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브라질리안 잡 (111/200)

브라질리안 잡

브라질 자구아눔 제도.

세 번째 보물섬에서의 황금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세진 로보틱스의 파워슈트 외에 이카로스 항공에서 개발한 스파이더 드론이 추가로 투입되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데...

서종수 사장이 기대를 해도 좋을 거라고 했던 스파이더 드론은 역시 생각대로 작업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황금 동굴에서 전동 도르래를 이용해서 끌어올린 황금 상자들을 바로 스파이더 드론이 달라붙어서 동굴 아래의 리조트로 이동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일본군이 감추어둔 야마시타 골드의 양은 상당했다. 역시 산 중턱에 있는 자연동굴 안쪽을 파서 지하토굴을 만들어 둔 것이다.

황금의 양을 계산해보니, 대략 10조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일정한 황금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7개의 매장지에 균일하게 황금을 분산해둔 것 같았다.

역시, 그렇다면 앞으로도 브라질의 자구아눔 제도에서 30조 이상의 야마시타 골드가 더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아무튼, 엄청난 황금이었다. 물론 야마시타 골드로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벌고는 있었지만 그에 비례해서 나의 씀씀이도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뭐 어때? 다 인생을 즐기려고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건데..

스파이더 드론 덕분인지 작업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전에는 2주 정도 걸리던 작업이 1주일로 단축이 된 것이다.

대략 10조 원 가치의 야마시타 골드를 쿠알라룸프르로 보낼 컨테이너에 싣고 나는 잠시 자구아눔 제도에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자구아눔 제도, 자구아눔 본섬.

그동안은 야마시타 골드를 캐느라 브라질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업이 빨리 끝나서 모처럼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천국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자구아눔 본섬에는 리조트가 많이 개발되어 있어서, 브라질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근처의 마리나에 플라잉 폭스를 정박해 두고 자구아눔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치 체어에 누워 있는 내 옆에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스웨덴 미녀, 에니카와 한나가 역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장님은 수영 안 하세요?”

“수영? 뭐, 별로, 난 그냥 여기서 에니카와 한나가 수영하는 걸 보는 게 더 좋은데.”

그건 사실이었다. 1주일 동안, 보물을 찾고 나르고 하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나니 몸의 여기저기 쑤시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탈진을 해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귀차니즘적인 나의 태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자본주의 시대의 왕, 진짜 돈이 많은 자산가였던 것이다.

아직, 계좌에는 1조 5천억 정도의 현금이 있었고, 지난 1주일간의 작업으로 다시 10조 이상의 자산이 확보된 것이다.

나는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리조트의 직원들을 부리며 식사도 하고 맥주나 와인도 마시며 뜨거운 남국의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맥주를 더 드릴까요?”

“시원한 걸로..”

날씨가 더워서인지 와인보다는 시원한 맥주가 더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도 해변은 나름 선선한 바닷바람도 불고 있었고, 그게 아니어도 비키니를 입은 세계 각국의 미녀들을 감상하는 메리트가 있었다.

리조트 직원이 가져온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시원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몸 안의 열기를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해변의 풍광도 좋지만 노트북으로 한국의 소식도 보고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게 참 대단한 발명품인 것이, 이렇게 이국적인 브라질의 어느 섬나라에서도 한국의 소식들을 다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 뭘 보고 계세요?”

“한국어로 된 뉴스.”

“무슨 내용인데요?”

에니카는 황금빛 금발 머리와 잘 어울리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비키니 차림이었다. 북유럽, 아니 동유럽 출신이라 그런지 약간 더위를 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자주 물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 아무튼, 아직 물기가 채 마르지 않는 에니카의 몸에서는 어딘지 싱그러운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이번에 내가 인수한 회사 기사야?”

“어머, 정말요? 뭐 하는 회사인데요?”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지, 전기차에도 쓰고, 여기저기, 드론이나 아무튼, 이제 미래는 배터리의 시대가 될 거야.”

에니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렇게 생각해?”

“그럼요. 저도 브라질에서 최 사장님의 뉴스를 보고 있다고요.”

말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소문이라는 것은 굉장히 속도가 빠르다.

내가 유럽을 돌아, 한국을 거쳐 브라질로 되돌아 왔을 때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정박 중이던 플라잉 폭스에서도 내가 유럽에서 빈 살만이 살던, 최고급 주택을 구입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물론, 플라잉 폭스의 크루들은 그런 나의 플렉스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워낙에 이런 호화 요트의 주인들이라는 것이 다들 엄청난 부자들, 그중에서도 남의 눈치 안 보고 돈을 펑펑 쓰는 일종의 졸부들 내지는 중동의 왕족들이 많은 법이니까 말이다.

“나에 대해서?”

“그 시계도 엄청 비싼 거라면서요?”

에니카는 나의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하하, 그런 것도 알고 있군.”

고가의 파텍필립도 있고, 그게 아니어도 내가 플라잉 폭스의 주인이라는 것은 이곳 자구아눔 제도의 사람들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었다.

아주 젊은 동양인 남자가 금발의 늘씬한 미녀 두 명과 항상 해변을 돌아다니는 것도 눈에 뜨이고 말이다.

사실 브라질같이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경호원은 필수였다. 그래서 브라질 현지 보디가드를 고용해서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는 항상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고는 있었다.

물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서 내가 해변을 산책하거나 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해변의 햇살을 강렬했지만, 요새는 노트북도 기술이 좋아져서인지 해변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화면은 선명한 편이었다.

내가 관심을 두고 보는 기사는 대성 이노베이션의 주주 총회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참석해도 좋았겠지만, 난 더 중요한 일을 위해서 브라질에 있었고 이번 주주 총회는 이동준 상무가 나의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총에서는 무난하게 이동준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회사의 이름도 내가 원하던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으로 변경을 결의하고 말이다.

자구아눔의 아름다운 백사장에서 해변의 경치를 눈으로 즐기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최진수 사장님, 주주 총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동준 상무, 아니 이제는 사장님이군요. 이동준 사장님도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의 CEO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하하, 다 최진수 사장님 덕분이죠. 그나저나 이제 배터리 결함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발표를 할까요?”

“주주 총회도 끝나고, 사명도 교체하기로 했으니까 지금이 좋겠네요.”

장태식 회장이 퍼뜨린 루머인 배터리 결함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가 조작을 위해서 대성 이노베이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을 했던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내막을 알고 있는 것은 극소수의 임원들뿐이었다. 그리고 장태식 회장과 나도 알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장태식 회장과의 거래는 끝난 셈이었고, 이제 다시 주가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윤아영 전무의 주식도 주가를 회복해야 하고 말이다.

“그 배터리 결함이야 없던 거니까 상관없지만 앞으로 새로운 신기술을 더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제 전기차를 비롯해서 2차 전지 사업은 본격적으로 전쟁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전쟁요?”

“예, 국가들 간의 전쟁은 아니지만 이제 글로벌 기업들 간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두고 말이죠?”

“예,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될 겁니다.”

“나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끼리 소송전도 벌어지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앞으로 몇 년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주도권을 쥐게 될 찬스가 될 겁니다.”

“바꿔 말하면, 그 기회를 놓치면 시장에서 주류가 될 기회는 사라지는 거겠군요?”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초기에 주도권을 잡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나중에 후발 주자가 기존의 판세를 뒤엎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이 필요한데, 그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고대의 전쟁에서도 성을 지키는 쪽이 공격하는 쪽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힘이 비슷하면 지키는 쪽을 공격하는 쪽이 이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성을 쌓고 요새를 구축하는 전략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효율적인 방어 전략이 된 것이다.

물론 현대의 기업환경은 성을 쌓고 철통같이 지키는 고대의 전술과는 차이가 많다. 하지만 시장에 먼저 진입해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후발주자들을 기다리는 쪽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전기차와 관련된 배터리는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막 시작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 브라질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으니까 말입니다.”

“브라질에서 말입니까?”

“예, 10조 정도 투자할 여유 자금이 생겼습니다.”

“10조 원 말인가요?”

“그 정도면 새로운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충분한 자금이 되지 않겠습니까?”

“10조라면 충분한 돈이죠. 정말 그 자금을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에 투자하신다는 거죠?”

“저도 배터리 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니까요.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에 돌아가서 하기로 하죠.”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국에서의 사업은 순항 중이었다. 대성, 아니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은 이동준 사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일단 안정적인 운영을 하게 될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추가로 수십 조의 자금을 더 투자해서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까지 개발한다면,

조만간 확대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전화를 끊고 나자, 다시 에니카가 다가왔다.

“굉장히 바쁘신가 봐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사장님 좋으시겠어요. 브라질에서 이렇게 실컷 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에서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고 있잖아요.”

“하하,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도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에니카는 그다지 진지하게 듣고 있지는 않았다. 비단 에니카 뿐만 아니라 플라잉 폭스의 크루들도 그렇고 주변의 브라질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주기적으로 브라질에서 놀러 오는 아시아의 젊은 재벌이라고 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브라질에는 즐기러 오는 것보다는 일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라는 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나름의 고됨이 있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1주일 정도 빡세게 일을 하고 10조 이상을 벌어가는 것이니, 브라질에 오는 것이 고된 노동인 동시에 즐거운 유희라고도 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무인도에서 황금이 묻혀진 황금 동굴을 발견할 때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다소 고된 노동의 순간, 그리고 그 후에는 천국 같은 휴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어깨가 굳어있는 것 같은데 마사지 좀 해드릴까요?”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나서 맥주의 쌉싸름한 맛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에니카의 달콤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전속 마사지사답게 나의 어깨 쪽 근육들을 부드러운 손길로 확인해 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세계적인 재벌치고는 항상 어깨가 많이 뭉쳐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에니키가 필요한 거잖아. 말로만 그러지 말고, 어깨 좀 마사지해 줘.”

“그럴까요?”

에니카는 어딘지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베드에 엎드리자 에니카의 달콤한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무심하게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브라질 남자가 부러운 듯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남자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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