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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으로의 귀환 (93/200)

낙원으로의 귀환

제이제이 빌딩,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장실.

“브라질로 다시 가신다고요.”

“그래요. 한국에서 꽤 일을 많이 했잖아요. 다시 휴식을 좀 가질 생각입니다. 남국의 파라다이스 브라질에서 말이죠.”

“사장님한테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팔자가 좋으신 것 같아요.”

뭐? 팔자가 좋아? 가서 땅 파는 노다가를 하고 올 건데, 팔자가 좋기는? 아니지 노가다든 뭐든, 이번 발굴작업으로 또 10조 정도가 나올 거 아냐?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브라질로 가는 나의 마음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다시 엄청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뭐, 아직도 지난번에 캐낸 야마시타 황금을 처분한 돈 만해도 아직 다 못 쓰고 있지만 말이다.

빌딩도 사고, 드론 회사도 창업하고, 영화도 제작하고 돈이라면 마구 뿌리는 것 같은데도 아직 돈은 많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170억짜리 초호화 빌라도 사고, 차도 세 대나 더 샀고 말이다.

역시, 이런 평범한 걸로는 10조 단위의 돈을 쓰기는 어려운 건가? 집이든 차든, 어차피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계층을 타겟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걸 살만한 사람들이 있으니 만들어서 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고급 주택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가격이나 사이즈에 한계가 있다. 보통 그런 고급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재산이라고 해도 수백억 정도일 테니 말이다. 수천억이나 수조 단위의 자산가는 극소수인 것이다.

나처럼 10조 이상의 자산가라면, 한국에서는 손가락을 꼽아야 할 테고 말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대부분 대기업의 회장들로 자산의 대부분은 주식인 경우가 많을 테니 나처럼 여기저기 차명계좌에 10조 이상의 현금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현금 자산만 놓고 보면, 내가 한국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뭔가를 사거나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내가 최고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팔자가 좋기는 좋은 것 같았다,

“하하,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내가 좀 팔자가 좋기는 하죠. 아무튼, 팔자가 좋은 걸 어쩌겠습니까? 타고난 운명이니 받아들여야죠.”

“어머, 얄밉다. 그렇게 운이 좋으시면 저도 좀 나눠주세요.”

“운은 모르겠고, 일거리를 좀 나눠주죠. 내가 브라질에 가 있는 사이에, 민소희의 영화 제작을 윤아영 전무님이 맡아주세요.”

“제가요?”

“예, 영화 제작에 대해서는 내가 전권을 줄 테니까. 민소희가 원하는 대로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도록 옆에서 감시를 해달라는 겁니다.”

“채은성 감독이 영화를 찍는 걸요?”

“예, 맞아요. 채 감독은 이제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이야기가 다 되었으니까, 윤아영 전무가 내 대리인으로 영화 제작을 감독하면 되는 겁니다.”

“음, 영화는 채은성 감독이 감독하고, 저는 그 채은성 감독을 또 감독하라는 건가요?”

“맞아요, 윤아영 전무가 총감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뭘 감독하라는 거죠?”

“우리가 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는 민소희를 성공적으로 연기자로 데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냥, 내 맘대로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은 것뿐이었으니까. 아무튼, 민소희의 부탁도 있었고, 민소희를 주연으로 하는 것이 내 맘대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다.

“역시, 민소희 때문에 영화에 투자를 하셨다는 게 사실이었군요?”

윤아영은 뭔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민소희는 우리 기획사의 에이스 아닙니까.”

드림엔터테인먼트도 취미 삼아 하는 정도라 사업이 번창하는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민소희를 좀 더 스타로 키워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아무튼, 저는 브라질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으니까요.”

“정말? 놀러 가시는 거예요.”

“그쪽에 리조트 개발 상황도 살펴보고요.”

“음, 하긴, 큰 사업을 하시는 분이니까. 허투루 시간을 쓰시지는 않겠죠? 영화 제작이나 드림엔터테인먼트 쪽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맘 편하게 다녀오세요.”

***

아이케이 빌딩, 이카로스 항공 본사.

“브라질에 말입니까?”

“예, 사실 브라질에서 작업을 할 일이 있는데, 그래서 드론도 필요했던 거고요. 일단은 지난번에 구입한 드론 3대로 이번에는 일을 할 생각이고요. 추가로 비슷한 산업용 드론을 자체 개발하고 싶은데요.”

서종수 사장은 드론을 개발하라는 말에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드론 개발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이제 막 시작단계니까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당장 만들라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산업용 드론이 왜 필요하신 겁니까? 지난번 대형 볼로콥터도 그렇고 뭔가 무거운 화물을 옮기시려는가 보죠?”

“예, 맞아요. 화물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그런 조건에서 그러니까, 산악지형에서 화물 운반 그런 작업에 필요해서 말이죠.”

“음, 앞으로도 그런 드론 수요가 있다면 저희가 그쪽부터 개발하는 것도 좋겠죠.”

수요야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총액으로 계산하면 100조 원에 달하는 황금발굴 사업에 투자되는 거니까 말이다. 야마시타 골드의 양도 엄청나고, 비밀 유지를 위해서 황금발굴 작업은 나 혼자 해야 하니까,

드론이든 로봇이든, 사람이 아닌 자동화된 기술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면 스바딜파리 같은 동물이라도 말이다.

“꼭 드론이 필요한 건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산악지형에서 화물 운송이 가능한 로봇들도 괜찮고요.”

“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자동차로는 어려운 그런 곳들 말이군요?”

“맞아요. 세진 로보틱스의 오현준 사장님하고도 대학 동기시니까 친하실 거 아닙니까? 둘 분이 힘을 합쳐서 드론이든 로봇이든, 아니면 드론형 로봇이든 제가 원하는 화물 운송장치를 좀 개발해 보세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테니 말입니다.”

돈이라면 걱정 말라는 말에, 서종수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일견, 막무가내로 황당한 부탁을 하는 것 같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그 어떤 말보다도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자본주의 시대에는 그 어떤 것도 명분이 되는 것이다. 서종수 사장도 야마시타 골드에 대해서라면 전혀 모르겠지만, 내가 해외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충 짐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드론이든 로봇이든 개발하라는 말에도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투자를 하시겠다면 한 번 개발해 보겠습니다.”

“좋아요. 일단 시작해 봅시다.”

실제로 화물용 드론 개발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되면, 야마시타 골드 발굴작업에 도움이 될 테고, 그게 아니어도 신기술 개발로 드론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의 일을 두 명에게 부탁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다시 리우데자네이루로 출발했다.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리나 다 글로리아.

“아, 그래, 거기..거기..와, 시원하다, 시원해..”

“사장님은 그런데 한국에서 뭘 하셨길래, 이렇게 허리가 아프시다는 거예요?”

“그러게 말이야. 한국에서 잘 지내고 왔는데. 다시 브라질에 오니까, 좀 피곤했었나 봐. 비행기 여행이 좀 오래 걸리잖아.”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리아 다 글로리아에 정박해 있는 플라잉 폭스의 안마실.

에니카에게 나는 허리 쪽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브라질까지 오는 데는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했지만,

오자마자,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진짜 허리가 아프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았다. 다시 땅을 파고 무거운 황금상자를 나르고 하려니까, 일도 시작하기 전에 나의 무의식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오자마자, 플라잉 폭스에서 에니카와 한나에게 번갈아 가며 마사지부터 받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은 어떻게 지냈어요?”

“솔직히, 저희들은 파라다이스죠.”

“파라다이스?”

“예, 여기 승무원들은 다 크로아티아 출신이잖아요. 아시죠?”

“그거야, 그렇게 알고 있지.”

“크로아티아도 좋은 나라지만, 브라질은 놀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특히 리우데자네이루는 클럽들도 많고요.”

“크..클럽?”

“예, 남미 사람들은 동유럽 사람들하고는 달라서 정말 화끈하다고요. 밤문화도 발달해서 여기서는 낮잠을 자고 밤이 돼야 본격적으로 활동하니까요.”

“크로아티아는 안 그래?”

“거기도 밤문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일부고요. 대부분은 저녁이 되면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든요. 아무튼, 사장님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기하라고 해서, 대기 중이라 할 일도 없고요. 이 멋진 최고급 호화 요트에서 지내면서 밤에는 클럽에 놀러 다니고, 그러면서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고 말이에요. 정말, 천국에서 사는 기분이죠.”

뭐야? 이거 그러고 보니, 초호화 요트에, 월급에 거기에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낭만적인 휴양 도시에서 머무르며 재미를 보는 건, 플라잉 폭스의 승무원들이잖아? 그것도 내 돈으로 말이야? 다 내 돈으로 산 건데, 배도 내 돈, 월급도 내 돈, 배의 유지비며 여기서 먹는 식재료들도 다 내 돈이고 말이야?

상상이 되었다. 에니카가 클럽에서 섹시한 춤을 추며 브라질의 느끼한 라티노들 사이에서 뜨거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장면 말이다.

언뜻 보면 금발에 키도 크고 스웨덴의 모델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미모의 에니카와 한나가 리우데자네이루의 나이트클럽에 나타나면 아마, 난리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광란의 파티를 밤새도록 벌였다는 것인가?

“아무튼, 사장님이 돌아오셔서 너무 기뻐요.”

에니카의 입술에 귀에 닿을 듯 가까이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그래?”

“예, 리우데자네이루도 좋지만, 조금 지루했었거든요. 사장님이 다시 오셨으니, 이제 또 항해를 하러 가는 거겠죠?”

“물론이지. 그러니까, 에니카도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할 거라고.”

“이미 하고 있잖아요.”

에니카의 부드러운 손길이 목덜미를 나긋나긋 주무르기 시작하자, 나도 에니카의 파라다이스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파라다이스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브라질은 천국 같은 곳이야.”

“후후, 정말, 그렇죠?”

안마실을 나와 갑판으로 올라가자, 선장이 볼로콥터들을 조립하고 있었다.

“조립은 잘 되고 있나요?”

“예, 설명서를 보고 조립을 했는데, 잘 된 건가요?”

사실은 나도 잘 모르지만, 대충 조립은 잘 된 것 같았다. 볼로 드론에서 구매한 대형 화물운반용 드론인 볼로콥터 3대도 브라질로 미리 보내졌었고, 선장이 내 지시에 따라 조립을 완료해 놓은 상태였다.

작은 헬리콥터와도 비슷한데, 플라잉 폭스에는 헬기 착륙장이 두 곳이나 있기 때문에 볼로콥터를 시험비행하기에도 좋았다.

충천까지 다 마친 상황이라, 리모컨으로 시동을 걸자 볼로콥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승무원들도 신기한 듯 드론을 쳐다보고, 마리아 다 글로리아 계류 중인 다른 요트들에 있던 사람들도 대형 드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드론이 저렇게 큰가?”

“플라잉 폭스라는 저 배가 한국의 억만장자 소유라더니, 저 드론도 그 억만장자의 장난감인가 본데.”

“저게 한국인이 주인이야? 한국이 그렇게 부자나라였나? 한국이라면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아니었어?”

“아냐, 한국이 요새 얼마나 발전했는데, 반도체도 잘 만들고, 자동차에 휴대폰에, 그리고 K팝도 얼마나 유명한데, 첨단 기술도 발달해서 은근히 부자나라라고.”

“하기는 저런 초호와 요트를 소유한 사람이 있을 정도면 한국도 많이 발전한 모양이네.”

브라질 현지인인지, 아니면 외국인지 모를 사람들도 나의 드론 시험비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요트를 소유한 나름 부유한 사람들이었지만, 마리아 다 글로리아에서도 군계일학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잉 폭스의 소유자인 나에 대해서도 다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돈 많은 외국인 부자들에게도 그런 부러움 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다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잖아?

“드론 조립은 잘 된 것 같네요. 그럼, 내일은 자구아눔으로 출항하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최 사장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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