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웰컴 투 코리아 (122/200)

웰컴 투 코리아

부산, 해운대 마리나. 컨벤션 센터.

이탈리아의 비아레지오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시 대략 2만 킬로미터 정도다. 통상적으로 7000 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배로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한 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오늘, 부산항에 베네티의 FB272 루너미시티가 도착할 예정이었다.

“언론에서도 난리군요.”

서기호 사장은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전에 부산항에 입항했던 플라잉 폭스에 비하면 107미터 정도의 루머니시티는 약간 작은 사이즈 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한국의 요트들에 비하면 엄청난 크기의 호화 요트였고,

거기다 유럽의 명품 요트 브랜드인 아즈무트 베네티의 최신형 최고가, 최고급의 임페리얼 요트라는 점에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화려한 요트의 주인이 한국인 사업가 최진수라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었을 것이다. 나에 대한 뉴스들은 이미 경제 분야부터 대중 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사들이 작성되고 있었다.

나름 나는 유명인이었던 것이다.

플라잉 폭스를 샀을 때 처음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워낙 큰 배라 정확하게 그 배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좀 애매했고 나에 정보도 그다지 많지 않은 정도였다. 그러다가,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젊은 사장이라는 것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좀 관심을 받다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부가티 시론 에르메스를 구입하면서부터 이른바 명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으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텍필립 그랜드 차임 같은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명품들을 아무렇지 않게 구입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연예 기획사 사장이고 영화제작, 고급 빌라 같은 화려한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가 한국 최대의 재벌기업인 대성그룹으로부터 배터리 사업체인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을 사실상 인수한 것으로 나에 대한 유명세는 절정에 달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그저 돈 많은 재벌가의 망나니 아들 정도가 아닐까? 했던 사람들도 내가 가진 자산이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은 장태식 회장이 나에게 회사를 넘겨주기 위해 주가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이내 다시 원래 주가를 회복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새로 신성자동차 그룹과 개발하기로 한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가는 원래 수준을 상회했고, 시가 총액이 50조를 훌쩍 넘어 있었다.

“그렇겠죠. 최진수 사장님이라면 한국에서도 아주 핫한 인물 아닙니까?”

“하하, 제가요?”

그동안 기다리고 있던 나의 새로운 요트 베네티 FB272가 부산의 해운대 수영만 마리나로 입항하는 날이었다.

이곳은 내가 예전에 동진 마리나 개발을 인수하면서 개발사업을 진행해서 예전의 낡은 마리나 시설이 현대적으로 바뀌어진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경기용 소형 요트 시설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레저 선박들의 계류가 가능해진 것이었다.

서기호 사장도 새로 입항하는 나의 베네티 루머니시티를 보기 위해 마리나에 나와 있었다. 마침 공사 중이던 컨벤션 센터도 마무리가 되어서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컨벤션 센터는 각종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과 지하에는 아쿠아리움도 가지고 있었다. 부산과 해운대라는 특성을 잘 살려, 해양 레저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구상에는 이 컨벤션 센터도 있었던 것이다.

“시설은 훌륭하네요. 마음에 듭니다.”

“부산에서의 해운대 수영만 개발은 일단 성공적인 것 같네요. 그러면 다음은 여수인가요?”

“예, 아무래도 제가 일을 맡길 분이 서기호 사장님밖에 없네요. 마리나와 레저 요트 시설 쪽으로는 동진 마리나 개발 같은 회사가 또 없기도 하고요.”

“그거라면 제가 쭉 하던 일이니까,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카로스 이노베이션도 주가가 많이 올랐더군요.”

“하하, 그렇죠. 그쪽도 잘되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대성그룹 계열사라고 해서 잘은 몰랐었는데 최진수 사장님이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의 최대 주주이자 사실상이 오너라는 말에 자료를 찾아봤더니, 신성자동차와 거의 시가총액이 비슷한 회사더군요.”

“그럴 겁니다. 시가총액이 조금 올라서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이 코스피 기준으로 9위더군요. 8위가 신성자동차그룹이고요.”

신성자동차가 간발의 차이로 8위기는 하지만 이카로스 이노베이션의 주가가 50조를 넘어서면서 한국에서 9번째의 대기업이 된 것이었다. 대성 이노베이션 시절부터 그 수준의 기업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

해운대 수영만 마리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흥미로운 초호와 요트를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부터, 여기저기서 슈퍼카들도 보이고 있었다.

베네티 코리아의 이성호 사장도 도착해서 베네티의 최신형 임페리얼 요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맥라렌 같은 슈퍼카들도 많이 보이는군요.”

“그럴 겁니다. 슈퍼카를 사는 사람들이 슈퍼카에 질리면 눈을 돌리는 곳이 요트라고 하더군요.”

페라리 같은 슈퍼카는 싼 모델은 2억 중반의 페라리 로마 같은 엔트리 모델도 있지만 슈퍼 패스트 같은 하드코어 모델은 6억을 훌쩍 넘기는 가격이다. 일반적인 서민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고가의 사치품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페라리의 대부분은 법인 명의로 되어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종의 탈세 수단이 되거나 아니면 법인 명의 정도가 아니라면 탈 수 없는 고가의 차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슈퍼카들보다 한 등급 위가 바로 고급 요트 시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베네티 같은 경우에는 가장 싼 모델이라도 수십억 수준의 가격이라, 최고가 페라리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트는 고사하고 슈퍼카들도 그렇게 많이 볼 수 없었던 한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돈 많은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부터 돈이 많던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도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자산 가치가 폭등하면서 소위 말하는 벼락부자들이 많이 늘어났고 이런 비교적 젊은 나이의 벼락부자들이 고급 슈퍼카나 아니면 그보다 더 윗등급의 요트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은 한국에서 3천억이 넘는 베네티 FB272 같은 호화 요트를 구매할 정도의 플렉스를 보여주는 사람은 드물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확실해서 전에는 죽을 쑤고 있던 베네티 코리아도 이번에는 야심차게 슈퍼카 동호회 회원들을 이번 입항 행사에 초대를 한 것이었다.

“저쪽에 사람들은 슈퍼카 동호회 사람인가요?”

“전에 말씀드렸죠. 슈퍼카 동호회에 초대장을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슈퍼카와 요트는 서로 어느 정도 관계가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카를 산다고 해서 요트를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슈퍼카 오너 정도는 되어야 요트를 올려다볼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성호 사장에게 듣기로는 강남의 유명한 병원장부터 중견기업의 후계자, 강남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 사장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고 했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잠재적인 고객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죠.”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리고 슈퍼카들이 모이는 곳에 언제나 따라다니는 악어새 같은 존재들인 도산파파라치들도 멀리 부산 해운대까지 대거 원정을 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를 이끌고 있는 것은 역시 민영민, 자주봐도 민영민 오랜만에 봐도 민영민 녀석이었다.

“선배님, 여깁니다.”

아니, 저 녀석 왜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흔드는 거야? 창피하잖아.

“저번에 베네티 클래식 수프림 132에서 사진 찍어주던 그 대학 후배라는 친구 아닌가요? 앞으로 해도 거꾸로 해도 어쩌고 하던?”

“맞습니다. 민영민이라고 앞으로 해도 민영민 거꾸로 해도 민영민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녀석이죠. 사진 찍는 게 취미인 녀석이니까요. 오늘도 카메라를 매고 친구들까지 데리고 왔군요.”

민영민은 카메라를 하나씩 어깨에 매고 있는 젊은 학생들을 이끌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선배님의 요트가 오늘 도착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출사를 나왔죠.”

겸사겸사?

“내 요트는 그렇고 다른 볼일도 있는 거야?”

“오늘 해운대에 슈퍼카 동호회원들이 모인다는 정보도 확인했거든요. 뒤에 있는 애들은 다들 슈퍼카 사진 동호회 동생들입니다. 오늘 여기서 바다도 찍고, 슈퍼카도 찍고, 최진수 선배님 요트까지 찍을 게 정말 많아서 많이들 내려왔죠.”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부가티 시론도 가지고 계시다면서요.”

“실제로 보니까 미남이시네요.”

대부분 20대 초반의 남자들이었다. 미남 소리는 왜 하는 거야?

“부산까지 촬영을 위해서 오다니 아무튼 열정들이 대단하네요. 젊음이란 건 그런 열정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죠. 아무튼, 좋은 사진 많이 찍으세요. 이 마리나는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가 대주주인 회사가 부산시에서 위탁해서 관리하는 곳이니까, 편하게 생각하고요.”

“와, 이곳 마리나가 최진수 사장님의 회사가 관리하는 곳이군요?”

“예, 마리나와 저쪽의 컨벤션 센터까지 모두 동진 마리나 개발에서 투자를 한 사업이죠. 컨벤션 센터도 볼거리가 많으니까, 사진도 찍어서 홍보도 좀 해주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트다? 드디어 요트가 입항하는군.”

나도 바다 쪽을 바라보니 익숙한 형태의 흰색의 럭셔리한 대형 요트가 마리나를 향해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비아레지오를 출발한지 한 달 만에 수에즈 운하를 지나 말라카 해협을 넘어 드디어 부산으로 도착한 나의 베네티 FB272 루머니시티였다.

모여든 기자들과 도산 파파라치들의 카메라가 정신없이 요트를 찍기 시작했다.

“대박인데, 멀리에서부터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게, 3천억이 넘는 초호화 요트라더니, 뭔가 외관부터 럭셔리한데..”

한쪽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슈퍼카 동호회 사람들도 요트가 마리나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베네티 임페리얼 요트는 새로 증설된 대형 레저 요트 계류장에 무사히 닻을 내렸다.

“무사히 한국까지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배를 운항한 것은 이탈리아 베네티 본사의 선장과 현지인들로 구성된 크루들이었다. 보통은 베네티 본사의 크루들이 고객들을 위해서 운항을 계속 맡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럽 출신의 승무원들이 아시아에서 장기 근무를 하는 부담도 있고 해서, 이번에 온 크루들은 한국에서 베네티 코리아의 신입 크루 훈련을 도와준 후에 다시 이탈리아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이성호 사장이 맡아서 하고 있던 베네티 코리아도 그 동안 그다지 실적이 없는 편이었지만 이번에 내가 마리나와 초대형 요트 건조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배를 유지 관리할 인력을 양성할 인력 관리 회사도 필요했기 때문에,

베네티 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해서 마리나와 조선 그리고 인력관리 그리고 요트 수입 판매를 모두 담당할 베네티 코리아의 새로운 대주주가 되어 있었다.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건 여전히 이성호 사장이 맡아서 하기로 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실적도 적고 규모도 영세하던 베네티 코리아는 내가 투자한 막대한 자금력으로 새롭게 상당한 규모의 요트 전문 관리 업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초대형 요트를 생산하고 그 판매까지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베네티 코리아는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배가 정박하고 오랜 여행에 지친 이탈리아 크루들이 일단 상륙해서 호텔로 이동하고나자 베테니 코리아 소속의 새로운 크루들이 배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단한 인수인계 과정을 마친 베테리 FB272가 본격적으로 언론과 슈퍼카 동호외 희원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자, 천천히 배를 구경하시죠. 이탈리아에서 막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상 요트, 베네티 FB272 루머니시티입니다. 이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이탈리아의 명품 요트니까요. 사진도 많이 찍어서 여기저기 홍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자들과 사진 동호회원들 그리고 슈퍼카 동호회원들이 요트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 진짜, 럭셔리에 끝판왕이네. 무슨 호텔 뺨치는데,”

“그러게 이런 고급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최진수 사장이라는 사람은 정말 행운아야.”

사람들의 반응에 나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역시 난, 최고의 행운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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