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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77/200)

세계 최고 부자

철문이었다. 철제 손잡이가 있는 토굴로 가는 입구가 분명했다. 손잡이를 당기자, 뭔가 오래된 공기가 확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랜턴을 비춰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필리핀에서 본 동굴과 비슷한 구조였다. 차이라면 규모가 더 크다는 정도였다.

조심스럽게 일단 동굴 밖으로 나와 보았다. 나를 따라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동굴로 들어가 입구를 열고 안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토굴 안은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천고에 꽤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본 것과 같은 철제 상자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제대로 찾은 건가? 조심스럽게 철제 상자를 열어 보았다.

“금이다.”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일 것 같이 영롱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이었다. 랜턴의 빛을 반사하는 것이었지만 금괴들이 내뿜는 신비로운 황금빛은 나의 영혼을 빼앗아 갈 것처럼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진짜 황금이었다. 금괴와 금화들, 야마시타 골드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양도 더 엄청난 것 같았다. 얼마나 되는 거지?

필리핀에서 금괴를 옮겨본 경험으로 대충 어림짐작해보면, 최소한 10조는 되지 않을까 싶은 양이었다. 무이무이섬이나 럭키 아일랜드에서 찾은 금과 비교해 보면 열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은 양이었다. 대충 10조라는 계산,

어림짐작한 계산이지만, 비슷한 종류의 상자들에 담겨 있기 때문에 대충 나의 계산이 맞을 것 같았다.

이번 동굴에서만 10조 원 상당의 보물이 발견된 것이다.

브라질에 야마시타 골드 매장지는 7곳에 불과하지만, 매장된 금괴는 필리핀에 비해서 10배 정도나 된다.

이런 곳이 6군 데가 더 있다면 모두 합쳐 70조쯤 되는 것일까?

70조라? 그 정도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거 아닌가?

거기에 필리핀에서는 아직 찾지 않은 야마시타 골드의 양도 상당하다. 다 합치면 100조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 그런 야마시타 골드가 존재할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로 예측을 해보자면 그 정도의 황금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백조? 스완? 아니지, 100조 원이라는 건가? 아직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그런 거액의 돈이 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뭔가 어안이 벙벙해지는 기분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재산이 얼마나 되는 거지?

뉴스에서 보니까, 최근에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야마시타 골드로 얻게 될 재산이 최대치로 계산했을 때, 100조 정도라면 일론 머스크 정도는 되는 거겠지? 장태식 회장도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부자인데, 재산이 30조 정도니까. 적어도 한국 최고의 부자는 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론 머스크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는 진짜 재벌이 되는 것이다. 야마시타 골드을 모두 찾아서 처분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일단, 이 금들을 필리핀이나 아시아로 옮겨야 했다.

양이 상당하기는 했지만. 천천히 순서대로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었다.

일단은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토굴을 올라가서 철제문을 닫고, 흙으로 다시 철제문 위를 덮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벽하게 마무리를 하고는 배낭에서 이온 음료를 마시고 나서 산을 천천히 내려갔다.

***

흙과 땀으로 잔뜩 젖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산에서 한바탕 구르신 건가요?”

산토스는 내가 산을 오르다 굴러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약간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일단, 산을 내려오자 바다로 뛰어들었다. 땀도 씻고 열도 식힐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배영으로 천천히 에메럴드빛의 얕은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능숙하게 자유형으로 수영을 하는 여자가 다가왔다. 엔젤라였다.

엔젤라는 푸른색의 비키니를 입은 채 아까부터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산에서는 뭘 하신 거죠?”

“제가 산 섬이니까, 대충 어떤 곳인지 탐험을 했죠.”

“와, 탐험요? 뭔가 엄청난 거라도 발견하신 건가요?”

“산 중간쯤에 동굴이 하나 있더군요. 이전 주인이 창고로 쓰던 것 같아요.”

“동굴요? 동굴에 다녀오신 거예요? 동굴 안에는 뭐가 있죠?”

엔젤라는 딱히 관심이 있어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별건 없습니다. 그저 동굴일 뿐이죠. 아무튼, 섬은 잘 산 것 같네요.”

“섬이 마음에 드세요?”

“예, 잘 개발하면 멋진 곳일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정말 4개의 섬들을 모두 개인별장으로만 쓰시려는 거에요? 돈이 많으신 분이라는 건 알지만, 4개의 섬과 그리고 해안 쪽의 땅들을 모두 개인 용도로만 쓰시겠다니 약간 놀라워서요.”

“뭐, 돈이 많으면 그 정도 플랙스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어머, 플랙스요? 섬들도 차나 명품처럼 그저 만족을 위해서 사는 물건일 뿐이라는 건가요?”

“맞습니다. 섬이라고 해도 자동차와 다를 건 없죠.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일 뿐이니까요.”

내 수영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에 비해서 엔젤라의 수영 실력은 꽤나 능숙해서 한 마리의 인어를 연상시켰다.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물속을 휘젖고 다니고 있었다.

“수영 실력이 선수급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배웠으니까요. 최진수 사장님은 항상 그렇게 하늘만 보고 계시는 건가요?”

“전, 이렇게 떠다니는 걸로 충분합니다.”

엔젤라 누네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긴, 돈이 많으시니까, 수영을 할 필요는 없겠죠. 멋진 요트도 가지고 계시고요.”

물론, 수영까지 더 잘하면 좋았겠지만, 따로 배우기도 귀찮고, 이렇게 배영으로 물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했다. 물에 빠지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바다 위에 떠 있으면 정말 몸도 편하고 말이다.

“수영은 이쯤하고 돌아가죠.”

오늘은 이만하면 성공적인 하루라는 생각이었다. 코브라의 섬의 동굴에서 야마시타 골드의 존재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산속의 동굴 한 군데에서만 10조 정도의 황금이 매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만 가지고도 어마어마한 보물인 것은 물론이고, 이번 코브라 섬의 동굴에서 황금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나머지 여섯 군데의 좌표에도 비슷한 수준의 보물들이 묻혀 있을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필리핀의 야마시타 골드 매장지들에 비해서 한 번에 많은 양이 들어있다는 것이 차이인데, 아무대로 브라질이라는 낯설고 먼 곳에 보물을 감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군데에 분산하기보다는 확실한 장소 몇 군데에 집중해서 황금을 매장했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도 코브라 섬의 동굴과 비슷한 양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일단은 섬에 필요한 시설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섬들과 해안지대의 토지 구매 작업은 엔젤라 누네스의 부동산 회사를 통해서 계약을 마친 후였고, 그 이후의 리조트 건설 작업도 엔젤라를 통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리조트라고 해서 관광객들을 끌어드릴 생각은 없었지만, 나중에 황금을 다 옮기고 나면 리조트를 운영을 하든지 아니면 섬 자체를 매각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나중에 리조트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건물들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

리우데자네이루, 망고레 스튜디오.

내가 코브라 섬에 갔던 사이에 리우데자네이루의 스튜디오에서는 한은정의 녹음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은정 씨, 녹음은 잘 되어가?”

“녹음실에 막 노래를 부르고 나온 한은정은 나를 보며 반색을 했다.”

“사장님, 그 무인도 가신 일은 잘되신 거예요?”

“어, 이번에 산 섬들을 둘러보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야. 그래서 섬들에 리조트를 만들기로 했어.”

“와, 완전 부럽다. 개인 섬도 가지고 계시고, 거기에 리조트도 지으실 거라는 거죠?”

무인도의 가격은 그리 대단할 것은 없었지만, 무인도에 리조트를 건설하는 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무인도에 자재를 옮기고 인력도 다 배로 수송해야 하고, 중장비를 가져가기도 어렵고 해서 비용이 추가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코브라 섬에서만 10조 정도의 황금을 발견한 마당에 리조트 건설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하, 그런가? 하긴, 나도 내 인생이 만족스러워.”

“섬에 가셔서 좋으셨나 봐요? 얼굴이 더 밝아지신 것 같아요.”

“그래, 뭐, 솔직히 나도 이런 고급 요트도 갖게 되고, 하고 있는 사업도 잘되고 있어서. 뭐랄까? 일론 머스크 부럽지 않다고나 할까?”

“일론 머스크요?”

한은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세계 최고 부자라면서? 나도 꽤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일론 머스크는 재산이 200조가 넘는다고 하던데, 설마 최진수 사장님이 그 정도는 아니시죠?”

“이..이백조?”

뭐야? 일론 머스크 재산이 200조나 돼? 한 100조 정도면 일론 머스크와 비벼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세계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그 정도라는 말인가?

“예, 뉴스에서 봤는데, 테슬라 주가가 엄청 올라서 재산이 210조인가 그렇데요. 물론, 최진수 사장님도 돈이 많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시죠?”

“어? 뭐, 그렇기는 하지, 200조까지는 아니지..”

잠시 나와 이야기를 하던 한은정은 다시 녹음을 하기 위해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실 안에는 브라질 현지 세션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녹음은 잘되고 있는 것 같은데,

충격이네, 세계 최고 부자의 재산이 무려 200조가 넘는다는 말인가?

뭔가 충격이기도 하고, 약간 우울해지는 기분도 있었다. 코브라 섬에서 10조 상당의 야마시타 골드를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조만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겠구나, 이제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의 끝판왕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필리핀과 브라질의 야마시타 골드를 다 찾는다고 해도 나보다 더 부자인 녀석이 있다니?

대체 돈 많은 녀석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거야?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일론 머스크가 요즘 재산이 많이 늘어서 213조, 2위는 아마존의 창시자 제프 베조스로 203조, 헉, 200조 넘는 놈이 둘이나?

그리고 그다음은 146조를 가진 원조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 이 사람은 재산 기부는 언제하는 거야?

4등은 126조 가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란다..한국 여자들이 부자로 만들어 준 건가?

5등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110조, 그리고 6등이 좀 특이하네...중산산이라고 중국의 생수 사업으로 돈을 번 인물이다.

생수로 재벌이 된 건가?

그리고 7등이 워렌 버핏이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100조가 조금 안 되는 99조의 자산가..

이렇게 세상에 부자들이 많았나?

나는 야마시타 골드를 모두 발굴해서 100조 정도 재산이 생기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며 행복회로를 돌렸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대충 세상에는 100조 이상의 자산가가 6명이나 더 있는 것이다.

내가 야마시타 골드를 모두 찾아서 처분해서 현금화를 한다고 치고, 그게 100조 정도 된다면 중국의 생수 재벌 정도의 자산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이게 전부도 아니다. 나처럼 드러나지 않는 자산가들도 많은 것이다. 보통 부자 순위에 집계가 되는 것은 포브스 같은 곳에서 주식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가들이 많이 거론되지만, 주식이 없는 부자들도 많다.

중동의 왕족들이 대표적인데, 재산이 얼마인지 잘 집계가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부자들의 끝판왕으로 알려져 있는 만수르 같은 사람도 여기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진수라는 이름도 이 자료에는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황금을 발굴하는 작업이 끝나면, 내 재산도 100조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어쨌든,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워렌 버핏의 재산보다는 내 재산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순조롭게 황금 발굴 작업이 마무리가 된다면 말이다.

그래, 일단은 100조의 황금을 모두 찾아서, 세계 7위를 노려보자. 그리고 아직 나에게는 행운의 과자가 있었다.

100조의 자산 플러스 행운의 과자라면, 일론 머스크나 만수르를 따라잡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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