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슈퍼 푸마 (133/200)

슈퍼 푸마

경도, 이카로스 리조트

“내부가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조만간 실내 공사까지 완성되면 멋진 리조트가 되겠네요.”

“그럴 겁니다. 저도 경도에 직접 와보는 건 처음인데 실제로 와 보니 기대 이상이군요.”

리조트는 만족스러웠다. 김동혁 사장도 처음 와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신성건설은 역시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완벽한 시공능력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경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더해져 경도 마리나는 성공적으로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그렇게 김동혁과 리조트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조감도로 보던 것과는 여러 모로 다른 생생한 느낌이었다.

“이건, 헬리콥터 착륙장인가요?”

리조트 수영장 옆으로는 바닥에 커다랗게 H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여기만 있는 게 아니라 리조트 주위에 비슷한 착륙장이 여러군데 보였다.

“예, 이런 고급 리조트는 아무래도 돈 많은 부자들이 찾아올만한 곳이죠. 싱가포르의 센토사 빌리지가 롤모델이니까요.”

“그렇겠군요.”

김동혁의 말에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상상이 되었다. 여수 앞바다에 멋진 대형 요트가 도착하고 요트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이륙한다. 그리고 헬리콥터가 리조트를 향해 날아오다가 리조트 헬기 착륙장에 내려앉는 것이다.

“돈 많은 부자들이라면 헬리콥터를 자주 이용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저만 해도 여수에 내려올 때 회사 헬리콥터를 이용했죠.”

“그래요?”

“하하, 사업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야 하죠. 속도는 경쟁력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요. 차를 타고 오는 것보다는 비행기가 빠르겠죠. 하지만 비행기는 공항을 통해야 하니까 공항에서 내려서 다시 이동하는 시간도 만만치가 않고, 그보다는 착륙장만 있으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헬리콥터가 사업에는 요긴하겠는데요.”

김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무래도 한국같이 좁은 나라에서 비행기는 좀 번거롭고요. 헬리콥터를 유용하게 쓰고 있죠. 최진수 회장님은 요트는 많이 가지고 계신데 헬리콥터는 아직인가요?”

“헬리콥터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헬리콥터를 타고 바쁘게 이동할 정도로 바쁜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사업들이 제법 있었지만, 아직 내가 직접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 오너인 건 맞았지만,

회사를 소유하고 있을 뿐 경영에 관해서라면 이전부터 경영을 하고 있던 전문 경영인들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있었다.

“예, 재벌기업을 경영하다보면 헬리콥터를 탈 일이 많죠. 한국에서도 급하게 지방으로 이동하는데는 헬리콥터보다 더 빠른 건 없거든요.”

“헬리콥터는 어디서 구매하시나요?”

“필요하시면 제가 항공기 수입 대행 업체를 소개시켜 드리죠.”

“수입 대행 업체요?”

***

스카이 인터테셔널.

“강남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헬리콥터는 아직은 대중화 되었다고는 할 수 없죠.”

장기석 사장은 40대 초반 정도의 키가 큰 남자였다. 공군 출신으로 헬리콥터 조종사이기도 하다고 했다.

“군대에서 조정을 배우셨군요? 그런데 이런 사업을 하려면 꽤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요?”

“예, 상당한 돈이 필요한 일이죠. 자동차와도 비교가 되지 않은 고가 품이니까요.”

“공군에서 전역할 때 퇴직금을 많이 받으신 모양이군요.”

“하하, 연금을 수령하기는 하지만, 군인연금이라는 게 그다지 많은 액수는 아니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따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동혁 사장에게서 말인가요?”

“정확하게는 신성그룹이라고 할 수 있죠. 신성그룹에서 헬리콥터 수입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스카이 인터네셔널을 설립한 거니까요.”

“왜 신성에서 그룹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자금 지원을 하는 건가요?”

“하하, 뭐, 그룹 차원에서 운영할 정도로 시장이 큰 건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헬리콥터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려는 정도죠.”

“음, 그렇군요.”

“그런데 헬리콥터를 수입하는 업체라고 하는데 헬리콥터는 안 보이네요?”

“하하,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라 매장에 따로 전시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격납고에 가시면 헬리콥터들을 볼 수가 있죠.”

“격납고요?”

“김포 공항에 헬리콥터 격납고가 있습니다. 마침, 에어버스에서 온 H255 슈퍼 푸마가 있습니다. 전시 홍보용으로 에어버스에서 보내준 헬리콥터죠.”

“그거라면 당장 구매할 수 있는 겁니까?”

“하하, 성격이 화끈하시군요. 일단 에어버스 본사에 알아보야겠지만 계약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대당 판매 가격이 2천 700만 달러로 책정이 된 모델입니다. 한화로 300억 정도죠.”

“얼마 안 하는군요.”

“예? 아, 최진수 회장님 같은 분에게는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겠군요. 그래도 헬리콥터 중에서는 최고가의 헬리콥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요? 헬리콥터 중에서는 아파치던가요? 그런 게 비싸다고 하던데?”

아파치 헬기라는 말에 장기석 사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건 군용 헬리콥터입니다. 아파치 신형 헬리콥터는 가격이 500억까지 나가는 녀석도 있지만 그건 무기까지 포함한 가격이고요. 민간에서 운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로는 에어버스의 H255가 가장 비싸고 큰 녀석이라고 할 수 있죠.”

“음, 그렇다는 거군요. 좋습니다. 일단 실물을 한 번 보고 싶네요.”

***

김포 공항, 헬리콥터 격납고

장기석 사장이 헬리콥터 격납고를 열자 안쪽에는 한눈에 보기에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생각보다 크기가 크네요. 헬리콥터라고 해서 좀 작은 크기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헬기 중에서는 대형 모델입니다. H255 슈퍼푸마는 에어버스에서 만든 대형 헬기 시리즈 주에서 최신 기종이죠. 한국에서는 119에서 구조용 헬기로도 많이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그만큼 안정성이 있다는 거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항공기의 사이즈도 크고 무게도 꽤 나가죠. 기체 중량이 11톤 정도니까요. 24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기종입니다. 헬리콥터로는 상당한 크기죠.”

“비행할 수 있는 거리는 어느 정도입니까?”

“항속거리는 985킬로미터니까요. 한국에서 일본까지도 갈 수 있는 거리죠.”

“그래요? 뭐,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일단은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장기석 사장의 말로는 민간에서 사용하는 헬기로는 최고급 수준의 기체라고 했다. 119에서 구조용 헬기로 도입하는 기종으로 사이즈도 크고 안정성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된 모델이고 말이다.

“그런데 꽤 헬기가 커 보이는데 대형 요트에도 착륙이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유럽이나 중동의 부자들도 많이 에어버스의 슈퍼 푸마 시리즈를 많이 구매하죠. 중량이 상당하지만 요트를 설계할 때 이정도 중량에는 문제가 없게 설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박에 이착륙도 많이 하는 헬기고요.”

“한 번 타볼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이쪽으로 오시죠.”

장기석 사장은 헬기 조종사이기도 해서 격납고의 헬기를 꺼내고는 바로 비행이 시작되었다.

헬기를 타고 갈 곳은 부산의 수영만 마리나였다. 직선거리로 3백 킬로미터 정도인데, 1시간 정도의 비행으로 도착이 가능했다.

수영만 마리나의 컨벤션 센터에도 헬리콥터 착륙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VIP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내가 쓰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었다.

수영만 마리나 컨벤션 센터에 헬기가 착륙하자 받은 직원들이 마중을 나왔다.

“회장님 오늘은 헬리콥터를 타고 오셨네요.”

“예, 헬리콥터 시승을 하고 있습니다.”

서기호 사장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서기호 사장님은 안 계신가요?”

“예, 서 사장님은 여수에 계십니다. 그쪽 마리나 시설을 둘러보러 가셨어요.”

“음, 그렇군요.”

동진 마리나 개발은 여수의 해양 리조트 단지의 운영을 맡고 있었다. 그쪽의 리조트와 마리나가 완공되었으니 거기에 가 있는 모양이었다.

“저는 최현주라고 합니다. 동진 컨벤션 센터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서기호 사장 대신에 최현주 부장이라는 여자가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깔끔한 인상이었다.

부산 사투리가 약간 있는 것 같았지만 서울말도 완벽한 느낌이었다.

“뭐, 특별히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헬기를 타고 한 번 멀리 나와본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한 번 온 김에 마리나와 컨벤션 센터를 한 번 둘러보았다. 같이 온 장기석 사장에게도 구경을 시켜주고 말이다. 안내는 최현주 부장이 맡았다.

“와, 이런 마리나도 최진수 회장님의 소유인가요?”

“제가 소유한 건 아닙니다. 부산시에서 운영권을 받아서 마리나를 개발한 거죠. 하지만 여수 경도에도 이런 마리나와 리조트가 있습니다. 그건 제가 직접 소유한 거죠.”

“하하, 대단하시군요. 역시 그런 분이니까. 전용 헬기도 구입하시려는 거겠죠.”

“어머, 그럼 저 헬리콥터가 최진수 회장님 전용 헬리콥터인가요?”

나와 장기석 사장의 대화를 듣던 최현주도 호기심이 생기는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아직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마침 헬리콥터도 필요하던 참에 괜찮은 매물이 있어서 말이죠. 오늘은 말 그대로 시승을 한 번 나온 겁니다. 좀 멀리 오기는 했지만요.”

“저런 헬리콥터는 비싸지 않나요?”

“3백억 정도죠.”

“사..삼백억요? 그걸 직접 사신다는 말씀이잖아요?”

“하하, 왜 너무 비싼 것 같나요? 최현주 씨.”

최현주는 잠시 생각을 해보는 것 같더니 이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비싸기는 하지만 최진수 회장님 같은 분에게는 큰 액수는 아니겠네요. 얼마 전에 입항했던 루머니시티만 해도 3천억이 넘는 배잖아요.”

“그 이야기라면 저도 들었습니다. 고가의 요트를 많이 보유하셨다고 말입니다.”

장기석 사장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돈이라면 충분하니까요. 요트나 헬리콥터를 구매하는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죠. 아무튼, 오늘 비행은 마음에 드네요. 계약하기로 하죠.”

“정말이신가요?”

H255 슈퍼 푸마를 구매하겠다는 말에 장기석 사장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헬리콥터는 맘에 드는데 조종사가 따로 필요하겠군요?”

내가 직접 조정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일 것 같았다. 하지만 공군 출신의 장기석 사장은 역시 공군 출신의 후배를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그 외에 헬기 운용에 필요한 격납고 같은 것도 장기석 사장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

종로, 센트럴 타워 옥상. 헬기 이착륙장

부산을 출발했던 헬리콥터는 종로의 센트럴 타워 옥상에 가볍게 착륙을 했다.

헬기가 착륙을 하며 뿜어내는 바람을 맞으며 윤아영이 옥상에서 착륙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어떻게 되신 거예요? 갑자기 헬리콥터는 뭐고요?”

“하하, 아영 씨, 놀라지 말아요. 이번에 새로 산 내 전용 헬기야.”

“전용 헬기요?”

“지방에 출장을 갈 때 헬리콥터를 이용하면 좋잖아. 부산이나 여수 같은 곳에 말이야.”

사실, 시간이 있으면 차를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헬리콥터 한 대 쯤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 앞으로 브라질에서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는 일에도 헬리콥터는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다.

하지만 헬리콥터의 항속거리라는 것이 그다지 긴 편은 아니었다. 대형 기종인 슈퍼 푸마의 경우에도 천킬로미터가 되지 않아서 브라질까지 자체 비행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같은 기종을 한 대 더 구매해서 브라질로 배송하는 걸로 계약을 해 놓았다.

추가로 구매한 헬리콥터는 브라질에서 플라잉 폭스와 같이 브라질 해안 지대의 황금 발굴 작업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헬기를 타고 빌딩 옥상에 착륙을 하니까 진짜 재벌 회장님이 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말이다.

뭐 딱히 바쁜 일은 없지만 헬기를 타고 옥상에 내려서 바로 26층의 나의 사무실로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았다.

헬기는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내가 원할 때마다 수시로 호출해서 어디든 적어도 한국은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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