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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물

여수 경도를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와서 김동혁 사장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원래는 행운의 과자를 한번 먹어보고 결정을 할 생각이었지만, 여수에 가보니 굳이 이번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 하더라도 한 번 멋진 해양 리조트를 개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지코인으로 번 5조의 돈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게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최진수 사장님이시군요? 여수에 다녀오셨는데, 벌써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요. 여수에 가서 경도 개발 예정지를 보고 왔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변 경관도 멋지고 무엇보다 바다와 섬들이 잘 어우려져서 요트 마리나와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 투자 결정을 내리신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1조 5천억의 투자 비용은 제가 투자하기로 하죠.”

“하하, 역시 대단하신 분이군요. 여수에 한 번 가보고 그런 결정을 내리시다니 말입니다.”

“어차피, 저에게 1조 5천억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도의 자금입니다.”

“예? 뭐, 그 정도인가요? 하지만 경도 해양 리조트 개발도 장기적으로 보면 유망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들이 잘 되고 있으니까요. 당장 수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겠죠?”

“처음에 김동혁 사장님도 말씀하셨듯이 싱가포르의 센토사나 아니면 지중해의 산토리니 같은 바다를 테마로 멋진 관광 자원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아파트 같은 것은 서울이든 어디든 이미 충분한 거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일단 1조 5천억의 투자 계획은 결정이 되었다. 돈 문제라면 계좌에 충분한 돈이 있었고, 실무적인 문제는 이제 내 손을 떠나 이 문제를 처리해줄 실무진에게 맞기면 될 일이었다.

***

해운대, 수영만 마리나. 동진 마리나 개발 사무소.

노란색의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마리나 쪽으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최 사장님.”

수영만 마리나 사업을 진행한 동진건설의 서기호 사장이 나의 마중을 나와 있었다.

“조금 늦었네요. 서기호 사장님에게서 마리나가 완공되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래저래 바빠서 말이죠.”

“하하, 아직, 공사가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주변에 컨벤션 센터는 아직 공사중이니까요.”

“아무튼, 마리나가 멋지네요. 이제는 제 플라잉 폭스도 정박할 수 있겠습니다.”

해운대의 마리나는 재개발을 하면서 전과 달리 경기용 요트뿐만 아니라 중대형, 그리고 초대형 요트들의 계류시설도 확보하고 있었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플라잉 폭스가 언제 오는지 저도 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플라잉 폭스를 왜요?”

“엄청난 규모의 초대형 호화 요트 아닙니까? 그런 요트가 있으면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되기도 하고요. 우리 마리나에도 그런 대형 요트가 계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마리나의 품격도 높아지고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플라잉 폭스라면 당분간 브라질에서 더 대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야마시타 골드를 채굴하는 작업이 많이 남아 있었고 설사 그 작업이 끝나더라도, 그 후에는 필리핀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필리핀의 작은 섬들에 남아 있는 야마시카 골드의 양도 상당하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그 문제로 온 건 아니고, 수영만 일대는 대충 개발이 마무리가 된 모양이군요?”

“예, 아직 컨벤션 센터는 완공까지 시간이 좀 걸리겟지만 연말까지는 완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그럴 것 같군요. 사실은 동진 마리나 개발에 사업을 하나 더 맡기고 싶은대요.”

“사업요?”

서기호 사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사업을 말입니까?”

“여수 쪽에 1조 5천억을 투자해서 마리나와 해상 리조트 단지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여수에 말인가요? 그거라면 경도라는 섬에 마리나와 해상 리조트를 개발할 거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기호 사장도 같은 동종 업종이라 그런지 여수의 마리나 건설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예, 사정이 있어서 다른 투자 컨소시엄의 투자가 중단되고 제가 그걸 다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하하, 그러시군요. 아무튼, 젊으신 분이 대단하시네요. 동진 마리나 개발의 지분을 인수하셔서 수영만 마리나 개발을 추진하신 것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눈앞의 수익이 나오는 사업은 아닌데 말입니다.”

“장기 투자라고 할 수 있죠. 마리나와 요트 관련된 일들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서기호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하긴, 돈은 어마어마하게 많으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대성그룹에서 배터리 사업도 인수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부산에서 마리나 사업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으시군요.”

“뉴스를 보는 정도입니다. 최진수 사장님이 대단하신 거죠. 여기 부산에서도 소문이 다 들려올 정도니까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 해운대는 주상복합 아파트들도 많고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대도시라 뭔가 현대적인 마리나 느낌인데, 여수는 좀 그에 비해서는 자연친화적인 그런 마리나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싱가포르의 센토사 같은 느낌보다는 산토리니 같은 조용한 그런 분위기의 마리나를 말입니다.”

사실,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멋진 바다와 마리나를 보여주는 센토사 빌리지와 흡사한 곳은 여수보다는 이곳 해운대 일대의 마리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말입니까?”

“예, 산토리니에 가 본적이 있는데, 요트를 즐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더군요. 물론, 대규모의 마리나나 리조트가 개발된 곳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조용한 바닷가의 마을 같은 곳이죠. 물론 관광객들이 많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여수 쪽의 마리나 사업을 맡아 달라는 건가요?”

“주요 건설은 신성건설에서 맡아서 할 겁니다. 하지만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나니까요,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건 제가 주도를 할 생각입니다. 기존의 개발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꼭 그대로 할 생각은 없고 새롭게 추가할 건 추가하고 뺄 건 빼면서 내 취향의 해양 리조트 단지를 만들 생각입니다.”

서기호 사장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건설이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마리나 개발이나 관리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동진 마리나 개발 수준의 기업은 드물다고 할 수 있었다.

워낙에 마리나라는 것이 드물고, 전국에 산재한 마리나들은 대부분 소형급의 작은 규모로 대형 마리나를 개발한 곳은 이번에 수영만 마리나를 재개발한 동진 마리나 개발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저로서는 좋은 기회인 것 같네요. 마침, 해운대 쪽의 주요 공사는 마무리가 되어서 좀 여유가 있기도 하고요.”

“여수 쪽은 당장 급하게 개발할 건 아니고 이제부터 계획을 세워서 투자를 할 생각이니까요. 한 번 천천히 전체적인 개발 사업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리나가 확장되어서 정말 큰 요트들도 있고 그랬으면 좋기는 하겠군요.”

***

광진구, 동현빌딩. 베네티 코리아 본사.

“요트를요?”

“예, 플라잉 폭스급의 대형 요트를 한 더 사고 싶은데요.”

이성호 사장은 잠시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플라잉 폭스 수준의 메가 요트를 한 척 더 구매하시겠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와, 정말, 최진수 사장님의 재력이 대단하시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실 줄이야. 세계적인 부자들이 호화 요트들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척 정도를 운용하는 정도죠. 개인이 플라잉 폭스 수준의 메가 요트를 두 척이나 가지고 있다는 건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래요? 하하, 뭐,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니고요. 앞으로 여수에 해상 리조트 단지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여수에 말인가요? 경도에 마리나를 비롯해서 리조트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사업을 말하시는 건가요?”

“예, 동종업계의 일이라 정보가 빠르시군요.”

“아무래도 마리나가 건설된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었죠. 그런데 개발 비용도 상당해서 진척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 사업을 최진수 사장님이 하신다는 겁니까?”

“예, 요트나 마리나에 투자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사실 저 같은 진짜 부자들이 투자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더군요.”

“진짜 부자요?”

진짜 부자라는 말에 이성호 사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나와 해상 리조트 개발에 1조 5천억을 투자하고, 메가 요트도 한 대 더 살 정도로 여유 자금이 있는 진짜 부자 말이죠.”

1조 5천억을 투자한다는 말에 이성호 사장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시는 겁니까? 최진수 사장님이요?”

“예,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대주주로 있는 부산의 동진 마리나 개발도 참여하고 건설 문제는 기존의 신성건설이 맡기로 했죠.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화려하고 멋진 마리나와 해상 리조트 시설이 들어설 겁니다.”

그리고 메가 요트급의 요트를 하나 더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플라잉 폭스가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브라질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배라는 특성상, 브라질 정도의 거리를 왕복하려면 몇 달이 걸리고 현실적으로 브라질에서의 야마시타 골드 채굴이 끝날 때까지는 플라잉 복스는 리우데자네이루와 자구아눔 제도에 머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브라질에서의 작업이 끝나더라도 그다음은 필리핀에서도 남은 야마시타 골드를 찾아야 한다.

필리핀의 경우에는 여러 섬들에 산재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양으로 보면 30조 정도의 야마시타 골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플라잉 폭스는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서 구매한 것이기도 해서 그 용도로 계속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유럽에 가보니까, 산토리니도 그렇고 지중해라는 곳이 바다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잔잔한 내해로 요트를 즐기기에는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얀 요트와 푸른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미녀, 이 모든 것은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이번에 도지코인으로 5조를 거저 벌었기 때문에, 뭔가 나를 위해서 선물 같은 걸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물론, 아주 큰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요트 한 척을 더 구매해서 좀 한국의 요트 문화도 활성화해볼까 하는 생각이죠. 유럽에도 한 번 가볼 생각이고요. 지중해 같은 곳 말입니다.”

“그러시군요.”

이성호 사장은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성호 사장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역시, 최진수 사장님은 운이 좋으시군요.”

“하하, 제가요?”

물론, 나의 운이야 타고 났다고 할 수 있지. 행운의 여신, 티케의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야말로 최고의 행운아 중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었다...그런데 뭐가 운이 좋다는 거야?

“마침, 저희 베네티 요트의 이탈리아 본사에서 새로운 메가 요트를 판매 중입니다. 임페리얼급 요트죠.”

“임페리얼급요?”

“베네티는 상업적인 고급 요트 생산 회사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베테니 코리아 대표를 하는 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이 조선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고급 요트는 생산하지 못 하죠. 그 이유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왠 퀴즈야?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면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조선 강국이다. 일찍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건조한 나라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기 위해 어떤 회장님이 외국에 차관을 빌리러 가서 거북선 그림을 보여줬다는 일화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배를 만드는 기술은 최고인 한국이 초호와 요트는 만들지 못 하는 이유라면? 아마도 고급스러운 내장재를 만드는 쪽이 부족해서 일 것 같았다. 배는 잘 만들어도 보통 고급 요트라는 것은 배라기보다는 호텔에 가까운 면이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소유한 플라잉 폭스도 거대한 크기의 배이기도 하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호화로운 고급 호텔에 와 있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배였다. 아무래도 그런 사치스런 가구나 실내 인테리어 내장재 자재는 이탈리아가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새로 짓는 고급 빌라나 아파트에도 이태리 자재들이 많이 수입되니까 말이다.

“아마, 배보다는 내부 인테리너를 꾸미는 문제 때문이겠죠. 럭셔리하고 명품으로 잔뜩 채워 넣어야 하는데 어차피, 그런 자재들은 유럽에서 수입해야 하니까, 한국에서 만드는 건 메리트가 없겠죠.”

“하하, 맞습니다. 정확하십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초호와 요트라면 유럽, 그 중에서도 명품의 본고장 이탈리아가 최고수준인데, 이번에 소개시켜 드릴 요트는 그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요트 브랜드 베테니의 최상위 라인인 임페리얼급 요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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