐습니다. 그러면 이번 플라잉 폭스 인수 문제나 신경 써주세요. 돈이라면 7천억을 다 지불해도 상관은 없지만, 할인된 가격의 5%를 커미션으로 드리죠.”

“5%요?”

세상만사 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이니, 김영석도 뭔가 남는 게 있어야 일을 열심히 하겠지? 7천억 짜리 배니까, 한 천억쯤 가격을 깍으면, 50억쯤 커미션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정도면 열심히 협상을 해볼만 하지 않겠어?

“예, 제라드 칸의 요구 금액에서 빠지는 것의 5%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협상을 잘 진행해 보세요. 전 서울에 좀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니까요.”

“아,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아무래도 개인이 구매하는 것보다는 페이퍼 컴퍼니라도 만들어서 인수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세요. 페이퍼 컴퍼니나 그런 건 김영석 사장님의 전공 아닙니까. 아무튼 저는 한국에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

가로수길, 드림 엔터테인먼트 본사

“오디션요?”

한국으로 와서 일단 윤아영부터 만나 드림 엔테테인먼트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 아무래도 새로운 인재들도 필요할 것 같고. 제가 드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이상 김준수 사장처럼 소극적으로 운영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정말, 투자를 많이 하실 생각이세요?”

“물론이죠. 더 투자를 해서 사업을 키울 생각이 없다면 뭐하러 이런 연예 기획사를 인수했겠습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투자를 할 생각이었다. 자금이라면 지금 가진 3조의 현금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고, 앞으로 필리핀과 브라질에서 찾게 될 야마시타 골드로 벌어드릴 돈도 엄청날 테니 돈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민영민이 퍼뜨린 헛소문처럼 5조를 투자하는 일은 없겠지만, 수천억 정도는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투자 아닌가? 무슨 반도체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수와 작곡가, 그리고 음반 작업 비용만 있으면 앨범을 낼 수 있는 거잖아?

그 후에 홍보비용도 필요하고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단, 가수들의 앨범을 제작하고 그게 잘되면 영화나 드라마도 만들어보고 그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 나의 머릿속의 계획이었다.

단순한 계획 같지만 원래 복잡한 일도 기초는 단순한 법, 언젠가 세계 체스 챔피언의 전략을 분석한 그림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복잡한 체스 게임의 전략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고 장황한 전략도가 있을 것 같았지만,

체스게임을 할 때, 세계 챔피언의 머릿속의 들어있는 구상은 두 개의 직선으로 된 힘의 진행 방향뿐이었다.

물론, 그 두 개의 힘의 진행 방향을 나타내는 직선의 화살표를 실제 체스 게임에서 구현하는 것은 체스 챔피언의 오랜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다양한 형태를 통해 실행되겠지만, 기본적인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핵심 목표 두 개를 선점한다는 것이 체스 세계 챔피언의 기본 구상이었고, 그걸로 어쨌든, 세계 정상까지 오른 것이었다.

나의 목표와 구상도 말도 안 되게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를 도와줄 경험이 풍부한 윤아영 같은 조력자들을 고용할 돈이 있기 때문에 나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일단은 민소희의 솔로 앨범도 준비 해야겠죠.”

“민소희 솔로 계획은 저도 찬성이에요. 전부터 본인이 솔로를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그만한 능력과 스타성도 있으니까요.”

“다른 아이돌 그룹은 어떤가요? 윙크윙크도 귀엽기는 하던데.”

회사에서 나를 보면 인사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데뷔 앨범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취향의 걸그룹이니까, 좀 더 키워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윙크윙크요? 남자들은 좋아하는데, 걸그룹이라고 남자들에게만 인기가 있어서는 어렵거든요.”

“그래요? 걸그룹이면 팬들이 남자들 아닌가요?”

윤아영은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그건 아니죠. 기본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팬층은 여성들이 두텁거든요. 대중문화가 전반적으로 그래요. 그래서 항상 최고 인기 스타들은 남자들인 경우가 많죠. 세상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연예계는 좀 다르답니다.”

윤아영의 말로는 현실 세계와는 달리, 문화 예술쪽은 일종의 판타지의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소설들도 여자들이 읽던 거죠. 현재의 한국 대중 문화는 일본 영향도 꽤 받았는데, 일본 문학의 최고봉은 여류 작가인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겐지 이야기라고들 하니까요.”

“겐지 이야기요?”

“한마디로 일본의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잘생긴 미남이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꽃미남 소설이에요.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들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할 걸요.”

“그래요?”

윤아영 말로는 일본의 문학의 뿌리라면, 궁녀들이 쓰던 이런 로맨스 소설들이 그 원류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개혁한다거나 철학적으로 세계를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관계에 집중하게 되고, 거기에 궁녀라는 신분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선택을 받거나 버림받는 식으로 관계가 진행되면서 수동적인 관계에 의해 여주인공의 행불행이 결정되게 되는 소위 말하는 신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신파는 새로운 물결, 뉴웨이브라는 의미죠. 일본에서 근대화가 되면서 서양식 연극이 들어왔는데, 당시로서는 이런 연극이라는 것이 새로운 문화라, 가부키와 구분하려고 신파극이라고 한 거예요.”

“일본말이었나요? 한국어인줄 알았는데, 억지로 눈물 짜는 그런 거요.”

“아무튼, 원래는 서양 연극을 말하는 거지만, 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일본식 연극을 말하는 거죠. 서양 연극이 일본을 거쳐 일본화되서 들어왔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겐지 이야기 같은 일본 궁중 소설풍의 일본문화가 합쳐져서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연극이 되어서 들어왔거든요.”

“그게 우리나라 연극에도 영향을 줬다는 거군요.”

“그렇죠. 일제강점기에 정치 권력을 빼앗긴 상태기도 하고, 그런 무기력한 식민지의 현실과도 잘 맞아 떨어진 거죠. 그리고 그런 신파극으로 연극을 배운 한국의 연극인들이 이후에 영화와 드라마에도 진출하면서 뭔가, 한국적인 신파극들이 유행했고요.”

“겐지 이야기라? 그거 재밌어요?”

“별로요. 하지만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중 문화라는 건 그게 그거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소설이죠. 아무튼 요는 천년 전에도 대중 문화는 여성의 힘이 강한 분야였고, 현재도 그렇다는 말이에요. 문화와 예술을 소비하면서 현실보다는 판타지를 즐기는 쪽은 여자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든지 말든지,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은 나고, 결정은 내 맘대로 하는 것이다. 윙크윙크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든 말든, 내가 보기 좋으면 그만 아닌가?

“어쨌든, 사장은 나니까요.”

“그렇기는 하시죠.”

“윙크윙크는 제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있는 걸그룹입니다. 저한테 인사도 잘 하더라고요. 귀엽게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신인 오디션도 준비를 하고 민소희 솔로 앨범과 함께 윙크윙크 2집에도 과감한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아시겠죠?”

“예, 결정권자는 사장님이시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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