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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하여 (118/200)

대의를 위하여

임페리얼급이라? 황제급이라면 최상위 수준의 배라는 건가? 플라잉 폭스급의 초대형 요트 말이다.

“그러면, 플라잉 폭스급의 초대형 요트라는 건가요?”

“하하, 그건 아닙니다. 임페리얼급의 베테니 슈퍼요트는 선체 길이를 기준으로 107미터 수준이죠.”

“107미터라? 플라잉 폭스가 137미터 정도인데, 그렇게 큰 배는 아니군요?”

선체 길이가 4분의 3수준이라면 전체 크기로 비교하자면 플라잉 폭스보다는 꽤 차이가 나는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플라잉 폭스급의 배와 비교를 하자면 물론 작은 사이즈지만, 107미터 라면 지난번에 구매하신 베네티 수프림 클래식 132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긴 대형 요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긴, 플라잉 폭스가 워낙 큰 배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계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초대형 요트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대형 선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플라잉 폭스보다는 작지만 어지간한 슈퍼요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형 요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등급도 임페리얼급이라는 등급을 매겨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사고 싶은 것은 플라잉 폭스와 비슷한 체급의 초대형 요트였다.

“글쎄요. 좀 애매하네요. 플라잉 폭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보다 더 작은 요트는 좀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말입니다.”

“하하, 그렇기는 하겠군요. 하지만 지난번에도 말씀을 드린 것 같은데 플라잉 폭스급의 초대형 요트는 고급 요트 회사에서도 생산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주문 생산을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베네티의 임페리얼급 요트의 가격이 2억 유로 정도니까요. 한화로 하면 2천 6백억 정도죠. 기업에서 판매용으로 대량생산하는 모델로는 최고 수준입니다. 그보단 더 큰 배들은 직접 조선소를 통해서 주문 생산을 하는 방식이라 건조 비용도 더 크게 증가하는 편이죠.”

“가격 차이도 상당하다는 말이겠죠?”

“임페리얼급의 요트가 107미터 정도인데, 2억 유로 수준이라면, 130미터 이상의 요트라면 직접 주문 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4억 유로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명품들이나 슈퍼카들도 그렇지만 슈퍼요트 그리고 메가요트들이라면 수요가 적을수록 가격도 그에 비례해서 급등하겠죠.”

플라잉 폭스급의 초요화 요트를 구매하려면 한화로 7천억 정도 이상의 비용도 필요하고, 조선소에 주문을 해서 배를 자체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간도 몇 년이 걸릴 거라는 말이었다. 그보다는 쉽게 초대형 요트를 구매하는 방법은 기존의 초대형 요트를 구매하는 것인데,

이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가격 면에서는 큰 차이는 없으면서 그 정도 중고 매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초대형 요트를 사는 일도 쉽지는 않네요?”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시면 베네티의 임페리얼급 요트를 구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임페리얼급 요트는 당장 구매할 수 있는 겁니까?”

“사실은,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님이 최진수 사장님을 초대하고 싶어 하십니다.”

“누구요? 빈센조?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요.”

“하하,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님은 아지무트 베네티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십니다.”

“베네티의 이탈리아 본사 회장님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베테니 그룹은 아시아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지역의 거점을 찾고 있죠.”

“요트 사업을 할 아시아 지역의 거점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포에리오 회장님은 시장인 큰 중국을 염두해 두고 있었지만, 최근에 한국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요? 좀 의외네요. 한국은 요트 산업이 발달한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 말인가요?”

“일단, 요트 사업, 특히 고급 요트 사업에는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승무원과 선장 문제죠.”

“승무원과 선장요?”

“예, 최진수 사장님이 플라잉 폭스를 구입하셨을 때도 단순히 배만 구매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했다. 플라잉 폭스는 워낙 거대한 배라, 내가 가진 요트 면허 정도로 운행을 할 수 있는 배는 분명히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배를 구매했을 때부터 선장과 승무원들을 동시에 계약하는 방식으로 배를 인수한 것이었다.

“배를 운행할 승무원들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성호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요트를 운행하려면 당연히 선장도 필요하고요, 배의 수준에 따라서 배의 관리 인력과 더 대형 요트라면 요리사와 청소 인력 같은 것도 필요하죠.”

“마사지사들도 필요하지 않나요?”

한나와 에니카는 훌륭한 마사지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승무원들도 모두 크로아티아 출신들로 내가 얼핏 듣기로는 크로아티아의 조선소에서부터 플라잉 폭스에 탑승해서 장기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하, 뭐, 그런 부수적인 인력들도 있어야겠죠. 아무튼, 고급 요트는 단지 배만 팔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장과 크루들을 관리하는 인력 관리 사업이라는 측면이 강하죠.”

“그렇게 수준 높은 승무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은 좀 곤란하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공산주의 국가니까요. 그리고 국가의 이미지라는 것도 좀 있죠. 고급 요트를 관리하는 승무원들은 그 자체로 럭셔리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베네티 본사에서는 중국보다는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허브로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진수 사장님의 최근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죠.”

“나의 행보에 말입니까?”

“예, 아시아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요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는 평가고, 이미 플라잉 폭스 같은 최고급 대형 요트를 소유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유럽에 대저택이나 부가티, 파텍필립 같은 최고 명품들을 사들이는 엄청난 자산가라는 소문도 있기 때문에, 고급 요트 업체인 베네티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번 이탈리아로 초대를 하고 싶다는 거죠.”

“이탈리아라면 어디로 말입니까?”

“지금 베네티의 대형 요트들을 생산하는 곳은 피렌체 근처의 비아레지오라는 항구 도시입니다.”

“그런 곳도 있었나요? 비아레지오?”

“원래는 일반적인 선박들을 만들던 조선소가 있던 곳이죠. 이탈리아 특히, 북부 지역은 예전부터 기계공업이나 조선업, 자동차 산업 등이 발달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조선업 같은 경우에는 2천년대 들어서 대부분 한국이나 중국 같은 아시아 지역의 조선소들에 밀려서 몰락의 길을 걸었죠. 비아레지오의 조선소들도 대부분 재정 악화와 수주 감소로 파산 상태였습니다. 특히 비아레지오를 대표하던 대형 조선소 세크가 2002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도산하면서 이탈리아의 조선업도 큰 타격을 받았죠.”

“조선 산업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 완전히 망한 세크를 다시 인수했던 것이 베네티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요트 제조 업체들이었죠. 워낙 덩치가 큰 조선소였기 때문에 12개의 업체가 컨소시엄 형식으로 세크를 인수해서 일반 상선을 만들던 조선소를 고급 요트, 그중에서도 중대형 요트 생산을 위한 설비로 변신을 시킨 겁니다.”

“생각대로 사업이 잘 진행된 모양이군요?”

“예, 조선 산업 붕괴를 우려한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도 있었고, 고급 요트 시장도 마침 대형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거죠. 지금은 비아레지오를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레저 선박 업체와 1000개 이상의 부품 공급 업체가 이 일대에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규모가 상당하겠군요?”

“전세계 레저용 요트의 22%를 이 지역에서 생산한다고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최고급 요트 비중으로 치면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집니다.”

이성호 사장 말로는 유럽 지역에서 플라잉 폭스 급의 초대형 요트는 이탈리아 동쪽인 아드리아해에 접한 크로아티아 지역의 대형 조선소에서 생산이 되지만, 그보다 좀 작은 중형 내지는 베네티의 임페리얼급 요트들은 이탈리아의 서쪽 바다인 티레니아해에 접한 비아레지오가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즈무트 베네티는 비아레지오를 대표하는 고급 요트 회사라고 했다.

“아무튼, 비아레지오에서 멀지 않은 피렌체에 빈센조 포에리에 회장의 멋진 별장이 있죠.”

“정말, 저를 이탈리아로 초대하는 겁니까?”

“예, 요트 사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말입니다.”

“요트 산업이라? 제가 관심이 있는 건 고급 요트죠. 사업적으로 호기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의 요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한 번 이탈리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지난번에 여수에 가면서 윤아영에게 이탈리아에 가보자고 했었는데 말이다. 진짜 이탈리아에 여행을 갈 기회가 온 것이다.

음, 윤아영과 단둘이 이탈리아에 출장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상상이 되었다. 아름다운 아드리아해...

아니, 티레니아해라고 했었나? 아무튼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유서 깊은 피렌체 같은 낭만적인 도시들을 윤아영과 여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베네티의 조선소도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임페리얼급인지 황제급인지 하는 요트도 구입을 하고 말이다.

솔직히 이성호 사장이 제안한 요트 사업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윤아영 같은 미녀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갈 좋은 찬스였다.

***

강남 사거리 제이제이타워 드림 엔터테인먼트 본사.

“정말 이탈리아에 가자고요?”

“그래요? 피렌체에 사업차 출장을 갈 일이 생겼어요.”

“피렌체요? 거기는 왜요?”

“빈센조 포레리에라고 아즈무즈 베테니라는 요트 회사의 회장이 나를 한 번 이탈리아로 초대하고 싶다는 겁니다.”

“아즈무즈 베네티요?”

“유명한 요트 회사죠. 나도 베네티의 수프림 클래식 132라는 요트를 가지고 있기도 해요.”

“플라잉 폭스 말고 다른 요트도 있으세요?”

“예, 지금은 해운대 쪽에 정박해 있죠. 플라잉 폭스보다는 작은 요트예요. 길이가 40미터 정도니까.”

“그래요? 40미터면 그렇게 작은 요트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가격도 상당할 것 같고요.”

“하하, 싼 배는 아니죠. 플라잉 폭스와 비교는 안 되지만, 그것도 200억이 넘는 슈퍼요트니까요.”

“정말요? 그런 비싼 요트를 그냥 부산에 세워두기만 하신다는 거예요? 아깝다.”

“그러게 말입니다. 나 같은 사람들은 돈보다는 시간이 더 부족한 것 같아요. 요트가 있어도 탈 시간이 없으니 말이에요.”

“그거 지금 자랑하시는 거죠?”

“하하, 자랑은요? 그나저나, 어때요? 나는 이번에 이탈리아에 가서 베네티의 조선소도 구경하고 그쪽하고 고급 요트 사업도 구상해 보려고 하는데 말이에요.”

“정말, 요트 사업을 해보시려고요.”

물론, 그런 생각은 아직 없었다. 그냥, 핑곗김에 윤아영과 이탈리아 여행이나 해볼까 하는 그런 정도?

“물론이죠. 한국은 지금 조선산업이 위기 아닙니까, 기존의 중소형 조선소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같은 나라에 점차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거든요.”

“그래요? 배를 만드는 조선소는 어떤지 전혀 관심이 없어서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조선업 중에 단순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도태되고 특별한 기술력이 있는 곳이라면 살아남겠죠. 우리가 노려볼 만한 곳은 경쟁력이 떨어져서 도태되는 중소형 조선사 쪽입니다.”

“왜요?”

“그런 망해가는 조선사와 시설을 싸게 인수해서 고급 요트를 생산하는 거죠.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그런 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즈무트 베네티도 그런 대표적인 회사고요.”

“음, 그게 가능할까요?”

“하하, 자본주의 시대 아닙니까? 사업을 위한 자금은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기술 같은 것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죠. 고급 요트를 제작하는 기술은 유럽이 최고죠. 그들의 기술력과 나의 자금력 그리고 한국의 조선 산업이 시너지를 내는 기회를 얻을 찬스인 겁니다. 어때요? 아영 씨, 한국의 조선 산업을 위해서 같이 이탈리아로 가는 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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