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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자

문화대학교 강의실.

“와, 선배님 이거 파텍필립인가요?”

역시 명품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민영민 뿐이었다.

“진짜? 저게 파텍필립이야?”

“파텍필립이 뭔데?”

명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수 있다. 명품을 알아보고 감탄을 하거나,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고 힐난하거나, 아니면, 대체 그게 뭔지 알아보지 못하거나 말이다.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가의 시계로 명품 시계의 끝판왕,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의외로 파텍필립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만 해도 편의점 알바를 하던 시절에 남들의 시계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았고, 그저 풍문으로 롤렉스 정도는 들어봤지만, 그 외에는 어떤 시계가 유명하고 명품이라고 인정을 받는지도 몰랐었다. 파텍필립이라는 것도 들어 보지 못 했었고 말이다.

“야, 파텍필립 모르냐? 그게 명품 시계 중에서 끝판왕이야. 최고라는 거지, 가장 비싸고.”

파텍필립이 어쩌고 하는 목소리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비어있던 강의실 한구석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관심을 많이 보이는 건 역시, 여학생들이었다.

“진수 선배님, 그 시계가 명품이라는 거죠?”

“명품 정도가 아니라, 시계 중에 최고봉이라고. 그 위로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거지.”

민영민이 파텍필립에 대해서 약간 설명을 해주었다.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최고 등급의 명품 시계라고 말이다.

“그럼, 롤렉스보다 비싼 거예요?”

“롤렉스?”

민영민은 청치마를 입은 귀엽게 생긴 여학생을 힐끔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롤렉스는 그냥 서민 브랜드지,”

“서민 브랜드요?”

“그래, 파텍필립이 왕족, 아니, 황제 등급이라면, 롤렉스는 그냥 서민 등급이라고.”

“야, 민영민, 그건 아니지. 너 롤렉스는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거냐?”

“뭐,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파텍필립은 롤렉스와는 진짜 비교도 안 되는 최고 명품 시계라고.”

민영민 녀석은 마치 자기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말하고 있었다.

민영민은 원래 그런 녀석이기는 하다. 슈퍼카든 명품이든 고급의 럭셔리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하고, 그걸로 자기만족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명품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연예인들을 숭배하는 광적인 팬들과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일종의 착각에 빠진 것이다. 인간에게 이런 착각은 흔한 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축구 선수의 성공에 자신의 성공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말이다. 대표적인 것은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아닐까? 아무튼, 사랑이든 동경이든, 타인과 나는 같아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 뿐이다.

“그러면 진수 선배님 시계는, 가격이 얼마나 되는 거예요?”

“어, 뭐 그런 걸 물어. 그냥, 비싼 시계라고 해두지.”

“민영민 선배님은 저거 가격 모르세요?”

“그걸 민영민이 어떻게 알겠어? 자기 시계도 아닌데.”

민영민은 옆에서 들려오는 핀잔에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파텍필립 중에서도 최고가 시계는 20억이 넘는다고, 안 그런가요? 선배님.”

슈퍼카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인 민영민이었지만, 고급 시계에 대해서는 지식이 좀 부족한지, 민영민은 내 손목에 걸린 파텍필립이 최고가 시계인 그랜드 차임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냥, 고가의 파텍필립 라인 중에 비싼 녀석이겠거니 넘겨짚는 느낌이었다.

“뭐, 그렇지, 대충 그 정도라고 하더라고.”

나는 그냥 건성으로 대답했다. 속으로는 이게 370억짜리 그랜드 차임이라는 시계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면 다들 놀라 자빠지겠지? 하지만 순간적인 쾌감은 있겠지만 크게 보면 모양이 빠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고가의 명품을 가격까지 설명해주며 자랑하는 것은 너무 천박해 보이니까 말이다.

“와, 최진수 선배님은 마치 남의 시계처럼 말하시네요. 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더 궁금해지네. 검색을 한번 해 볼까?”

내가 가격에 대해서 얼버무리자, 궁금했던지 한 녀석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파텍필립이라...어, 이거 뭐야? 선배님이 차신 저 시계가 기사에 나왔네.”

“기사? 뉴스 말이야?”

“그래, 세계 최고가의 시계,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 한국인 사업가에게 판매가 되었다. 이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의 가격은 한화로 370억...사..삼백 칠..십억? 이라고?”

뭐야? 뉴스 기사?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 잠시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파테필립도 어디까지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기업이고, 자신들의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니까,

370억이라는 최고가로 파텍필립 제품이 판매되었다는 이야기를 함구하고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최고 명품 시계인 파텍필립 제품이 370억이라는 건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도 궁금해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내 이름이나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한국인 사업가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을 370억에 구입했다는 것과 함께, 세계 최고가의 시계가 된 그랜드 차임의 사진 같은 것들이 공개가 되었던 것이다.

“뭐, 정말이야? 저 시계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야? 그거라면 나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라고 말이야.”

민영민도 뉴스 기사를 확인해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강의실 뒤쪽에 모인 한 무리 대학생들 사이에서 탄식과 감탄, 그리고 당혹스러움과, 어떤 들뜸 같은 것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최진수 선배님, 정말, 이게 그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인가요? 그랜드 차임은 투 페이스 시계라고 하던데.”

“아, 그거? 맞아. 이걸 반대로 하면 이렇게 로즈버드라고 하나, 이렇게 좀 핑크핑크한 컬러가 나오고 말이야.”

“와, 진짜, 그랜드 차임인가 본데.”

민영민도 뉴스 기사에 나온 사진과 내가 차고 있는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와, 선배님, 이 기사 가짜뉴스는 아닌 것 같은데, 진짜, 370억에 이 시계를 사신 거예요?”

“하하, 뭐,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 누가 썼는지 이런 기사까지 나고 말이야.”

“와, 대박인데요. 제가 프랑스에서 선배님이 3600억짜리 대저택을 사는 것도 보고, 70억짜리 부가티를 사는 것도 봤지만, 이렇게 작은 손목시계 하나가 370억이라니, 정말 이거야말로 플렉스인데요.”

민영민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뭐, 별거는 아니야, 샤또 루이 14세도 그렇고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 산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도 예술품 수준의 가치가 있는 명품이라, 시간이 지나도 가격이 오히려 올라갈 거라고 하더라고.”

뭐,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투자개념으로 시계를 산 건 아니지만, 이 정도 명성을 가진 시계라면 나중에 되팔더라도 주인만 잘 만나면 이 정도 가격은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쉽게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선배님 아무튼,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이런 명품은 사진으로 남겨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뭐, 맘대로 해.”

민영민은 카메라를 꺼내 내 손목에 걸린 시계를 찍기 시작했다.

***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 한국인에게 팔렸다는 기사, 그것도 370억이라는 시계 역사상 최고가로 판매가 되었다는 사실은 온라인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서 대체, 누가 그런 미친 플렉스를 했는가를 놓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먼저 유명 연예인들이 그 후보군에 들었다. 평소에 명품을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 몇몇 남자 한류 스타급 배우들이 거론되었고, 그 후에는 돈이 많은 재벌가의 회장들이 거론되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네티즌 수사대가 민영민이 도산파파라치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을 찾아내면서 드디어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을 구매한 내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일부러 홍보를 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꽁꽁 숨길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네티즌 수사대가 내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의 주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어차피, 손목에 차고 다니려고 산 시계였다. 부가티 시론이든,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든, 어차피 자동차와 시계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 같은 진정한 부자라면 명품이든 뭐든 산 물건을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부자라면 말이다.

***

신사동 영진빌딩 진수의 펜트하우스.

“사장님 그러면, 영진빌딩의 펜트하우스에 계신 겁니까?”

“예, 하하, 원래 여기가 김영석 사장님이 살던 곳이죠? 사실 저도 이곳을 아지트로 잘 이용하고는 있지만 어떻습니까? 이제 김영석 사장님에게 돌려드릴까요?”

나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영진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김영석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김영석은 아직 법적인 문제로 한국에는 돌아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를 위해서 일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나도 야마시타 골드로 막대한 자산을 확보한 상태였다. 영진빌딩이 편하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건물들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 수고해준 김영석 사장을 위해 이 건물을 돌려줄 생각도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판 건물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저는 당분간은 한국에는 갈 수 없을 테니까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라는 시계를 사신 모양이군요?”

“하하, 쿠알라룸푸르에까지 소문이 난 건가요?”

“온라인으로 한국 기사들도 보고 있으니까요. 여기 교민 사회에서도 큰 화제입니다. 한국인 사업가, 그것도 아직 20대 초반인 최진수 사장님이 그런 최고가 시계를 구매했다고 말입니다. 다들 최진수 사장님이 누군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죠.”

“그래요?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낸 건가요?”

“전혀 모를 겁니다. 대충 아버지가 엄청난 자산가로 막대한 현금 자산을 가진 사업가라는 정도로 소문이 났을 뿐이죠. 사실, 저도 최진수 사장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습니까.”

내가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의 주인이라는 것을 찾아낸 네티즌 수사대조차도 나의 정확한 정체를 알아내지는 못 했다.

그저 초호화 요트인 플랑잉 폭스와 드림엔터테인먼트, 강남의 빌딩들을 소유한 자산가로 나이가 젊기 때문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일 거라는 풍문들,

아버지가 국내의 대재벌은 아닌 걸로 봐서,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한국계 투자가의 아들일 걸라는 막연한 추측 정도였다.

더러는 무진시 출신이라는 사람들이 내가 평범한 농부의 아들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370억짜리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이라는 세계 최고가 시계를 플렉스한 그 재벌 최진수가 시골 출신의 농부의 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대중들의 상식이었고,

그런 상식을 벗어나는 의견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내가 무진시 출신인데..’로 시작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때, 내가 무진시 출신인데 라고 시작하는 것이 인터넷상에서 유행어가 된 것이었다.

아무튼, 진실이라고 해도 자신의 머릿속의 생각과 다르다면 절대로 믿지 않는 인간의 심리적 결함 덕분에 네티즌 수사대조차도 나의 정확한 정체는 알아내지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에서는 나에 대한 신비로운 소문들이 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샤또 루이 14세를 인수한 것 때문에 사우디 왕가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워렌 버핏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도 소문이 끊이지 않고 말이다.

“아무튼, 사업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제 대성 이노베이션에 대한 악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래요?”

지난번에 말한 주가 조작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주가가 떨어질 때 우리 쪽에서 대성 이노베이션 주식을 인수하면 되겠군요?”

“예, 주식 인수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뭐, 복잡한 건 김영석 사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저는 대성 이노베이션의 대주주만 되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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