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요트
이탈리아 피렌체,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의 별장.
“최진수라고 합니다.”
“환영합니다. 옆에 계신 아름다운 미녀분도 말입니다.”
“윤아영 전무는 저의 사업을 도와주는 파트너죠.”
“하하, 꽃처럼 아픔다운 분이군요. 사실은 이 피렌체도 꽃의 도시라는 의미죠.”
“오면서 봤는데, 아름다운 도시더군요. 고풍스럽고 말입니다.”
“르네상스 이후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죠. 다 빈치가 살던 곳이기도 하고요.”
“오, 그런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면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천재 아닙니다?”
포에리오 회장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르네상스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물론이고 과학자로서도 최고였으니까요.”
“그렇겠군요.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포에리오 회장님도 시대를 앞서간 그런 천재 중에 한 분 아니신가요?”
“하하, 제가요? 뭐,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은 50대 중반 정도의 미중년 스타일의 남자였다. 선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고는 하는데, 이성호 사장 말로는 주로 규모가 작은 고급 요트를 만들던 베네티를 비아레지오의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대형 요트 생산 회사로 성공시킨 인물이라고 했다.
재벌가의 후계자쯤 되는 인물이지만 물려받은 사업을 크게 확장시킨 인물로 수완이 좋은 사업가라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으시다면서요?”
“한국과 이탈리아는 공통점이 많죠. 반도국가라는 것도 그렇고 조선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도 수십 년 전의 이탈리아에도 있었던 일이니까요.”
“이성호 사장에게 듣기로는 베네티는 오히려 이탈리아 조선업의 위기를 잘 이용해서 성공한 사례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위기는 기회죠. 이탈리아는 사실 고대로부터 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편이었죠. 로마시대에는 지중해로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시기고, 지중해는 로마인의 바다라고 불리었으니까요. 하지만 2천년대가 되면서 아시아의 조선소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이탈리아나 유럽의 조선 산업에 타격을 주었었죠.”
“한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시차는 좀 있지만, 한국도 이제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죠.”
“그래서 말입니다. 이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거기다 아시아는 새롭게 고급 소비재의 시장으로 떠오르는 곳이죠.”
“그건 그럴 겁니다. 한국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돈 많은 상류층들은 남들과 차별화되는 소비를 하고 싶어야죠. 고가의 와인들도 많이 팔리고요. 물론, 프랑스 와인이 인기가 있기는 하지만요.”
“하하, 이탈리아 와인도 훌륭하죠. 한국도 이탈리아서 만든 슈퍼카들이 많이 팔린다고 하더군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 이태리 슈퍼카들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니까요. 자동차에 페라리가 있다면 바다에는 베네티 요트가 있다고 하던데 맞는 표현인가요?”
“페라리와 베네티의 고객들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건 사실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의 행운아들이죠. 막대한 자산을 가진 사업가들 말입니다.”
“물론, 그렇죠. 저도 돈을 어떻게 버느냐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가 더 걱정입니다. 자본주의 시대는 대량 생산을 하고 있지만, 극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아이템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하하, 맞습니다. 재밌는 일이죠. 저는 이 사업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서 젊은 시절부터 요트를 파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부자들은 더 많아지고 그에 따라 고급 요트들의 수요가 많아진다는 걸 깨달았죠.”
“세상이 글로벌화하면서 부가 편중되는 거겠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더 넓어졌고 마르코폴로가 베네치아를 떠날 때와는 다른 시대니까요.”
“맞습니다. 한국이라면 중국과 이웃한 나라죠?”
“하하, 뭐,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좀 유감이죠. 중국에서 황사라는 모래 먼지가 엄청나게 날아오거든요.”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아무튼, 마르코폴로의 시대만 해도 중국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몇 년 혹은 수십 년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을 떠나야 했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아시아에서 유럽 간의 교역도 늘어났고, 우리 아즈무트 베네티의 주요 고객들도 아시아의 부자들이죠.”
“포에리오 회장님의 사업은 더 번창하겠군요.”
“그렇죠, 오히려 유럽보다 고급 대형 요트를 찾는 사람들은 아시아의 부자들이죠. 아무래도 자본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빈부격차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부자들에 관심이 많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고, 누군가 부자가 된다면 누군가는 가난해진다는 말이겠죠.”
보통은 그런 포에리오 회장의 말도 맞겠지만,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는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착취하고는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 때문에 더 가난해질 사람들은 없다는 말이다.
물론, 따지고 보자면 야마시타 골드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착취한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이미 그것은 거의 7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일이었고 나와도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난 단지 행운의 과자의 힘으로 막대한 황금을 찾아낸 것뿐이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역설적으로 대형요트 사업은 호황일 거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각종 자산 가치가 폭등을 하고 있죠. 비트코인도 그렇고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이탈리아의 부동산도 미치듯이 치솟고 있고 부동산만이 아니에요. 고가의 미술품과 보석들, 최고급 명품들도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죠.”
“이탈리아는 호황인가요?”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실업률도 치솟고, 최근에는 나라 전체의 경제도 약해지고 있죠. 젊은 실업자들이 많아요.”
“특이한 일이군요. 경제는 안 좋은데, 자산들은 폭등한다?”
“유동성 때문이죠. 최진수 사장님 같은 분들 말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을 사고 고급 자동차에 미술품, 그리고 좋은 와인과 미녀들까지 값진 것들은 뭐든 돈으로 사들이고 있죠. 안 그런가요?”
“하하, 제가 마치 전세계적인 부동산 폭등의 주범처럼 말하시는군요?”
“어느 정도는 사실이죠. 미지의 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부자들이 유럽의 부동산을 폭등시키고 있으니까요. 물론 정체불명이라는 건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말입니다.”
“베네티 같은 회사는 고객이 어떻게 돈이 벌었는지까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포에이오 회장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나는 사업가지 경제학자는 아니니까요. 전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심이 있지는 않습니다. 나의 관심사라면 어떻게 요트를 팔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요트가 많이 팔릴까? 하는 정도죠.”
“미래에는 어떤 요트가 많이 팔릴까요?”
“최근의 추세를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무서울 정도입니다. 나 정도 나이의 사람들은 더욱 그런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죠. 80년대나 90년대에 비해서 2천년대 이후의 변화의 속도,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빠르니까요.”
“요트 시장에도 변화가 크겠죠?”
“물론입니다. 예전에는 부자들이라고 해도 40미터 정도의 슈퍼요트 이상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더 큰 배들이 있었지만 상선이나 유람선이었지 개인 요트라는 것이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았죠. 하지만 점점 배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플라잉 폭스 같은 초대형 요트들도 나오고 있죠. 사실, 130미터 이상은 요트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하하, 아무튼 요트는 요트죠. 좀 크기가 클 뿐입니다.”
“나도 약간 구식이라 그런 요트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었죠. 초대형 요트들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초대형 요트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신 건가요?”
“생각이 바뀐지는 꽤 되었죠. 아즈무트 베테티의 최상급 고객들이 어느 순간부터 베네티 요트로는 만족을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베네티의 임페리얼 등급의 요트보다 더 큰 걸 원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비아레지오의 조선 시설로는 107미터짜리 임페리얼 요트가 한계죠. 조선 시설도 그렇고 부품 공급 업체들도 딱 그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럼, 저에게 제안하겠다는 요트 사업은 임페리얼 등급을 넘어서는 초대형 요트 사업을 말하시는 건가요?”
“하하,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아시겠지만, 최고급 요트 사업은 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능력도 중요하죠.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급 호텔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기존의 조선업체들도 요트 시장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 하고 있죠.”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급 요트를 생산하는 아지무트 베테니도 초대형 요트를 생산한 경험은 없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부자들, 기존의 상식을 깨는 슈퍼 리치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나, 일론 머스크, 최진수 사장님 같은 분들이죠.”
“하하, 저까지 거기에 끼워주시는 건가요?”
“뭐, 이미 플라잉 폭스를 보유하고 있으시고, 베네티 코리아의 이상호 사장에게 듣기로는 한국에서 대기업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경영권도 장악하신 걸로 알고 있고, 그 외에 부동산이나 영화제작,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에 마리나 건설도 하고 계시고요.”
뭐야? 이 녀석도 나에 대해서 많은 걸 조사하고 있었군, 물론, 이성호 사장에게 들은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빈센조 포에이오 회장도 내가 가진 자산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요트나 마리나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신 걸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최근 요트 산업계의 화두는 대형화죠. 수퍼 리치들,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 리치들이 늘어나면서 거대한 초대형 요트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요. 최진수 사장님도 베네티의 임페리얼급 요트를 넘어서는 초대형 요트를 가지고 계시고, 추가로 그 정도의 요트를 찾고 있으시지 않나요?”
이성호 사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그 내용대로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플라잉 폭스는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기 위해서 구매하기는 했지만 막상 그런 배를 타고 항해를 해보니 만족감이 엄청난 배였다.
물론, 가격이나 운용비용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그런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보다 더 화려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초대형 요트는 그 자체로도 최고급 시설을 가지고 휴식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배이기도 하고 그리고 거대한 크기로 인해서 어느 나라의 항구에 입항하더도 그 압도적인 사이즈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고급 자동차를 타는 이유도 이른바 하차감이라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최고급 요트들은 슈퍼카나 럭셔리카, 아니면 그 이사의 하이퍼카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가 막힌 하차감이 있는 것이다.
이런 럭셔리한 초대형 요트를 타고 그런 배를 소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전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고 아름다운 미녀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 자본주의 시대의 사기템이니까 말이다.
물론, 그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추가로 거대한 초대형 요트를 찾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플라잉 폭스도 좋은 배지만 조금 낡은 배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고 하죠. 탐욕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플라잉 폭스보다 더 크고 화려한 그런 요트를 갖고 싶고, 그런 배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생각입니다.”
“하하, 물론, 그만한 재력은 가지고 계시겠죠?”
“물론입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좋아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초대형 요트는 만들 조선 설비가 비아레지오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건데 그걸 한국에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예, 한국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