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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회 (139/200)

새로운 기회

언뜻 봐서는 광장에 면한 평범한 건물처럼 보였다.

엔젤라가 현지인과 대화를 하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건물 주인이 안을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뭐라고 한 겁니까?”

“동양에서 온 돈 많은 부자라고요.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한 번 보여주겠다네요.”

“그래요?”

해안 도로가 개통되면서 이곳에도 관광객들이나 아니면 상파울루에서 찾아오는 사업가들이 제법 있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가 아니고 말인가요?”

“독일계 사업가들이 자주 찾는다네요. 원래 상파울루가 독일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요?”

같은 브라질에서도 비교적 발달된 도시지역인 상파울루는 독일계 주민이 많은 곳이고 그런 상파울루 출신의 사업가들이 이 지역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마을에 대한 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역시, 나치와 관련된 소문 말이군요?”

엔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예, 사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브라질에는 나치와 관련된 풍문들이 예전부터 많은 곳이죠. 독일계 주민들이 천만 명이 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근거도 있는 셈이고요. 독일계 주민들 중에 나치의 잔당이 숨어 들었을 거라는 이야기부터,..”

“보물들 이야기도 있겠군요. 나치의 황금 말입니다. 늑대의 눈물이라고 하던가요?”

“최진수 회장님도 알고 계시군요.”

“그런 보물 이야기들은 재밌는 가십거리라고 할 수 있죠. 세계 어디에 가도 그런 보물이나 숨겨진 황금 이야기는 있게 마련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죠. 나치의 황금이라면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요? 엔젤라도 뭔가 나치의 황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가요?”

“뭐,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패망한 나치들이 유럽 전역을 장악했던 건 사실이이잖아요? 그리고 돈 많은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대학살을 벌였죠.”

“그 과정에서 막대한 황금이나 귀금속들을 빼앗았을 테고요?”

“그렇겠죠. 학살당한 유대인이 6백만이라고 하고 대부분 독일과 유럽에 부유한 사람들이었다고 하잖아요. 대기업이나 은행가들도 많고, 그런 부자들의 자산들이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연구가 없는 편이죠.”

“왜 그럴까요?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료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역사는 승자의 관점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어쩌면 나치의 황금에 대해서는 미국 같은 승전국들도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대부분 개인의 재산들이었을 테고, 그 소유자들은 아우슈비츠 같은 곳에서 운명을 다 한 경우가 많았을 테니까요. 어딘가에 그런 식으로 유럽 각지에서 약탈한 막대한 황금들을 나치가 가지고 있었고 전쟁 후 패망의 순간이 가까워 오자, 그 황금들을 미군에서 뇌물로 바치지 않았을까요?”

“설마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요? 미군이라고 해서 정의의 사도들도 아니고 어차피 인간일 뿐이고 인간이란 모두 욕망의 노예죠. 그리고 이미 나치의 약탈 황금의 주인들은 모두 사망한 상태로 돌려주어야 할 대상도 불분명한 막대한 황금들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황금을 대가로 나치가 사면이나 혹은 국외로 도망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미군이 나치의 약탈 황금을 뇌물로 받고 나치의 탈출을 방관했다는 건가요?”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미군들의 군기는 그렇게 강한 군대는 아니잖아요. 워낙 막대한 자원과 군사무기를 갖춘 초강대국이라 그렇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규율이 강하고 엄격한 분위기도 아니고, 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엔젤라의 말대로 그런 나치의 잔당들이 유럽을 탈출했다면 그들이 브라질로 오게 되었다는 거죠?”

“브라질은 인구도 많고 영토도 넓고, 다민족 국가로 독일계의 비중도 크고, 여러 면에서 미국과 비슷한 나라죠.”

“미국과 말인가요?”

“물론, 지금은 미국과 브라질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950년대라면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죠, 그리고 신대륙의 거대 국가로 인구와 영토가 크고 미국과 달리 독일과 전쟁을 치르지 않은 중립국이고요. 나치들에게는 매력적인 나라였을 거라는 거죠.”

그렇다는 것은 역시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도 브라질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가?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나치 잔당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브라질로 모여들었다면, 그들이 새로운 나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도 필요했을 거 아닙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연합군에게 군사적으로는 궤멸이 된 상태고, 군사력을 상실하고 당분간 그런 군사력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다면 기댈 것은 경제력, 즉 돈뿐이었겠죠.”

“그리고 가장 안정된 자산이라면 역시 금이었겠죠. 어디에서나 환금성을 가지고 있는 안정 자산으로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 귀금속이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브라질에도 나치의 황금에 대한 풍문들이 많죠.”

“여기도 그 중 하나인가요?”

“예, 상파울루에서 찾아오는 사업가들도 그런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아니면 더러는 출처 불명이기는 하지만 어떤 정보를 가지고 그 정보에 기반해서 황금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정보 말인가요?”

“뭐, 이 마을에 요제브 멩겔레가 뭔가 비밀 실험을 했고 그 멩겔레가 나치의 약탈 황금의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는 그런 소문들이죠. 그리고 이 마을 어디엔가 그 나치 황금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 무언가를 남겼을 거라는 이야기죠.”

“하하, 뭔가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네요. 확실한 건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요제프 맹겔레는 나치 조직에서 상당히 고위직에 있던 사람이고 특히 나치 패망 이후에는 세균전 같은 비대칭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나치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사람이에요.”

“세균전요?”

“비대칭 전력이라고 들어보셨어요?”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말인가요?”

“예, 보통은 재래식 전력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을 때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 개발하는 무기라고 할 수 있죠. 주로 국력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상대하는 방식인데, 독일 같은 경우에는 세계대전 말기에 급격하게 국력이 약해졌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생화학 무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했다고 하니까요.”

“그럼 요제프 멩겔레도 그런 비대칭 무기들을 개발하는 역할을 했다는 건가요?”

“그런 소문이 있는 거죠. 유전자나 혹은 생물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그런 연구가 나치 잔당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사업이었다는 거죠.”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아무튼, 이 집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말이겠군요?”

주인의 허락을 얻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집은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안쪽은 꽤 넓은 정원이 있는 구조였다.

“이곳은 독일식이 아닌 것 같네요?”

“여기는 독일식이라기보다는 이탈리아식에 가까운 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탈리아 스타일의 정원이 있는 집이라고 할 수 있죠. 로마식 건축이라고나 할까요?”

한스라는 독일 의사가 살았다는 집은 안쪽의 정원을 사각형의 주택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날씨가 춥고 건조한 북유럽이나 중부 유럽의 기후에 적합한 구조는 아니고, 날씨가 온난한 남부 유럽 스타일의 주택이었다.

“집은 아담하네요. 안쪽은 주택으로 쓰고 바깥쪽은 병원으로 사용했던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구조는 예전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은 이 집의 주인은 상파울루에 살고 있는 사업가라고 했다. 집주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세입자 겸 이 건물을 관리해 주는 관리인이었다.

“집을 보여주는 걸 보니까, 매물로 나온 집인가 보죠?”

“예, 가격만 적당하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브라질에 시골 마을에 낡고 오래된 주택이라, 굳이 이런 집을 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이곳에 뭔가 나치의 황금과 관련된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진짜 그런 단서가 있을지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두 가지의 선택지를 떠올렸다.

1번과 2번 두 가지의 선택지면 충분했다.

1번은 이곳에 뭔가 나치의 황금과 관련된 단서가 있을 거라는 것이었고, 2번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행운의 과자로 주택에 뭔가 흥미로운 단서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나는 집을 둘러보는 척하면서 행운의 과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엔젤라에게는 내가 과자를 꺼내는 것을 감추면서 몰래 과자 하나를 꺼내 입에 밀어 넣었다.

뭔가 몰래 먹는 맛이라, 더 달콤한 느낌이었다.

과자의 맛은 이국적인 브라질의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더 담백하면서도 뭔가 오묘한 맛이 나고 있었다. 그렇게 보사노바처럼 담백하면서도 특유의 향이 진한 맛이 사라지고 끝나자 입안에서 뭔가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입안에서 나온 번호는 역시 1인가?

종이에 적힌 번호는 1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이 마을에 뭔가 나치의 황금과 관련된 단서가 있다는 것인가?

일단은 매물로 나왔다는 이 집을 사기로 했다.

뭔가 이 오래된 주택에 비밀이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하세요? 회장님.”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 집 은근히 마음에 드는데요.”

“예? 정말요?”

“예, 뭐랄까?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마을이라고 할까요? 쌍둥이 마을이라는 것도 신기하고요.”

“그래서 정말, 이 집을 사시겠다는 거예요? 회장님 같은 재벌이 살기에는 너무 초라한 거 아닌가요?”

엔젤라는 내가 이 집을 사겠다고 하자, 정말 내가 이 시골 마을에 흥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시간을 보내기에는 좀 작고 누추한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집이 형편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바타타의 리조트와 자구아눔 제도에 정박해 있는 플라잉 폭스 같은 호화로운 시설에 비하면 이 작은 마을의 오래된 집이 나에게는 굉장히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상관이 없었다.

어쨌든, 나치의 약탈 황금, 늑대의 눈물을 찾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자산을 늘릴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굴하거나 발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마시타 골드의 양은 거의 백조에 달한다. 필리핀의 섬들에 대략 30조 정도가 그리고 자구아눔 제도와 바타타 해안 일대에 70조 원 상당의 황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당량은 이미 발굴해서 현금화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세계적인 재벌이 되기는 했지만, 백조의 돈으로도 아직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탑 클래스의 자산가 수준의 재산이기는 하지만 중동의 진짜 재력가라고 할 수 있는 빈 살만 왕세자 같은 대자산가들이나 그 외에 잘 알려지지 않는 숨은 부자들도 세계에는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런 세계적인 대부호들 수준의 자산가가 되기 위해서는 백조의 자산으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부터 브라질에는 야마시타 골드 외에도 나치의 약탈 황금이 존재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쌍둥이 마을에 요제프 멩겔레가 정말 머물렀고 그로 인해 여기에 뭔가 나치의 황금에 관한 단서를 남기고 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런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은 없지만 대신 뭔가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운의 과자를 가지고 있었다. 행운의 과자를 이용하면 불확실한 우연과 필연의 중간 지대 어디엔가 존재하는 행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초라하다기보다는 아담하고 좋은데요. 나 같은 부자들은 오히려 너무 화려한 것보다는 이런 수수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원래 너무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면, 산해진미라도 질리는 법이죠.”

“수수하게 담백한 휴가를 즐기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 집을 사고 싶은데 내가 살 수 있는지 좀 알아봐 주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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