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사옥 (125/200)

신사옥

“사장님 제발 부탁이에요. 드라마 제작 가능한 거죠?”

“드라마, 그..그래 한 번 만들어 봅시다.”

“사장님, 정말, 민소희 한 명을 출연시키자고 드라마를 제작하시겠다는 거예요?”

이번에는 윤아영이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뭐, 이번 드라마 제작은 윤아영 전무에게 전권을 주기로 하죠. 어때요? 대신 투자금은 넉넉하게 지원해 줄 테니까요.”

“뭐, 그런 거라면 저도 좋아요. 한 번 해볼게요.”

민소희도 자기가 주연이 될 거라는 말에 딱히 불만은 없는 것 같았다. 윤아영도 드라마 제작 총책임자 자리가 주어져서 나름 만족하는 것 같고 말이다.

돈이 많으니 정말 좋은 건 이런 것 같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돈으로 다 해결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계속 사업 규모가 커지니까 사장실이 좀 그럴 듯 해야 할 것 같은데. 제이제이 빌딩도 강남 중심가에 최고 핫플레이스에 자리잡고 있어서 나름 매력적인 곳이었다. 연예 기획사로는 건물 규모도 상당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뭔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이나 이번에 인수한 한호조선같은 대기업들을 이끄는 재벌그룹의 총수가 머무르기에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드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이제 연예 기획사는 윤아영에게 좀 위임을 해서 운영하도록 하고, 나는 가끔 재밌는 일이 있으면 찾아와서 꿀이나 빠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드림엔테테인먼트의 사장실도 윤아영에게 물려주고 나는 좀 더 그럴듯한 건물을 구해서 사무실을 이전할 생각이었다.

새로운 건물, 빌딩이 필요하겠군? 뭐, 아직 자금은 충분했다. 한호조선 인수 등에 3조 5천억을 투자했고, 여수 해양 리조트 사업에도 1조 5천억을 투자한 상태였다. 거기에 베네티 루머니시티 구입에 3천억 정도를 써서 대충 5조 3천억 정도 지출이 최근에 있었지만 아직도 10조 이상의 현금이 남아 있었다.

돈 걱정은 없으니까 마음에 드는 건물 그러니까 그룹의 신사옥이 필요했다. 그룹이라? 이카로스이노베이션만 해도 시가총액 50조로 한국에서 9번째로 큰 회사였다.

거기에 한호조선도 만성적자기는 하지만 거제도 거대한 조선설비를 갖춘 대기업이고 말이다. 그 외에 이카로스항공도 드론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며 상승 중이었다. 제법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늘어가고, 명실상부한 재벌그룹이라고 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것이었다.

아직은 같은 계열사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도 있기는 했다. 회사들 간에 어떤 통일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개인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거나 투자를 해서 대주주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이런 사업들을 서서히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름을 통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이카로스항공을 시작으로 이카로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카로스이노베이션에 이어 한호조선도 이카로스조선으로 이름을 변경할 예정이니까, 이런 계열사들을 모아서 이카로스 그룹을 창설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룹 본사를 쓸 규모가 있는 빌딩도 필요했다.

어디, 괜찮은 빌딩이 없을까?

아직도 10조 이상의 현금 자산이 있어서 빌딩 몇 개를 구입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카로스그룹의 본사 사옥이 될 건물이니까 내가 지금까지 구입했던 그런 정도의 빌딩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스케일이 더 큰, 클래스가 다른 대형 빌딩이 필요했다.

그래, 행운의 과자를 하나 먹어보자 행운의 과자가 적당한 빌딩을 찾아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행운의 과자병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자 고소한 향기가 코끝에 닿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과자를 하나 입안에 넣자, 뭔가 전에 없이 럭셔리하고 중후한 맛이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인 재벌이 되었기 때문일까? 뭔가 행운의 과자의 맛도 전에 없이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입안에서 고급진 럭셔리한 맛과 향이 퍼지고 나자 입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뭐지? 역시 전화번호인가? 번호를 순서대로 눌러보았다.

***

“여보세요, 한성 부동산 컨설팅, 서유진 과장입니다.”

“한성 부동산 컨설팅요?”

“고객님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예, 건물을 사려고 하는데요.”

수호기 너머로 어딘지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물 말이신가요?”

“예.”

“실례지만, 고객님 소속이 어디신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저희 고객님들은 주로 대형 빌딩을 거래하는 기업 고객님들이 많으시거든요.”

“소속요?”

나에게 딱히 소속이랄 건 없었다. 있다면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라는 정도 그 외에는 공식적인 직함은 없었다. 내가 소유한 기업 중에서 가장 큰 회사라면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을 들 수 있지만 최대주주일 뿐 공식적인 직함은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드림엔터테인먼트의 최진수라고 합니다.”

“어머, 드림엔터테인먼트 최진수 사장님이시라면 대성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라는 그 분 말씀이신 거죠?”

“하하, 그렇습니다. 제가 꽤나 유명인사인가 보군요?”

“최근에 재계에서 아주 큰 이슈였으니까요. 대성이노베이션이라면 워낙 큰 회사고, 대성그룹에서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한 건 아주 드문 일이라 저희 회사에서도 대성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신 분이 누굴까? 많이 궁금해 했었거든요.”

“그 신비로운 투자가가 바로 접니다. 이번에는 사옥으로 쓸 대형 빌딩을 인수하고 싶은데요. 제가 누구지 아실테니까, 이야기가 잘 통하겠네요.”

“사옥이라면?”

“대성이노베이션은 이카로스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개정했죠. 그 외에 이카로스항공이라는 회사도 소유하고 있고요. 거기에 한호조선이라는 회사도 인수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이카로스조선으로 이름이 바뀌겠죠. 그러면 대충 이카로스그룹이라고 할만한 기업집단이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카로스그룹의 사옥으로 쓸 빌딩을 찾으시는 거군요?”

“예, 뭐, 앞에 열거한 회사들도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좀 번듯한 본사 사옥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한성 부동산 컨설팅이 나름 그쪽으로 유능한 회사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어본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미팅 일정을 잡아보겟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죠?”

미팅? 소개팅이 아니고? 아무튼 빌딩 인수를 하려면 한 번 전문가를 만나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예, 미팅을 한 번 하기로 하죠.”

***

한남동 하이렌드 레스토랑 솔베이지

“제가 사는 동네라 이쪽으로 약속을 잡았는데, 맘에 드시나요?”

서유진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상큼한 인상의 여자였다. 나이에 비해서는 빠르게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제가 제대로 전화를 한 모양이네요. 서유진 과장님이 직접 제 담당을 하는 걸 보니까 말입니다.”

“예, 제가 VVIP 고객들을 많이 담당하고 있죠. 제가 만나본 분 중에서는 가장 젊으신 분이네요.”

“하하,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나이에 비해서는 빠른 성공을 한 편이죠.”

“최진수 사장님에 대해서라면 최근에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동산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은 편이죠. 신사동의 아이케이 빌딩이나 강남 사거리의 제이제이 타워를 인수하신 일들도 유명하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은근히 제가 유명인사가 된 모양이군요. 아무튼 대충 식사는 한 것 같으니까.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해보죠.”

아름다운 미녀와 즐거운 저녁식사 자리였다. 서유진은 부동산 업계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였지만 왜 그녀가 VVIP 고객들을 담당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 고가의 빌딩을 인수하려는 재력가라면 상당한 자산을 가진 중년의 남자들이 많을 테고, 그런 자산가들을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젊고 매력적인 서유진 같은 여성들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예전에 소대장님에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왜 룸살롱에서 고객을 접대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소대장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반드시 여성 접대부과 퇴폐적으로 즐기는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중장년층의 남자들이 그것도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말그대로 옆자리에 앉는 것만으로 충분히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불편함을 감소시키는 완충지대로 중간에 접대부들을 앉힌다는 그런 것이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이, 남자들끼리 그것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진 남자들끼리 너무 밀접하게 접근해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일이 될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여성이라면 남자들 특유의 권력투쟁에서 자유로울 테니까,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고 말이다.

“최진수 사장님에게 잘 어울릴 최고급 오피스빌딩을 하나 소개시켜드리려고 하는데요.”

“그래요? 어떤 빌딩입니까?”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센트럴 타워입니다.”

“센트럴 타워?”

그런 빌딩이 있었나? 위치는 종로 쪽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강남에서 생활을 많이 하고 빌딩들도 그쪽의 빌딩에만 관심을 가져서 강북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오피스빌딩이라면 그것도 사옥으로 쓸 대형 오피스빌딩이라면 종로 쪽이 더 괜찮은 위치일 수도 있었다.

“센트럴 타워라고요?”

“예, 종로 공평동에 새로 신축된 빌딩이죠. 대지 면적이 7900 제곱미터 연면적이 14만제곱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빌딩입니다. 지하 8층에 지상 26층의 초대형 오피스빌딩이죠.”

“제곱미터라니까 언뜻 감이 잘 안 오네요. 평수로는 얼마나 되는 건가요?”

서유진은 잠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웃고 있으니 더 귀엽고 상큼한데...

“평수로는 대략 2400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지 면적이 그 정도죠.”

“2400평이라?”

상당한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주로 사무실로 이용하는 제이제이 타워가 대지 면적이 270평 정도니까, 거의 9배 수준의 빌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차장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 좀 아쉬운 것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어서 그것도 확인해 보았다. 돈이 많아서 고급 슈퍼카든 럭셔리카든 차는 더 사고 싶은데, 차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았었다. 이런 큰 빌딩라면 주차장도 클 것 같았다.

“예, 주차공간도 중요하죠. 지하 주차장에 5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입니다. 주차장은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560대? 어마어마하네. 내가 사서 이카로스그룹의 사옥으로 쓸 나의 개인 빌딩 같은 곳이니까. 내 전용으로 한 50대 정도 주차할 곳은 따로 비워두면 되는 거 아니겠어?

상상이 되었다. 넓은 주차공간에 페라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고급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곳은 회장님 전용 주차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허락을 받은 귀빈들은 나의 자동차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부러운 눈으로 나의 전용 주차장을 보면서 감탄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최진수 사장님?”

“아, 예. 다 좋은데, 빌딩의 인수 가격이 얼마나 될까요?”

“예, 현재 센트럴 타워는 M&G 그룹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MSG요?”

몸에 해로운 거 아냐?

“아..MSG가 아니라 M&G 라고 영국계 보험회사인 프루덴셜그룹 계열의 부동산 투자 회사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에만 40조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거대 부동산그룹이죠.”

“아시아에 40조를요? 서울 부동산이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뛰나 했더니, 그런 외국 자본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군요?”

“뭐, 그런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이제는 글로벌한 자본들이 수익을 위해서 국경없는 투자를 하고 있고, 부동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니까요. 아무튼 지금 궁금해 하시는 센트럴 타워의 매매 예상 가격은 1조 5천억으로 저희 한성 부동산 컨설팅에서는 자체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조 5천억이라?”

“상당한 가격이기는 하죠.”

“뭐, 얼마 안 하는군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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