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우 데 자네이루 (74/200)

리우 데 자네이루

미래 엔터텐인먼트 사장실.

“민소희의 뮤직비디오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촬영한다는 거죠?”

“맞아요. 나의 요트인 플라잉 폭스도 이미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있고요.”

“그 이야기라면 저도 들었어요. 그 엄청 큰 호화 요트라면서요?”

윤아영도 민영민이 찍은 플라잉 폭스의 사진들을 봤다고 했다.

“예, 멋진 배죠.”

“그러면, 한 달 전에 플라잉 폭스를 리우데자네이루로 보낸 건 다 계획을 하신 거였어요?”

“하하, 물론, 민소희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서 보낸 건 아닙니다. 리우데네이루에서 뭐랄까? 휴가를 좀 보내려는 거죠.”

“휴가요? 역시 돈 많은 재벌이라, 여유가 있으시네요. 한국에서 하는 사업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드림엔터테인먼트에서 하는 일은 윤아영 전무님이 처리하면 될 테고요.”

“그 외에 다른 사업은요? 최진수 사장님이라면 하시는 일들도 많을 것 같은데?”

“하하, 뭐, 다른 사업들도 각각 실무자들이 따로 있으니까요. 윤아영 전무님처럼 말입니다.”

사실, 드림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사업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윤아영은 내가 엄청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내가 한국을 떠나 있어도 문제가 될 일은 없겠죠?”

윤아영은 잠시 생각을 해보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원래 김준수 사장 시절부터 업무들은 제가 다 처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윤아영 전무만 믿고 저는 브라질로 떠나겠습니다.”

“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라는 거죠?”

“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거죠. 예수상도 있고, 유명한 곳이죠. 이파네마 해변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 것들도 있고, 리우데자네이루라면, 보사노바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지금도 유명한 보사노바 뮤지션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보사노바요? 뭐, 그렇기도 하겠죠. 그쪽 음악이니까요. 이파네마에 해변도 있고요.”

“그럼, 한은정의 앨범 작업도 거기서 하는 게 어떨까요?”

“리우데자네이루에서요?”

“예, 사장님이 바쁘셔서 아직 말을 못 했는데, 한은정의 데뷔 앨범의 컨셉을 보사노바로 하기로 했거든요.”

“보사노바요?”

“한은정 목소리가 일반적인 아이돌하고는 좀 다르니까요. 거기다 기타 좀 치잖아요.”

“그렇기는 하죠.”

그러고 보니, 한은정의 차분한 듯 달콤한 목소리와 보사노바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원래 보사노바가 기타를 베이스로 한 음악이라서 보사노바 반주는 기타로 하는 게 전통이기도 하고요.”

“듣고 보니, 한은정에게 보사노바가 딱 어울리는 느낌적인 느낌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컨셉을 보사노바롤 잡았는데, 그렇다고 브라질까지 가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사장님이 민소희까지 데리고 브라질로 가신다니까요. 거기에 초호화 요트도 거기에 있고, 가시는 김에 한은정도 데리고 가시면 어때요?”

“음, 한은정과 민소희를 데리고 브라질로요?”

상상이 되었다. 둘 다,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 아이돌, 그것도 두 명이나, 그 둘을 데리고 이국적인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게 된다면...

“사장님, 아니, 오빠, 여기예요.”

브라질의 해변에서는 모두 비키니를 입는다고 한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브라질리언 비키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브라질에서는 여성의 엉덩이를 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엉덩이 미인 선발대회도 있고 말이다.

그런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은 과감한 브라질리언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이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민소희와 한은정도 자연스럽게 화려한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고 있었다.

“오빠, 받아보세요.”

한은정의 강서브가 네트를 지나 나에게도 날아온다. 나는 멋지게 리시브를 하고 토스를 받은 공을 강스파이크로 꽂아 넣는다.

“오빠, 너무해요. 그렇게 세게 공을 때리면 어떡해요?”

“하하, 미안, 내가 너무 세게 했나.”

물론, 나는 배구를 전혀 할 줄 모른다. 리시브를 제대로 했을 리도 없고, 스파이크로 네트를 넘긴다는 것은 오직 나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사장님..”

“아, 예.. 뭐라고 하신 거죠?”

“한은정 앨범 말이에요. 녹음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했으면 해서요. 그쪽에 보사노바를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도 있고, 보사노바 쪽으로 유명한 세션들도 있다니까, 거기서 녹음을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장님만 허락하시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요.”

“좋아요, 한은정도 같이 가는 걸로 하죠.”

***

리우 데 자네이루, 갈레앙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국제공항.

비행기가 도착한 곳은 구아나바라 만에 떠 있는 고르다베도르 섬에 자리잡은 리우 데 자네이루, 갈레앙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국제공항이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브라질 발음으로는 카를루스 조빙이군요?”

공항에 마중을 나온 것은, 산드라 킴이라는 현지 가이드였다. 이민 3세 정도 된다고 하는데, 대학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포르투칼어로는 조빙이 맞지만, 브라질 사람들도 조빔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고요. 국제적으로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아무려면 어떻겠어요.”

“대학생이라고요?”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브라질에서는 가장 큰 대학이죠. 학생이 6만 5천 명쯤 돼요.”

산드라 킴은 나의 가이드도 맡고 있었고, 나중에 도착할 민소희와 한은정의 앨범 작업도 도와줄 예정이었다.

음악계와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국어와 포르투칼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로 뽑은 것이었다.

산드라 킴이 운전하는 벤츠를 타고 리우데자네이루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현대적이고 화려한 도시의 모습도 보이고 그와는 대조적인 빈민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종잡을 수가 없는 도시군요. 멋지고 럭셔리한 것 같기도 하고 낡고 쇠락한 모습도 있고 말입니다.”

산드라 킴은 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도시는 이미 쇠락했죠. 예전에는 3대 미항으로 꼽히던 곳이라는데, 항구 주위의 경관만 놓고 보면 아름다운 항구인 건 분명해요.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의 전성기는 60년대 정도였고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곳을 제외하면 리우데자네이루는 슬럼화되고 있는 도시니까요.”

“그런가요? 그래도 해변이나 멋진 호텔들은 인상적이네요.”

산드라 킴은 잠깐 라우데자네이루의 빈부격차 같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크게 관심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산드라 킴은 젊고 매력적인 여대생이었고, 사회나 정치적 모순보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외국이라면 어디로요?”

“미국이나 유럽도 좋고요. 기회가 되면 한국에도 가보고 싶고요.”

차가 멈춘 곳은 코파카바나 해변 입구였다.

“와,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네요.”

코파카바나는 반달 모양으로 생긴 아름다운 해변으로 모양도 특이하고 관광지로도 유명세를 타는 곳이라, 이파네마 해변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를 대표하는 해변이라고 한다.

“여기서 좀 더 가면 이파네마 해변이죠.”

해변은 세계 각국에서 왔을 법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해변을 점령하고 있었다. 활력이 넘치는 해변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해변 안쪽으로는 조용한 카페들도 많이 있었다.

카페에서 산드라 킴과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절로 보사노바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적인 분위기였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를 카페에서 작곡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가네요. 여기서 조용한 카페에서 시끌벅적한 해변을 보고 있으면 뭔가 천국에 온 기분이니까요.”

“뭐, 잘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죠. 저는 리우에 사니까, 그다지 별다른 감흥은 없어요.”

“그래요? 뭐든 그렇겠죠. 익숙해지면 특별한 것은 사라지니까.”

나는 난생 처음 와보는 코파카바나의 이국적인 풍광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지만, 산드라 킴은 그보다는 나의 초호화 요트 플라잉 폭스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호텔이 아니라, 초대형 요트에 묵으실 거라면서요?”

“예, 일단, 마리나 다 글로리아에 정박 중이라니까요. 한 번 가보죠.”

코파카바나를 한 번 둘러보고는 플라잉 폭스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 다 글로리아로 향했다.

***

마리나 다 글로리아.

차가 마리나에 가까워 오자, 마리나 한쪽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뜨이는 거대한 요트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와, 정말, 저 요트예요?”

“예, 어때요? 굉장하죠.”

산드라 킴은 보사노바 음악처럼 어딘지 청량감이 느껴지는 여대생이었다. 그런 그녀가 플라잉 폭스를 보며 감탄한 표정을 짓자, 나도 어딘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처음 플라잉 폭스를 봤을 때, 놀라고 감탄을 하기는 했지만, 다들 이런 거대한 호화 요트를 보게 되면 비슷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온 김에 한 번 구경하고 가요.”

“정말요?”

차에서 내려 플라잉 폭스로 올라가자, 플라잉 폭스의 크루들이 나를 환영해 주었다.

“최 사장님이 드디어 도착하셨군요. 그동안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간단하게 그동안의 항해 경과를 보고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긴 항해를 하시느라 피곤하셨을 테니까, 일단 며칠 더 쉬고 천천히 다음 계획을 세워보죠.”

“같이 오신 여성분은 누구시죠?”

“산드라 킴이라고 이곳 현지 가이드입니다. 오늘은 내가 먼저 도착했고, 한국에서 뮤직비디오 촬영팀이 올 건 알고 계시죠?”

“예, 그거라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틀 후에 다른 일행들도 도착할 테니까. 미리 준비를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손님을 맞을 준비는 완벽하게 해놓겠습니다.”

선장에게 간단한 인사 겸, 지시도 내리고 안쪽의 VIP 룸으로 향했다.

“와, 이 요트 진짜, 어마어마한데요.”

“미리 듣지 못 했나요?”

“소개 업체에서, 큰 요트를 가진 부자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큰 요트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어요.”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요트들도 많을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하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리우데자네이루는 빈부격차가 엄청난 곳이어서, 부자들은 엄청 부자거든요. 요트 마리나도 여러 군데가 있고, 거기에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지고 온 요트까지 해서, 고급 요트들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그런 리우 토박이인 산드라도 플라잉 폭스급의 초대형 요트는 처음 본다고 했다.

“진짜 세계적인 부자들은 이런 요트를 타고 다닌다는 뉴스 기사 같은 것은 본 적이 있지만, 내가 이런 배에 올라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 요트가 마음에 든다는 말이겠죠?”

“요트가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있나요. 제 요트도 아닌데요.”

“그러지 말고, 편하게 지내세요. 산드라 킴의 요트라고 생각하고 말이죠.”

“제 요트라고 상상을 하라는 건가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네요. 정말 이런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면 멋질 것 같아요. 최진수 사장님은 그런 꿈같은 삶을 사시는 거죠?”

나? 물론 그런 미래도 가능하겠지만, 당장은 할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여기 브라질에도 놀러 온 것이 아니라, 땅을 파서 보물을 찾으러 온 거라는 말씀이야.

“뭐, 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거죠. 리우 같은 아름다운 항구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듯이, 나처럼 돈이 많은 사람도 익숙해지면 평범한 삶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거든요.”

“설마요? 말은 그렇게 하셔도, 돈이 많으면 좋은 거잖아요? 하고 싶은 일도 다 할 수 있고, 갖고 싶은 것도 다 가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말이에요.”

하긴, 그렇기는 하네. 돈이 최고지. 돈이 없었다면 이런 아름다운 리우데자네이루에도 어떻게 올 수 있었겠어? 더구나 플라잉 폭스 같은 환상적인 요트까지 타고 말이야.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을 버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말 없는 조력자 스바딜파리도 있어야 하는데, 녀석은 잘 있는 거겠지?

“선장님, 당나귀 녀석은 잘 있는 거죠?”

“스바딜파리 말씀이시군요. 물론입니다. 데리고 올까요?”

“당나귀요? 최 사장님 이 배에 당나귀가 다 있어요?”

“어, 그래요. 뭐, 내 애완동물이라고 할까? 하하, 아무튼 당나귀도 키우고 있어요. 선장님, 스바딜파리를 좀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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