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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5/200)

비트코인

본격적으로 황금을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토굴 밖으로 도르래를 이용해서 황금을 옮기는 일은 전과 같았다. 처음에 쓰던 수동 도르래보다는 전동 도르래가 한결 효율성이 좋기는 했지만, 역시나 일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파워슈트 덕에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일단 동굴 입구까지 이동한 보물상자들을 산 아래로 나르는 일은 한국에서 가져온 볼로콥터를 이용해서 손쉽게 작업할 수 있었다.

“스바, 이거 물건이지 않냐?”

일거리가 없어진 스바딜파리는 동굴 입구에 세워둔 당근 자루 안의 당근을 씹어 먹고 있었다.

파워슈트를 입은 내가 좀 더 작은 상자에 옮겨 담은 야마시타 골드들은 동굴 앞쪽 빈공간에 대기 중인 볼로콥터로 산 아래 리조트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드론은 자율주행 방식으로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화물을 운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산 아래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을 반복할 필요도 없이 동굴에서 계속 작업과 휴식을 반복할 수 있었고, 이건 일의 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산 아래 리조트 주위에는 감시용 드론을 띄워 놓아서 수시로 바나나 섬 주위를 감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누가 섬에 들어와서 리조트 앞에 쌓아놓은 황금 상자들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인도인 이곳에 올 사람은 없지만, 혹시 낚시꾼들이나 아무튼, 뭐라도 있을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볼로 드론으로 일거리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황금을 발굴하는 작업은 극한의 노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보다 일이 쉬워져서인지 그다지 힘이 든다는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다.

거기에 이번에 찾은 황금의 양도, 코브라 섬의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이었다. 현금화를 하면 대략 10조 원 내외의 현금이 나의 계좌로 들어오는 것이다.

사실, 전에는 10조라는 돈이 그다지 현실감이 없어서, 그저 엄청난 돈이겠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돈을 쓰는 일에도 익숙해지다보니, 이제 돈으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사고, 원하는 일을 하고,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권력도 얻고 말이다.

“어때? 스바딜파리, 너도 이번 작업이 훨씬 할만하지?”

녀석은 당근 자루를 떠나지 않고 당근만 먹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볼로 드론의 최대수혜자는 스바딜파리인 것 같았다. 이제 녀석은 완전히 일거리가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뭐, 하지만 녀석도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이제 쉴 때도 된 거지. 그래 당근 많이 먹어라, 스바야...

그렇다고 해도 워낙 양이 많은 황금이라, 모두 리조트 지하창고로 안전하게 야마시타 골드를 옮기는 데는 일주일이 꼬박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전보다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일의 노동 강도도 많이 줄어서 황금발굴 작업을 다 마친 나는 바나나 섬의 리조트에서 며칠 더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리조트 앞의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가서 낚시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며칠 휴식기까지 갖은 후에, 슬슬 섬 생활도 즐겨워질 때쯤 플라잉 폭스가 돌아왔다.

***

제이제이 타워, 드림엔터테인먼트 본사.

“윤아영 전무는 유럽 출장 중이라고?”

“예, 민소희 씨랑, 유럽에서 영화 촬영 중이에요.”

“산토리니에서 말이야?”

“예, 산토리나도 있고, 거기 말고도 유럽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영화촬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그 영화가 그런 내용이잖아요. 한국의 가난한 여자가 유럽에서 억만장자를 만나서 로맨틱한 사랑을 하는 그런 거 말이에요.”

“그랬었나?”

제목이 산토리니의 사랑이라는 건 알았지만, 뭐, 시나리오를 자세하게 보지는 않아서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몰랐는데, 약간 한심한 내용이잖아?

여자들은 무슨 억만장자나 백마 탄 왕자 그런 걸 좋아하는 건가?

아니지...생각해 보면, 내가 억만장자잖아? 그렇다면 여자들이 나 같은 억만장자와의 사랑을 꿈꾼다는 거 아냐?

“여자들은 억만장자를 좋아하나 보죠?”

“물론이죠, 잘생긴 젠틀한 억만장자라면 어떤 여자가 싫어하겠어요? 안 그래요? 사장님.”

뭐, 잘생긴 젠틀한? 잘생겨야 억만장자도 인기가 있다는 거야? 음, 내 얼굴이 미남은 좀 아닌데, 아무려면 어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참 사장님, 브라질에 가셨던 일은 잘 되신 거예요?”

“물론이죠. 아주 잘 됐어요.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말입니다.”

바나나 섬에서 볼로콥터로 비교적 수월하게 발굴에 성공한 황금들은 컨테이너에 실려 다시 싱가포르까지 무사하게 화물선으로 운송이 되었고, 이번에도 김영석 사장의 금세탁으로 어렵지 않게 현금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

“김영석 사장님, 싱가포르 쪽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예, 한국에는 잘 돌아가셨죠. 마침,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홍콩 쪽에서 금을 모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참, 그런데 이번에는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떨까요?”

“비트코인 말입니까?”

김영석 사장 말로는 최근에 국제적인 암거래 시장에서 거래대금을 지불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가격이 많이 상승해서 다시 비트코인의 가치도 인정을 받는 상황이고요.”

“하긴, 일론 머스크도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다면서요?”

“일론 머스크야 신경 쓸 게 없지만, 아무래도 중국 자본들이 비트코인 거래를 많이 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라는 게 하루아침에도 가격 변동이 큰데 괜찮을까요?”

“대신에 자금 세탁을 하는 건 굉장히 쉬워지니까요.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홍콩의 금거래상들이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고려해서 더 고가로 매입하겠다고 하니까요.”

비트코인이라? 하긴, 이제 비트코인 가격이 7천만 원까지 올라서, 코인 하나가 금 1kg 정도의 가격이니 말이다.

“뭐,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대신 비트코인은 최대한 빨리 처분해서 현금화를 하도록 하세요. 가격이 오르면 좋겠지만 폭락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예, 그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문제가 생기지 않게 적당히 처리하겠습니다.”

비트코인이라? 하지만 큰 문제야 없겠지. 비트코인이든 돈세탁이든, 김영석은 꽤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코인 때문에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워낙에 큰 액수니까, 크게 신경쓸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

그리고 얼마 후 김영석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최 사장님, 황금매각 작업이 다 끝났습니다.”

“그래요? 이번에도 한 10조 정도인가요?”

“그게, 액수가 중간에 더 불었습니다.”

“중간에 불어요? 아니, 무슨 라면도 아니고 어디서 어떻게 불었다는 겁니까?”

“비트코인 말입니다. 코인으로 결제를 받았는데, 코인 가격이 그 며칠 사이에 상승을 해서 한 2조 정도 추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뭐야? 비트코인으로 받았다더니, 그게 또 그새 값이 오른 거야? 그것도 2조나?

원래, 코인으로 받은 원금의 가치가, 10조 정도니까, 20% 정도가 오른 것이었다. 사실, 뉴스에도 매일 나오는 비트코인의 등락 폭을 생각하면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원금이 워낙 커서, 무려 2조의 수익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역시, 나는 될 놈인가? 뭐, 기대하지도 않은 2조가 추가로 들어오는 거잖아?

행운의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뭔가 몸안에 행운이 축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적인 느김이 들었다.

“음, 잘된 일이군요. 김영석 사장도 수고했으니까, 천억은 보너스로 쓰세요.”

“예, 천억이나 말입니까?”

“2조가 거저 생겼는데, 그 정도 보너스는 드려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사장님.”

“나머지 돈들은 이번에도 차명 계좌로 보내주세요. 내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예, 내일까지는 모두 계좌로 입금이 될 겁니다.”

세상에 돈 버는 게 가장 쉽군, 가만히 앉아서...아니, 가만히 앉아서는 아니지만, 아무튼, 땅 좀 파고 한 2주 정도 고생해서 10조를 벌고, 또 보너스로 2조를 더 벌게 된 거잖아?

바나나 섬의 발굴 작업의 성과는 현금 12조의 보상으로 받게 된 것이다. 이걸로 가지고 있던 현금 10조에 더해, 현금만 22조쯤 되게 된 것 같았다.

내 통장들, 물론 차명 계좌로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나의 계좌들에 분산된 현금을 다 합치면 무려 22조가 넘는 것이다. 국내 1위의 재벌이라는 장태식 회장의 전체 자산이 30조 정도, 그것도 대부분은 대성 그룹의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힌 주식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소위 말하는 현금 부자로는 내가 한국 최고라는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유럽에 영화촬영은 잘 되고 있는 거야? 바나나 섬의 야마시타 골드를 처분하는 일도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았고, 슬슬 유럽에서 찍고 있다는 영화 제작 현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뭐, 궁금하면 가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 돈도 많겠다, 그리고 시간도 많았다. 물론, 학교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대학은 졸업장을 따고 스펙을 쌓으러 다니는 곳이 아니던가?

수업 좀 빼먹으면 어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점이 얼마든 내 계좌의 현금들이 나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교수님에 대한 예의는 아니니까, 핑계를 대고 수업을 좀 빠지겠다고 말씀은 드려야겠지?

***

문화 대학교 강의실.

“또, 수업에 불참을 하겠다고?”

“예, 그게 사업 문제로 해외 출장을 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휴학을 하지 그래? 보니까, 학교에 나오는 날보다 안 나오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최진수 군.”

“저, 그게..”

그래도 대학을 졸업은 해야 하니까, 학교를 휴학할 수는 없었다. 학점이야 어찌 되었든 일단 졸업은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하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냥 어디 졸업했다는 것뿐이지, 학점이 어떻냐고 묻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 식은 곤란해. 최진수 군이 돈 많은 재벌 3세라는 소문이 있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부당하게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결국, 여러 교수님을 찾아다녔지만, 레포트를 제출하는 걸로 출석을 대신하라는 분들도 있었고, 어림없다고 단칼에 거절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뭐, 하지만 교수님들에게 뇌물을 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레포트로 대체 가능한 과목은 레포트 제출을 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재수강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유럽을 갈 준비를 하러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손길이 느껴졌다.

뭐야? 누군데 내 어깨에 손을 턱 하니 올리는 거야?

“선배님, 최진수 선배님이시죠?”

이건, 민영민?

“영민이 네가 웬일이야? 아참, 여긴 학교지. 수업 들으러 온 거야?”

“저, 휴학했습니다.”

“휴학 왜?”

“유럽에 가려고요.”

“유럽?”

아니, 녀석이 유럽에는 왜? 설마?

“야, 너 유럽에는 왜 가는 거야?”

“왜긴 왜겠습니까? 소희 때문이죠. 아무래도 소희가 걱정된다고 소희 어머님이 저보고 유럽에 가보라고 하셔서. 마침, 저도 전부터 유럽 여행도 가고 싶었고, 겸사겸사 휴학까지 하고 한 번 가보려고요.”

“그래?”

“최진수 선배님도 유럽에 가실 거라고 하던데, 맞죠?”

“그건 어떻게 알았어?”

“교수님들 찾아다니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서요? 유럽 출장 때문에 당분간 수업 참석 못 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딱 듣고 유럽에 영화 찍는 곳에 가시려는 걸 알겠던데요. 어떻습니까? 저의 촉이?”

촉은 무슨? 아무튼, 민영민도 유럽에 간다는 말인가? 왠지 귀찮게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뭐 나를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민소희의 보디가드로 가는 모양인데, 내가 참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무슨 민영민이 전염병도 아니고 피해 다닐 이유는 없잖아?

“그래, 정말 촉이 좋은데. 마침 나도 유럽에 영화 촬영장에 가보려던 참이야. 내가 투자한 영화잖아. 촬영이 잘 되는지 문제는 없는지 좀 보고 와야지.”

물론, 재미 삼아 구경하러 간다는 것이 더 정확하기는 했다. 아무튼, 일단, 산토리니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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