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는 이유
문화 대학교 교정.
“와, 최진수잖아?”
“요새, 새로 빌딩을 산 모양이던데.”
“정말? 또 빌딩을?”
“강남역 사거리 쪽에 제이제이 타워를 인수했다고 하더라고.”
“강남역 사거리? 거기는 땅값이 엄청 비싼 곳 아냐?”
“민영민에게 듣었는데, 빌딩 가격만 2천 4백억이라는 거야.”
“이..이천 사백억?”
“그래, 진짜 억소리가 나는 가격 아니냐?”
“그렇기는 하네. 하지만 워낙 재산이 많으니까. 민영민 말로는 브라질에도 리조트에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고,”
“브라질에 리조트?”
“그래, 그쪽에 섬도 몇 개 가지고 있고 아무튼 섬 몇 개를 사서 자기 전용 리조트로 이용한다는 것 같아.”
“전용 섬에, 초호화 요트, 그러면 전용기 그런 것도 있는 거 아냐?”
“전용기?”
“그래, 원래 세계적인 부자들은 그냥 비행기 안 타고 전용기 타고 다니잖아.”
“그런가? 그러면 전용기도 가지고 있는 건가?”
강남역 사거리의 제이제이 타워를 산 일은 민영민의 입을 통해서 학교에도 금세 소문이 나고 말았다. 거기에 내가 브라질에 다녀온 일에 대해서도 헛소문이 좀 퍼지기는 했지만,
이제는 뭐랄까? 내가 가진 재산이 너무 늘어나서인지, 어지간한 소문은 그다지 허황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전용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용기를 사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가격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플라잉 폭스 같은 초대형 요트도 가지고 있는데, 그 요트보다 더 비싸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제이제이 타워에 입주하면서 드림엔터테인먼트의 명성도 좀 레벨업이 된 느낌이었다.
***
강남역, 제이제이 타워,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옥.
“우리 회사 사옥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중에서 최고가라고요?”
“예, 저도 잘은 몰랐는데, 기사에 그렇게 나왔네요.”
윤아영 전무는 포털에 나온 연예기사를 보여주었다.
“드림엔터테인먼트 신사옥 이전으로 연예계의 지각 변동이라?”
기사 내용은 별다른 것은 없고, 국내 5대 기획사들의 사옥들의 가격을 평가해서 순위를 매겨 놓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내가 소유한 드림엔터테인먼트가 1위로 선정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리가 한국의 5대 연예기획사였나요?”
“그건 아닐 걸요. 하지만 대충 사옥이 비싸니까, 그렇게 기사를 쓴 것 같아요. 기자들이 다 그렇죠. 뭐.”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1등이라는 건 기분이 좋군요.”
윤아영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잘 몰랐었는데, 연예기획사들의 사옥들이 그렇게 좋은 건물들은 아니더라고요.”
제이제이 타워가 연예기획사 사옥 중에서는 1위고, 2위는 마포에 있는 YDK 사옥이 9백억 정도로 평가되고 있었다.
“YDK 사옥이라면 저도 가봤는데, 우리빌딩보다 엄청 크던데요.”
“그래요?”
기사를 다시 잘 읽어보니 건물 크기로는 YDK 사옥이 연면적 6천 평 규모로 제이제이 타워보다 2배 정도 더 큰 크기였다. 하지만 빌딩의 위치 때문인지 부동산 가치로는 오히려 제이제이 타워가 2배 이상 더 비싼 가격이었던 것이다.
언론에서도 강남 한복판에 새로 입주한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신사옥에 큰 관심을 가졌다. 연예기획사들이 큰 돈을 벌고는 있었지만 강남의 중심지에 이렇게 빌딩 하나를 사옥으로 사용하는 것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럭셔리 강남 스타일의 신사옥을 소유한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최진수 사장은 막대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은 장태식 태성 그룹 회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정도일 뿐이다. 이런 기사가 나와 있네요. 사장님, 정말, 장태식 회장님하고 친하세요?”
“기사에 나오잖아요. 막역한 사이라고.”
기사든 헛소문이든 진실이 어떻다고 해명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헛소문이나 가짜 뉴스든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장태식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장태식 회장이 한국 최고의 재벌기업의 회장이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30조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내가 가진 돈은 12조 정도지만 앞으로 브라질과 필리핀의 야마시타 골드를 더 발굴한다면 90조에 가까운 황금을 더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 행운의 과자까지, 지금까지는 행운의 과자를 주로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데 집중적으로 사용했지만,
나머지 황금을 모두 찾고 나면, 행운의 과자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볼 생각이었다.
상상이 되었다. 야마시타 골드를 모두 찾아, 100조의 자본으로 전세계의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그런 부동산들은 몇 년 후에 엄청난 가치 상승으로 돌아오게 된다. 100조의 돈이 2백조가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닌 것이다.
2백조의 자산가가 된다는 건가?
세계최고의 부자는 포브스의 기준으로는 일론 머스크고 213조 정도라고 하니까, 2백조 이상으로 재산을 불린다면 일론 머스크를 제끼고 세계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단, 백조를 버는 게 어렵지, 백조를 2백조로 불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거기에 지금까지 투자한 부동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가격들이 크게 오르고 있었다.
사실, 서울의 부동산 자체가 미친 듯 오르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서울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런던이나 뉴욕 같은 도시들도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중국의 자본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부동산에 투자가 되는 것 같았다. 뭐,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나처럼 수십조의 자산가가 쉽게 투자하기에는 부동산이 좋다는 말이다.
무슨 기업을 인수하고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고, 경영을 해야 할 일도 없으니까. 거기에 부동산이라는 것은 대부분 집이나 건물들이어서 세계 여기저기에 멋진 빌딩을 사고 대저택을 소유하는 것은,
투자라는 목적 외에도 그 자체로 호화롭고 럭셔리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유럽에 멋진 대저택을 사서 럭셔리한 유러피언 스타일의 인생을 즐기고, 나중에 가격이 뛰어서 돈도 늘어나면 이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야마시타 골드로 얻은 자본에 행운의 과자의 행운까지 더해지면 그런 꿈같이 달콤한 인생을 말 그대로 꿀을 빨며 살게 되는 것이다.
뭔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달달해지는 기분적인 기분이었다.
“사장님 왜 변태같이 혀를 낼름거리세요? 쪽쪽거리는 소리도 내고요. 사장님, 설마 응큼한 상상하시는 거 아니죠?”
무슨 소리야? 난 그저 꿀을 빠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고, 그런 오해를 받는 건 억울하다. 하지만 억울해도 상관은 없었다.
나 같은 행운아라면 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관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진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난 항상 운이 좋고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럭키 가이다.
***
성수동 트리피오 아파트
“저, 사람이 최진수야?”
“그러게 엄청 재벌이라나 봐.”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는 왜 사는 거야?”
오랜만에 와 본 성수동 트리피오 아파트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연예기획사 사장이라는 것 같아. 민소희도 여기 살잖아, 거기 사장이래.”
“그럼 민소희 때문에 여기 사는 거 아냐?”
어느새 나는 트리피오 아파트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이미 뉴스에 내가 산 플라잉 폭스나 이번에 새로 사서 회사 사옥으로 쓰는 제이제이 타워에 대한 기사들이 나와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민소희랑 그렇고 그런 사이?”
“그럴지도 모르지, 무슨 스폰서나 그런 것들 많다잖아.”
“생긴 건 평범해 보이는데 역시 재벌들은 다르네.”
뭐야? 스폰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트리피오 아파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최고급 아파트에 다들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서 럭셔리하고 남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모두 돈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레벨이 다른 슈퍼 재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긴, 나 정도 자산가가 살기에는 트리피오 아파트는 좀 격이 떨어지기는 하지.
트리피오 아파트라면 신축 아파트로 강북에 있기는 하지만 강남에 살던 부자들이 사는 고급아파트였다. 가격도 내가 사는 56평형이 최근에 42억에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35억에 샀으니까 벌써 7억이나 가격이 오른 셈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40억을 조금 넘는 가격, 물론 40억짜리 아파트라는 것이 일반 서민들 기준으로는 꿈도 꾸기 힘든 초고가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수십조의 자산가인 내가 살기에는 너무 평범한 아파트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플라잉 폭스 같은 럭셔리의 끝판왕을 타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으니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트리피오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심도 좀 부담스러웠다. 나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정도라면 괜찮은데, 거기에 민소희까지 엮어서 무슨 연예인과 스폰서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아무래도 내가 너무 돈이 많고 잘나가다 보니, 이런 트리피오 아파트 정도에 사는 사람들도 질투를 하는 모양이군.. 나야 괜찮지만 민소희에게 안 좋은 소문이 퍼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래, 쉽게 생각하자. 이사를 가는 거야. 어차피 내가 살기에는 좀 어중간한 아파트이기는 하니까. 그럼 어디로 이사를 갈까?
사실, 집이라면 영진 빌딩으로 가도 되기는 했다. 6층과 7층의 펜트하우스가 완벽하고 력셔리한 집이었으니까. 하지만 영진 빌딩의 펜트하우스는 뭐랄까?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말하자면 거기는 내가 놀러 가는 곳이라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주로 사는 집은 트리피오 아파트로 여기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영진 빌딩은 좀 쉬거나 취미생활, 아니면 강남으로 좀 놀러 다니는 그런 개념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비밀 아지트처럼 말이다.
영진 빌딩이 살기에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만의 비밀 아지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돈은 많으니까, 다른 괜찮은 아파트로 이사를 갈 생각이었다. 아니면 빌라 같은 곳도 괜찮고 말이다.
어디가 좋은 거지?
아파트라면 사실 주거 목적만 생각하면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다. 서양에서 아파트라고 하면 보통은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부자들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물론, 뉴욕 같은 곳에는 헐리우드의 스타들도 사는 그런 최고급 아파트들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맨하튼 같은 중심지의 이야기이고 보통은 아파트는 좋은 주거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매매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주로 입지 조건이 좋은 위치에 대규모 단지가 만들어지니까, 수요도 많아서 아파트의 거래가 활발하고 그런 활발한 거래가 보통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 구조다.
그에 비해 단독주택들은 아파트에 비하면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 드물고, 주택마다 가격 산정도 따로 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상승기에 상승 속도가 아파트처럼 급격하게 오르지 못하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의 부자들이 하는 이야기이고, 나 같은 재벌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파트가 40억이든 50억이든, 60억이든,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이미 10조가 넘는 자산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그건 수백조로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살 수 있는 멋진 집이면 그걸로 만족인 것이다. 돈에 상관없이 말이다.
어디 좋은 집이 없으려나? 좋은 집을 고르는 것에도 행운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행운의 과자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과자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과자에서는 뭐가 조용하고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는 것 같았다. 아파트는 너무 번잡하다는 생각이었다. 이사를 간다면 서울이면서 좀 한적한 동네가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과자를 씹고 있는데 입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것은, 부동산 회사의 전화번호였다.
일단 전화를 걸어보았다.
“더좋은 부동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 집을 찾고 있는데요.”
“예, 고객님 주택을 찾고 있으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