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목우유마 (85/200)

목우유마

“진짜요? 센트럴 파르크 빌라에 최진수 사장님이?”

“그래, 나한테 한 번 구경하러 오라고 하더라고.”

윤아영은 민소희에게 자랑삼아 내가 초대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

“하긴, 최진수 사장님 정도면 센트를 파르크든 어디든, 못 살 곳이 없겠죠.”

“원래, 소희 씨랑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하지 않았어? 성수동 트리피오 말이야.”

“맞아요. 트리피오로 최진수 사장님이 이사를 오면서 처음 만난 거니까. 하지만 이제 최진수 사장님도 본격적으로 유산을 물려받기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

“유산을?”

“예, 전에는 그렇게 돈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돈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플라잉 폭스도 사고, 제이제이 타워도 인수하고 돈을 많이 쓰시잖아요. 그 이야기는 부모님에게 본격적으로 유산을 물려받기 시작했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 그나저나 최진수 사장님 부모님은 대체 뭐 하는 분이셔?”

아니, 저것들이 시골에서 농사짓는 우리 부모님은 갑자기 왜 소환이야? 직원 휴게실 기둥 뒤에서 듣고 있던 나는 이번에도 소리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러 숨어서 엿듣는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휴게실에 왔다가, 갑자기 두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휴게실 기둥 뒤에 잘 안 보이는 공간이 있어서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휴게실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종종 착각을 하는 것이다.

“글쎄요. 예전에 듣기로는 무슨 워렌 버핏하고 동업을 하시는 투자자라고 하던데.”

“워렌 버핏? 그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 말이지?”

“예,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세계적으로 봐도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거죠.”

“뭐, 하긴, 장태식 회장하고 친분이 있다고도 하고, 여기저기 돈을 쓰는 걸 보면 돈이 많기는 한가 봐.”

“왜요? 윤 전무님도 관심 있으세요?”

“뭐? 관심은 누가 관심이 있다는 거야?”

“센트럴 파르크에 초대를 받으셨다면서요? 남자가 여자를 집으로 초대하면 뻔한 거 아닌가요?”

“쓸데없는 소리는, 그냥 내가 전부터 센트럴 파르크나 유엔빌리지에 고급 빌라들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뿐이야. 오해는 하지 말라고. 그나저나 소희 씨가 오히려 최 사장님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니야?”

“후후, 저요? 뭐, 돈 많은 남자라면 나쁘지 않죠. 남자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별거 없잖아요. 그냥, 성격이 어떻고, 외모가 어떻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 아니겠어요?”

“그래서 최진수 사장님이 좋다는 거야?”

“괜찮죠. 그 나이에 그 정도 재산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음, 내가 괜찮다는 말인가? 아니면 내 돈이 괜찮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 두 가지가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민소희와 윤아영이 휴게실을 나가자 나도 천천히 기둥 밖으로 나와 다시 휴게실을 나갔다.

***

제이에스 인터네셔널

“어머, 최진수 사장님 아니세요”

“예, 차 좀 구경하려고 왔습니다.”

“차요?”

새로 빌라도 구입한 김에 슈퍼카들도 몇 대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돈이라면 더 많아질 테니까 돈 걱정도 없고, 젊은 나이에 돈을 벌어서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이다.

“차라면 주차공간은 충분하시다고 하셨죠?”

“주차할 곳은 많습니다. 이번에 빌라를 새로 사기도 했고요.”

“어머, 그러세요? 빌라요?”

“예, 유엔빌리지에 신축 빌라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가보니까, 주차장도 세대당 6대까지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괜찮은 차들로 채워 놓을까 해서 와 본 거죠.”

“어머, 그럼 차가 여러 대 필요하신 거예요?”

“예, 그동안 차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관심이 좀 생기네요.”

“슈퍼카들 말이죠?”

최선화는 차를 여러 대 사겠다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차를 판매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나 같은 고객도 드물 것이다. 차를 자주 사기도 하고, 이번에는 한 번에 여러 대를 구매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유엔빌리지의 빌라 주차장에 일종의 과시용으로 채워 둘 그런 차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 람보르기니나 포르쉐는 가지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페라리가 어떨까 싶은데요.”

“페라리요? 하기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라면 역시 페라리죠. 역사가 가장 길고, 전통으로만 따지자면 람보르기니나 포르쉐도 페라리의 상대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보통 슈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나 포르쉐지만 그 원조는 페라리라고 할 수 있었다. 고성능의 스포츠카를 처음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페라리였고,

람보르기니의 창업자인 람보르니기니도 페라리의 고객으로, 페라리에 불만이 있어서 람보르기니라는 슈퍼카 회사를 창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최선화는 전시실 가운데에 있는 두 대의 차를 보여주었다.

“마침, 페라리 두 대가 있는데 최진수 사장님은 언제나 운이 좋으신 것 같아요.”

“오, 이 차들 말이군요.”

“예, 488 스파이더와 F8 스파이더 두 대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죠.”

“음, 한 대는 빨간색이고 한 대는 하얀색이네요.”

“예, 색상의 차이도 있고요. 기존의 488 스파이더 모델과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F8 스파이더 모델입니다.”

최선화는 빨간색이 기존 488 스파이더이고 흰색은 F8 스파이더라는 신형 모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 신형이 좋은 거겠죠?”

나의 질문에 최선화는 약간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신형 모델이 더 진보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페라리 같은 명차의 경우에는 꼭 신차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고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희소성이 있는 경우에는 가격이 더 오르는 차들도 많으니까요.”

“그래요?”

최선화 말로는 페라리 정도 되는 차들은 시간이 지나면 고물이 되는 보통의 차들과 달리, 골동품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오래된 차들이 그래서 더 가치가 높은 경우도 많이 있고, 488 스파이더는 오픈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했다.

역대 페라리 모델 중에서도 인기 모델이고 말이다.

“아무래도 페라리를 처음 타시는 분들이나, 속도보다는 슈퍼카 특유의 감성을 즐기시려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릴만한 차죠. 뚜껑을 열 수 있는 하드탑 컨버터블 모델로 세련된 디자인도 정말 멋진 차고요.”

“입문용으로 괜찮은 차라는 말이죠?”

“더 고성능 모델들도 있지만, 각자 자기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여기 두 대는 각각 4억대 초반으로 페라리 모델 중에서는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고요.”

컨버터블로 모델로 인기가 있던 488 스파이더와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F8 스파이더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페라리가 같은 명품 자동차는 신차라고 꼭 좋은 건 아니라는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둘 다 디디자인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차가 더 좋다고 하기 어려운 두 차만의 매력이 있으니 말이다.

“봄이라 컨버터블이 타기에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날씨도 좋고요.”

“그렇죠. 이런 슈퍼카들은 애인을 옆에 태우고 탑을 오픈해서 화창한 날에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은 그런 차들이니까요.”

“하하, 뭐, 전 애인이 없어서.”

“어머, 정말요? 왜요? 여자들에게 인기 있으실 것 같은데.”

정식으로 사귀는 애인이 없을 뿐이지, 주변에 여자들은 많으니까, 딱히 외로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최선화의 말대로 예쁜 미녀를 태우고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차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거, 두 다 마음에 들어서 고르기가 좀 어렵네요.”

“후후, 그러시죠? 그래도 한 대를 고르셔야 구매가 가능하시니까요.”

“뭐, 꼭 한 대를 골라야 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닙니까?”

“예?”

“둘 다 페라리치고는 그다지 비싼 차도 아니라면서요. 두 대 다 사기로 하죠.”

“어머, 정말요?”

최선화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고급 수입차를 판매하는 그녀지만 차 두 대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건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요? 차를 두 대를 사는 경우는 없었나요?”

“적어도 제가 직접 판매한 건 처음이에요. 페라리 중에서 저렴한 모델이라고 해도 4억이 넘는 차들인데, 두 대면 8억이잖아요. 아파트 한 채 가격이기도 하고. 한 대를 사는 건 몰라도 두 대를 사는 건 드물죠.”

“하하, 뭐, 주차할 곳도 넉넉하고, 사실 새로 이사한 빌라 주차장에 괜찮은 차를 좀 채워 놓으려고 그러는 거니까요. 아무튼, 두 대 다 계약하기로 하죠.”

돈이 많다 보니까, 한 번에 차 두 대를 사는 것에도 부담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새로 산 센트럴 파르크 빌라에 주차장이 규모가 좀 큰 편이라, 비워 두는 것보다는 페라리 두 대를 사서 좀 주차장을 채워 놓으려는 목적이기도 해서, 그냥 4억짜리 페라리 두 대를 산 것이었다.

최선화 말로는 812 같은 고성능 모델들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다지 속도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편하게 탈 수 있는 스파이터 모델 두 대를 고른 것이다.

***

세진 로보틱스 본사

“이게 누구십니까? 최진수 사장님 지난번에 사 가신 파워 슈트는 이상은 없으시죠?”

“예, 덕분에 작업을 하는데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오현준 사장은 지난번에 내가 산 파워 슈트에 만족한다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잘 쓰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파워 슈트도 더 구매하고 싶기도 하고. 세진 로보틱스에 다른 로봇들은 없나요?”

“다른 로봇요?”

“예, 예를 들면 당나귀 로봇 같은 거 말입니다.”

“당나귀 로봇이라고요?”

스바딜파리가 그동안 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주었는데 이번에 코브라 섬에서 좀 과하게 작업을 했는지 허리에 무리가 온 모양이었다.

다행히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코브라 섬 외에도 아직 야마시타 골드 발굴 작업을 해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스바딜파리가 하던 일을 대신 해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예, 차량으로는 이동이 좀 어려운 지형에서 예를 들어서 산속 같은 곳 말이죠. 그런 데서 당나귀처럼 물건을 싣고 나를 수 있는 그런 로봇이 없을까요? 왜 삼국지라는 책에 보면 목우유마라고 하던가요?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하하, 삼국지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죠. 제갈공명이 발명했다는 움직이는 말 같은 거 말입니다.”

“맞아요. 그런 걸 찾고 있는데, 현재의 로봇기술이면 가능하지 않나요. 당나귀처럼 등에 짐을 실어 놓으면 미리 지정한 장소로 자동으로 운반하는 당나귀 로봇 말이죠.”

“음, 목우유마라? 하지만 그건 로봇이 아니라, 일종의 수레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목우유마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당나귀 스타일의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냐는 거죠?”

오현준 사장은 잠시 생각을 해보는 것 같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개발은 가능할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좀 어렵습니다. 파워 슈트는 이미 개발을 한 거지만 사실 저희 세진 로보틱스의 경영이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니거든요. 아직 본격적으로 로봇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은데 추가로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그럼, 다른 회사에게 개발한 비슷한 로봇은 없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그런 동물형 로봇들은 상용화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화물 운송용이라는 말씀이시죠?”

“예, 산을 오르내리면서 작업을 할 그런 로봇이 필요해서요.”

“산에서 화물을 산 아래로 내리시려는 그런 개념이시라면 로봇보다는 차라리 화물용 드론을 이용해 보시는 게 어떨가요?”

“화물용 드론요?”

“예, 꼭, 당나귀처럼 생긴 로봇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산 위의 화물을 산 아래로 운송하는 개념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나는 스바딜파리를 대체할 그런 로봇을 찾고 있었지만 그게 꼭 로봇일 필요는 없었다.

오현준 사장의 말대로 화물을 산 중턱쯤에서 산 아래로 이동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산속 같은 곳에서 짐을 옮기기에는 드론이 더 적합할 것 같네요. 화물 운반용으로 제작된 드론은 수백 킬로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제품도 개발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요?”

“예, 마침, 드론 판매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제가 소개시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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