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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위상 (115/200)

달라진 위상

뜬금없는 투자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을 들어보면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신성그룹의 후계자 김동혁 사장이 나에게 여수 앞의 경도라는 섬에 싱가포르의 센토사와 같은 해양 리조트 단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럼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원래 최초의 사업 계획에 필요한 개발비가 1조 5천억이었습니다. 사실, 여수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죠. 인구가 28만 정도라고 하는데, 그마나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여수시에도 이 경도 개발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거죠.”

“1조 5천억요?”

이번에 야마시타 골드를 매각해 손에 넣은 자금이 15조, 거기에 전에 있던 1조 5천억을 합쳐서 지금 내가 가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은 대략 16조 5천억, 원래는 10조 정도로 추산되었던 야마시타 골드였지만 이번에는 그 도지코인인지 하는 코인이 급등하는 덕에 공짜로 5조 정도가 더 생긴 것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행운의 보너스 5조를 받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이 돈은 내 맘대로 좀 헤프게 쓰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뭐, 그게 아니어도 이미 돈을 펑펑 쓰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예, 사실, 투자 컨소시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냈지만 여수 경도 해양 리조트가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확실하게 미래가 보장된 곳은 아닙니다. 일종의 도전에 가깝죠.”

“음, 그러니까. 투자 컨소시엄은 당초에 계획을 수정해서 고층 아파트를 더 짓자는 말이 나온 거군요?”

“예, 여수 쪽은 지금 아파트 공급이 과도한 수준이죠. 분양가나 매매가도 상당히 높고요. 여수 인구는 감소추세라고 하는데, 여수의 자연경관이 좋아서 서울 같은 외지인들이 아파트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 같아도 여수 같은 곳에 아파트 하나 사두고 가끔 놀러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1조 5천억을 투자하겠다던 투자 컨소시엄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서 돈이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한 마리나와 해양 레포츠 시설에 투자를 줄이고 고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걸 원하고 있었고, 애초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해상 리조트 단지를 기대했던 지자체나 주민들은 그걸 반대하면서 사업이 무산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결국, 돈 문제군요.”

김동혁은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계획대로 1조 5천억을 투자하면 그럴듯한 마리나와 해상 리조트 단지가 탄생할 것 같은데, 투자 컨소시엄의 생각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저에게 투자 제안을 하시는 거군요?”

“현금을 많이 가진 분이라는 말도 들었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호화 대형 요트를 보유하신 분 아닙니까? 요트와 마리나 개발에도 이미 투자를 하셨다는 것도 알고요.”

김동혁은 자기도 한국의 요트 문화가 발달하지 못 한 것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동혁도 유럽이나 중국에만 가도 요트 마리나에서 요트를 즐기는 부자들이 많은데,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서 그런 호와 요트에 거부감도 있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아무튼, 1조 5천억이라면 작지 않은 돈이었다. 아니 어마무시한 돈이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말이다. 물론 내가 가진 현금 자산에 비하면 10분이 1정도의 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기에 이번에 도지코인으로 야마시타 골드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얻은 뜻밖의 행운의 수익이 5조나 된다.

돈을 워낙 쉽게 벌다보니, 약간은 돈에 관한 감각이 이상해져버린 것도 있었다.

남들처럼 코인에 기를 쓰고 투자를 한 것도 아닌데 홍콩의 금거래상들에게서 대금으로 도지코인 결제를 받고 일주일 동안 환전하는 동안 5조 원이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1조 5천억 쯤이야 하는 호기로운 기분도 들고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나이는 40대 초반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재계 2위의 신성그룹의 자동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혁 사장이었다. 단지, 젊은 CEO가 아니라 신성그룹의 후계자로 실질적인 신성그룹의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김동혁이 지금 나에게 1조 5천억을 투자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아주 저자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알바생, 인기없는 복학생에 불과했던 나에게 예전 같으면 만나는 걸 꿈도 꿀 수 없었던 재벌 3세 경영인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 제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동혁 사장과 형동생 사이라는 장태식 회장 같은 경우에도 재계 1위의 대성그룹의 경영승계를 위해서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렸고 그걸 갚기 위해 대성 이노베이션이라는 미래 산업을 나에게 넘겨주기도 했고 말이다.

행운의 과자 덕분에 나라는 인간의 클라스가 무한대로 치솟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이제 내노라는 재벌들도 나의 재력을 알아보고 중요한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제안할 정도니 말이다.

그래, 나쁘지 않은 기분인데..

“좋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예? 그러면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1조 5천억 정도의 돈이라면 저에게는 그리 큰 돈은 아니니까요.”

“하하, 1조 5천억이 크지 않은 돈이라? 역시 듣던 대로 어마무시한 재력을 가지신 분인가요?”

나도 내 입으로 말해놓고도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조 5천억이 큰 돈이 아니라니? 갑자기 왠 허세를 이렇게 부리는 거야?

아니지, 1조 5천억이 크지 않는 돈이라는 말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는 허세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야마시타 골드를 꾸준히 발굴해서 한 번에 10조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행운의 과자를 통해서 나의 자산은 안전한 고수익의 투자처에 꾸준히 투자가 되고 있었다.

최근에 계좌의 현금 자산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사실상의 자산은 더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예상하지도 못 하고 의도하지도 않았던 도지코인의 폭등으로 5조의 현금이 더 들어오기도 하고 말이다.

돈에 대해서라면 나처럼 끝없이 행운이 함께 하는 투자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투자는 성공의 연속일 것이고 말이다.

가진 자산이 이미 30조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 앞으로도 수백조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데, 1조 5천억은 정말 껌값? 물론, 1조 5천억으로 껌을 사면 작은 섬 하나 크기의 껌이 나올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말 나에게 1조 5천억을 투자하는 것은 아무 부담이 없는 액수인 것은 확실했다.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뭐, 하지만 처음 듣는 투자 제안에 투자를 바로 하는 건 제 원칙에는 어긋나는 일이라, 하루정도 시간을 주시죠.”

“하루요? 하루만에 검토가 가능하십니까?”

투자 제안을 했던 김동혁 사장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나에게 검토할 자료들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결정하는데 하루면 충분하다는 말에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뭐, 그다지 큰 사업도 아닌 것 같은데 오랫동안 생각할 건 없죠. 하루면 충분합니다.”

“음, 뭐. 투자는 최진수 사장님 판단으로 하는 것이고 자금도 최 사장님의 돈이니까요. 원하는대로 하시죠.”

***

제이제이타워 드림엔터테인먼트 사장실.

“여수요?”

“그래, 여수는 밤바다가 유명하다면서요?”

윤아영에게 여수에 한 번 같이 가자고 떠보고 있었다.

“어머, 사장님 응큼하게 여수까지 왜 같이 가자는 거예요?”

“사실은 말이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동혁 사장을 만나고 온 일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장태식 회장에 관한 일들은 빼놓고 말했다.

“정말요? 신성자동차 김동혁 사장님을 만나서 여수 경도라는 섬에 투자를 제안받았다는 말이잖아요?”

“그래, 그렇다니까요. 1조 5천억 정도를 투자하면 괜찬은 해양 리조트 단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마리나도 크게 만들고 말이죠.”

“마리나라면 요트 정박하는 시설을요?”

“어때요? 여수에 그런 게 생기면 멋질 것 같지 않아요. 예전에 싱가로프에 가봤는데, 거기에 센토사 빌리지라는 곳이 딱 그런 곳이었거든요. 유명한 요트 마리나에 수백 척의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하얀 성벽처럼 아주 이국적이고 멋지더라고요. 그것 때문인지 관광객들도 몰리고 그 동네 부동산 가격도 비싸서, 최고급 빌라들도 즐비하고 말이죠.”

“뭐, 저는 사실 여수는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노래는 많이 들었지만...”

“그러니까. 시간 있으면 당일치기로 한 번 다녀오자는 거죠. 나도 투자를 하려면 실제로 어떤지 좀 봐야 할 거 아니겠어요?”

“혼자 다녀오시면 되잖아요?”

“혼자서 무슨 재미예요? 그러지 말고 차타고 드라이브 겸 한 번 다녀옵시다.”

“드라이브요? 뭐, 그 당일로 다녀오는 거라면 괜찮겠네요.”

“하하 그래요. 같이 가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뭘 타고 갈까?

최근에는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에 빠져서 가는 곳마다 타고 다녀서 약간 질린감이 있었다. 그게 아니면 페라리도 있고, 아니면 지방에 가는 거니까 오프로드도 생각해서 벤테이가를 타고 갈까?

행복한 고민이기는 했다. 고급 차들이 너무 많아서 뭘 타고 가야할지 고민이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도 있고, 하지만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들은 장거리 운전에는 좀 불편하다. 운전하는 나도 그렇고 옆자리에 윤아영을 태우고 가려면 윤아영도 불편할 테고 말이다.

거기에 지방이라 도로 사정이 어떨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포드 F150을 끌고 갈수도 없고 말이야..은근 이것도 고민이네...

그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시사회 장에서 만났던 한영 모터스의 이진석 사장이 준 명함이었다.

고급 슈퍼카들을 수입하는 업체라고 하는데, 언제 한번 방문해달라고 했었던 것이다.

마침, 여수로 갈 때 타고갈 새차가 필요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여수 한 번 가자고 새차를 산다는 것도 좀 이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나 정도 부자라면 이 정도 플렉스는 할 수 있는 거잖아?

***

강남, 한영 모터스 매장.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최진수 사장님. 뉴스에서 대성 이노베이션의 새 주인이 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하, 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 보고 있습니다.”

“대단한 재력가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설마, 대성 이노베이션 같은 대기업을 그렇게 장악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장태식 회장님이 가지고 있던 계열사 아닙니까?”

이진석 사장은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대성 이노베이션은 시가 총액 기준으로 50조에 달하는 회사다. 떨어졌던 주가도 다시 회복되고 있으니까, 시가총액 50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일이다. 직원 수도 1만 명 이상으로 2차 전지 같은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치고는 직원들도 많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대성 이노베이션의 주인이 하루아침 사이에 바뀌었다고 할 수 있으니, 재계는 물론이고 이진석 같은 사업가들에게도 놀라운 뉴스로 받아들여지는 모야이었다.

“대성 이노베이션은 이제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거들먹거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막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상, 나 같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우쭐되게 되는 것을 자제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재벌가에서 태어났다면 나름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체하는 훈련도 받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군대에 입대하고 복학 후에도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던 나에게는 겸손을 따로 배울 시간은 없었다.

겸손하지 않더라도 누구 앞에서 잘난척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타고난 인생이 겸손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행운의 과자 덕분에 어마무시한 자산가가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하하,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요. 사실은 차가 필요해서 여길 방문한 겁니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이미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를 가지고 계신 최진수 사장님이 만족하실 그런 차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부가티는 부가티고, 다른 차들도 훌륭한 것 같은데요. 사실은 내일 여수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여수요?”

“예, 그쪽에 투자 제의를 받았죠. 여수에 해양 리조트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나에게 1조 5천억 정도를 투자해 달라고 말입니다.”

“와, 역시 클라스가 다르시군요. 그런데 차가 필요하시다는 건가요?”

“여수는 지방이라 아무래도 부가티나 페라리 같은 차는 좀 불편할 것 같아서요. 잘은 모르겠지만 개발 예정지가 경도라는 섬이라는데, 그 주변도 보고 그러려면 오프로드도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음, 그러시군요. 그런 이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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