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파원 슈트 2개 아니, 3개를 주문하도록 하죠.”
“3개나요?”
“그리고 배터리는 충전 가능한 거죠?”
“예, 당연히 충천식입니다.”
“그러면 배터리 충전기도 필요하고 아무튼, 부품 같은 것도 좀 필요하고요.”
“파워 슈트로 뭘 하시려는 겁니까?”
“해외에서 작업, 그러니까. 무거운 상자 같은 걸 옮기려고요.”
“건설업이나 그런 쪽으로 말인가요?”
“뭐, 비슷합니다.”
파워 슈트와 충전기 그리고 예비 부품 같은 것들까지 해서 10억 어치의 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 10억을 투자해도 내 입장에서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었다.
***
문화 대학교 교정
“야, 너, 민소희 신곡 들어봤어?”
“그거 차트 1위잖아. 노래 신나던데.”
브라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민소희의 데뷔 앨범은 발매를 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하고, 앨범 수록곡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은 것이다.
“스카이 블루가 지금 음원차트 1위 곡이지?”
“그렇지 나는 뮤직비디오로 봤는데, 유튜브에서 말이야.”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배가 바로 최진수 선배의 배라는 거지?”
“민영민이 그렇다고 하더라고 최진수 선배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자기 요트를 보내줘서 특별히 촬영을 했다는 거야.”
“전에 그 플라잉 폭스의 사진을 보기는 했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더 기가 막힌 것 같더라.”
“그러게 말이야. 뮤직비디오에는 브라질의 미녀들과 선상 파티도 벌이고 그러던데 실제로도 그러고 노는 건가?”
“뭐, 최진수 선배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 워낙에 돈도 많고 그러니까 말이야.”
“하긴, 부럽기는 부럽다.”
“민영민 말로는 브라질에 섬들도 몇 개 사서, 개인별장을 짓고 있다나 봐.”
“와, 그런데 왜 브라질이야?”
“뭐, 리우데자네이루 쪽이 해변도 좋고 그런 것도 있고. 브라질이 아니어도 전세계를 돌면서 요트를 타고 파티도 즐기고, 또 마음에 드는 곳에선 섬이나 땅을 사서 자기 별장도 짓고 그러면서 산다나 봐. 최진수 선배 말이야.”
“그래? 정말 꿈같은 일이네, 어마무시한 초호화 요트를 타고 다니면서 인생을 즐긴다는 거잖아. 우리 같은 서민들은 정말 꿈도 못 꾸는 일인데..”
“부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꿈까지 못 꿀 건 또 뭐야?”
“하하, 그런가? 오늘 밤에 한 번 꿈나라에서 나도 재벌이 되어 볼까?”
브라질에서 돌아와서 세진 로보틱스를 방문해 파워 슈트 계약도 하고, 곧이어 민소희의 솔로 앨범이 발표되었다.
그중에서 싱글, 스카이 블루는 가장 먼저 차트 1위가 되면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경쾌한 라틴 댄스곡으로 플라잉 폭스에서 찍은 뮤직비디오도 유튜브에서 상당한 조회수를 얻으며 인기를 끌고 말이다.
***
가로수 길, 드림 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장님, 너무 고맙습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민소희의 음원차트 1위를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그 동안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하면서 음원 차트 1위는 여러번 해본 민소희였지만, 솔로 앨범으로 처음 1위를 하자, 약간 감동한 듯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뭐, 눈물까지 보이고 그래. 1위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솔로는 처음이잖아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이번에 솔로 앨범이 잘 안 되면 어쩌나 하고요.”
평소에는 워낙 활달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의 민소희라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소희의 솔로 데뷔는 성공적이잖아.”
“예, 모두 사장님 덕분이에요. 김준수 사장은 만날 앨범 내준다고 말로만 그랬는데, 역시 사장님은 진짜 멋진 남자이신 것 같아요.”
“하하, 내가?”
내가 멋진 남자라고? 예전에 가난하던 시절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국에서 알아주는 인기 여자 연예인 아이돌 스타인 민소희가 나에게 멋진 남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기획사 사장님에게 음반이 잘돼서 기분좋아 하는 소리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돈이 있으니,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거기에 사랑? 도 받는 일이 너무 쉬운 것 같았다. 내가 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중요한 인물이 되고 그들의 존경까지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존경은 그저 내가 하는 생각으로 실제로는 좀 다른지도 모르겠다.
***
한남동 프레스티지 힐, 김덕수 소장의 집.
“지..진짜로 보물들이 있더라는 말이지?”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내가 코브라 섬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자, 김덕수 소장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굉장한 보물들이죠.”
한동안 넋을 잃고 사진과 영상을 바라보던 김덕수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굉장해, 진짜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네다니, 그것도 브라질까지 가서 말이야.”
소문만 무성하던 필리핀의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내고 거기에서 아마존 문서를 발견해 다시 자구아눔 제도의 무인도에서 더 엄청난 양의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낸 것이다. 마친 무슨 모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것이었다.
“정말 대단해. 이걸로 야마시타 골드가 남미까지 유입되었다는 일련의 가설들이 증명이 되었으니까.”
김덕수 소장은 황금을 찾은 것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잊혀졌던 역사들이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내는 것에도 관심을 보였다.
“굉장히 흥미로운 발견이야. 야마시타 골드도 그렇지만, 이걸로 나치를 비롯한 2차 세계 대전의 전범 국가들이 남미를 전후 재건을 위한 도피처로 생각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지.”
“음, 그렇군요. 전쟁은 끝났지만 승복하지 못 하고 새로운 신세계로 황금을 보내 후일을 도모하자 그런 거 말이죠?”
“그래, 브라질 같은 곳에서는 현지의 일본인들이 신도 헤메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전쟁 패배를 부정하고 브라질의 체제를 전복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고.”
“신도 헤메이요?”
“그래, 일종의 일본인들의 비밀 결사 조직이야. 단순히 일본이 패배한 건 아니다. 정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무장단체를 만들어서 남미에서 새로운 일본군을 만들려고 한 거지. 물론 브라질 정부에 발각이 되어서 무기들은 모두 압수당했지만, 실제로 그런 시도들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야.”
일본도 그렇고 나치들도 남미로 숨어들어서 뭔가 일들을 꾸몄던 모양이다. 마지막 발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전쟁은 끝났지만 새로운 전쟁을 모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전범 국가들의 또 다른 전쟁 준비를 위해 막대한 약탈 황금들이 아시아에서 남미로 이동했다는 역사적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나에게 그런 역사적 진실은 큰 관심은 없는 일이다. 단지 나의 관심사라면 야마시타 골드를 아시아로 다시 가져와 처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다.
당장은 일론 머스크의 재산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야마시타 골드로 한 100조 정도의 시드 머니를 얻어서 그걸 전세계에 마구 뿌리는 것이다.
상상이 되었다.
내가 투자한 종자돈들이 미국과 유럽, 중국, 홍콩,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등...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아무튼 세계 곳곳에 여러사업체들에 자금이 되어 여기저기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사업들로 성장을 하는 것이다.
세계 도처에 리조트와 호텔이 세워지고, 실리콘 밸리에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서 제2의 테슬라가 되는 기업들도 키워내고 말이다.
유럽에는 고풍스러운 고성을 사서, 호텔로 개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프리카에도 뭔가 투자를 해서 농장을 세워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광산이 개발되고 기타 등등
사업은 점점 더 커져서, 로봇도 만들고 우주로 로켓도 발사해 볼까? 그러다가 나중에는 화성에 민간 탐사선을 보내서 최초의 화성인도 만들어 내고 말이다.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화성 탐사선에는 내가 보낸 최초의 화성인이 역사적인 첫발을 화성에 내딛는다. 물론, 내가 직접 가지는 않는다. 화성으로의 첫 번째 탐사 여행은 좀 위험하니까, 대신 화성에 나를 대신해서 도착한 것은 음..그래 민영민을 보내자...뭐, 어때 상상일 뿐이까..하하..
인류 최초로 화상에 가는 것은 도산 파파라치 민영민이라는 것인가? 녀석이라면 화성에서도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도산 파파라치가 화성 파파라치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물론, 나의 상상 속에서 말이다.
“아무튼, 최진수 사장은 정말 대단해. 내가 평생을 연구하며 찾고 밝혀내고 싶었던 야마시타 골드의 모든 비밀을 풀어냈으니까 말이야.”
“하하, 뭐 운이 좋았을 뿐이죠.”
“아무튼, 이제는 어쩔 생각인가? 진짜 야마시타 골드가 발견되었으니 역시 황금을 발굴해서 가져와야겠지?”
“물론입니다. 황금을 처분하면 김 소장님에도 사례금은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뭐, 돈이라면 이미 충분해. 하지만 준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네. 그나저나 이번에는 황금의 양이 더 많다면서?”
“예, 필리핀의 섬들에서 한 번에 발견하던 양의 10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10배라면? 돈으로 환산하면?”
“10조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김덕수 소장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굉장하군, 그것도 코브라 섬 한 군데서 발견된 양이 그 정도라는 거지?”
“예, 다른 섬들이나 해안 지대쪽에서도 그 정도는 매장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부럽데. 그런 황금을 발견할 기회를 얻게 되다니, 정말 부러워. 황금을 다 찾으면 그걸로 뭘 할 생각인가? 필리핀의 황금까지 합치면 정말 엄청난 돈이 될 텐데.”
“글쎄요.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진짜 황금들을 다 발굴하면 엄청난 부자가 되기는 하겠죠. 혼자서는 평생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러면 뭔가 투자도 하고 사업도 창업해야 하지 않을까요.”
***
민소희의 솔로 앨범 후에는 한은정의 데뷔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미 민소희는 아이돌로 유명한 스타여서 솔로 앨범이라는 것 방점이 찍혔다면 한은정은 진짜 이번 기회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정식 앨범을 출시한 민소희와 달리 한은정은 싱글 세 곡으로 구성된 미니 앨범이었지만 브라질까지 가서 녹음작업을 한 보사노바풍의 곡들은 달달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음원차트 상위권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가며 한은정이라는 뮤지션의 탄생을 알리게 되었다.
“은정이는 서운하지 않아? 소희처럼 차트 줄세우기를 하면서 1위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뇨, 전 음원을 내고 제 노래가 소개된 것만으로도 만족이에요.”
민소희처럼 요란하게 대박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기타를 치는 여대생 가수로 한은정은 꽤 관심을 받게 되었다.
특히, 기타로 라이브 연주도 하고 다양한 곡들의 카피도 하며서 나름 방송 출연도 활발하게 한 것이다. 특히, tv보다도 라디오 쪽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라디오 스타라는 별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은정도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걸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서 윤아영도 한은정이 라디오 스케줄 위주로 활동하는 계획을 세워서 나에게 보고했다. 물론, 나도 한은정에게 라디오 쪽이 더 잘 맞는다는 생각에 승인을 하게 되었다.
한은정은 데뷔곡이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것 같았다. 라디오 방송 위주의 스케줄도 즐거워하고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새 앨범 두 개는 모두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
그리고 나는 다시, 브라질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세진 로보틱스에서 구입한 파워 슈트를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코브라 섬의 황금만 해도 필리핀의 섬들에서 찾은 것의 10배는 되는 양이라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파워 슈트 덕에 일이 좀 수월해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사이에 브라질에서는 자구아눔 일대에 여러개의 리조트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리조트라기보다는 야마시타 골드를 임시로 보관할 건물들과 지하저장고 같은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가장 먼저 시작한 코브라 섬의 공사가 마무리 되자, 나는 파워 슈트 등의 장비를 먼저 보내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