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낙원
브라질 자구아눔 제도 인근, 진수의 농장.
브라질에 야마시타 골드의 매장지, 아마존 문서의 표시된 매장 예정지들 중에 4곳은 자구아눔 제도의 섬들이었고, 그 외에 3곳은 인근의 해안 지역이었다.
대부분 대규모 상업적 농업이 발달한 브라질의 특성상 해안 지역에도 각종 농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나는 그곳들을 엔젤라 누네스를 통해서 토지를 구입해서 리조트로 개발하고 있었다. 일단은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한 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기도 하고, 부차적으로는 아름다운 열대의 낙원인 브라질에 환상적인 휴양 시설을 만들어 볼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예전 농장들이 있던 토지에 도로와 리조트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리조트에 관광객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리조트니 뭐니 하는 관광 사업은 나중에 야마시타 골드를 모두 찾은 후에 천천히 진행해도 늦지 않으니까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브라질은 여전히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열대의 파라다이스였다. 농장 일부는 이미 리조트로 개발이 되어서 예전 농장 주인이 쓰던 저택을 호텔로 리모델링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전에 없던 풀장도 만들어서 수영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바다가 바로 코 앞이라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해변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라 느긋하게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기에는 리조트의 수영장이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리조트의 수영장에는 엔젤라 누네스가 하얀색의 화이트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동양인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서구적인 매력도 있는 엔젤라는 늘씬한 몸매에 과감한 브라질 스타일의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나는 선베드에 누워 그런 그녀의 수영실력을 감탄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수영을 잘하는군요?”
“최진수 회장님도 같이 수영해요. 물이 정말 시원해요.”
날씨가 덥기는 했다. 수영을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배영으로 수영하는 실력은 꽤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았지만, 약간 나른하게 졸음도 오고 있었고, 수영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밖에서 구경을 하는 편이 더 좋기도 했다.
“전, 여기서 지켜보는 게 더 좋군요.”
“후후, 맘대로 하세요.”
엔젤라는 상관없다는 듯이 인어처럼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멋진 수영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수영을 즐기던 엔젤라가 풀 밖으로 나왔다.
“리조트 개발은 순조롭군요. 제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리조트가 많이 정비된 느낌입니다.”
“한국이라면 더 빨리 공사가 진행이 되었겠지만 브라질은 좀 뭐든 게 느린 편이거든요.”
엔젤라의 말처럼 브라질에서는 한국과는 시간의 흐름이 좀 다른 것처럼 뭐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업을 하거나 빠른 사무처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도 상당한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특히 나처럼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내가 브라질에 온 목적은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예전처럼 서두를 것도 없고, 약간은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벌써 3번이나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해서 상당한 돈을 벌기도 했고, 그 돈으로 여기저기 많은 투자를 해서 자산도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남은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할 것은 분명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유가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3번의 브라질에서의 황금발굴 작업의 성공으로 작업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도 모두 사라진 후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브라질에 와서도 바로 일을 시작하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바쁘시지 않은가 봐요? 전에는 브라질에 오시면 매번 서두르시는 것 같았는데요.”
풀에서 나온 엔젤라는 어느새 내가 누워 있는 선베드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푸른 하늘 위로 뜨거운 열대의 태양의 작열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파라솔로 해가 가려져서 별로 뜨겁다는 느낌은 없었다.
“뭐, 매일 바쁘게 살 수는 없죠. 이번에는 브라질에 좀 쉬러 온 겁니다. 물론, 할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요?”
“이 근처에는 그런데 마을은 없는 건가요?”
“마을요?”
해변 쪽을 둘러보았는데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없는 것 같아서요.
“저도 이곳 출신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인구가 많던 곳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가까운 곳에 오스제미오스라는 마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오스제미오스요?”
“예, 포르투칼어로 쌍둥이라는 의미죠.”
쌍둥이라? 마을 이름이 쌍둥이라는 건가?
“특이한 이름이네요,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요?”
“예, 말 그대로 쌍둥이들이 많이 태어난 곳이죠. 소문으로는 나치들과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요.”
“나치요?”
나치라는 말에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브라질이라는 곳은 세계대전 시절에는 중립국으로 나치들이 많이 흘러들어온 나라들이다.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일본계 이주민도 많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미 쪽에는 독일이나 일본계 이주민들이 많다고 하던데. 뭔가 이유가 있나요?”
나의 질문에 엔젤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글쎄요. 정확히는 저도 모르지만, 예전에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님에게 듣기로는 남미나 인도 같은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영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에 반감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식민 지배를 겪었던 나라들이니까요. 그에 비해서 독일이나 일본 같은 주축국들에게는 좀 관대한 편이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 얼핏 듣기로는 일본에 대한 전범 재판에서 인도계 판사가 무죄를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원래 역사라는 게 다들 주관적인 문제니까요. 각자의 관점들이 있는 거죠. 아무튼,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남미에 나치들이 많이 흘러들었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거랑 쌍둥이 마을이 무슨 상관이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나치의 의사들이 뭔가 유전자 실험을 했을 거라는 소문이 있는 곳이죠.”
“유전자 실험요?”
“예, 오스제미오스는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고, 거기에 독일 출신의 의사가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했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언제가부터 쌍둥이들, 그것도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쌍둥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브라질에도 금발이 있지 않나요?”
“있기는 있죠. 푸른 눈을 가진 사람도 제법 있고요. 하지만 북유럽 정도는 아니거든요. 아무튼, 브라질에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쌍둥이들이 그렇게 많이 태어난 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는 거죠.”
“그래서 마을 이름도 쌍둥이 마을이 된 거군요?”
엔젤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엔젤라로부터 나치 잔당으로 추정되는 의사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김덕수 소장에게 들었던 나치의 황금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늑대의 눈물이라고 불리었다는 나치의 약탈 황금 말이다.
아시아 쪽에 야마시타 골드가 있다면 유럽에는 늑대의 눈물이라는 나치의 약탈 보물에 관한 소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당시에 세계 경제의 중심은 유럽이었다. 지금도 유럽연합의 경제력은 미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단일 국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단일 경제권으로는 최고 수준이고, 2차 세계대전 전에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던 것은 유럽이었다. 전세계에 걸쳐서 식민지를 건설하고 제조업 생산력에서도 세계최고의 산업국가들이 모여있던 유럽은 당연하게도 세계의 모든 부가 모인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럽의 부를 장악하고 있던 것이 유대인들이었다. 나치의 독일이 유럽에서 위세를 떨치면서 가장 먼저 그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돈 많은 유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금융업과 상업에 종사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던 유대인들은,
경제불황으로 불만이 많던 독일인들에게 눈에 띄는 공격 대상이었다. 나치는 그런 대중의 불안과 불만을 정치적으로 잘 선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역사는 엄청나게 잔혹한 유대인 학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막대한 재화의 약탈도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워낙, 오래전의 일이고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있던 시절이 아니었고, 세계대전까지 벌어지면서 나치가 유대인과 그 외의 전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황금과 보물, 각종 자산들을 약탈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양이 엄청났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당시, 전세계의 중심이 유럽이고 아시아는 변방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개 장군이었던 야마시타 토모유키가 약탈한 야마시타 골드보다 나치의 늑대의 눈물이 더 엄청난 양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유럽에서는 이 나치의 약탈 황금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할 뿐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 같은 것은 별로 없다는 것 같았다.
예전에 김덕수 소장과 대화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유럽 쪽에서는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그 이유라면 공동체의 화합을 중시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은 따지고 보면,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패전국에 대한 과도한 배상금 요구 등이 발단이 되었다는 것도 있었고,
그게 아니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의 복구와 공산주의의 팽창 등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유럽연합은 대부의 단합이 매우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도 독일의 전쟁 책임에 대해서 그다지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2차 세계대전사에 대해서도 그다지 활발한 연구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도 전승국이지만 전후의 국가 화합을 위해서 그다지 전쟁의 책임에 대해서 역사 교육도 하지 않고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나치의 약탈 황금이나 야마시타 골드에 대해서도 학자들 차원에서 연구가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호기심 내지는 보물을 찾는 개인들의 연구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치의 막대한 황금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나치의 황금이 남미로 흘러들었을 거라는 이야기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많이 화자 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소문만 무성할 뿐 확실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체 없는 소문이 계속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로 무언가가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었다.
“뭐, 달리 할 일도 없는데, 그 쌍둥이 마을 말입니다. 한 번 구경할 수 있을까요?”
“오스제미오스를 말인가요?”
뭔가를 기대하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핑계로 엔젤라와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울 것 같고 말이다.
“예, 전 브라질어도 할 줄 모르고, 현지 사정도 모르니까. 엔젤라가 안내를 해주면 좋겠는데요.”
“후후, 아, 그런 의미인가요?”
엔젤라는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미녀로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평소에도 남자들의 대시를 받는 일도 흔할 테고, 내가 같이 브라질의 시골 마을 투어를 하러 가자고 하자, 내가 자기를 유혹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엔젤라의 생각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엔젤라 누네스 같은 미녀라면 어떤 남자로라도 그녀와 데이트를 하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 뭐, 리조트가 멋지기는 하지만 저는 브라질의 시골 마을 곳도 가보고 싶거든요. 원래 그런 곳들이 관광객들에는 더 흥미로운 곳이죠. 거기에 쌍둥이 마을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롭고요.”
“예, 그럼, 내일 출발하면 될까요?”
“좋습니다. 내일 출발하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