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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브라질 (75/200)

미스 브라질

다행히 스바딜파리는 긴 항해에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스바 잘 있었구나. 나 누군지 알지?”

억지로 끌려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스바딜파리는 나를 알아본 건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손 쪽을 킁킁거리다가 그대로 휙 돌아서버렸다.

뭐야? 먹을 게 없다는 건가? 하긴, 녀석이랑 일하면서 매번 먹을 걸 주었으니까, 녀석은 나를 당근이 나오는 자판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모든 일은 기브 앤 테이크,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원칙 아니겠어. 하지만 스바딜파리가 그러든 말든 상관은 없었다. 녀석에게 줄 당근이야 많으니까, 당근을 먹기 위해서라도 녀석은 나를 위해 일을 해야 할 운명이었다.

“최 사장님, 이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일단 브라질에는 도착을 했는데 말이죠.”

“잠깐 여기서 대기하세요. 일단 부동산 중개인부터 만나볼 생각이니까요.”

“부동산 중개인요?”

“예, 브라질에 섬을 몇 개 살 생각입니다. 해안 쪽에 땅도 필요하고요.”

“섬이라면 개인 리조트 같은 거 말인가요? 유럽에는 개인 섬을 소유한 사업가들이 많은 편이죠.”

선장은 유럽에서 부자들의 요트를 많이 운행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섬은 산다는 말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물론, 섬들은 무이무이섬에서 찾은 아마존 문서에 나오는 좌표들이었다. 해안의 3개의 지역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일단은 그 지역을 탐사하기 전에 필요한 시설들도 만들어야 했고,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일단 섬과 토지들을 사들이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리우데자네이루의 한인 사업가를 통해서 섬의 구매 가능 여부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브라질은 필리핀보다는 외국인 투자에 관대한 국가다. 그래도 일정 제한이 있기는 하다. 도시 지역에는 별다른 규제가 없지만 농촌 지역에는 농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는 5000 헥타르로 제안을 두고 있다.

그러면 외국인이 땅을 사기 어려운가? 할 수도 있는데, 1헥타르라면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다. 1헥타르가 3천 평이고, 5천 헥타르면 천 5백만 평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외국인 한 명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는 천 5백만 평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뭔가 스케일이 어마무시한 나라라는 느낌이다.

나의 경우에는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존 문서의 7개의 좌표에 해당하는 땅을 각각 2백만 평 이상 살 수 있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아무튼, 외국인이지만 토지 취득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 현지의 부동산 법인을 통해서 일단 7개의 좌표의 토지들을 매수를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

현지에서 부동산 거래를 담당하기로 한 사람은 엔젤라 초이 누네스라는 한국계 부동산 중개인이었다.

“엔젤라 누네스라고요?”

산드라 킴은 배를 구경하고 있다가, 엔젤라 누네스가 온다는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아는 사람이에요?”

“알다마다요. 브라질에서 한국계라면 엔젤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요.”

“그래요?”

“엔젤라 누네스, 한국 이름은 최성희로 한국계로는 최초로 미스 브라질에 뽑혔던 여자라고 했다.”

“미스 브라질이라면, 브라질 최고의 미녀 말인가요?”

산드라 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엔젤라 초이 누네스라고 2016년이던가 아무튼 꽤 유명했어요. 원래는 미스 브라질 대회에서 2등이었지만, 1등이었던 사람이 유부녀라는 게 나중에 밝혀져서 미스 브라질 자격을 박탈당했거든요.”

“오, 그래요? 운 좋게 미스 브라질이 된 건가요?”

“뭐,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죠. 2016년에는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이 미스 브라질에 뽑혔는데, 좀 논란이 있기는 했어요.”

“음, 1위는 흑인이고, 2위는 한국계 동양인, 둘 다 이전에 없었던 일이었다는 말이죠? 흑인이나 동양인이 미스 브라질에 뽑힌 건요.”

“그렇죠.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브라질의 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금발의 백인 미녀들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 산드라 킴도 한국계 동양인인데 그런 생각을 하나요?”

산드라 킴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저는 인간에게는 각각의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그런 요소들이 있잖아요. 금발에 하얀 피부, 그리고 날씬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몸매 그런 거 말이에요. 솔직히 나도 흑인 미스 브라질을 보면서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왜요?”

“뭔가 위선적이잖아요? 나도 동양인 여자지만, 브라질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대충 아는데, 그리고 여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라고요. 아름다움에는 답이 없지만, 대중의 선호라는 건 있잖아요. 이런 사람을 미인이라고 한다는 그런 거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일반적인 기준과 동떨어져서 뜬금없이 흑인을 뽑았으니까요. 그래서 당시에도 말이 많았죠.”

산드라 킴의 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차라리, 미인대회를 하지 말든가? 어차피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을 뽑던 미인대회를 다른 기준으로 뽑아서 한 국가의 대표 미인이라고 혼란을 주는지 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미인대회는 중단하고 인간은 모두 아름답다고 선언하는 편이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엔젤라 누네스라면 대단한 미인이죠. 한국계지만 브라질 기준으로도 굉장한 미녀거든요.”

같은 교포 출신인 산드라 킴은 브라질에서 성공한 한국계 여성인 엔젤라 초이 누네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미스 브라질에 출전하기 전에 서울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서 3등인 美에 당선되었다는 것도 알려 주고 말이다.

“와, 미스코리아에도 입선한 거네요?”

“예, 엔젤라라면 좀 유명하죠.”

“어떤 걸로요?”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미인대회도 많이 출전하고 공부도 굉장히 열심히 해서, 변호사 자격도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굉장한 야심가 타입인가요?”

“후후, 그럴지도 모르죠. 지금은 그런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고급 부동산 거래들을 한다고 하던데. 그녀가 여기로 온다니 놀랍네요.”

뭐야? 부동산 중개인이라고 해서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마어마한 여자인 건가?

한국계 최초의 미스 브라질이라?

***

글로리아 마리나로 날렵한 포르쉐 한 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포르쉐에서 내리는 건, 멀리서 보기에도 육감적인 몸매의 늘씬한 동양인 미녀였다.

저 여자인가? 역시 미스 코리아와 미스 브라질에 연이어 입상할 정도로 미인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엔젤라 초이 누네스가 마리나를 가로질러 천천히 플라잉 폭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최진수 사장님이시군요?”

“예, 최성희 씨?”

“한국 이름은 최성희고, 여기서는 보통 엔젤라라고 많이 부르죠.”

“저도 그렇게 부르면 되나요?”

“예, 그냥 엔젤라라고 불러주세요.”

멀리서 봐도 미인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봐도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녀였다. 한국인이지만, 브라질 최고의 미녀로 뽑힐 만큼 키도 늘씬하고 전체적으로 서구적인 미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듣기로는 미스 브라질 출신이라던데 정말 미인이시네요.”

“맞아요. 2016년 미스 브라질이었죠. 뭐, 이제는 다 지난 일이지만요.”

지금은 30대 초반이라는데, 원숙함이 더 해져져서 세련되고 섹시한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었다.

“어쨌든, 플라잉 폭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엔젤라는 플라잉 폭스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나름 브라질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성공한 그녀에게도 플라잉 폭스 같은 호화 요트는 처음이라고 했다.

“요트가 정말 굉장하네요. 솔직히 한국에서 엄청난 요트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요.”

6천 2백억을 투자한 플라잉 폭스였지만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런 초호화 요트를 가진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고 실제로 이 배를 방문한 사람들은 나를 엄청난 성공을 한 사업가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

뭐, 실제로도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진 부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배는 대충 구경하신 것 같으니까. 이제 사업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예, 제가 요트를 둘러보느라 본분을 잊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항상 여유 있게 살자는 주의죠.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요.”

***

배의 3층의 살롱으로 들어가서 엔젤라와 섬과 토지 구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제가 전에 부탁한 부동산들은 계약이 잘 진행되고 있나요?”

“예, 섬들, 그러니까. 자구아눔 제도의 섬들은 계약이 가능할 것 같아요.”

“자구아눔 제도요?”

“예, 자구아눔 본 섬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근처에는 작은 무인도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중에 최진수 사장님이 원하시는 4개의 섬도 있고요.”

“그리고 해안 지역의 토지들은 어떤가요?”

“역시 자구아눔에서 가까운 지역인데 거의 다 해안의 쓸모없는 땅들이에요. 농업을 하기에는 바다와 너무 가까운 지역이고 지금은 거의 다 숲으로 되어 있는 곳들이죠. 하지만 해안 지역이니까, 리조트를 개발하기에는 괜찮아 보이네요.”

엔젤라 누네스는 당연히 내가 그 섬들과 해변의 땅들을 별장이나 리조트로 개발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서 그런 위장 사업들이 필요하기는 했다.

“부동산 계약은 다들 가능한 거죠?”

“예, 소유주들을 보니까,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사업들이더라고요.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곳이죠. 아무튼, 지금은 따로 개발이 이루어진 땅은 아니니까, 적당한 가격에 매수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 일단은 부동산 매수부터 해야겠네요.”

“그러면 역시 이쪽을 리조트로 개발하시려는 건가요?”

“사업적으로 하려는 건 아니고, 뭐, 개인적으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사실 돈은 많거든요.”

“음, 그렇기는 하겠네요. 이미, 플라잉 폭스 같은 초호화 요트를 소유하신 분이니.”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마존 문서에 적힌 좌표들에 진짜 야마시타의 황금들이 있다면 앞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들어올지는 가늠하기도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물론, 아마존 문서의 좌표들의 장소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었다.

이미, 누군가가 황금을 찾았을 수도 있고 말이다. 김덕수 소장의 말대로 브라질의 경제의 전성기라는 60년대의 엄청난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야마시타 골드였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온 이상, 황금이 존재하는지 찾아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필요한 섬들과 해안지대의 땅들을 모두 매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엔젤라가 맡아서 진행하기로 하고 말이다.

***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한국에서 민소희와 한은정 그리고 민영민? 이 도착했다.

“아니, 민영민 네가 여긴 어떻게?”

“선배님, 어떻게라뇨? 소희가 멀리 브라질까지 가는데, 불안하다고 숙모님에 저를 보내셨죠.”

“그래?”

하긴,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을 브라질까지 보내는 게 불안할 수도 있는 일, 아무튼 민소희 부모님의 성화에 민영민까지 같이 오게 된 모양이었다.

“와, 이게 그 플라잉 폭스구나. 굉장해요.”

민영민은 한 번 플라잉 폭스에 와 본 적이 있었지만, 민소희와 한은정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배가 정박한 곳은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아름답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마리나에 정박해 있는 하얀색의 플라잉 폭스는 한 편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날씨도 너무 화창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배에만 있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기분적인 기분이었다.

“사장님, 다른데 안 가고 플랑이 폭스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어도 될 것 같아요.”

“그래?”

“예, 바다도 하늘도 너무 예쁘고, 천국에 온 기분이에요.”

민소희와 한은정은 리우데자네이루와 플라잉 폭스에 완전히 매료된 표정이었다.

“그래, 여기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민소희와 한은정 외에도 한국에서 촬영과 음반 작업을 위한 여러 스텝들이 같이 와 있었다. 배에 방이 모자란 것은 아니지만,

너무 스텝들이 북적거리는 것도 좀 그래서, 스텝들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호텔에 묵기로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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