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거제도, 이카로스조선, 본사.
거제도의 조선소의 도크에서는 새롭게 초호화 요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요트의 이름은 아틀라스, 고대의 신화 속의 거인의 이름이었다. 선체 길이가 150미터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기도 하고 신화 속에서 지구를 짊어진 거인으로 이카로스그룹의 첫 번째 사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는 의미도 있었다.
“아틀라스의 건조 작업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군요.”
“예, 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초호화 요트라는 특성 때문에 이탈리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플라잉 폭스보다 더 큰 대형 선박으로 헬기 이착륙장도 두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4단 구조로 선체 내부에 상륙정을 3대 이상 보유하는 구조였다.
아틀라스의 건조 비용은 7천억이 이상일 될 것 같았다. 배의 건조도 그렇지만 내부의 인테리어에도 최고급 유럽산 자재들이 투입되어서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다니는 궁전 내지는 호텔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판매를 하게 되면 판매가는 1조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 배였다. 배 한 척당 투입되는 제작비도 엄청나지만, 한 대를 팔아서 마진이 3천억이 넘는 엄청난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초호와 요트는 제작도 까다롭고 판매도 쉽지 않겠지만, 그런 만큼 한 대 만들어서 판매에 성공하면 수익도 상당할 겁니다.”
“하하, 그렇기는 하겠죠. 하지만 이런 1조가 넘는 고가의 요트가 과연 쉽게 판매가 될까요?”
“수요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나와 함께 도크에서 건조 중인 아틀라스를 둘러보고 있던 최기형 사장은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의 급속한 팽창기죠. 최기형 사장님은 코인 투자 같은 건 안 하시죠?”
“코인요? 뭐, 주변에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역시 나의 눈이 정확한 것 같았다. 최기형 사장은 전형적인 워크홀릭 스타일이었다. 배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최기형 사장님은 배를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세상의 다른 편에서는 각종 자산들이 엄청나게 폭등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도 그렇고 부동산이나 금, 골동품이나 미술품들의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죠.”
“하하, 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군요.”
“상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부자들, 슈퍼리치들도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음, 경기 자체가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 부자들은 늘어난다는 건가요?”
“하하,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데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정상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산이나 각종 자원들의 가격들도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자산을 가진 대자본가들의 재산이 크게 늘어나서 부익부 빈익빈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1조 이상의 메가 요트 수요도 늘어날 거라는 겁니까?”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었다. 슈퍼리치라는 것은 단순히 부자를 넘어서는 부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투자를 통해 자산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부자들, 즉 투자한 자금이 증가해 정확하게 자신의 자산의 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운 부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산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 투자를 해서 어느 한 순간에 자산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개념인 것이다.
아무튼, 그 정도의 슈퍼리치들이 늘어나고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들은 남아도는 잉여의 자금으로 부동산이든 미술품이든 마구마구 사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초호와 요트도 그들에게는 좋은 구매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돈을 가진 부자들, 특히 슈퍼리치들이 늘어나고 있죠. 이 사람들은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부자들입니다.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부를 소비하기 위해서 엄청난 고가의 사치품들을 사들이고 있죠.”
“아무리 그래도 1조 원이 넘는 초호화 요트라는 건 그렇게 수요가 많을까요?”
“부자들이 되면 명품 같은 것들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죠.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남들에게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물건들 말입니다.”
“요트도 그럴 거라는 건가요?”
“최기형 사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서울에만 가도 슈퍼카라고 불리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스포츠카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슈퍼카들만 타고 다녀도 남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흔해진 거죠.”
“뭐, 그런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세금 문제도 있고 법인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좀 특이하니까요. 부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떳떳하게 소비를 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죠. 아무튼 이제는 국산차보다도 외제차가 더 흔한 세상이고 슈퍼카들도 흔해졌죠. 원래 이런 고급 사치품들은 남과 차별화되기 위해서 소비하는 것인데, 이제는 어지간한 고급차로도 남들과 차별화되기 어려운 겁니다.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페라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최고가 차들은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하하, 뭐, 그런 줄은 잘 몰랐습니다.”
“부동산, 고급차, 미술픔, 보석류, 모든 고가품 시장이 어마무시하게 성장 중이죠.”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떤 한 부분이 고장이 난 건지도 모르죠. 이렇게 부가 집중되고 그런 집중되 부를 바탕으로 자산 가치가 또 상승하고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이런 걸 악순환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선순환인가요?”
최기환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그 말대로라면 현재 자본주의는 누구에게는 천국이고 누구에게는 지옥이겠군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현대의 자본주의 시대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야마시타 골드라는 자본재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본을 누리고 그걸로 더 큰 사업을 벌이며 자산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아무튼, 설계 작업은 다 끝났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배를 건조하는 일만 남았군요. 언제까지 완성이 될까요?”
“보통 대형 선박의 경우에는 1년 이상은 걸립니다. 거기에 이번에 건조되는 아틀라스 호는 실내 인테리어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니까요. 내년 초는 되어야 배를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시간이 꽤 걸리는군요. 뭐,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죠. 배를 만드는 시간은 단축시킬 수 없을 테니까요.”
***
여수, 경도 해양 리조트 단지.
여수 앞에 대경도에 마리나는 공사가 가장 먼저 완성되어 있었다.
해양 리조트는 신성건설이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경도의 경도 마리나를 향해서 한 척의 하얀 요트가 그림처럼 파란 바다를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배는 베네티의 수프림 클래식 132이였다.
“배가 멋지네요. 더 큰 요트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지만. 경도 정도의 섬에서 편하게 타기에는 이런 배도 좋군요.”
신성자동차의 김동혁은 공사가 진행 중인 대경도 일대를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신성건설이었지만 완공을 앞두고 있는 대경도의 마리나와 리조트들은 모두 나의 소유였다.
아름다운 여수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아름다운 해양 리조트가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김동혁 사장님을 말을 듣고 투자를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완성된 리조트와 마리나는 조감도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설계 작업을 보면서 대충 이런 그림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가지 내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여수 일대의 아름다운 바다의 풍광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인공적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더 해진 경도 리조트는 파란 하늘과 바다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간 리조트와 마리나는 말 그대로 그림 속의 풍경처럼 보는 이를 매혹하고 있었다.
“기대 이상입니다. 이 정도 아름다운 경관이라면 관광객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겠군요.”
사실, 관광객들이나 어떤 다른 수익 사업을 기대하고 투자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국에도 멋진 마리나를 만들고 싶었다.
신성건설에서는 싱가포르의 센토사 빌리지 같은 곳을 염두해둔 모양이었지만, 싱가포르와는 또 다른 남해의 매력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경도에 자리잡은 요트 마리나였다. 해운대에도 대형 요트 마리나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해운대 쪽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성격이 강했다면,
경도에 조성된 요트 마리라는 자연스럽게 경도의 지형을 이용해서 조성된 것이라는 것이 차이였다. 그래서 주변에 자연환경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마리나가 만들어진 것이다.
경도의 해양 리조트 자체가 경도라는 섬을 잘 이용한 느낌이었다.
“어떻습니까? 리조트가 꽤 멋지죠.”
“김동혁도 신성건설이 건설한 리조트와 마리나가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리나와 리조트는 완벽한 것 같네요.”
“하하, 아직 리조트는 완공된 게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죠. 일부만 보고도 보이지 않는 전체를 상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혹시 후설이라고 아십니까?”
“하하, 철학자 말이군요. 현상학이던가요? 저도 대학 시절에 좀 들어는 봤습니다. 현대 철학의 핵심적인 철학자라고 하더군요. 맞나요?”
맞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소대장님에게 얼핏 주워들은 것뿐인데.
“하하, 그렇죠. 핵심적인 철학자죠. 사실 후설의 현상학을 이해하면 현대철학은 더 배울 게 없더군요.”
김동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현상학이라는 게 결국 보이는 것 이외에는 모두 상상의 영역일 뿐이라는 거니까요.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한 인식이라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답을 찾으려는 철학이라는 것도 결국 무의미한 것이죠. 세상에는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예측불가능하고 이해불가능한 세계를 편협한 시각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죠.”
“하하, 그렇겠군요. 하지만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미래든 인간의 운명이든 어떻게 알겠습니까? 내가 답답하다고 점쟁이를 찾아가든 무슨 전문가를 찾아가든 결국 호구가 될 뿐이죠.”
“하하, 호구라고요? 재밌는 발상이군요.”
“아무튼, 리조트도 그렇고 차량용 배터리 사업도 그렇고 신성그룹과의 사업은 잘 진행되고는 느낌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원통형 배터리 개발도 순항 중이죠. 조만간 신성자동차의 전기차가 출시될 텐데 이카로스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입니다.”
“잘 됐군요. 배터리도 그렇고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신성그룹과 협력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뉴스를 보니까, 조선 사업도 시작하신 모양이더군요. 그것도 아주 초호화 요트 사업을 말입니다.”
“예, 최근의 세계경제는 슈퍼리치들을 대거 등장하고 있죠. 부익부 빈익빈의 시대 아닙니까?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장의 과실들은 소수의 부자들이 다 독식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동혁도 경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글로벌화라는 것이 결국은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나 투자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고 시장을 어마무시하게 키워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시장이 커지는 만큼 큰 부자들이 나오고 있는 거겠죠.”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슈퍼리치의 시대에는 초호화 메가 요트들의 판매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메가 요트 사업을 시작하는 거고요.”
요트가 경도 마리나도 들어서고 나와 김동혁은 요트에서 내려 마리나 근처의 리조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