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볼로 드론 코리아 본사.
“이게 드론인가요?”
“예, 볼로 콥터라고도 불리는 대형 드론입니다.”
세진 로보틱스의 오현준 사장의 소개해 준 곳은 볼로 드론 코리아라는 수입 드론 업체였다.
“생각보다 크기가 꽤 큰데요.”
“예, 보통 생각하는 드론들보다 대형의 드론들이죠. 레저용이나 촬영용 드론과는 좀 다른 개념으로 화물 운송이나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개념으로 개발된 드론들입니다.”
볼로 드론 코리아의 서종수 사장은 오현준과는 대학 동기라고 했다. 서종수 사장도 드론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개발까지 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볼로 드론을 수입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드론들로 화물 운송도 가능하다는 거죠?”
“예, 200kg 이상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화물용 드론입니다.”
서종수 사장이 보여준 대형 드론은 크기도 상당한 편이었다. 보통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드론과 비교하면 상당한 대형 사이즈였지만, 불로 콥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헬기와 비슷해 보이는 볼로 드론은 헬리콥터와 비교하자면 작은 사이즈라고 할 수 있었다.
“드론으로는 초대형이지만, 헬리콥터와 비교하면 초소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드론과 헬리콥터의 중간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원래 드론이라는 것도 크게 보면 헬리콥터와 비슷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인 비행원리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드론의 원조라면 무선 조정 헬리콥터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소형화되어서 휴대나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비행기 가능한 드론은 작은 사이즈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에는 부적합 방식이었고, 그런 드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좀 더 사이즈를 키운 대형 드론들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볼로 드론은 헬기까지는 아니지만, 드론으로는 상당한 사이즈로 성장해서 대형 화물의 수송이 가능한 수준의 초대형 드론이었다.
거기에 헬기처럼 아주 큰 기체는 아니어서 특별한 이착륙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산에서 화물을 산 아래로 이동시킬 방법을 찾고 계신다고요?”
서종수 사장은 그런 용도라면 볼로 콥터가 제격이라면서 화물을 수송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대형 드론이라 실제로 수백 킬로가 넘는 대형 화물도 무리 없이 운송이 가능했다.
사이즈가 예상보단 큰 초대형이기는 했지만 화물 운송용으로는 제격일 것 같았다. 코브라 섬에서의 작업을 떠올려보니, 이런 드론을 이용했다면 동굴에서 발굴한 황금을 손쉽게 이동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종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처음에는 수동으로 사람이 조정을 해주어야 하지만, 한 번 비행을 한 후에는 자동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이 예전의 비행 궤적을 따라 그대로 재비행을 할 수 있는 거죠.”
잠깐 기본적인 드론 비행 방법을 배워보니 생각보다 조작도 간단했고, 한 번 비행을 한 코스는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자율 비행이 가능하기도 했다. 나 혼자서도 조작이 어렵지 않고 자동으로 화물 운송까지 가능하다면 스바딜파리보다 나의 황금발굴 작업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드론은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요?”
“대당, 3억 5천 정도는 생각하셔야 합니다. 거기에 배터리와 부품들은 옵션으로 더 추가하실 수 있고요.”
드론 한 대 가격이 3억을 넘는다니 싼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 투자라면 아까울 것은 없었다. 야마시타 골드를 통해서 수십조를 벌고 있는데, 이런 드론 몇 대를 사봐야 수십억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얼마 안 하는군요. 드론 3대를 구매하도록 하죠.”
“3대나요? 드론은 그런데 어디에 사용하실 생각이신가요?”
“뭐, 취미 삼아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하하, 뭐,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니죠. 그럼 계약서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볼로 드론 3대와 배터리와 부속들까지 여분으로 충분히 구매를 했다. 14억 정도가 들어갔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이걸로 야마시타 골드 발굴 작업은 좀 수월해질 것 같았다.
***
무진시, 진수의 집
“이게 다 뭐냐?”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집에서는 봄을 맞아 농사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드론이라는 거예요?”
“드론?”
아버지는 내가 서울에서 타고 온 포드 F150 랩터에 실린 볼로 드론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계셨다.
화물용 드론을 사기는 했는데 작동법도 익힐 겸, 드론으로 짐을 나르는 일을 해볼 곳을 찾다가 시골로 내려온 것이었다.
원래 농사일을 돕는 농업용 드론으로 개발한 드론이라고 하니, 시골에서 운용해 보는 것이 딱 좋을 것 같기고 하고 말이다.
그리고 드론이라고 해도 사이즈가 워낙 큰 녀석이라 번잡한 서울 시내에서는 드론을 비행하는 것이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해서 시골에서 테스트를 해보려고 가져온 것이었다.
“야, 그나저나, 이 트럭 좋다. 아주 튼튼하게 생겼네.”
아버지는 드론도 신기하시지만, 포드의 픽업트럭도 맘에 들어하시는 것 같았다.
“맘에 드세요? 그러면 픽업트럭도 하나 사서 보내드릴게요.”
“그래? 그것도 괜찮겠네.”
F150을 주문하는 것은 어려울 것은 없었다. 제이에스 인터네셔널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진수 너는 이런 요상한 물건은 어디서 구해온 거냐? 이게 드론이야?”
“예, 서울에서 하는 사업 때문에 한 번 테스트 해보려고 가져온 거예요?”
“무슨 사업을 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서울에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계셨다.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고 필요한 물건들도 자주 사드리고 하니 동네에서는 효자라는 소문도 파다했지만, 아버지도 그렇고 다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일을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내가 픽업트럭에 드론을 싣고 와서 비행 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거 진수 아냐? 서울 가서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더니, 저런 거 만드는 회사를 차린 건가?”
“그러게 저거 드론이라는 것 같은데 그 뭐냐? 벤처 회사 그런 거 사장이 된 모양이야.”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들어서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아버지도 나에게 슬쩍 물어보셨다.
“진수야? 너, 벤처 회사를 하는 거냐? 네가 돈을 잘 벌고 용돈도 많이 보내줘서 좋기는 한데, 뭘 한다고 말을 안 해서 나도 좀 궁금했거든.”
“아, 예, 뭐, 그렇죠. 벤처 사업이죠?”
원래 벤처라는 게 모험이라는 말이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닌 셈이었다. 전세계를 누비며 특히, 필리핀과 브라질을 누비며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모험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벤처 사업을 통해서 고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었다.
“진수 아버지, 진수가 서울에서 드론 만드는 회사를 차렸나 봐?”
“어, 맞어, 우리 진수 회사에서 만든 드론이라네.”
“정말? 역시 진수가 저걸 만들었구나, 어쩐지 진수가 서울에서 돈을 벌어서 용돈을 달에 천만 원씩 따박따박 주고 차도 사주고, 집도 지어주고 그런다더니, 저런 걸 만들어서 돈을 그렇게 잘 버는구먼.”
“아니, 진수 저놈이, 문과 다니던 녀석 아니야? 그런데 저런 걸 만드는 재주가 다 있었나?”
고향에 내려와서 넓은 시골 들판에서 드론 시험 비행을 해보려고 한 것이었는데 졸지에 드론 회사 사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진수가 원래 손재주가 좀 있었어. 어렸을 때 프라모델 그런 것도 척척 조립을 잘 하고 말이야.”
“오, 그랬었나? 아무튼, 나이도 어린 녀석이 벌써 회사 사장이라는 거지?”
“그럼, 우리 진수가 사장이지. 안 그러냐 진수야?”
“아, 예, 그..그렇죠. 제가 사장이죠.”
그동안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말을 안 해서 궁금해하시던 아버지였지만, 그렇다고 서울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따로 묻지도 않으시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비록 오해이기는 하지만 내가 서울에서 드론 회사를 창업했다고 하자,
아버지가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시며 동네 사람들에 자랑까지 하시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야? 이건, 아버지도 그렇고 다들 내가 진짜 드론 회사 사장이라고 믿는 건가? 지금에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리고 아버지도 내가 드론 회사 사장이라고 하니까, 뭔가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시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집 앞의 들판에서 드론의 시험 비행 준비가 완료되었고, 봄철을 맞아 집 앞에 쌓아둔 농사용 비료들을 한 번 옮겨보기로 했다.
비료 한 포가 20kg이니까, 한 번에 10포, 그러니까, 200kg을 운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진수가 뭐 하는 거야? 비료들을 드론으로 실어 나르려는 건가?”
“그런 모양이네, 세상 참 좋아졌어. 이제 농사도 드론으로 하는 시대가 오는 거잖아.”
“그러게, 저걸 진수가 개발해서 그렇게 돈을 잘 벌었던 거였구나.”
“드론 회사 사장이면 돈 잘 벌만도 하지.”
“그래도 군대 제대해서 대학생이라는데 벌써 사장이야?”
“아이고, 무식한 촌부들 하고는 원래 벤처 회사 그런 거는 대학생들이 만드는 거야.”
“그래?”
“그렇지, 우리 애 학교에도 벤처 창업동아리라는 게 있데요.”
“수호도 벤처 그런 거를 해?”
“우리 애는 나중에 로스쿨 갈 거라 그런 쪽은 아니지만, 아무튼, 벤처 창업 그런 거 해서 성공한 젊은 애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동네 사람들은 신기한 구경거리에 서울에서 돈을 잘 번다는 나의 성공 스토리까지 더해져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셨다.
뭔가? 일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지만, 일단 드론 테스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리모컨으로 드론을 작동시키자, 프로펠러가 작동되며 드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화물용 그물을 씌워 놓은 비료들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와, 드론이 비료 포대를 들어 올리네. 그것도 10개나 말이야.”
“굉장하다, 굉장해. 진수 아버지, 좋겠어? 진수가 저런 신통방통한 물건을 다 발명하고 말이야.”
“하하, 뭐, 우리 아들이 재주가 좋기는 하네. 나도 이 드론은 처음 보는데 이거 물건이야, 물건.”
아버지도 내가 개발한? 아무튼, 내가 개발한 걸로 소개한 볼로 드론이 순조롭게 비료들을 들어 올려서 수백 미터 떨어진 들판 가운데까지 안전하게 비료들을 옮겨놓자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와, 이제는 농사도 저런 드론으로 짓는 시대가 오는 거 아냐?”
“무슨 농사를 드론으로 지어?”
“아니, 왜. 저렇게 진수 회사에서 만든 드론으로 척척 비료도 나르고 그러면 농사에 도움이 많이 되지.”
“비료 나르면 그다음은?”
“어? 뭐, 아무튼, 저거라도 척척 날라주는 게 어디야? 그리고 진수가 저걸 만들었으니 이제 돈을 더 잘 벌겠구먼.”
“그러게, 지금도 진수 아버지한테 한 달에 천만 원씩 용돈을 준다는 데, 앞으로는 2천만 원씩 주는 거 아냐?”
비료를 옮긴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한 후에 그다음은 자율비행 모드 테스트였다. 한번 수동으로 작업한 것은 그다음에 패턴을 기억해서 자동으로 비행기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비료 10포를 옮기는 동일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같은 위치로 비료들을 자율비행 모드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위치를 지정해서 자율비행도 가능하고, 서종수 사장 말대로 볼로 드론은 화물 운송용으로는 탁월한 기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다시 브라질의 자구아눔 제도로 돌아가서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는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 번에 200kg의 금괴도 문제없이 척척 나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전처럼 스바딜파리를 혹사시킬 필요도 없었다. 배터리만 충분하면 드론으로 손쉽게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나저나 드론의 성능은 만족스러운데, 졸지에 드론 회사 사장이 되어 버린 건 어쩌지? 이참에 드론 회사를 인수 해버려?
뭐, 그런 것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버지가 내가 드론 회사 사장이라는 걸 너무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약간 죄책감도 느껴지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아들 자랑을 하시며 즐거워하시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