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한남동, 하이엔드 레스토랑, 솔베이지
신성자동차그릅의 김동혁 사장도 한남동의 고급 빌라에 살고 있다고 했다.
“프레스티지 힐 말이군요.”
“예, 최진수 사장님도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물론, 잘 알고 잇습니다. 한남동을 대표하는 고급빌라라고 할 수 있죠.”
프레스티지 힐이라면, 김덕수 소장이 살고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덕수 소장님을 만나러 몇 번 갔던 일이 있어서 익숙한 곳이었다.
그때 듣기로 대기업 회장들도 많이 산다고 하더니, 신성자동차의 김동혁 사장도 그곳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프레스티지 힐이라면 조용한 느낌의 고급 빌라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규모가 빌라라고 하기에는 큰 편이라 아담한 아파트 단지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한 곳이었다.
빌라와 아파트의 장점을 잘 살린 빌라형 아파트 정도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최진수 사장님도 한남동에 사신다고요?”
“예, 유엔빌리지 쪽에 센트럴 파르크라는 신축 빌라입니다.”
“아, 거기라면 저도 많이 들어본 곳이군요. 사실, 괜찮은 고급 빌라가 지어졌다고 해도 저도 한 번 관심을 가졌던 곳입니다.”
“하하, 그래요? 그러면 이웃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하지만 가격도 너무 비싸고 저는 보안이 좀 잘 된 곳이 더 좋더군요. 아무래도 대기업을 운영하다보니까, 여러 가지로 신경쓰이는 일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한남동 프레스티지 힐이라면 최고 등급의 빌라인 것은 맞지만, 재벌들이나 연예인들이 이 빌라를 선호하는 것은 마치 고대의 성처럼 빌라 주위가 철저하게 보안이 이루어지는 이 빌라형 아파트의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유엔빌리지의 작은 규모의 빌라들에 비해서 언덕 위쪽이라 한강뷰도 부족하고 어떤 의미에서 조금 답답한 느낌도 있는 곳이지만, 전망 좋은 한강뷰보다는 안전과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선택한 곳이 바로 프레스티지 힐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고급 빌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성공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취향에도 잘 맞는 곳이고 말이다. 옆집에 연예인 누가 살고, 같은 동에 어떤 대기업 회장님이 산다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저를 만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는데 역시 배터리 문제 때문입니까?”
대충 식사도 마치고 와인 잔을 기울이면서 본격적이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뭐, 그것도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원통형 배터리 개발 문제라면 이미 실무진에서 많은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니까요. 그 문제라면 보고를 받아서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준 사장이 무슨 보고서와 사업 계획서 그런 것들을 보내 주기는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아서 읽어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행운의 과자를 먹으면서 이번 사업을 진행할 지를 점을 쳐보았던 것이다. 행운의 과자의 결론은 신성자동차와의 사업을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예, 분량이 많아서 밤새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큰 문제는 없고, 사업의 전망도 밝아 보이더군요.”
“하하,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는 합의를 하는 걸로 할까요?”
“좋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문제는 실무진이 처리할 겁니다.”
김동혁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그 문제보다도 개인적으로 최진수 사장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예?”
나를 만나고 싶었던 다른 이유가?
“태식이 형, 그러니까, 장태식 대성그룹 회장님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라는 말이 있더군요.”
뭐지? 이 녀석도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건가?
“장태식 회장님과는 인연이 좀 있죠. 김동혁 회장님도 친하신가보군요? 태식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니 말입니다.”
40대 초반의 장태시 회장보다도 김동혁은 두 살이 어리다. 전형적인 재벌 3세형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 아버지인, 김호중 회장님이 건재해서 그룹의 회장까지는 아니지만, 그룹 내의 핵심 기업인 신성자동차를 맡고 있는 사실상의 그룹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재벌 3세들 간에는 서로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소위 말하는 강남의 고급 사립 유치원에서부 인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런 사립 유치원과 초중등 학교를 동문으로 다니면서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많은 것이다.
김동혁 사장과 장태식 회장이라면 국내 1위와 2위의 재벌기업의 후계자들로 나이도 두 살 터울이니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았다.
“장태식 회장님과는 사석에는 형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최근에 상속세금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하하, 뭐, 그렇다고 하더군요. 상속세가 상당하니까요.”
뭔가 장태식 회장과의 뒷거래를 알고 있다는 뉘앙스였지만 내가 먼저 말을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장태식 회장님이 큰 도움을 받은 걸로 압니다. 물론, 최진수 사장님은 그 덕에 대성, 아니 이제는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이군요.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을 인수하게 되신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주식을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사실이기는 합니다.”
김동혁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장태식 회장님이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충 내막은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고요. 그 문제는 그 정도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관심이 있는 건 최진수 사장님의 자금력입니다.”
“자금력요?”
뭐야? 내 돈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야? 이 녀석도 돈을 빌리겠다는 건가? 장태식 회장처럼?
“예, 정확하게 돈의 출처까지는 모르겠지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신다는 것은 대충 파악을 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재벌기업과 명동의 사채시장의 큰손들은 교류가 많았었죠.”
“사채시장의 큰손요?”
“예, 최진수 사장님도 이번에 장태식 회장님과 거래를 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대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다양한 변수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자금이 필요할 때가 많죠.”
“돈이야, 은행에서 빌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그게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정석대로만 되지 않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는 대기업들이 은행보다는 명동의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끌어왔던 시절도 있었죠.”
“사채업자들이 그 정도로 돈이 많았나요?”
“사채업자의 돈이라기보다는 당대의 권력자들의 돈이었죠.”
“권력자들의 돈요?”
김동혁 사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정부패가 심하던 시절이라, 권력자들이 받는 뇌물의 수준도 상상을 초월하던 시절이죠. 그렇게 축적된 부정한 검은돈들이 몰려든 곳이 명동의 사채시장이었고, 그곳의 큰손들은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었던 겁니다. 한국의 모든 부는 권력자들에게 몰리던 시절이라, 그 막대한 자금이 대기업의 사업 혹은 비자금으로도 쓰이던 시절이 있었죠.”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물로 모은 돈을 은행에 맡길 수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것도 예전 일이고 이제는 그런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그런 비합법적인 자금도 필요하겠네요?”
“물론입니다. 장태식 회장님도 그런 케이스 아닙니까? 사업을 하면서 수시로 다양한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상황도 많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최진수 사장님의 자금력은 굉장히 흥미로운 대상이죠.”
“하하, 외람된 말이지만, 아직 상속문제 같은 것은 없으시지 않나요?”
“다행스럽게도 아버님은 건강하시니까요. 하지만 저도 하고 싶은 사업이 좀 있기는 합니다.”
“사업요? 배터리 사업 말고 다른 분야 말인가요?”
“예, 사실은 자동차사업 말고, 신성그룹에는 다양한 계열사들이 있습니다. 건설도 있고요.”
“신성건설은 유명한 곳이죠.”
“그 신성건설에서 최근에 투자 컨소시엄을 통해서 여수 경도 해양 리조트 개발 계획을 수주했습니다.”
“여수요?”
여수라면? 여수 밤빠다...거기 아닌가?
밤다가 유명한 항구 도시쯤 되려나? 그런데 신성건설에서 해양 리조트를?
“여수 일대는 아름다운 풍광이 멋진 곳이죠. 그리고 남해안에 위치해서 섬들이 많아서 해상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좋은 입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럴 것도 같네요. 남해 쪽은 굉장히 아름다운 바다와 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연적인 조건은 그리스 같은 곳들에 못지않은 좋은 조건이지만, 우리나라의 남해안은 양식업이나 어업 정도를 하는 정도죠. 관광객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와도 특별히 소비를 하거나 즐길 거리가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신성그룹에서 해상 리조트를 개발하겠다는 거군요?”
“예, 하지만 주체가 신성그룹은 아닙니다. 투자 컨소시엄이 자금을 대고 우리는 건설 기술력이 있으니까, 리조트 건설을 진행하려던 거였죠.”
“역시, 자금 문제인가요?”
“예, 개발 과정에서 좀 트러블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투자 컨소시엄 쪽에서는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거니까요. 장기적인 해상 리조트 개발보다는 당장 수익이 나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겁니다. 분양하면 바로 투자금을 뺄 수 있는 그런 건물들 말입니다.”
“해운대 쪽에도 그런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많죠?”
“예, 하지만 지차체나 주민들은 반대 입장이죠. 경치좋은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 분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처음에 기획한 해상 리조트라는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거든요.”
“그래요?”
“뭐, 초창기에 주민들에게 투자 설명회를 할 때는 싱가포르의 센토사 같은 고급 해상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었죠.”
센토사라면 나도 가본 적이 있는 곳이다. 지난 번에 싱가포르의 센토사에서 플라잉 폭스를 구매했으니까 말이다. 그 때, 플라잉 폭스가 정박해 있던 센토사 일대는 마리나와 고급 리조트, 그리고 빌라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해양 리조트 타운이라고 할 수 있었고,
센토사 빌리지의 one 15 마리나 클럽은 아시아 최대의 요트 마리나라고 알려져 있었다. 대략 3백 척 이상의 요트들이 정박하고 있는 모습은 흡사 하얀 성벽과도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국적인 풍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에 센토사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된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센토사 빌리지는 그런 화려하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있는 방문지가 된 곳이었다. 김동혁 사장 말로는 여수 앞쪽에 경도라고 불리는 큰 섬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대략 65만 평 상당의 부지를 개발해서 요트 마리나도 만들고 해상 레포츠 시설도 건설해서 요트를 타고 경도와 여수 일대에서 해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해상 리조트 단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여수 일대는 요트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을 유치하면서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처럼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여수 주민들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 같은 곳처럼 말이죠?”
“예, 산토리니도 가보셨겠죠? 최근에 개봉한 영화도 있었죠. 최진수 사장님이 투자를 하신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김동혁 사장은 나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구입한 플라잉 폭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그 외에도 베니티의 수프림 클래식 132 요트를 소유한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도 마리나에 투자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대형 요트도 가지고 계시고 요트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하하, 부산이라면 해운대 수영만 마리나 말이군요. 제가 동진 마리나 개발이라는 곳의 지분을 갖고 있기는 하죠.”
예전에 플라잉 폭스의 계류 시설이 필요해서 동진 마리나 개발에 2천억을 투자했던 일이 있었다. 수영만 마리나 개발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동진 마리나 개발의 서기호 사장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기는 했는데, 플라잉 폭스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장기 체류 중이라 그다지 부산에는 신경을 쓰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해상 리조트 개발에 투자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여수 밤바다, 아니 여수 경도에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