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플렉스
“10조라? 이 돈으로 뭘 하지?”
사실, 이미, 조 단위가 넘는 돈을 벌어봐서 10조라는 돈이 계좌로 들어와도 크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전에 통장에 갑자기 천억이 입금되었을 때, 그때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는데, 뭐, 이제 천억 정도의 돈은 우습고, 1조의 시대도 지나, 이제는 10조 단위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조 단위가 넘어갈 때 어지간한 것들은 다 사고 평생동안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마존 문서의 보물들을 찾으러 브라질에 가기 위해 플라잉 폭스를 사면서 뭔가 나의 인생관에 큰 변화가 생겼다.
서민의 마인드로 사고 싶은 물건들에서 진짜 재벌 클라스로 올라선 것이었다.
그리고 일단, 뭐든 한국에서 최고 수준은 되고 싶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
가로수길,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장실.
“해외 출장은 잘 다녀오신 거죠?”
“해외 출장?”
“일하러 가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브라질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돌아온 나를 윤아영은 그런 식으로 반겨주었다.
“뭐, 그렇기는 하죠. 해외 출장이라면 출장이네요. 하하..”
윤아영은 내가 코브라 섬에 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 하고 있을 것이다. 말은 해외 출장이라고 하지만 윤아영은 내가 그저 돈 많은 재벌 3세 그것도 어마어마한 재벌 3세로 막대한 자산을 물려받아 대충 놀러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브라질에서의 일은 잘됐습니다.”
잘 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코브라 섬의 황금을 발굴한 것도 성공적이었고, 물론, 스바딜파리가 약간의 허리 쪽에 부상을 입기는 했다. 불쌍한 스바딜파리.. 싱가포르 수의사 말로는 등 쪽에 무리가 가서 당분간 무거운 물건을 옮기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수의사는 내가 동물 학대라도 한 것으로 짐작을 하고 있었다.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게, 스바딜파리에게 과도한 무게의 짐을 나르게 한 것은 사실이니까. 어쨌든 스바딜파리는 당분간 요양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스바딜파리의 희생으로 코브라 섬의 황금을 발굴할 수 있었고 그리고 황금들은 플라잉 폭스에 실려 무사히 말레이시아까지 수송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돈 세탁을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야마시타 골드는 쉽게 매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10조가 넘는 현금이 생긴 것이다. 거기에 앞으로도 자구아눔 제도에서 60조 정도의 황금을 더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단지 예측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 필리핀에도 아직 발굴하지 않은 많은 섬들이 있었다. 그것도 대략 30조쯤 될 것으로 추정을 해보면, 아직 나에게는 캐내지 않은 90조 가까운 가치의 황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사장님..”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시면서요?”
“아니, 그냥 브라질에 갔던 일이 떠올라서, 참, 그나저나 우리 드림엔터테인먼트 말인데, 이번 기회에 사옥을 옮겨보는 게 어때요?”
“사옥을요?”
“약간 규모가 작아서 좀 비좁다는 느낌이 있어서 말이죠.”
윤아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큰 건물은 아니죠. 원래는 카페를 하던 곳이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사옥을 옮기시려면 어디로 옮기시려고요?”
어디라고 딱히 정해 놓은 곳은 없었다. 그저 전부터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로 쓰는 건물이 좀 규모가 작아서 옮기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가 좋을지 좀 생각을 해보죠.”
코브라 섬에서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 번의 브라질 원정으로 10조를 챙겼으니, 돈이라면 충분했다. 발당이든 뭐든 한국에서 내가 10조의 돈으로 사지 못할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90조가 넘는 황금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
돈을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라도 얻은 그런 기분적인 기분이었다.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화수분은 돈을 넣으면 아무리 그 돈을 꺼내도 항아리의 돈이 줄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 화수분의 주인은 줄지 않는 돈으로 당대 최고의 부자가 되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가 있고, 황제 못지않은 권력을 누리고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화수분 못지않은 마르지 않은 황금 항아리가 생긴 셈이었다.
한마디로 돈 걱정은 없다는 말, 그러니 빌딩이든 뭐든 좋은 위치에 신축 건물로 새로 사면 될 것 같았다.
기왕이면 나중에 건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돈이 생긴 김에 강남에 빌딩 하나를 더 사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 어디 과자 하나를 더 먹어볼까?
사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사옥으로 쓸 규모가 있는 빌딩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부동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너무 비싸게 사는 건 내 취미도 아니었다.
나는 윤아영 전무가 사장실을 나가자 천천히 행운의 과자병을 꺼내들었다. 과자병은 작은 크기였지만, 아무리 과자를 꺼내 먹어도 줄어들지가 않았다.
병의 아래쪽에 화수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기는 했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는 했다. 아무리 꺼내도 줄지 않는 진짜 화수분이라니, 아무튼, 과자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연예 기획사니까, 좀 화려한 강남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새로 건물을 사는 거라면 역시 강남이 좋기도 하고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건물을 사도 강남에 있는 걸 사야 소위 말하는 강남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저런 건물은 대체 누가 주인이야? 건물 가격 장난 아니다. 이런 말들이 절로 나올 수 있는 진짜 화려한 강남의 빌딩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행운의 과자는 어쩐지 강남의 화려한 거리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맛이었다. 혹시 강남 과자인가?
고소한 과자 맛 사이로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것은 전화번호였다. 일단 스마트폰으로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강남역 인근의 부동산 업체였다. 일단 전화를 걸어보았다.
“강남 서현 부동산입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상큼한 목소리의 젊은 여성이었다.
“서현 부동산요? 강남에 빌딩을 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빌딩요?”
전화를 걸자마자 다짜고짜 빌딩을 사고 싶다고 하니, 수화기 너머에서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정도 규모의 빌딩을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돈은 상관없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눈에 확 띄는 그런 빌딩이면 됩니다.”
***
강남역, 서현 부동산.
“강남사거리의 중심 중의 중심이죠. 2호선 10번 출구에서 딱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거든요.”
“오, 그래요?”
“최근에 재건축을 해서, 지금은 건물도 최신 건물로 변신을 했고요. 가격이 워낙 비싸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건물의 위치가 정말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 건물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건 분명합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쪽에 있는 건물로 대지면적이 861제곱미터라? 몇 평인가요? 감이 잘 안 와서.”
“평수로는 260평입니다. 거기에 이번에 재건축을 해서 지하 3층, 지상 16층 규모의 최신식 건물로 거듭난 곳이죠.”
한송이 과장은 165cm 정도의 딱 보기 좋은 키였다. 몸매도 적당히 날씬하면서도 은근히 볼륨감이 있는 몸매였다.
나이는 대충 20대 후반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부동산 업계로 진출해서 지금은 주로 강남의 빌딩들을 VIP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내가 그 VIP 고객이라는 말이다. 물론, 나는 VVIP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현금 10조를가지고 빌딩을 사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생각보다 빌딩이 작네요. 2백 6십 평이면.”
“아주 대형 빌딩이라고는 못 해도 지상 16층이니까 작은 빌딩은 아닙니다. 최진수 사장님은 어떤 용도로 빌딩을 구매하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연예 기획사의 사옥으로 쓸 계획인데요, 임대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사무실로도 쓰고 가수들 연습실이나 녹음실도 만들 생각이고요.”
“그러시면 굳이 이렇게 핵심지의 빌딩보다는 좀 외곽지대의 빌딩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뇨, 강남의 중심가에 빌딩을 사고 싶어요. 뭐, 아무래도 강남 불패 아닙니까? 나중에 가격이 오를 것도 기대해 볼 수 있고요.”
“음, 그러시군요.”
한송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왠지 상큼한 미소여서 미모의 한송이 과장과 강남의 빌딩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소개팅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상이 되었다. 한송이 과장은 지금은 좀 딱딱한 비즈니스 정장 차림이었지만, 청치마에 발랄한 핑크색 셔츠 같은 것을 입고 있어도 귀여울 것 같았다.
얼굴도 약간 동안이라서 캐주얼하게 옷을 입으면 여대생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뭔가,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 일단 강남사거리로 가보기로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습니까. 일단 한 번 실물을 보고 싶은데요.”
“그러실까요?”
***
강남역 10번 출구, 제이제이 타워.
“아, 이 빌딩이군요.”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나가다가 한두 번 본적이 있는 건물이었다. 한송이 과장의 말대로 강남의 핵심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한마디로 눈에 확 띄는 그런 빌딩이었다. 랜드마크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강남에서 약속을 잡을 때, 제이제이 타워 앞에서 만나자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이는 위치,
딱 내가 찾던 그런 빌딩이었다.
“어떠세요? 재건축을 한 건물이라 층고도 시원시원하고 정말 좋은 건물이기는 해요. 위치도 좋아서 여기에 연예 기획사가 입주한다면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위치는 딱 좋네요. 건물이 좀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쓰기에는 차고도 남는 크기였다. 드림엔터테인먼트가 무슨 대기업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강남의 중심지에 잘 보이는 위치라 여기가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옥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금세 입소문이 날 것 같은 그런 빌딩이었다.
그리고 내가 예전부터 꿈꾸던 강남 빌딩에 가장 부합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새로 재건축을 마친 빌딩은 깔끔한 최신식 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한송이 과장의 말대로 층고도 시원시원하고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할 것 같은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들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
뭔가 강남 빌딩스러운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그런 빌딩이었다.
“이 제이제이 타워는 가격이 얼마인가요?”
“보통 이런 알짜배기 땅에 빌딩은 대지 면적당 가격으로 계산을 하는데, 건물주가 요구하는 금액이 평당 9억입니다. 총액으로는 2400억 정도죠.”
“이천 사백 억요?”
“비싸기는 하죠. 그래서 부동산 업체들도 좀처럼 소개해드리기 어려운 건물이기는 해요. 하지만 옆 건물이 최근에 평당 7억 수준에 거래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신축 건물이라는 것과 더 좋은 위치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도한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당 9억이라? 아무리 강남 금싸라기 땅이라고 해도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한 평이면 사람 하나가 겨우 누울 그런 면적인데 말이다.
하지만 옆에 보이는 빌딩이 평당 7억에 거래가 되었다고 하니까, 그보다 더 화려한 제이제이 타워가 평당 9억 대의 가격이라는 것도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비싸지 않다기보다는 비싸기는 하지만 살만하다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나에게는 이번에 10조가 넘는 현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2400억이라면 서민 기준으로는 욕이 나올 정도로 미친 가격이지만, 수십조의 자산가, 그것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큰 돈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큰 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심리적으로는 그다지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뭐랄까? 플렉스를 해보고 싶다고나 할까? 브라질의 자구아눔 제도까지 가서 무인도에서 죽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큰 돈을 벌었으니까 말이다.
2천 4백억은 충분히 플렉스 할만한 금액이었다.
“뭐, 얼마 안 하는군요.”
“예?”
한송이 과장은 놀라니까 더 귀여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