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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 (121/200)

밝은 미래

“사장님, 정말 이 요트를 사시려고요. 3천 3백억이나 하는데요?”

윤아영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은근히 이 요트를 사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뭐, 내가 사는 거기는 하는 거지만, 내가 이 요트를 사게 되면 윤아영도 이 요트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호화 요트를 사서 나 혼자만 타면 무슨 재미겠어? 윤아영 같은 미녀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그 외에도 이 배와 어울리는 미녀들이라면 누군든지 환영이지만 말이다.

상사이 되었다. 지중해나 아니면 남해라도 좋고, 아름다운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선상에서 근사한 파티가 벌어지는 모습이 말이다.

최고급 와인 잔을 든 내 주위로 동서양의 미녀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거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거 아냐? 하하, 나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순서를 좀 지켜달라고. 줄을 서시오. 줄을...”

“최진수 사장님?”

“예, 아, 계약을 하기로 하죠. 가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류를 보내주시면 바로 계약하는 걸로 하죠.”

“뭐, FB272를 구매하는 건 그렇다고 치고, 어제 제가 제안한 초대형 요트 사업은 어떤가요? 그것도 오케이입니까?”

“사업 말이군요?”

요트를 사는 것 까지는 큰 고민이 없었는데, 아즈무트 베테니와의 요트 건조 사업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배를 사는 거야 어쨌든, 3천억 정도로 끝나는 일이지만, 조선소를 인수해서 베테니와 함께 초호화 요트를 생산하는 일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조선소도 인수해야 하고, 직원들도 고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초대형 요트를 건조하는 일이 수익이 날지 아니면 막대한 적자를 발생시킬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내가 가진 현금만 수십조가 넘고 앞으로도 돈 걱정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앞날이 불안한 사업을 아무 생각 없이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 역시 앞날을 알 수 없을 때는 행운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행운을 알아볼 수 있는 행운의 과자가 있었다.

“이 요트는 마음에 드네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요트 가격도 문제가 없고요. 하지만 사업은 보다 복잡한 문제라서 좀 더 생각을 해보고 말씀드리죠. 하루만 시간을 주십쇼.”

“하하, 하루면 충분한가요?”

“예, 하루면 충분합니다.”

***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의 별장.

피렌체의 아침은 상쾌한 공기가 기분 좋게 감돌고 있었다.

침대 옆자리에는 윤아영이 누워 있었다.

지난밤에는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이 열어준 멋진 파티가 벌어졌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2억 5천만 유로짜리 임페리얼급 요트 FB272 루머니시티를 구매했기 때문에 받게 된 보너스라고 할 수 있었다.

파티에는 포에리오 회장의 초청을 받은 이탈리아의 미녀들도 많이 참석을 했다. 대부분 모델이나 배우 지망생쯤 된다는 것 같았다.

아무튼, 밤새 떠들썩한 파티가 지나고 난, 지금은 고요한 아침이었다.

윤아영은 밤새 술을 마시더니, 아직도 곯아떨어져 있었다. 지난밤 동안 나는 분명히 신사였던 것 같지만 윤아영은 숙녀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은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나는 행운의 과자병을 집어들었다.

오늘 행운의 과자로 결정할 내용은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의 제안한 초대형 요트 사업을 수락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내 사무실이었으면 종이에 뭐라도 적어서 선택지를 만들었겠지만, 오늘은 익숙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게스트룸이었고, 마땅히 종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그냥 머릿속으로 1번과 2번을 정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1번은 요트 사업을 받아들인다, 2번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였다.

간단하게 처리하지만 어쨌든, 행운의 과자의 행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행운의 과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달콤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신선한 토마토처럼 동시에 신선한 맛이었다.

그리고 상쾌함과 고소함이 뒤섞인 풍미가 스치듯 지나가고 나자, 입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입안에서 나온 숫자는 1이었다.

“역시, 이번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말이군.”

“사장님, 무슨 혼잣말을 하세요?”

“아, 일어났어요? 아영 씨.”

윤아영은 간밤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빈센조 포에리오 회장이 제안한 사업 말인데요. 받아들이기로 할 생각이에요.”

“어마, 정말요? 어멋, 이게 뭐예요?”

“왜요, 네가 요트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까, 놀란 거예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제 옷은 어디 있는 거예요. 이불 안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 그거 말이군요.”

“설마. 사장님이?”

“아뇨, 전 절대 아니에요. 전 어디까지나 신사적으로 행동했다고요.”

윤아영이 약간 놀란 것 같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튼, 나는 빈센조 포에리노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초대형 요트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

광진구 베네티 코리아 본사.

“조선소를 말인가요?”

“예, 포에리오 회장과는 이야기가 다 되었습니다.

이성호 사장은 약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성호도 정확하게 베네티 본사의 사업제안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저는 아시아 쪽의 베테니 요트 판매 사업과 크루 관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한국에서 직접 요트를 생산하겠다는 건지는 몰랐습니다.”

“비아레지오의 조선소에서 생산하지 못 하는 초대형 요트를 생산하려는 거죠.”

“초대형 요트요?”

“예, 뭐, 베테티에서도 탐은 나지만 자기들이 직접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에게 동업을 제의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성호 사장에게 대충 아즈무트 베네티와의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이야기군요. 기존의 베네티에서 생산하던 요트들도 아니고 초대형 요트들 말하시는 거죠? 지금 가지고 있는 플라잉 폭스급의 초대형 요트들 말입니다.”

“맞습니다. 대충 선체 길이가 130미터에서 150미터 내외의 크기를 생각하고 있죠. 베네티에서도 그 정도 사이즈의 대형 선박을 원하고 있고요.”

“하하, 약간은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세상에 모험이 아닌 것은 없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의 초호와 요트라면 가격도 엄청날 것 같은데요?”

“대당, 최소 7천억에서 1조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최신형 기준이라면 그 정도는 되겠네요. 만약에 그런 배가 진짜로 건조된다면 정말 엄청나겠는데요. 대당 1조짜리 배라니 말입니다. 한 척의 판매가가 1조인 거죠?”

1조짜리 배? 한 척당, 판매 단가가 1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계획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한 배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큰 물건이었다. 대당 1조 원이라면 배들 중에서도 생산 단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지스함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해군에서도 너무 비싸서 3대 정도를 겨우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지스함의 대당 가격이 1조 정도니까, 대당 1조 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어마무시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지스함이 1조 정도라고 어디서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이즈함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거죠.”

이성호 사장은 이지스함이라는 말에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지스함은 군함 아닙니까? 해군 예산이니까, 나라의 돈으로 사는 배고요. 최진수 사장님이 만들겠다는 초호화 요트는 개인이 구매할 걸 염두해 두고 건조하는 것 아닙니까? 개인이 1조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그런 고급 요트를 구매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닐까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가 극까지 치달은 시대죠. 부동산 가격을 생각해보세요.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등등 지난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자산가치는 미친 듯이 뛰어올랐습니다. 지난 수십 년을 돌아보면 중국의 초고속 성장으로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랐고요.”

“전세계적으로 자산가치가 폭등했으니까, 자산가들도 자산이 늘어났다 그런 말인가요?”

“맞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된 건 아니지만, 자산가치 상승으로 어마무시한 슈퍼리치들을 늘어난 건 사실이죠.”

“하하, 최진수 사장님 같은 분들 말이겠군요?”

나도 최근에 야마시타 골드로 어마무시한 부자가 된 것 맞지만 나는 최근의 자산폭등과는 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그리고 황금 같은 자본재들이 급격하게 폭등을 했는데 그것은 시중에 자금의 유동성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마구 돈을 찍어내고 저금리를 유지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막대한 돈은 부동산과 주식을 끌어올리다 못해, 금과 비트코인까지 폭등시켰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대표적인 자산 중에 하나인 야마시타 골드를 땅속에서 발굴해서 공급을 크게 늘리는 역할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황금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을 비롯한 자산들의 가치는 어마무시하게 폭등하고 있었다.

“저는 성격이 좀 다르죠. 아무튼 미친 듯이 자산가치가 폭주하고 있죠. 가장 체감하기 쉬운 건 아무래도 부동산이고요.”

이성호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서울의 부동산은 정말 미쳤다는 말 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되니까요.”

“덕분에, 자산을 가지지 못한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빈곤해졌죠. 월급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가격은 폭등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것이 그런 거죠. 벼락거지가 있어야 벼락부자도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산가치 폭등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전세계 정부는 비슷한 금융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세력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처럼 앞다투어 돈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누군가는 점점 더 부자가 되는 거 말입니다.”

“알 수 없는 일이죠. 음모론적으로 생각하면 세계 경제 그리고 각국의 정치를 특정 세력이 조정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특정한 세력이 말입니까? 하하,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알 수 없는 일이죠. 아무튼, 이유가 뭐든, 당분간은 이런 자산폭등의 광기의 시대가 계속될 겁니다. 점점 더 부자들, 슈퍼리치들이 늘어날 거고,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인간은 돈이 많아지면 뭔가 현실감각이 없어지게 마련이죠.”

“현실감각이 없어진다고요?”

“수백억, 수천억, 수조, 수십조..이렇게 자산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다보면 돈이라는 게 느낌이 달라지죠.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쉽게 말해서 돈이 돈처럼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수십억 차리 슈퍼카나, 수백억짜리 고급 빌라, 수천억짜리 빌딩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하, 전 그런 경험은 아쉽게도 아직 없어서 말입니다.”

“아무튼, 1조짜리 배라도 살 사람은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행운의 과자의 선택도 그런 것이었다. 지금은 미친 자본주의 시대의 말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마치 찬란했던 고대 로마의 말기처럼 말이다.

지금의 이런 혼돈의 시대가 지나고 나면 그 뒤에는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의 정점을 지나 뭔가 혼탁하고 혼란스러운 광기의 시대도 치달아 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뭐,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쁠 것은 없었다. 이 미친 자본주의 시대에서 나는 이익을 누리는 부자니까 말이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자산가치가 상승해서 돈 많은 부자들이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초호화 요트의 수요도 생길 거라는 말이군요?”

이성호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포에리오 회장도 그런 말을 했지만, 아즈무트 베네티의 성장은 빈부격차의 역사라고 할 수 있죠. 소위 말하는 빈익부 부익부의 양극화가 강해지면서 고급 요트 시장은 고속성장을 한 겁니다. 요트 사업이라는 게 부자들을 위한 럭셔리한 사업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요트 산업은 더 번창할 거라는 게 제 예상입니다.”

그리고 행운의 과자의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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